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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수제앨범

공리혜, 2013

[초이스]수제앨범 대표 이미지

공리혜 감독의 <수제앨범>은 지난 서울독립영화제2013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으로 예선심사과정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았던 작품 중 하나였다. 810편이 몰렸던 영화제에서 선택된 작품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있겠지만, 이 작품은 몇몇 작품들과 일종의 경향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인공이 대개 청년, 백수, 잉여의 범주 안에 있는 영화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전개과정엔 유머와 유쾌한 도발이 도사려 있다. 무엇보다 거대담론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특징인데, 에둘러 자신의 처지를 구조에 대입하지 않는 태도에서, 한편으로 88만 원 세대로 대표되는 시대담론의 그늘을 인식게 한다.

영화과를 졸업한 공문숙은 백수이며 잉여이다. 32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 집에 안 쓰는 청소기와 함께 창피한 딸로 담겨 있다. 오늘도 엄마는 한심스레 “영화 때려 쳐, 빨래 널어~”라며 문숙을 압박한다. 빨래를 하며 영화를 찍어 온 지 어언 3년, 영화는 망했고, 응모한 영화제 마다 낙방이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노래 부르는 송창식을 보고 문숙은 문득 가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유튜브에서 조언을 구하는가 하면, 카메라를 팔아치우고 당장에 키보드를 구입하기도 한다. 그렇게 그녀는 싱어송라이터가 되었고 ‘수제앨범’을 제작해 간다. 영화는 문숙의 자작곡을 경유하며 잉여의 시간을 대변한다.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빨래로 표현한 ‘Lonely Laundry’, 청년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습에 문제를 제기하는 ‘어쩌다 보니 내 나이 서른둘’, 수제앨범제작발표회에서 가족과 이웃들에게 선보인 신나는 댄스곡 ‘놀자’ 그리고 따사롭고 여유로운 오후의 시간을 돌아보자는 ‘PM 4:00’까지. 영화는 동네꼬마와 같이 집안을 뒹굴며 나른한 듯 빨래 더미에 뭉쳐있는 문숙이 어떻게 잉여의 시간을 통과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눅 들지 않고 뻔뻔스레 자신의 꿈을 실천하는지 보여준다. 사회가 여전히 백수로 손가락질한다고 해도 큰 상관이 없다. 그녀는 그렇게 살아왔고, 영화를 찍어 왔고, 노래를 부르며, 오후 4시의 시간을 즐겨왔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욕먹을 이유가 없다고 그녀의 노래는 말한다. 나의 현실을 바라보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을 즐겁게 해내자는 가치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오버하지 않으며 동시에 부끄러워하지 않은 시간들. <수제앨범>은 취업난에 시들어가는 청년 시대에 빛나는 단면을 영화로서 몸소 실천하고 있다.

공리혜 감독은 극 중에서 공문숙이 ‘수제앨범’을 만들 듯 각본/연출/촬영/편집/음악을 도맡으며 1인 시스템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공문숙은 감독 자신이 연기했고 주인공 외 출연 인물도 실제 엄마와 이웃들이다. 당연히 만듦새가 거칠고 투박하다. 허나 만약 이 영화가 매끈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오히려 시시했을지도 모르겠다. 셀프카메라의 불안한 화면과 노이즈 섞인 사운드, 조악한 CG로 메이크업한 영화는 삐뚤빼뚤한 수제앨범의 이상과 닮은 핸드메이드필름이다. 

영화 속 문숙은 갈래 머리에 삐삐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내내 등장한다. 그것은 하나의 상징적 반문이기도 하다. 불손하고 건방진 삐삐는 사회의 관습과 규범에서 완전히 일탈한 캐릭터다. 어른들의 가치관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저항하긴 보단, 그냥 제멋대로 살며 자유를 누린다. 모두 다 질서 정연하게 살아간다면 세상은 얼마나 지루할까? 창조의 에너지는 언제나 다양한 균열 가운데서 솟아나지 않는가. 곳곳에 촌철살인에 유머가 슬쩍슬쩍 놓여 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 <수제앨범>. 피아노곡 ‘스케르쵸’로 시작한 오프닝은 D.C(디카포) 표시와 함께 엔딩에서 반복된다. 달라진 것은 서툴던 문숙의 연주가 제법 능숙해졌다는 것. 일상의 반복이 담고 있는, 누구에게나 공평히 주어진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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