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016년, 내가 기대하는 영화 ②
< 헤일, 시저! Hail, Caesar! > 조엘 코엔, 에단 코엔 감독 | 조시 브롤린, 조지 클루니, 엘든 이렌리치, 랄프 파인즈, 요나 힐, 스칼렛 요한슨, 프랜시스 맥도먼드, 틸다 스윈튼, 채닝 테이텀 이 영화를 기대하는 모든 이유가 ‘코엔 형제의 신작’이라는 네 마디에 다 들어 있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언제나 장르의 관습을 아무렇지 않게 뒤틀며 우리의 기대를 보기 좋게 빗겨난다. 그 예상치 못한 길의 끝에는 우리네 삶의 소소한 진실이 자리 잡고 있다. < 헤일, 시저! >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950년대 할리우드,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든 대작 영화의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주연배우 베어드(조지 클루니)가 사라진다. 이에 할리우드의 해결사 에디(조시 브롤린)가 그를 찾아 나선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 주인공의 진실 찾기는 늘 보잘것없는 답을 구하는 데서 끝난다는 사실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요지경 같거나 허무한 풍경 그 자체다. 그렇다면 <헤일, 시저!>가 그리는 그 풍경은 195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의 찬란했던 모습일 테다. 과연 코엔 형제가 지금의 스타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바라본 할리우드 황금기는 어떤 시대일까. < 워 머신 War Machine > 데이비드 미코드 감독 | 브래드 피트, 벤 킹슬리, 에모리 코헨, 토퍼 그레이스 < 트리 오브 라이프 >(2011) < 머니볼 >(2011) < 노예 12년 >(2013) < 셀마 >(2014) < 빅쇼트 >(2015)로 확실해진 사실 하나.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실험적이며, 완성도 높고, 문제의식 가득하며, 대담한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는 바로 플랜B라는 사실이다. 맞다. 브래드 피트가 소유한 바로 그 영화 제작사다. < 워 머신 >은 플랜B가 2016년에 선보이는 코미디 전쟁 영화다. 미국 저널리스트 마이클 헤이스팅스가, 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인 스탠리 맥크리스털의 이야기를 쓴 동명 논픽션(2012)이 원작이다. 맥크리스털은 2010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한 것이 문제가 돼 사령관직을 사직했다. 플랜B는 이 영화에서 맥크리스털(브래드 피트)이란 인물을 통해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얼마나 신랄하고 기발하게 풍자할까. 더욱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은 이는 호주의 기대주 데이비드 미코드 감독이다. 최근작 < 더 로버 >(2014)는 실망스러웠지만, 그의 첫 장편 < 애니멀 킹덤 >(2010)이 안겨줬던 충격을 생생히 기억한다. 플랜B가 선택한 미코드 감독의 연출력을 한 번 더 믿기로 한다. < 곡성 > 나홍진 감독 | 곽도원 , 황정민 , 천우희 첫 장편 연출작 < 추격자 >(2008)로 강렬하게 증명했듯, 나홍진 감독은 한국영화 특유의 사실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장르의 박진감을 증폭하는 전략을 쓴다. 그의 두 번째 장편 < 황해 >(2010)는 그 실험이 더 극한으로 치달았던 작품이다. 연변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구남( 하정우 )의 수난기는 사실적이다 못해 극단적이었고, 대형 트럭이 맞부딪치고 나뒹구는 액션 장면은 기존 한국영화 속 자동차 액션의 규모와 스펙터클을 뛰어넘겠다는 야심이 엿보였다. 그 욕심이 과했던 걸까. 극단적 사실성과 장르적 쾌감 모두 배가하려는 <황해>의 시도는 그 둘의 불균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과연 나홍진 감독은 <황해>의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그 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 곡성 >이다.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기이한 소문과 사건을 그리는 미스터리 영화라는 것밖에, 지금으로서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이 지독한 감독의 절치부심이 어떤 작품을 낳았을지,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실험의 결과가 궁금하다. < 단지 세상의 끝 Juste la fin du monde > 자비에 돌란 감독 | 가스파르 울리엘, 나탈리 베이,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자비에 돌란이란 이름이 그저 ‘젊고 잘생기고 재능 있는 인물’에 열광하는 힙스터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돌란 감독은 < 마미 >(2014)를 통해 똑똑히 증명해 보였다. <마미>에서 보듯 그의 영화에는 흡사 뮤직 비디오 같은, 젊고 감각적인 영상이 있는가 하면, 낡고 나이 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한눈에 세상을 뒤흔드는 사랑에 빠지는 순수가 있는가 하면, 그것이 영원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애늙은이 같은 면이 있다. 매혹의 뒤편에 공포와 슬픔을 그리고, 희망의 뒷면에 절망을 새긴다. 돌란은 한마디로 똑 떨어지는 단순한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단지 세상의 끝>은 만드는 영화마다 자신의 세계를 한 발씩 넓혀온 돌란이 <마미> 이후 선보이는 신작이다. 12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작가 루이스(가스파리 울리엘)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 안에 돌란의 더 넓은 우주가 담겨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촬영현장 < 레스터 버티컬 Rester Vertical > 알랭 기로디 감독 | 크리스티앙 발레트, 인디아 헤어, 로르 칼라미 2013년 한 영화제에서 알랭 기로디 감독의 < 호수의 이방인 >을 봤을 때를 기억한다. 남성 동성애자들이 노골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호숫가에서 벌어진 살인에 얽힌 진실을 찾아가는 이 영화는, 그 무엇도 거리낄 것 없는 대담한 표현과, 한 순간 영화의 분위기를 뒤흔드는 강렬한 연출로 알랭 기로디란 이름을 관객의 뇌리에 박아 넣었다. <호수의 이방인>이 등급 심의 문제로 여전히 국내 개봉을 못하고 있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기로디 감독은 그동안 벌써 다음 영화의 촬영을 끝냈는데 말이다. 그의 신작이 바로 < 레스터 버티컬 >이다. 그는 이 영화의 줄거리를 비밀에 부치며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의 심장 깊숙한 곳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집에 가까이 가는 긴 여정에서 믿기 어려운 것을 믿게 되는 광경을 그리고자 했다.” 배짱 넘치는 그의 신작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한 말이다. 올해 영화제에서 볼 수 있기를 첫손에 꼽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