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욤욤 공주와 도둑
리차드 윌리암스, 1995
1년내 많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개봉되고 그 중에서 인기있는 작품만이 관객들에게 선택을 받고 기억에 남겨진다. 그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은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으로 있는 지브리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작품 정도뿐이다. 특히 개봉된 시기가 오래전이라면 더욱이 기억해 낼 수가 없다.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은 철저히 상업적인 이익이라는 요소를 배제할 수 없기에 자본과 제작능력이 뛰어난 작품이 관객을 만나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기억나는 작품이 있다. 언제 극장에서 개봉을 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아직도 그 때의 놀라움이 아련히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한국에서의 제목은 <욤욤공주와 도둑>이다. 사연이 많은 작품이라 그런지 원래 감독이 정한 제목은 <도둑과 구두수선공>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출시된 제목은 <욤욤공주와 도둑>이다. 이 작품은 뛰어난 아트웍과 캐릭터의 움직임 그리고 배경설정에서 표현된 2차원 평면을 캐릭터들의 움직임에 따라 3차원 공간 활용으로 보여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에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연발시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핏보면 스토리가 단순한 듯 하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도 탄탄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캐릭터와 함께 애니메이션적인 상상력이 살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외눈괴물과 부하들이 지구의 대부분을 지배하던 때 황금왕국만은 평온하다. 이곳에는 적으로부터 왕궁을 지켜주는 3개의 황금공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공주를 사랑하게 된 구두수선공이 있고, 황금만 보면 훔치려는 어리바리한 캐릭터의 도둑이 있다. 그리고 황금왕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공주와 결혼하려는 지그작이라는 말로만 충신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황금공이 사라지고 황금왕국은 외눈괴물의 공격으로 왕국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그때 자신이 쓸모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공주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모와 구두수선공과 함께 황금왕국을 지키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러 떠난다. 결국 구두수선공에 의해 황금왕국을 지키게 되고 공주와 결혼하여 산다는 내용이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만으로 봤을 때는 알라딘이나 아니면 흔하딘 흔한 스토리로 오해할 수 있겠지만, 실제 작품을 보고나면 이러한 스토리는 전체 작품의 내용에서 중요한 비중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감독 리처드 윌리암스는 애니메이션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바이블과 같은 책인 「애니메이션 서바이벌 키트」의 저자이기도 하며, 로버트 제맥키스의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에서 애니메이션 디렉터를 담당하기도 했다. <욤욤공주와 도둑>은 1964년경 감독이 독자적으로 작품 제작을 진행하였는데 그 기간이 20년을 넘어서게 된다. 그 과정 속에<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욤욤공주와 도둑>의 제작도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배급사로 정해진 워너브라더스와의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제작사가 바뀌게 되고 최종 제작이 완성되기 전에 감독인 리처드 윌리엄스가 작품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위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은 상업적인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스토리 전개와 표현양식으로 짜집기한 작품으로 바뀌게 된다. 그 대표적인 부분이 어설픈 뮤지컬 요소의 포함이다. 초반에 등장하는 공주가 노래하는 장면이나 구두수선공 압정과 공주가 교차하면서 부르는 노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뮤지컬적인 요소를 억지로 끼워넣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움직임의 뛰어난 연출을 볼 수 있다. 또한 도둑과 구두수선공 압정의 추격 장면에서 보여주는 공간의 활용은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연출로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혹시라는 말은 의미가 없지만, 완벽하게 리처드 윌리엄스의 의도 그대로 작품이 제작되고 개봉하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이 작품을 통해서 느끼는 점은 점차 시스템적인 제작이 이루어지는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느낄 수 없는 상상의 비주얼을 볼 수 있을 듯 한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이 작품은 100번 말보다 직접 한번 봤으면 한다. 권선징악 그런 주제보다는 살아있는 캐릭터와 진짜 애니메이션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직 <욤욤공주와 도둑>을 보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찾아서 본다면 즐거운 경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