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자료 해제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1967)> 검열서류 해제
아서 펜(Arthur Penn) 감독이 연출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1967>는 워너브라더스에서 제작한 영화로 1930년대 미국의 대공항 시대에 은행 강도였던 보니와 클라이드의 실제 삶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는 1968년 11월 16일 단성사에서 개봉되었다. “보니와 클라이드”라는 실존 인물이 가진 상징성을 공유할 수 없었기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제명으로 개봉하였는데, 영화가 “불우하게 태어나 내일 없는 젊음을 절망과 반항, 자포자기 속에서 불살라1” 버리는 내용을 담고 있어 수입과 개봉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1966년 12월 2차 영화법이 개정되고, 1967년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외국영화 수입과 상영절차는 보다 까다로워졌는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경우는 수입 승인 단계에서 거부를 당하기도 했다. 기존의 ‘외국영화 수입추천’ 과정이 ‘수입예정 외국영화 사전심사’로 바뀌면서 영화 내용에 대한 사전 검열이 보다 명시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벌어진 일이었다.
외국영화가 가진 대중적 영향력이 컸던 탓에 기본적으로 외화수입 추천과정은 그 자체로 검열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세기상사가 수입해오면서 왜색논란이 빚어졌던 <8月 15夜의 찻집(The Teahouse Of The August Moon, 1956)>은 1961년 10월 27일부터 1962년 10월 27일까지 1년간 총 3번에 걸쳐 수입추천 신청이 반려된 경우였다. 정책 당국은 영화상영 허가를 보류하면서 상영에 제동을 걸었지만, 결국 영화는 1963년 9월에 상영 허가를 받게 된다2. 외화수입업자들은 흥행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영화를 수입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당국의 입장에서는 수입된 영화를 엄격하게 금지할 경우 무의미한 외화(外貨)의 유출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고려해야 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심의 서류를 통해 검열 과정을 재구성하면서 발견할 수 있는 사실은 외화수입업자들이 피검열자의 위치에서 당국의 처분을 받아들이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의 몫을 정당하게 주장하는 위치에서 당국과 협상을 벌이는 행위 주체였다는 것이다. 심의 과정을 시간 순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사전 심사 절차
1) 수입예정 외국영화 사전심사 의뢰서 제출(1968.6.27.)
1968년 6월 27일 <우리에게 내일의 없다>의 수입사인 합동영화사는 수입예정인 영화에 대한 기본정보를 담은 ‘수입예정 외국영화 사전심사 의뢰서’를 문화공보부에 제출한다. 서류에는 영화 원제, 제명을 비롯한 제작주체의 국적 및 영화 종별이 기재되어 있다. 이는 1967년 2차 영화법 시행령이 발효된 이후에 달라진 형식으로 기존의 ‘수입영화 추천허가 신청서’의 양식에 비해 간소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별첨 자료로서 사전심사에 필요한 영화의 시놉시스(영문)와 수기로 작성된 영화의 줄거리, 기타 홍보자료가 첨부되어 있는데, 俺たちに明日はない(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제명의 일본어 포스터가 포함되어 있어 한국어 제명이 일본어 제명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사전심사 의뢰서 및 홍보자료
2) 수입예정 외국영화 사전심사 결과 통보 절차(1968.7.10.)
1968년 7월 4일, 문화공보부는 수입사인 합동영화사에게 “6.27일자 제출한 수입예정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사전심사 신청에 대하여는 당부가 심사한 결과 그 내용이 단순한 범죄행위로서 ‘추천할 수 없는 것’임을 통보”한다. 그리고 아래 서류와 같은 형식으로 두 개의 ‘검토의견’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영화사가 제공한 ‘줄거리’를 토대로 제출된 것으로 생각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시나리오 검토의견
1. 제명: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2. 원작자:
3. 각색자: 데이빗드 뉴맨
4. 제작자: W. B.社 (미국)
5. 내용: (생략)
6. 의견: 영화 내용의 대부분이 연소자들의 범죄(犯罪) 행각(行脚)을 주로 묘사한 것으로, 이는 사회정화에 폐해(弊害)를 가져올 우려가 있으므로 추천(推薦)불가함.
3) 수입예정 외국영화 사전심사 재의뢰 및 수입 허가 통보(1968.9.23.)
1968년 9월 17일, 수입추천이 반려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합동영화사는 영화에 대한 미국 언론의 반응을 보여주는 논평들과 함께 사전심사를 재의뢰한다. 그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문화공보부에서는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는 해외의 논평들을 근거로 영화에 대한 수입허가를 통보한다. 1968년 9월 23일에 승인된 결과통보 기안지에는 승인 근거로서 영화에 대한 평단의 반응을 옮겨놓고 있다. 다음 서류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내용이 수기로 작성된 것이라 판독이 쉽지 않으나 몇 부분만 옮기면 아래와 같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관련 해외 평
해외평
현재까지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 중 최우수 작품의 하나
볼만한 가치가 많고 훌륭하게 제작된 탁월한 가치가 있는 영화. 미국의 금년 최우수 작품의 하나
노도와 같은 소용돌이. 영화의 예술작품. 스크린은 폭력으로 **되있으나 폭력은 의미심장한 것이고 이 둘 진실한 인간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잊을 수 없는 작품. 경의를 표한다.
2. 수입추천 절차
1) 외국영화 수입추천 신청서 제출(1968.9.26.)
