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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나의 교실

한자영, 2011

[초이스]나의 교실 대표 이미지

다큐멘터리 영화가 정말 현실을 기록해 낼 수 있는 매체일까? 있을법한 이야기를 극화시켜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극영화와 달리, 관객들은 다큐멘터리를 현장의 사실이라 강하게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특정 대상이나 사건, 어떤 상황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당연히 이를 수용하는 주체의 개인적인 태도가 개입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다큐멘터리 감독이 기록하는 세상은 현실의 일면일 수 있지만 그 이야기가 각 개인의 조건과 환경,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로 변질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나고 경험했던 현실들을 나의 이야기로 재가공해 나 아닌 다른 사람이 그 현실을, 이 세상을 재인식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윤리와 철학은 항상 이 재현양식의 중요한 전제가 되며, 때문에 다큐멘터리는 도덕성과 신뢰를 중히 여기게 되는 장르적 한계를 갖게 된다. 

대상과의 절대적 신뢰 속에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들을 2012년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전문계 고등학생들의 취업기를 다룬 한자영 감독의 <나의 교실>은 이 객관적 거리- 촬영 대상과 이들을 스크린에서 경험하는 관객에게 능동적 해석을 가능케 하는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영화였다. <나의 교실>은 한 전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치열한 취업준비과정과 취업 후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속 감독은 이들을 크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들이 카메라, 혹은 감독을 대하는 태도와 그 순차적 이야기가 고스란히 영화 속 서사가 될 뿐이다. 

<나의 교실>이라는 제목에서, 혹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감독을 언니라 부르며 의지하고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교실 안을 익숙하게 기록하는 카메라를 경험하게 될 때 관객들은 감독이 이 학교 출신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다시 말해 감독은 이 이야기속의 한 주인공이었을 것이며 어쩌면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독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대상들의 이야기를 크게 의미화하지 않는다. 이들의 삶을 밀착해서 기록할 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데, 이는 지금도 별다를 게 없는 전문계 학생들의 현재를 능동적으로 해석하게 해 준다. 더불어 자칫 구호만을 외치는 영화가 돼 버릴 가능성을 차단한다. 감독은 아마도 대상과 대상들이 가지는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들을 믿고 따랐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방식을 통해 대상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영화 속 많은 이야기 안에서 우리는 실컷 웃고(정말 실컷 웃고), 걱정하고, 안쓰러워하다가... 마침내, 취업한 친구들로부터 우리 사회 비정규직의 삶을 발견하게 된다. 임금차별, 부당한 대우는 물론 직장 내 왕따 문제 등 우리사회의 고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성형수술까지 해가며 회사에 적응하려 했던 주인공이 대학에 입학한 친구를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원했던 대학에 들어간 친구에게도, 대기업에 취직은 했으나 동등한 대우를 위해 대학진학을 원하는 친구에게서도 예전의 걱정 없던 웃음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취직 후 주택자금, 노후 자금 등을 고민하는 친구의 모습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올 뿐이다. 감독은 후배들의 이야기를 값싼 희망이나 절대 절망으로 담지 않는다. 그 때문에 관객들은 이 주인공들의 현재적 삶의 결들을 우리의 과거와 현재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으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이 웃음들이 나에게 던지는 그 씁쓸함의 실체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의 웃음을 사라지게 한 책임이 나와 우리에게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교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던 전문계 고등학생들의 생생한 삶을 우리에게 정면으로 보여주는, 이로 인해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것은 피사체와의 신뢰 관계 속에 기록된 이 현실의 조합을 통해, 우리가 그 표면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 즉 이면의 진리를 찾아가는 긴 여행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교실>, 소소하지만 덩어리가 있는 경험이었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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