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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낮과 밤

유은정, 2012

[초이스]낮과 밤 대표 이미지

낮이 밤으로 바뀌고 수많은 불빛들이 보인다. 빛이 채워졌던 자리에 어둠이 앉고 다시 작은 빛들이 하나둘씩 생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 안에서 멀리 혹은 더 멀리에 있는 불빛들을 보면 궁금해 지는 것들이 있다. 차창 저 너머로 보이는 불빛들은 꼭 자기만을 비추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빛들은 무언가를 비추고 있고 비추는 범위는 저마다 다르다. 어떤 빛은 굳건하게 또 어떤 빛은 화려하게 또 어떤 빛들은 웅크리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 빛들이 다 어떻게 또 어떤 이유로 만들어 졌는 지는 알 수가 없다. 그 빛들이 비추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다. 

영화 <낮과 밤>은 지방에서 올라온 말수 없는 소녀가 서울의 가난한 동네로 흘러들면서 시작한다. 동네는 적의도 환대도 없다. 소녀도 쉽사리 소통을 바라지 않는 인상이다. 어느날 그녀는 자전거를 고치러 들른 가게에서 일을 하는 청년과 안면을 익힌다. 타향살이를 시작하지만 평범해보이는 동네는 은근히 범죄가 흉흉하고 구멍가게 비스무리한 편의점에 취직한 그녀 또한 번번히 가볍고 무거운 범죄의 대상이 된다.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연거푸 강도를 당한 그녀가 의지할 사람이라곤 그저 안면을 익힌 자전거 가게 청년 뿐이 없다. 

영화는 장르적인 기교를 쓰지 않아도 제법 긴장감이 있다. 일상적이면서도 이방인에게 낯설고 무서운 모습을 모여주는 서늘한 도시 안에서, 그녀와 자전거 가게의 청년은 조용하게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 청년 또한 언뜻 그 도시의 위험요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가 그녀를 해칠 것 같지는 않다. 

마치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렛미인>이라는 스웨덴 영화가 서울이라는 공간의 옷을 입은 것 처럼, 영화는 범죄와 위험이 노출되는 공간에서 그와 다른 온기를 절제로 만들어내며 매력을 드러낸다. 서로간의 관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영화는 선악을 구분해 놓지는 않는다. 그녀와 그 또한 의중을 알 수 없다. 

그녀는 마지막 그를 만나러 간다. 해는 지고 있고 그녀는 먼 거리에 멈춰서서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둘이 만나는 길 저 멀리서 서로가 말없이 자전거의 전조등을 비출 때, 그 둘 사이에는 서로에게만은 안전하다는 싸인이 있다. 외롭고 무서워질 밤으로 빨려 들어가는 시간 그 길목에서 서로의 안전지대를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도시의 총총한 불빛들 중 하나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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