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는 계속 하겠습니다
목포의 독립영화제와 독립영화관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현장
나는 목포가 고향이다. 태어난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목포에서 학교를 다녔고, 대학 진학 때문에 서울로 가게 되었다. 그 시절에는 다 그렇다.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하고 서울로 가고 싶은 마음. 학창 시절에는 목포를 꼭 벗어나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 작가가 되고 싶었고, 글을 쓰고 싶었고, 글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은 문예창작과를 가게 됐는데, 아마도 내가 다녔던 시기가 학생운동의 마지막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회에 관해 이전과는 다른 시선을 갖게 된 계기가 어릴 적 봤던 5.18 민주화운동 사진집이었고 광주 비디오였다. 성당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꿈을 안고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 마주했던 첫 풍경은 아직은 어렸던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지하도 통로 옆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던 주거를 상실한 사람들의 모습은 당시 목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인 서울의 모습이기도 했으니까. 대학을 졸업할 즈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 한겨례문화센터에 있는 비디오 제작학교를 수료했다. 그때 만들었던 작품이 ‘인권운동사랑방’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다. 나와 팀을 이뤄 두 명이 만들게 됐는데, 아마도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목포로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목포는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성인이 되고 달라졌던 것 같다. 평소 바라보지 못했던 목포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서 목포의 장점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알게 되고, 목포에서 영화를 계속 해봐야 겠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그렇게 광주 근교에 있는 대학의 연기·영상학과에 다시 진학했고, 본격적으로 영화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영화 공부를 하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방송국에서 VJ를 했었다. KBC광주방송과 광주 KBS에서 소위 꼭지 프로그램이라 불렸던 내용을 촬영하고 편집을 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 같다. 그런 과정에서 독립영화 상영회를 만들어 봤으면 하는 고민과 함께, 2014년에 작은 카페공간에서 다섯 편의 단편과 함께 공동체 상영을 시작하게 됐다. 이 작품 중에는 내가 만든 단편도 포함돼 있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상영이 지속될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객석을 가득 메워 주셨다. 반응도 너무 좋았다. 그때, 목포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할 때도 관객들이 찾아와준다는 점을 확인하고, 그다음 해를 준비했던 것이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의 시작이었다.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현장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 사진: NR1FF, 필자 제공
목포 국도 1호선은 당시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연결되어있는 도로이기도 해서, 끊어진 도로가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평화 통일에 대한 가치를 지향하는 마음으로 영화제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목포에서도 일상적으로 독립·예술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상영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고, 2018년 3월, 전남 최초의 독립영화관 시네마엠엠(MM)을 개관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제와는 이제 1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다섯 편의 단편으로 출발해 이제 지역에서 개최되는 독립영화제 중 가장 많은 영화를 상영(2025년 기준 장·단편 포함 76편)하며 한 해의 중간에 독립영화를 평가하고, 돌아보고,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더불어, 곧 개관 8주년을 맞는 독립영화관 시네마엠엠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작은 극장이 아니라, 목포 지역에서 독립·예술영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이다. 영화관, 교육 공간, 창작자 지원과 지역 커뮤니티 허브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복합적 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목포에서 독립영화를 안정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유일한 기반이 된다는 점이 무척 중요하다. 상업영화관에서는 보기 힘든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하면서 지역 관객의 영화적 감수성과 취향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역에서 영화 관람의 다양성이 끊기지 않도록 지켜내는 자리이기도 하다.
