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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명희

김태훈, 2014

[초이스]명희 대표 이미지

올해 인디포럼 영화제의 폐막작은 김태훈 감독의 <명희>. 심사위원 네 명은 만장일치로 이 영화를 올해 인디포럼의 히든카드로 뽑으며, “숱한 소수자 대상화 문제를 시원하게 메다꽂는 영화”라고 상찬했다. 

영화제 기간, <명희>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단연 화제가 됐다. 관객들뿐만 아니라, 독립영화 감독들과 평론가들도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드러내며 논쟁에 참여했다. 기실 지난 몇 년간 탈북자들에 관한 독립영화들은 셀 수도 없이 많이 제작되었다. 그 쏟아지는 물량에 지칠 만도 할 텐데, 무엇이 이 영화로 하여금 특별한 논쟁을 촉발시켰을까.

<명희>는 탈북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함경북도 출신의 25세 명희, 남한 친구에게 이끌려 우연히 기체조 수련원에 간다. 그곳에서 수진 언니와 또래 미정을 만나 친해지게 된다. 명희는 수진 언니가 운영하는 옷가게서 무보수로 일을 도와주게 되는데, 바로 이 ‘무보수’가 사건의 발단이다. 다른 남한 친구들이 보기에, 수진 언니가 임금개념도 없고 착하기만 한 명희의 노동력을 무보수로 착취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시감이다. 남한 사람들에게 탈북자가 당하고 산다는 그 흔한 레퍼토리. 아마도 관객들은 탈북자가 겪어야 하는 분노와 눈물의 무게를 예상할 것이다. 그러나 명희는 이 지점에서 정확히 180도 다른 행동을 보인다. 분노의 화살을 오히려 수진 언니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수군덕거리는 남한 친구들에게 겨눈다. 탈북자는 순진해서 그냥 당하기만 하고 주체적으로 ‘선의’를 베풀 수 없을 거라는 남한 사람들의 편견을 과녘 삼아 활시위를 당긴다. 

친구들에게 찾아가 “이 종간나 새끼들!”이라고 일성을 토했던 명희는 역시나,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수진 언니에게도 자신이 좋아서 한 일이라고 대꾸한다. 무엇이든지 돈으로 환산하는 남한 사람들의 통념을 흠씬 조롱하는 순간이다. 

바로 이 지점이 <명희>를 빛나게 만든다. 기존의 다른 탈북 영화들이 반복해서 재현했던, 소수자들을 제멋대로 재단하는 주류의 시선을 가볍게 전복하는 번뜩이는 쾌감을 안겨준다. 알량한 동정을 동반하느라 소수자들의 비극을 과장하는 그 지긋지긋한 태도에 관해 가장 도전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의 완성도에 완전히 동의는 못 하겠다. 또 다른 당위를 주장하기 위해 인물의 감정이 비약하고, 플롯의 개연성이 일정 무너진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명희>가 내장하고 있는 윤리적 태도야말로 이 영화의 빛나는 성취다. 근래 들어, 이렇게 영화의 윤리적 태도를 강단있게 문제삼은 영화가 있었던가. 그 동안 우리는 타자의 욕망과 슬픔에 대해 너무 섣불리 아는 척을 했던 건 아니었을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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