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투 올드 힙합 키드
정대건, 2011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몇 개의 영화를 추천받고 보게 되었다. 그 중 단연 눈에 띄었던 <투 올드 힙합 키드>. 영화를 보는 내내 나오는 힙합 음악도 즐거웠지만, 래퍼를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도 한동안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이 영화가 전해준 뜨거운 에너지 때문이었을까? 첫 상영 후 인사하느라 정신없는 감독에게 불쑥 배급 제안까지 하게 되었다.
힙합에 빠진 중학생이었던 감독은, 10년후 대학 복학생이 되어 마이크 대신 카메라를 든다. 10년전 함께 했던 힙합 키드들은 지금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언더씬의 힙합 가수가 되기도 하고, 대학원생으로, 회계사로, 공무원으로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감독은 카메라에 담는다.
`힙합`이라는 단어가 친근하게 다가온다면, 이 영화는 특별한 재미를 안겨준다. 힙합 언더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주인공들의 홍대 클럽 공연부터 길거리 프리스타일 랩 배틀 장면이 이어진다. 하나의 곡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사를 만들고 녹음을 하는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회계사가 된 이는 잠자는 시간을 쪼개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는 한국 최초 ‘공무원 래퍼`를 꿈꾸며, 대학원생이 된 이는 함께 힙합의 꿈을 꾸었던 친구들이 모두 행복하기를 바란다. 20대가 된 그들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난 음악을 사랑해. 하지만 돈도 사랑해’라고 외치는 주인공이나, ‘꿈을 쫓는다고 해서, 불안한 삶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감독의 말은 이 시대 청춘들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청춘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많지만, `88만원세대`라는 말이 보여주듯, 요즘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등 회의적인 모습으로 많이 다뤄지는 것 같다. 그만큼 현실이 어렵기 때문일까. 그렇지만 `청춘` 아니던가, 청춘은 열정과 패기와 항상 함께 하기 마련이다. 이 영화에는 `청춘`의 에너지가 꾹꾹 눌러져 담겨있다.
<투 올드 힙합 키드>는 제 37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첫 상영되어 우수 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후,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관객상을 연이어 수상하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 EBS 국제다큐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초청 상영되었다. 그리고 9월 13일, 극장 개봉으로 관객들을 만나길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