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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숫호구

백승기, 2012

[초이스]숫호구 대표 이미지

재개발이 진행 중인 인천, 원준(백승기)은 동네 대소사에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맘씨 좋은 청년이지만 정작 본인은 ‘서른 살까지 한 번도 못해봤다’는 성적(性的)열패감으로 고민이 많다. 그 콤플렉스의 여파인지 아직 변변한 직업도 없는 원준, 비슷한 처지에 틱장애를 앓는 절친 영진(성충경)과 서로 ‘호구’라 농짓거리하며 소일하는 나날의 연속이던 그 앞에 정체불명의 생명공학 박사(조한철)가 나타난다. 박사가 발명한 마성의 아바타(손이용)에 원준의 의식을 탈착식 USB처럼 오가게 해주겠다는 희대의 제안. 실랑이 끝에 생체실험에 동참한 원준은 정말 그 효험을 누리기 시작한다. 아바타의 탈을 쓴 원준의 고만고만한 픽업에 이성들이 홀린 듯 넘어오는 인생 대반전. 그렇게 누리던 뒤늦은 향락은 동네 북카페에서 일하는 지나(박지나)를 만나며 알맞게 스탑, 생애 최초로 누군가에 대한 순정을 호구 취급 받지 않고 키워가는 호시절이 시작되려는 순간, 존재냐 의식이냐 양자택일하란 뜻밖의 통첩이 떨어지고...

이 희한하게 친근한 이야기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백승기 감독은 실제로 인천 배다리 마을의 터줏대감이다. 정든 아이콘들이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고향에서 영진 역의 성충경과 함께 미술교사를 하고 문화축제를 이끄는 한편 ‘꾸러기 스튜디오’라는 이름의 자칭타칭 C급 영화제작소의 운영에 열정을 쏟아왔고 (이들의 자족적인 전작 중에는 캠코더를 개조해 3D효과를 재현한 <아바타의 눈물> 등 어마어마한 패러디물이 많다. 동네 상영회에는 손수 셀로판지로 제작한 3D안경을 돌렸다는 후문) 마침내 부천영화제 장편부문에 <숫호구>를 올렸다. 전문인력 아닌 친목을 기반으로 한 무리들이 만들어낸 영화이니만큼 단점도 뚜렷하다. 촬영은 거칠고 편집은 서툴다. 런닝타임은 다이어트가 필요하고 비전문 배우들의 연기는 살짝 아쉽다. 여성 캐릭터들은 대상으로 호명된 것 외엔 별다른 입체감이 없으며, 대화를 살리기 위해 동원된 육두문자는 극의 필요에 비해 과잉이다. 그런데 그 아쉬운 투입요소들이 어우러져 ‘최선을 다해 막 만든’ 영화의 개성을 웅변한다. 그러니까 핸디캡이 오히려 관전 포인트가 되는 지점들. 가령 ‘마성’이어야할 아바타의 외모가 생각보다 아쉽지만 수줍은 호남을 섭외한 후 그 개성을 밀고 가는 우직함이 또 매력이다. 그밖에 아쉬운 동시녹음을 메꾸느라 반창고처럼 삽입된 더빙의 귀여운 이물감, 감당 못할 롱테이크를 뒤늦게 점프컷으로 만회하느라 생긴 운율 등등. 아이러니 하나 더. 주인공이 자조하듯 읊어대는 대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지만 오히려 무성영화적인 순간에 감독의 재능이 반짝인다. 한껏 부푼 마음을 대변하듯 밤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던 폭죽이 동행의 뜻밖의 말을 듣자마자 시든 소변 줄기마냥 하강하는 장면이라든지. 아바타의 몸을 빌린 주인공이 연인에게 “나를 사랑해요? 정말 나를 사랑해요?” 묻곤 “예, 사랑해요” 라는 대답에 통곡하듯 제 가슴만 두드리는 (그 `나`는 내가 아니기에) 역설까지. 

타인에 몸을 의탁한 주인공과 달리 이 `꾸러기`들은 지역공동체의 아쉬운 쌩얼만으로 영화를 직조했고 (이것은 왜 독립영화가 아니란 말인가) 이제 막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견적과 경험의 한계를 긍정한 채 그 자구책을 고민하는 예술가에게 사람들은 반응하는 법. 꾸러기여, 영원히 꾸러기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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