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나까무라의 비밀
정지혁, 2002
한 소년이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 있을 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자가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이렇게 외친다. ‘나까무라의 비밀’을 알아냈다고 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웃음을 띠고 차도에서 춤을 추듯 환호한다. 그렇게 절정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순간 남자는 차에 치여 죽음을 맞이한다. 이를 지켜본 소년은 남자의 죽음보다는 그가 죽기 전에 환호하며 외쳤던 그 말에 관심을 갖는다. 과연 뭘까? 집에 돌아온 소년은 식사 중에 아버지에게 ‘나까무라의 비밀’을 물어보지만 이에 놀란 아버지의 반응은 폭력으로 다가온다. 무언가 공포감에 아들의 질문은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였던 것일까? 아버지와 엄마는 공포에 떨었던 것이다. 이 일로 소년의 인생에서 줄줄이 불행은 시작된다. 질문을 받은 사람들 모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아버지와 엄마,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학교 친구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에 소년은 더 이상 이 질문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집에서 홀로 은둔생활을 이어간다. 세월은 흘러 소년에서 성인이 된 주인공은 세상에 나온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원하는 미모를 갖고 있지 않은 한 여자와 결혼을 한다. 그리고 첫날 밤,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은 여자가 귀찮게 굴자 싫은 마음에 그녀의 죽음을 예상하며 ’나까무라의 비밀‘을 물어본다. 그런데, 의외로 여자는 그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이다. 과연 ‘나까무라의 비밀’은 무엇일까?
본 작품은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정지혁 감독이 연출한 졸업 작품이다. 간단히 감독 소개를 하자면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많은 인기를 누린 오인용이라는 팀의 멤버이며, 그 중에 신연예인지옥이라는 작품에서 정지혁병장으로 목소리 연기를 한 감독이다.
<나까무라의 비밀>은 거친 애니메이션 움직임, 나란히 줄을 선 듯이 똑같은 사각형 얼굴의 등장인물, 어딘가 미완성인 듯 한 비주얼을 갖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졸업 작품으로 제작된 본 단편은 스토리 전개의 아이디어에 좀 더 집중하여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성공한 애니메이션이다. 또한 감독은 본 작품을 통해서 인간소외의 극한점을 호기심이라는 주제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열린 해석이 통용된다면 ‘나까무라의 비밀’은 사회가 국민들의 입을 막기 위한 금기어 또는 사회에서 질문을 해서는 안 되는 금기어는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니라면 소년의 데스노트일까? ‘나까무라의 비밀’을 누군가에 묻기만 하면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기 시작하기에 원치 않은 데스노트를 갖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질문은 무언가 답을 듣기 원해서 던져진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라는 시스템은 이미 정해진 답변을 만들어 놓고 그 답변을 위한 질문을 하는 법을 학습해야 하는데, 이에 벗어난 질문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 것을 비판적 시선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감독만의 상상력이 아닌 지극히 주관적으로 관객으로서 호기심을 발휘해본다. 우리가 교육받는 모든 것은 어떻게 보면 학습을 통해 개인의 상상력을 상승시키기 보다는 획일화된 사회, 학교, 삶을 위한 질문을 배워나가고 정해진 답변을 했을 때 칭찬받고 환영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교육이다. 금기어로 정해진 질문은 환영받지 못하고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아버지는 아들의 질문에 죽음을 선택하고 학교 선생님들도 답변을 하지 못하고 죽음으로서 자신이 받을 고통을 피해간다. 그들은 획일화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지도 않고 벗어날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며 자신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없다. 물론 감독의 의도와는 벗어난 해석일 수 있지만, 단편 애니메이션의 힘은 만들어진 완성도나 비주얼보다는 충분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소통하는 것이기에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임을 강조하며 ‘나까무라의 비밀’을 풀어보려고 한다. 취향의 문제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은 아닐지 몰라도 흥미롭게 호기심을 유발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며, 다시 한번 ‘나까무라의 비밀’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