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영화사의 순간들
1913년 6월 22일 잊힌 위대한 연쇄극 <닉 카터, 형사들의 왕>의 시네아스트 빅토랭-이폴리트 자세가 작별인사를 하다
1913 - 06.22
영화 <닉카터, 형사들의 왕> 포스터
영화사의 위대한 많은 순간이 사라져버렸다. 나는 전문적인 영화 고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모든 순간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시네마테크 혹은 영화제에서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영화사 속의 제목, 혹은 이름을 만나면 어떤 단서도 달지 않고 그냥 보러 간다. 빅토랭-이폴리트 자세(Victorin-Hippolyte Jasset)의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기적 같은 행운은 그렇게 얻어진 것이다. 말 그대로 잊힌 위대한 이름.
빅토랭-이폴리트 자세의 영화 제목을 열거하는 건 이 시기의 시네아스트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꽤 까다롭고 무척 곤란한 일이다. 왜냐하면 일련의 연작들을 찍었고 마치 연속극처럼 이어지는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빅토랭-이폴리트 자세의 영화 대부분이 분실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60여 개의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그 편수는 100여 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연쇄극은 조루주 아토가 미국에서 출판된 탐정소설을 각색한 <닉 카터, 형사들의 왕 Nick Carter, le roi des detectives>이라는 제목 아래 1908년에 만든 6편의 영화였다. 이 영화는 단지 대중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파리의 카페에서 영화 문화를 이루던 (아마도) 첫 번째 시네필 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진지한 야심을 지니고 있던 영화제작자들은 질투심을 안고 지켜보았다. 그중에는 루이 푀이야드도 포함되어 있다. 루이 푀이야드는 이 연쇄극의 마지막 편인 <검은 옷을 입은 강도들 Nick Carter, le roi des detectives-Episode 6: Les bandits en habits noirs>을 보고 나온 다음 “그날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보았다”라고 약간 탄식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빅토랭-이폴리트 자세가 장르영화만 만든 것은 아니다. 그는 아프리카 튀니지에 여행을 가서 (아마도 뤼미에르 형제의 영향을 받은) 다큐멘터리를 찍었으며, 에밀 졸라의 소설을 각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영화도 (내가 본 영화에 한정 지어 말하면) 시네마테크들의 필사적인 복원작업에도 불구하고 상당 부분의 네거티브 필름이 사라졌거나 원본을 식별하기가 불가능할 만큼 망가졌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펼쳐진 영화들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알려주었다. 그림자처럼 남의 집에 들어가 마술처럼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도둑질하는 악당들. 시적인 자동차 추격 장면들, 연극의 전통 아래 있으면서도 배우들은 사용할 수 없는 목소리 대신 표정과 제스처를 사용하기 위해 연기할 때, 거기서 빅토랭-이폴리트 자세는 영화만의 거리를 발명해냈다. 이 영화들이 없었다면 위대한 영화의 어떤 계보는 시작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빅토랭-이폴리트 자세의 열렬한 지지자인 도미니크 피아니는 좀 더 근사하게 설명했다. “빅토랭-이폴리트 자세는 필름 다르로부터 영화를 구해냈어요. 그는 연극 무대나 뮤직홀에 있던 영화를 길거리로 가져나온 다음 예술적으로 화면의 미장센을 불결하게 만들었지요. 그런 다음 거기에 빠른 속도, 그 속도감을 부여했습니다. 영화가 속도를 갖지 시작한 것이지요.”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사실은 빅토랭-이폴리트 자세가 야심을 갖고 각색을 시작한 쥘 베른의 소설 두 편을 영화로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 영화로 판타지 영화의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길 원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병이 그를 쓰러뜨렸다. 1913년 6월 22일 빅토랭-이폴리트 자세는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한 가지 사실을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빅토랭-이폴리트 자세는 아마도 영화 연출과 영화 이론을 겸한 첫 번째 시네아스트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1911년 10월 11일 「시네 저널」 165호에 ‘시네마토그래프에서 미장센에 관한 연구’라는 글을 썼다. 짧지만 분명하게 필름 다르 영화들을 비판한 다음 미국영화에서의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소개했다. 그런 다음 배우들의 연기와 그것을 바라보는 현장에서의 연출 관점 차이를 말하면서 영화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 의해 어떻게 “리얼리티의 환상을 완성하는지”를 약간 신비롭게 쳐다보듯이 썼다. 이 감탄할 만한 통찰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