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썸머 워즈
호소다 마모루, 2009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두 세계의 융합은 그것만으로도 제법 흥미를 유발한다. 때문에 종종 자신의 기술을 뽐내고 싶어 하는 감독들은 새로운 시도라는 미명하에 상이한 대상들을 충돌시키곤 하는데, 예를 들면 호러와 액션 장르를 뒤섞는 다든지 마법과 과학이 혼재하는 세계를 그리는 일들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여기서 진정 중요한 것은 두 대상을 왜 섞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당위를 확보하는 일이다. 이유도 모른 채 두 세계를 그저 충돌시키는 건 단순한 눈요깃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호소다 마모루의 <썸머 워즈>는 대가의 매끄러운 손길과 기대주의 참신한 재기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수작이다. 얼핏 절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두 세계, 한적한 농촌과 디지털 세계를 함께 다루고 있음에도 위화감은커녕 한발 한발 바닥을 꾹꾹 누르며 힘차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대략의 이야기는 이렇다. 사이버 가상 세계 ‘OZ’의 보완관리 아르바이트를 하던 소년 겐지는 짝사랑하는 선배 나츠키의 고향으로 시골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하지만 ‘OZ’가 의문의 폭주를 하기 시작하여 현실세계도 위기에 빠지고 겐지와 나츠키의 대가족은 현실세계를 지키기 위한 정체불명의 존재 ‘러브머신’과 전쟁을 벌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골과 도시, 개인과 대가족, 현실과 가상세계 등 영화는 두 세계를 교차하며 이야기를 짜나간다. 그러나 <썸머 워즈>는 대개 상반된 세계를 다루는 다른 영화들처럼 대립과 충돌의 길을 걷지 않는다. 시끌벅적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나츠키의 대가족처럼 비록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화합이다. 호소다 마모루는 오른발 왼발 서로 짝을 맞춘 듯 시골의 풍경과 디지털 세계의 모험담을 교차시키며 결국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이란 이름의 울타리 안으로 인물들을, 나아가서는 관객마저 포용한다. 싸우고 반발하고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결국엔 하나임을 깨닫게 되는 가족 안에서 소년도 성장하는 것이다.
<늑대아이>(2012) 성공 이후 포스트 지브리로 주목을 받고 있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전작인 이 작품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유독 이색적이다. 전반적인 호평을 이끌어내었던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나 <늑대아이>와는 달리 감독의 매니악한 성향이 십분 반영된 개성 넘치는 내용이기에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린다. 그러나 이는 달리 말하자면 가장 호소다 마모루다운 작품이란 뜻이기도 하다. 특유의 카메라 앵글이나 움직임을 강조한 그림자 없는 작화를 바탕으로 구축한 호소다 월드는 어떤 생소한 세계와 결합해도 결국 사람을 향하는 힘이 있다. <썸머 워즈>가 특히 좋은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특이한 소재와 독특한 전개방식이 오히려 따뜻한 감성을 더욱 부각시켜준다고나 할까. 팬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한 마디로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