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연재
[테마연재]<블루아워> 주의! 포스터에 속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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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태양이 뜨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는 시간이다. 동이 틀 때를 기다리는 풀과 나무, 소음을 내기 시작하는 도로와 각자의 하루를 시작하려 하는 사람들. 기대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시간은 무엇이든지 시작할 수만 있을 것 같다. 반대로 해가 막 지고 밤이 오기 직전의 하늘 또한 마찬가지이다. 소모했던 에너지들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고요함과 고독을 기다리는 상태로 돌아간다. 움직이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본다면 푸른 하늘의 빛은 곧 아침이 오는 것인지 밤이 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런 혼란과 혼돈은 약간의 광기를 동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미친듯이 뜀박질이 하고 싶다거나 깊숙한 어둠 속으로 들어가 아무도 찾지 않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지게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모순적인 시간을 블루아워라 칭한다. 전혀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양극단의 두 시간이 언젠가는 하나로 겹쳐지는 시침과 분침처럼 마주치는 순간이 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서른살의 CF감독 스나다(카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지쳐간다. 재미없는 남편과의 결혼과 촬영 현장에서의 스태프와의 연애, 조용하게 넘어갈 날 없는 하루. 하지만 스나다는 술만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기요우라(심은경)를 만나게 되고 고향으로 오라는 엄마의 말에 무작정 함께 떠나게 된다. 스나다의 고향은 이바라키의 작은 시골마을로 보이는 것은 산과 밭, 그리고 그다지 달갑지 않은 가족뿐이었다. 스나다는 이런 고향을 좋아하지 않는다. 촌스러움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반면 기요우라는 이바라키의 모든 것이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마치 아이처럼.
비가 많이 오던 날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스나다의 본가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엄마는 수다스럽고 아빠는 퉁명스럽다. 오빠와는 거의 남과 같다. 맥주를 찾으러 부엌의 냉장고를 열었을 때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삼각김밥 무더기를 보고 스나다는 표정이 일그러진다. 여기서부터 스나다가 고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양가감정이 조금씩 드러난다. 스나다는 분명 따뜻한 밥과 된장국이 먹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차가운 삼각김밥은 따뜻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진심을 말해야 하는 순간은 고통이 뒤따른다. 우선 그 진심이 좋든 나쁘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어른스럽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은 회피한다. 거기서 도망쳐버린다. 잠깐은 안심이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 도망쳤던 자신을 마주해야 된다는 불안이 엄습할 것이다. 스나다는 도망을 택했다. 그리고는 근처의 한 술집으로 기요우라와 도망쳤다. 불을 보고 뛰어드는 나방처럼 마을의 남성들은 그곳 여성들에게 야한 농담을 해댔다. 시끄러운 노래 소리와 웃음 섞인 음담패설을 듣고 있는 스나다는 이곳마저 벗어나고 싶어했다. 만나고 있던 스태프와 문자를 주고 받으며 견디고 있었다. 핸드폰만 바라보며 웃는 스나다에게 술집 주인은 한 마디 한다. “정말? 그래서 웃는 거야? 난 그런 웃음 별로던데. 솔직히 싫어. 다들 예쁘다고 하나본데 습관 되니까 조심해. 사실 추하거든.” 주인은 유일하게 스나다를 꿰뚫어보는 사람이다. 시골은 구질구질하고 도시는 쿨하고 이바라키는 추하고 도쿄는 세련됐다고 생각하는 스나다에게, 자신을 속이고 연기를 하고 있던 스나다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라고 연기는 그만하고 억지 웃음을 버리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지만 스나다는 여전히 두렵기만 하다. 자신과는 다르게 기요우라는 마이크를 잡고 촌스러운 노래도 곧잘 불러서일까.
서른살의 CF감독 스나다(카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지쳐간다. 재미없는 남편과의 결혼과 촬영 현장에서의 스태프와의 연애, 조용하게 넘어갈 날 없는 하루. 하지만 스나다는 술만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기요우라(심은경)를 만나게 되고 고향으로 오라는 엄마의 말에 무작정 함께 떠나게 된다. 스나다의 고향은 이바라키의 작은 시골마을로 보이는 것은 산과 밭, 그리고 그다지 달갑지 않은 가족뿐이었다. 스나다는 이런 고향을 좋아하지 않는다. 촌스러움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반면 기요우라는 이바라키의 모든 것이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마치 아이처럼.
