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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만신

박찬경, 2013

[초이스]만신 대표 이미지

‘친구들이 굿을 보러 가자고 했다. 굿을 보러 우르르 몰려갔더니 영화를 하고 있었다.’ 화가 천경자가 회고한 말이고 영화 속에 인용되는 글귀다. 영화 <만신>은 김금화라는 무속인이 살아낸 시대의 줄기를 따라가며 다큐멘터리라는 아웃라인 안에서 픽션과 애니메이션, 미디어아트적 요소 등을 지닌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러한 접근방식으로 김금화의 삶을 담은 영화는 한 무속인의 일생을 경외하며, 결국은 영화자체가 굿의 기능을 닮아가게 된다. 다큐와 픽션을 오가는 영화들은 무수히 많지만 영화 <만신>은 그 경계를 스스로가 인식한다. 픽션과 다큐멘터리, 굿과 영화,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조우하며 그 다양한 시도들이 목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영화 <만신>은 무속인 김금화의 연대기를 풀어내는 것에 픽션을 사용했고 3세대를 세 명의 배우가 재현했다. 세 명의 배우는 일제와 전쟁, 전후 근대를 지나며 김금화의 중요한 시기들을 담아낸다. 김새론은 신을 받들게 되던 일제강점기 시기를, 류현경은 전후에 월남하며 전쟁과 이념 사이에서 생존을 지켜내던 무당의 삶을, 문소리는 1970년대 독재와 탄압 앞에 무속이 처했던 위기의 시대를 연기한다. 픽션이 표현하는 그녀의 고난사는 다큐멘터리가 잡아내는 현재의 김금화에 대한 묘사와 교차되며 그녀의 현재와 과거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표현한다. 그리고 가끔 현재의 김금화는 픽션의 프레임 안에 등장하며 극화한 자신의 시대와 마주한다. 무속의 판타지와 삶을 픽션으로 실현화하고 그 픽션을 김금화로 하여금 관찰하게 하는 시도는 김금화가 신을 쓰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기묘한 감흥과도 닮았다. 

영화는 시대를 살았던 그녀의 삶과 더불어 그녀의 초자연적인 세계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관객 앞에 선 아티스트로서의 삶에도 주목한다. 공연장에 서고 창을 하고 연기를 하고 무대와 팀을 꾸려가고 전통을 계승하려는 예술가적인 삶을 사는 김금화에 대한 묘사는 먼저 말한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조우, 과거와 현재의 조우와 더불어 다른 세계의 두 연기자의 조우, 두 예술세계의 조우를 상상하게 만든다. 무속인의 삶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삶을 접목하는 시도는 그녀의 삶과 그녀의 삶을 닮는 매체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영화의 엔딩. 신을 받들고 살게 된 김금화의 가장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김새론이 쇠걸립(무당의 도구를 만들기 위해 쇠를 받으러 다니는 행위)을 하기 위해 동네를 도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 그녀의 일대기를 연기했던 류현경, 문소리 외에 그녀의 삶 주변을 연기했던 모든 배우들이 나와 쇠걸립을 도와준다. 실제의 김금화도 그 장면을 마주한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의 김금화를 중심으로 픽션의 모든 배역들이 모여드는 것이 아니라 김금화 또한 배역의 일부가 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신이 덧씌워지던 김금화는 그처럼 배역을 쓰게 되고, 영화는 한 여자가 근대를 지나며 살았던 고난한 삶을 위로하며 비로소 굿의 기능을 드러낸다. 모든 배역과 카메라들이 마지막 굿을 위하여 줄지어 걷고, 무당의 얼굴 뒤에 신이 있듯이 영화 만드는 이의 맨 얼굴 뒤에서 신명 나는 굿이 만들어지고 있다. 모든 작용이 한 곳에서 소용돌이 치며, 무속과 영화라는 두 개의 세계가 일치를 만들어내는 마지막 장면이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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