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초이스]미운 오리 새끼와 랫소의 모험

마이클 헤그너,카르스텐 킬레리히, 2006

[초이스]미운 오리 새끼와 랫소의 모험 대표 이미지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오리새끼>를 읽었던 당신. 이 동화의 주제를 복기해보자. 그동안 우리는 이 동화의 주제를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는 것으로 배웠다. 언뜻 보기에는 오리지만, 무척이나 못생긴 오리인 탓에 온갖 멸시를 겪어야 했던 미운오리새끼는 성장하면서 백조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이 동화는 볼품없는 외모 때문에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던 안데르센의 세상에 대한 풍자였다. 지금 와서 보면 소수자를 향한 사회의 배타적인 시선을 비꼬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운오리새끼>는 안데르센의 자기과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화에서 ‘백조’는 모든 새들의 로망이다. 날지 못하는 오리와 달리 마음껏 날 수 있으며, 뒤뚱거리는 오리와 달리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나중에 백조가 될 운명인 미운오리새끼는‘숨겨진 가능성’에 대한 은유다. 미운오리새끼는 백조가 된 후, 자신을 멸시했던 늪오리, 개, 토끼들을 떠나 백조들과 함께 유유히 사라진다. 안데르센은 자신을 멸시했던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동화 속 그의 판단은 단호하다. 백조가 된 오리새끼는 더 이상 다른 미천한 종족들과 어울릴 필요가 없어. 현실에 빗대자면, <미운오리새끼>는 어릴 적에는 못생겼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예뻐진 초등학교 시절의 짝꿍, 혹은 옛날에는 별 볼일 없었는데, 어느 날 보니 주식재벌이 되버린 그 녀석의 복수극이다.

<미운오리새끼와 랫소의 모험>은 안데르센의 <미운오리새끼>에 감복한 덴마크의 후예들이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생쥐 랫소는 어느 날 우연히 미운오리새끼를 만난다. 알에서 막 깨어난 미운오리는 랫소를 엄마라 부르고, 그들이 불시착한 농장의 오리들은 미운오리에게 ‘어글리’란 이름을 붙인다. 뜻하지 않게 결성된 이 모자(랫소는 수컷이지만)를 환영해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동병상련의 처지에 험난한 모험을 함께 겪던 이들은 점점 서로에게 진짜 부정을 느끼게 된다. 이 애니메이션이 원작에서 가져온 건 이 못생긴 오리새끼가 사실은 백조였다는 것뿐이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저질스럽고 비열하고 추잡한 동물”인 쥐와 말 그대로 못생긴 미운오리새끼는 이 작품에서도 어쩔 수 없이 따돌림 당한다. 그러나 원작이 소수자를 향한 배타적 시선을 꼬집으면서도 은근히 ‘다른 자’들을 배척하는 태도를 취한 것과 달리 <미운오리새끼와 랫소의 모험>은 ‘진짜’ 화합을 그려낸다. 심지어 그들의 화합은 정치적으로 해석할 때도 꽤나 전복적인 모습이다. 일단 쥐와 오리가 부자관계를 이룬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그들 주변의 다른 동물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관계를 ‘그대로’ 내버려둔다. 랫소와 미운오리는 어느 오리농장에 군식구로 살게 되는 데, 이때 마음 착한 한 암컷오리는 수컷생쥐에게 알 듯 모를 듯한 연정을 느낀다. 또 랫소가 평소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던 사촌형제는 알고 보니 성질 사나운 고양이다. 무엇보다 원작처럼 험난한 모험 끝에 백조가 된 미운오리는 자신의 종족을 따라가는 대신, 아버지인 쥐와 이웃인 오리, 닭과 함께 사는 걸 선택한다.‘종속과목강문계’를 넘어서는 동물들의 화합, 덕분에 어느 것도 국경이 될 수 없는 공간. <미운오리새끼와 랫소의 모험>은 안데르센보다도 더 넓고 아름다운 세계를 꿈꾼다.

이 세계의 논리에서는 <슈렉>도 다시 그려져야 할 것이다. 명작동화의 세계를 파헤쳐, 그들의 환상을 부셔버린 <슈렉>도 사실상 따지고 보면 명작동화세계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 어여쁜 신데렐라가 멋진 왕자님을 만났듯, 잠자는 숲 속의 아름다운 공주가 자신의 입술에 키스한 잘생긴 왕자님을 따라나섰듯, 괴팍한 녹색괴물인 슈렉은 피오나 공주가 아름다운 여인에서 괴물로 변해버린 후에야 그녀와 결혼한다. <미운오리새끼와 랫소의 모험>의 세계관이었다면, 못생긴 괴물과 어여쁜 공주의 행복한 결혼식을 꿈꾸었을 것이다. 종족, 국가, 계층, 성별의 차이와 차별로 점철된 세계를 사는 우리에게 한번쯤은 필요한 상상일 듯 싶다.

관련 영화인

불러오는 중입니다.

관련 영화글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