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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불청객

이응일, 2010

[초이스]불청객 대표 이미지

'형이 2006년부터 반지하 자취방에서 살면서 아침마다 석봉토스트 사먹으면서 찍은 영화야.' 2010년 10월, 디시 영화갤러리에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다. 분투에 가까운 5년이라는 제작기간과 2천만원이라는 초저예산에 빛나는 독립영화 <불청객>의 개봉을 알리는 이응일 감독의 글이었다. 70분 동안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고 허를 찌르기를 계속하는 '은하계를 가로지르는 허튼소리'이자 `잉여로운 SF`인 <불청객>은, 영화가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방식도 이렇게 주변적이었다.

집안의 온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만년 고시생 진식은 다 찌그러진 반지하 방에서 잉여잉여 열매를 먹고 빈둥거리는 두 명의 백수 강연, 응일과 함께 살고 있다. 돈은 물론이거니와 삶에 대한 계획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는 백수들 틈에서, 진식만은 `아나운서 아내와 전원주택`을 향한 자신의 꿈을 불태운다. 그러던 어느날, 진식의 자취방 앞에 글로벌 택배회사 페덱스에서 배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소포가 도착한다. 별 `개념 없이` 소포를 뜯어본 응일 덕분에 저주의 봉인은 풀리고, 소포상자 안에서 은하연방 론리스타 수명은행 대표 포인트맨이 등장한다. 포인트맨은 그들에게 시간을 내놓으면 영생으로 돌려주겠다는 허튼소리로 협박과 회유를 반복하지만, 그들은 포인트맨에게 시간을 착취당하길 거부한다. 그러나 포인트맨은 저항에 굴하지 않고 그들을 우주로 납치하고, 백수들의 폐기장이 되어버린 우주에서 탈출하기 위한 세 남자의 사투가 시작된다.

'이 영화를 디씨인사이드에 바칩니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하는 <불청객>은 21세기 대한민국 인터넷 문화의 중심이면서도 끊임없이 변방에 머물러 있기를 고집하는 디시갤러리의 하위문화적 정서를 성공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시장에서의 생산성을 중심으로 구성원을 줄 세우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아냥이라는 디시의 어떤 관심사를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상식과 예의를 쓰레기 취급하는 디시의 화법을 기가 막히게 스크린으로 옮겨오고 있기 때문이다. 디시의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화법이 때로는 오프라인에서의 계급과 위계를 폐기하고 전복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음을 생각할 때, 이런 내용과 형식의 일치는 일종의 미학적 실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불청객>은 잉여의 재발견이라는 작품의 주제의식을 잉여로움의 영상화라는 미학적 실천 안에 녹여내고 있는 수작인 셈이다. 그리고 그 잉여로움의 영상은 B급이라는 라벨을 통해 디시 외부의 대중과 나름 성공적으로 접속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유리창 깨지는 장면을 위해 4개월에 걸쳐 독학으로 슈가글래스를 제작했다는 이응일 감독의 근성에 박수를 보내며, 이 영화가 보여주는 대담함을 이어가는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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