비가 많이 오던 날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스나다의 본가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엄마는 수다스럽고 아빠는 퉁명스럽다. 오빠와는 거의 남과 같다. 맥주를 찾으러 부엌의 냉장고를 열었을 때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삼각김밥 무더기를 보고 스나다는 표정이 일그러진다. 여기서부터 스나다가 고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양가감정이 조금씩 드러난다. 스나다는 분명 따뜻한 밥과 된장국이 먹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차가운 삼각김밥은 따뜻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진심을 말해야 하는 순간은 고통이 뒤따른다. 우선 그 진심이 좋든 나쁘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어른스럽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은 회피한다. 거기서 도망쳐버린다. 잠깐은 안심이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 도망쳤던 자신을 마주해야 된다는 불안이 엄습할 것이다. 스나다는 도망을 택했다. 그리고는 근처의 한 술집으로 기요우라와 도망쳤다. 불을 보고 뛰어드는 나방처럼 마을의 남성들은 그곳 여성들에게 야한 농담을 해댔다. 시끄러운 노래 소리와 웃음 섞인 음담패설을 듣고 있는 스나다는 이곳마저 벗어나고 싶어했다. 만나고 있던 스태프와 문자를 주고 받으며 견디고 있었다. 핸드폰만 바라보며 웃는 스나다에게 술집 주인은 한 마디 한다. “정말? 그래서 웃는 거야? 난 그런 웃음 별로던데. 솔직히 싫어. 다들 예쁘다고 하나본데 습관 되니까 조심해. 사실 추하거든.” 주인은 유일하게 스나다를 꿰뚫어보는 사람이다. 시골은 구질구질하고 도시는 쿨하고 이바라키는 추하고 도쿄는 세련됐다고 생각하는 스나다에게, 자신을 속이고 연기를 하고 있던 스나다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라고 연기는 그만하고 억지 웃음을 버리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지만 스나다는 여전히 두렵기만 하다. 자신과는 다르게 기요우라는 마이크를 잡고 촌스러운 노래도 곧잘 불러서일까.

다음날 새벽 스나다는 운동화를 신고 어렸을 때처럼 동네 산길을 걷기 시작한다. 점점 빨라지는 발걸음. 아침인지 밤인지 모르는 빛과 어둠 사이에서 뜀박질을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자리에 멈춰선다. 뒤로 돌아보았을 때 손을 흔들고 있는 기요우라가 보인다. 머뭇거리는 스나다에게 손짓을 한다. 스나다는 그토록 미워하던 고향과 점점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좁혀지는 마음의 거리를 은유하는 것은 바로 스나다가 신은 운동화이다. 첫번째로 도쿄에서의 운동화. 여기서 운동화는 깨끗하다. 회식 후 길거리 벤치에서 잠이 들어 굴러 떨어지고 풀린 운동화 끈도 신발 속으로 아무렇게나 욱여넣는다. 하지만 고향집에 도착하자 내리치는 비 때문에 운동화는 호졸근히 젖어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산길에서의 뜀박질 때문에 운동화는 흙투성이가 된다. 비와 흙으로 물들어가는 운동화는 스나다가 고향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있는 것처럼 스나다도 알아채지 못한 사이에 고향에 물들고 있었던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더러워진 운동화로 보일 수 있다. 비와 흙이 묻은 신발은 예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이 전부가 아니다. 스며든 비와 흙 속에는 과거의 기억과 과거의 내가 있다. 그리고 그 신발을 현재의 내가 신고 미래로 달려나간다. 그게 혼란스럽고 모호한 블루아워라고 해도 말이다.
스나다가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하나가 고향이라면 다른 하나는 동물에 대한 거라고 할 수 있다. 스나다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기요우라에게 들려준다. 오빠와 함께 곤충의 날개를 떼서 장난친 것, 차에 치일 뻔 한 강아지를 대수롭지 않아 한 것. 반대로 돌봐주던 길고양이를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되자 분노한 일 따위를 들려준다. 스나다는 그때 느꼈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상대가 기요우라여서 가능한 일이었을까. 기요우라는 어떤 사람일까. 기요우라의 첫인상은 발랄하고 명랑한 사람이었다. 어딘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웃고 말했다. 어른의 행동이라기엔 어딘가 이상했다. 아이들을 생각하니 그 의문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겁은 나지만 하고 싶은 걸 해보고 때로는 착한 거짓말로 상대가 상처받지 않게 배려한다. 스나다와 엄마의 대화 중에서 엄마는 스나다에게 너는 어느쪽 사람이냐 묻는 장면이 있다. 기요우라는 도시 사람의 티가 많이 난다고 했다. 그렇다면 기요우라는 도시 쪽 사람일까. 아니다. 스나다는 이바라키와 도쿄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기요우라는 그런 스나다를 도와주고 위로해 줄 어린 스나다인 것이다. 공책 속에 그려진 그림처럼 스나다는 기요우라 같은 친구를 원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자신이다. 어렸을 때의 감정이 무뎌진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기요우라는 나타난 것이다. 스나다가 진짜 스나다로 성장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결국 부정하고 싶었던 과거를 스나다는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내일 먹을 빵을 사오라는 남편의 문자에 전화를 걸어 “나 말이야. 아침은 밥이 좋아. 된장국도 있어야 된다고! 콩도 좋아해! 콩도 좋아한다고!”라고 외친다. 마법 같은 순간이다. 이제 스나다를 도와 줄 친구는 사라져버린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스나다는 어른이 된 것이다.
블루아워는 다 지났다. 대신 노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마음도 끝이 보이는 걸까. 스나다는 어린 자기의 목소리의 작별인사를 받는다. 바이바이. 눈물을 참을 수 없다. 눈물은 나지만 입으로는 웃어 보인다. 시골 싫어! 촌스러워!라고 소리지르면서. 이에 기요우라는 말한다. “진짜 바보네요. 스나 씨 원래 촌스러워요. 촌스럽다는 거 괜찮지 않아요? 진짜 살아 있는 것 같고. 난 스나 씨 고향에 와 보길 잘한 것 같아요. 사람들 말하는 거 절반은 뭔 말인지 못 알아들었지만 역시 시골은 스릴 있네요.” 촌스럽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