비록 좋은 컨디션을 가지고 있는 상영관은 아니지만 이 공간을 매개로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를 비롯해 여러 소규모 상영회와 토크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지역의 젊은 영상 창작자들이 실제로 작업하고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촬영, 리허설, 상영 테스트가 가능하고, “MM 큐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 감독들의 단편영화 제작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현실은 긍정적이지 않다. 전남은 제작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도시이기에, 별도의 공모사업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제 중 시네마엠엠 옥상 상영 전경
그래도 영화제를 개최하고 독립영화관을 만든 후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지역에서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목포에서 독립영화를 본다는 것이 어렵거나 낯선 일이었는데, 이제는 “시네마엠엠에 가면 새로운 영화를 만날 수 있다”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지역 관객들이 ‘감상하고 싶은 작품의 선택지’로서의 독립영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이 흐름이 지역 문화의 다양성을 넓혀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창작자들이 목포에서 실제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다. 촬영할 장소, 상영할 공간, 전문가의 조언, 시사회 같은 ‘영화 한 편을 완성하는 과정’이 시네마엠엠을 중심으로 가능해졌다. 그동안 수도권에만 존재하던 창작 생태계의 일부를 지역에서도 구현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MM 큐레이션”과 같은 제작지원 프로그램과 관객 프로그램을 경험한 젊은 감독들과 관객들은, 자신의 첫 작품을 목포에서 만들고, 그 영화를 통해 다시 시네마엠엠에서 관객을 만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 정말 지역에서도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창작과 상영이 같은 도시에서 순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시네마엠엠 주관 신진작가 시사회
전남 목포에서 독립영화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늘 ‘불안정함’과 함께 걷는 일이다. 비상설 영화관이기 때문에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특히 2년 동안 전액 삭감되어 버린 지역 영화 예산은 절망감을 가져다준다. 독립영화관에 대한 지자체와 정치인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지역균형발전을 이야기하지만 지역 영화는 여전히 뒤로 밀려나 있다.
문화 활동을 하는 것보다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창작자 지원이나 교육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감독이나 학생들의 열정은 크지만, 그들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제도나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한계를 계속 느끼게 된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지고, 그만큼 부담도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간의 활동을 지역에서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시네마엠엠 주관 글로컬 영화교육 포럼, 청소년 영화교육 현장
가장 기본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지원 구조가 필요하다.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고 상영하는 일은 시장만으로는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정책과 예산이 꾸준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올해도 가능하고 내년에도 가능하다’라는 예측 가능성이 생겨야 창작자들도 안심하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특히 독립영화관 운영비, 장·단편 제작 지원, 지역 영화제 운영비 등 지역 영화의 핵심 인프라에 대한 안정적인 예산 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 영화가 살아남는 힘은 결국 관객에게서 나온다. 관객이 많아서라기보다 ‘이 공간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가진 관람객 한 명 한 명이 영화관의 생존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시네마엠엠은 월 만 원의 구독료를 내면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운영된다. 모든 비용을 엠엠에서 부담하고 티켓을 발권하면서 독립영화를 언제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관람 시스템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고, 현재 회원은 160명 정도 된다. 지역 관객들이 독립영화를 선택지로 받아들이는 태도, 선호의 폭을 넓히려는 마음, 지역에서 만든 영화를 응원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활동가들 역시 버티는 힘과 공동체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람의 열정만으로 유지되는 공간은 오래가기 어렵다. 일을 함께 나누고, 감정적으로 기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지역 문화 기반을 ‘함께 만든다’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영화는 결국 사람이 지키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관객 한 명, 활동가 한 명, 창작자 한 명이 이 생태계를 유지하는 결정적 존재다. 지역 영화를 바라볼 때 ‘이 작은 불씨가 사라지지 않도록 서로 조금씩 숨을 불어넣어주는 것.’ 그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다. 해마다 8월이 되면 우리는 전국에서 모여드는 영화인과 관객을 만난다. 이 지면을 통해 만난 여러분들을 올해 8월 여름, 목포 시네마엠엠에서 만나고 싶다.
* 현장 사진: 필자 제공
정성우(시네마엠엠 대표) l 목포에서 영화교육과 영화제를 만들어 가고, 가끔 영화도 만든다.
최근에 만든 극영화 <너만 보이는 시간>(2024)과 다큐멘터리 <갈 수 없는 나라>(2022), 그리고 웹드라마, 광고 등 다양한 작업들을 지역에서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