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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그들만의 세상

헬레나 트레슈티코바, 2012

[초이스]그들만의 세상 대표 이미지

1974년의 체코, 페트르와 야나는 결혼을 하고 아들 혼자(Honza)를 낳는다. <그들만의 세상>은 혼자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아버지 페트르의 꼼꼼한 메모와 사진, 그리고 누군가 찍어준 가족의 영상으로 이루어진, 사적이면서 사적이지만은 않은 다큐멘터리이다. 빛바랜 오래된 영상을 통해 페트르의 가족이 집을 마련해 이사를 하는 모습, TV를 사고 거실에 카페트를 사는 등의 사건들이 소소하게 펼쳐진다. 미소를 자아내는 혼자의 생일파티, 자전거 타는 모습과 함께 담긴 것은 당시의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변해가는 체코의 풍경이다. 혼자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존 레논이 암살당하고 체코의 공산주의가 붕괴된다. 우주선을 타고 싶어했던 성실했던 혼자는 방황하기 시작하고 학교에서 낙제를 한다. 혼자가 서른일곱 살이 될 때까지 계속된 이 가족의 홈비디오와 기록 사진집을 감독은 페트르의 목소리를 실어 다시 엮어낸다. 그의 담담한 목소리에는 아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과, 그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우려, 그 안에서 계속 지키고 싶어하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다.

사회에는 변혁의 바람이 불고, 혼자도 그의 부모도 감정의 동요를 겪는다. 83분 안에 함축되어 있는 37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이 우리가 현실에서 쉽게 느끼지 못하는 개인과 사회의 유기적인 관계를 거시적인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덕택에 영상을 찍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을 이들의 심리 변화와 사회 변화의 미묘한 관계를 관객은 목격하게 된다. 부모님과 떨어져 식당에서 일하고, 펑크족의 차림새로 대마초를 피우는 혼자의 모습을 우리는 단지 한 개인의 성장통이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고충으로만 이해할 수 없다. 페트르의 가족과 혼자가 힘겹게 살아내는 세월을 목격한 후 다시 보는, 혼자가 점점 많아지는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장면들이 자아내는 애잔함은 그래서 특별하다. 

한 가족의 삶을 오랫동안 담은 홈비디오 안의 세상은 장시간의 기록 자체가 가진 힘을 보여주며 ‘기록’이라는 다큐멘터리의 어원적 기능이 가지는 잠재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홈비디오를 결코 소소하지 않은 스케일의 다큐멘터리로 다시 태어나게 한 솜씨 있는 편집과 연출도 인상적이다. 그 둘의 결과물은 동시대를 사는 사람의 삶에 대한 따뜻하고 공감 어린 시선이자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탐구이다. 

사회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담고 있는 한 편, <그들만의 세상>의 등장인물들은 결국 미래를 만드는 것은 개인이라는 믿음을 전한다. 각자의 우주는 그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가정에 존재하고 집 안의 TV를 통해 보이는 세상은 그들 우주의 일부이다. 이들 개인과 일상이 바로 세상을 만들어내는 힘이라는 믿음은 개인의 목소리에 실려 있기에 더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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