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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소녀이야기

김준기, 2011

[초이스]소녀이야기 대표 이미지

3월이면 누이가 생각난다. 흰 저고리에 버선발이 드러나는 검은 치마를 입고 92년 전 거리로 나선 누이들... 일제의 폭거에 항거하던 조선 민중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민족 존폐와 생존의 문제에 목숨을 걸고 항거하였던 그 시절 일본 제국주의의 팽창주의에 의해 치뤄진 대동아전쟁에 강제로 끌려가 성적 노리개로 희생당한 누이들은 아직도 먼 타국의 전장에서 명예회복을 통한 완전한 복귀를 하지 못한 체 구천을 떠돌고 있는 현실을 일깨우는 영화 한편이 있다. 

김준기 감독의 <소녀이야기>는 이러한 위안부 문제를 다큐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묘사해내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협조와 이제는 고인이 된 정서운(1924-2004)할머니의 육성증언록을 바탕으로 실제 겪은 위안부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영화로 구성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당시의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도록 3D이미지로 잘 표현해 냄으로써 한국 애니메이션 사에서 역사다큐라는 장르개척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위안부 할머니인 정서운의 목소리와 함께 시간은 일제치하의 조선 어느 농촌마을의 기와집에 일본 순사가 들이닥쳐 전쟁물자로 사용하고자 놋그릇들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그들의 요구를 거절한 아버지는 주재소에 갇히고 소녀와 어머니는 일본 공장에서 잠시 노역을 하고 오면 아버지가 풀려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는 이장의 꼬임에 넘어가 소녀는 머나먼 타지인 에 배로 며칠을 걸려 도착하게 되고 이곳에서 공장일이 아닌 일본병사들의 성 접대부인 위안부로 끌려온 사실을 뒤 늦게 알게 되지만 도망칠 수도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목숨만을 부지하며 하루하루 치욕적인 생활을 하게 되다 일본군이 패하여 도망치며 모든 것을 소각하며 위기에 빠졌으나 다행히 현지인의 도움으로 기적같이 빠져나오게 되어 고향에 돌아오지만 아버지는 옥에서 죽음을 당하고 난리 통에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집은 폐허가 된 체 소녀를 맞이하게 된다. 일제의 잔혹하고 파렴치한 제국주의의 모습을 한 소녀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잔잔하지만 큰 울림의 감동을 전해주는 이야기이다.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소녀이야기>는 고도성장과 물질적 풍요의 시대에 잊혀져가는 우리 민족 누이들이 겪어야 했던 고초와 치욕의 역사를 영상기록으로 증언하여 오늘날까지 제국주의의 오만함에 빠진 그들의 만행을 고발함으로써 반성하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경쟁부문 상영을 시작으로 독일 슈트트가르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단편 경쟁부문 진출 등 국내외에서 큰 반향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감독과의 대화에서 김준기 감독은 굳이 다큐적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하고자 했던 이유를 물었던 적이 있는데 그는 아주 자신감 있고 당연하다는 듯이 애기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사실성과 객관성을 전달하는데 어려운 장르라는 편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록영화로 표현 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 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는 것이고 각각의 캐릭터를 표현 할 때 그 스토리 안에서의 역할을 고려한 디자인 설정이 되었다. 즉, 일본군이 선하게 표현되는 것은 이야기상 맞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인상으로 표현되었다. 이것이 일반적인 다큐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다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김준기 감독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아티스트레지던스를 통해 이번 작품을 완료하여 새로운 제작시스템의 모델로 평가받았다. <소녀이야기>는 극장에서 만나긴 당분간 어렵겠지만 올 5월 완공되는 위안부박물관에 상시상영을 계획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차기작으로 또다시 태평양전쟁 때 가미가제로 출격한 한인을 소재로 단편을 준비하고 있다. 사라지지 않는 일제에 대한 우리의 피해의식은 아마도 그들에 희생된 영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편안히 잠들 때라야 영원히 사라질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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