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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잠 못 드는 밤

장건재, 2012

[초이스]잠 못 드는 밤 대표 이미지

2002년 <하드보일드 초콜릿스타일>과 <진혼곡>을 보고 두 작품을 연출한 감독은 이후 장르영화를 하겠구나, 생각했다. 뒤늦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발견한 ‘창준’역의 장건재 감독을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장건재 감독을 다시 만난 건 2008년. 안부가 궁금하던 사이 그가 작업한 단편 <꿈속에서> 프리뷰를 받았다. 영화를 보며 나의 기억 속에 막연한 선입견으로 배치되어있던 장건재 감독 작품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감독의 자전적 작품인 <꿈속에서>는 친구를 잃은 슬픔을 그린 영화로 장건재 감독의 정서를 엿보게 한다. 영화는 떠난 친구를 서정적 흐름으로 기리며 애잔하게 애도한다. 그 후 연출한 장편 <회오리바람>은 <꿈속에서>에서 보여준 서정성과 섬세함을 영화적으로 숙고한 작품이다. 장고의 시간 동안 제작된 <회오리바람>은 이전 필모그래피가 충실히 쌓인 작품으로 장건재 감독의 영화적 언어가 관객들과 공감을 일으킨 영화였다. 그리고 <잠 못 드는 밤>. 일상을 포착해 내는 감독의 관찰력과 그것을 영화로 옮기기까지 동반되었을 진중한 고민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주인공 주희와 현수는 결혼 2년을 맞은 30대 부부. 부유하진 않지만 둘만의 소소하고 소박한 일상을 행복으로 사는 이들이다. 늦은 밤 산책을 하고 둘만의 기념일도 챙기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충만하다. 그러던 이들의 대화에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등장한다. 둘만으로 부족함 없던 이들의 온전한 세계는 ‘출산과 양육’이라는 현실적 고민으로 미세하게 흔들린다. 결코 가볍지도 단순하지도 않은 이 문제는 둘만의 일상이 사라지게 할 것이며 이를 감당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도록 할 것이다. 이로 인한 불안감은 영화에 묘한 긴장감을 일으키며 부부의 꿈으로, 상상으로 재현된다. 

이 작품 또한 감독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다. <잠 못 드는 밤>의 프로듀서와 감독은 실제 부부이며 이들의 협업은 이번 영화의 진정성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김수현, 김주령 배우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스탭이다. 감독은 배우들과의 오랜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발전시켰고 그 과정은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연기로 영화를 완성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진 절제된 구도와 정제된 사운드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 군더더기 없이 배치되어 집중하도록 한다. 

65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이 흐르고 엔딩이 올라갈 때, 이후 ‘주희’와 ‘현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느리게 걷고 천천히 말하는 가운데서도 일련의 수순으로 찾아온 ‘양육과 출산’의 고민.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디딜 그들의 성장과 변화할 세계가 궁금해진다. 

관객은 ‘보통의 일상’이 감독 안에서 치열하게 다듬어져 영화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통해 감독의 세계관과 만나게 된다. 장건재 감독의 초기작부터 봐온 관객으로서 이번 <잠 못 드는 밤>을 관람하고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한동안 감독 안에서 곱씹어질 수 많은 ‘보통의 일상’들이 진정성 있게 영화적으로 확대되길, 다음 작품에서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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