수입예정 영화에 대한 사전심사를 마친 후, 합동영화사는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수입추천서를 문화공보부에 제출한다. 해당 신청서에 추가적으로 기입되는 사항은 영화의 규격(35미리 12권 3편)과 수입가격(로얄티 US $18,000, 프린트대 US $1,800)이다. 해당 문서는 한국영화제작자협회를 경유하여 문화공보부로 제출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수입추천 신청서류에는 허위신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실사고사를 받을 것이라는 내용의 각서와 외국영화 수입쿼터 사용확인서, 합동영화사가 대한연합영화사에게 오퍼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양도서, 워너브라더스 일본지사와 체결한 계약서 사본 3통 및 국문으로 된 영화홍포 리플렛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워너브라더스 일본지사와 영화 계약 오퍼를 양도받은 대한연합영화사가 채결한 계약서의 경우, 계약 조건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서류라 생각된다. 계약서의 형태는 물품매도확약서(offer sheet)인데, 이는 1968년 5월 20일에 작성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서류에는 판권대금과 배급 지역(한국) 그리고 2년간의 배급 라이센스 기한이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해당 계약이 취소불능신용장(irrevocable L/C)으로 작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계약을 통해 수익을 얻는 자(수익자)인 워너브라더스 사의 동의가 없이는 해당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물품 매도 확약서
이러한 사실을 통해 수입예정 사전심사 과정을 되짚어보면, 합동영화사를 대리한 대한연합영화사는 사전심사를 받기 전인 1968년 5월 20일에 이미 취소불능신용장으로 영화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였다. 살펴본 바와 같이 해당 건은 사전심사에서 수입불허가 통보를 받았었는데, 계약을 이미 체결한 상태인 영화사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뜻을 분명하게 관철시켜야만 했다. 영화수입업자로서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데, 영화 판권 계약을 취소불능신용장으로 체결해야 하는 당시의 정황은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2) 외국영화 수입용 외화(外貨) 사용허가 및 수입 추천 절차(1968.10.2.)
1968년 10월 2일, 문화공보부에서는 외국영화 수입에 필요한 외화사용을 허가하기 위해 관계 기관에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한다. 수신처는 기존과 동일하게 상공부장관, 외환은행장, 서울세관장이며, 여기에 한국은행총재가 추가되었다. 해당 서류에는 부내참고로서 해당 건이 제 18차 베를린 영화제 출품작인 <망각>에 대한 보상 쿼터임을 명시하고 있고, 1968년 9월 23일 사전심사를 통해 수입가능 통보를 내렸음을 알리고 있다.
3. 실사검열 절차
1) 영화검열 신청서 제출(1968.10.28.)
영화의 배급자인 합동영화사는 1968년 10월 28일자로 영화검열 신청서를 접수한다. 서류에 기입된 작성일자는 10월 25일이나 서류가 접수된 시점은 10월 28일로 확인된다. 동일하게 해당 서류는 한국영화제작자협회를 경유(1968.10.28.)하여 문화공보부의 승인을 얻게 된다. 승인 일자는 1968년 11월 4일이다. 검열을 신청하는 주체는 별첨자료로서 시세완납증명서와 자립저축이행필증명서, 면허세납세증명서, 수입신고서, 외국영화수입추천서를 첨부하여 신청을 접수하게 된다.
2) 외국영화 검열결과 통보(1968.11.9.)
문화공보부에서는 11월 2일자로 검열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11월 9일에 영화사에 통보하였다. 합동영화사는 11월 9일자로 검열필증을 받게 되는데, 제한사항으로는 화면삭제 4개처, 화면단축 2개처, 대사삭제 3개처를 지정하였다. 제한 사항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검열 제한 사항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제한사항)
화면삭제
1. 그라이드의 지나친 나체 장면
2. 경찰의 습격을 받고 형 및 형수가 피투성이가 되는 장면 및 경관 살해장면
3. 경비대장을 배에 태워보내는 장면
4. 남녀주인공이 경찰의 무차별 총격으로 죽어가는 장면
화면단축
1. 보니가 노인(차에 매달린)을 소아 자동차 유리창에 피가 비치는 장면
2. 남녀 배드신(여자가 몸부림치고 남자를 더듬는 장면)
대사삭제
1. 목사의 딸이라 헌금을 좋아하지
2. 직업은 은행강도
3. 사업은 은행강도 (밑줄은 원문)
해당 영화의 경우, 내무부의 의견이 함께 제출되었는데 내무부에서는 “전체적인 범죄수법이 사회에 경종을 주는 것보다는 청소년들의 범죄 행위의 모방 또는 인간 사회생활의 절망적 기풍조성과 경찰에 대한 불신조장 등으로 사회적인 물의가 야기될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을 보낸다. 이는 문공부 자체에서 검열한 의견서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검열필증에 기재된 제한사항은 이 둘을 종합한 것이었다.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검열의견만 놓고 본다면 수입 및 상영이 제한될 수준이었지만, 영화가 해외의 평단으로부터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로 인해 영화는 상영이 허가된다. 이를 통해 검열과정이 국가의 제도적 폭력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다양한 사회적 힘들의 경합하고 협상하는 지점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의 서류를 통해 검열과정의 구체적인 내막을 살펴보는 작업은 검열 과정에서 어떤 논리가 어떤 수준으로 개입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1. 「내일은 없다」, 《경향신문》, 1968.11.16.
2. 「<8月 15夜의 찻집> 검열 서류」(한국영상자료원 소장)를 기반으로 정리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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