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가디언즈
- 감독
- 신우, 황연
- 제작년도
- 2017
- 출연
- 박소라, 장경희, 안종덕, 고성일, 박영화, 변종필, 윤복성
삶은 개구리 증후군. 현재 모든 미디어가 처해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모두 데워지기 시작한 냄비 안의 개구리 신세지만, 물이 끓는 줄도 모른 채 넋 놓고 있는 게으른 개구리는 없다. 미디어 환경은 분기별로 트렌드가 바뀌고, 사용자는 이미 모바일 왕국으로 이사를 떠났다. 삶아지기 전에 냄비 밖으로 튀어나가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과연 냄비 밖에 우리들이 살아갈 새로운 ‘물’이 존재하는가? 아무도 모른다. 일단 냄비 밖으로 튀어나왔는데, 가도 가도 바싹 마른 모래사막이라면? 튀어나갔다가 더 빨리 죽을지도 모른다. 일단 지금은 살아야 한다. 점차 뜨거워지는 냄비 안에서 괴롭게 버티면서, 다들 사력을 다해 생존 가능한 냄비 밖 개척지를 찾고 있다. 이미 흐물거리기 시작한 ‘종이 개구리’들은 더욱 절박하다. 맥스무비가 2013년 11월 종이 잡지 『맥스무비 매거진』을 복간할 때, 사라져가는 종이 영화 잡지의 귀환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우려하는 시선이 더 많았다. 오랜 오프라인 기반 미디어들이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며 종이 대신 온라인에서 생존 가능성을 찾는 차에 온라인 기반이었던 맥스무비가 종이 잡지, 그것도 이제는 종적을 감춘 ‘영화 월간지’를 되살린다니 그럴 만했다. “요즘 사람들은 (잡지)를 안 읽는다”는 조언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맥스무비가 선택한 ‘종이 월간지’는 오히려 냄비 밖에서 물을 찾으려는 탐험이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읽지 않는 시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디어는 항상 ‘독자(소비자)’를 향한다고 말하지만, 대개 ‘만드는 사람’ 중심으로 사고한다. 예전처럼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왜 읽히지 않을까. 이 질문을 파고들 때, 미디어라면 ‘읽을 것이 없는 시대’를 만든 자기 반성이 더 중요한 질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비자 입장에선 ‘돈을 주고 사서’ 읽을 만한 것이 없는 시대가 됐고, 더 큰 책임은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있다. ‘온라인은 확산 매체, 오프라인은 저장 매체. 온라인 콘텐츠는 공유하고 싶어야, 오프라인 콘텐츠는 소장 하고 싶어야 살아남는다.’ 기존의 온라인 미디어 맥스무비에 월간지 『맥스무비 매거진』을 복간해 ‘On & OFF’ 양 날개를 정비하면서 세운 원칙이다. 온라인 콘텐츠는 빠르고, 쉽게 많은 사용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빠르고 쉽게 흘러가 버린다. 다들 공들여 콘텐츠를 만들지만, 수많은 뉴스피드 안에 섞여 들어가면 비슷비슷하게 보인다. 무엇보다 온라인 콘텐츠는 대개 ‘무료’다. 전문 미디어로서 생존하기 위해선 반드시 우리만의 무기가 필요했고, 유가 종이 잡지가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콘텐츠는 그 성질이 달아야 한다. 하나의 콘텐츠를 그저 양쪽 그릇에 옮겨 담아선 안 된다. 그래서 월간지의 방향을 ‘대특집’으로 잡았다. 한 가지 이슈를 정해 잡지 전체 콘텐츠의 60% 이상, 매달 80~1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특집 이슈로 채웠다. 오프라인 콘텐츠는 일부 확산 가능한 아이템을 제외하면 온라인에 무료로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고 소장한 사용자에게 지불 가치를 보존해줘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년간, 36권의 잡지 중 몇몇 이슈는 즉각적인 독자의 반응을 얻어 완판 사례를 기록했다. 판매율도 높아져 평균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매진된 이슈가 중고 사이트에서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기도 했다. 타 월간지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했고, 부록 등의 부가 선물을 제공하지 않고 얻은 성과였다.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를 확인했지만, 시행착오의 기간이기도 했다. 어렴풋이 선택과 집중의 윤곽을 더듬었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었다. 말이 쉽지, 독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면서 영화 전문 미디어로서 아카이빙의 가치를 갖는 콘텐츠를 매달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운 것은 ‘골라 담기’였다. 한 주에 평균 크고 작은 20여 편의 영화가 개봉하고, IPTV로 직행하는 영화들도 있다. 영화와 관련된 책과 공연도 줄줄이 등장한다. 감독, 배우, 스태프 등 놓치고 싶지 않은 인물도 많다. 모든 ‘NEWS’는 즉각 온라인 피드가 되어 돌아다니기 때문에 미리 취재해서 월간지에 실어도 종종 뒷북처럼 여겨졌다. 한정된 인원으로 온라인 콘텐츠는 속도 경쟁에 합류하면서, 오프라인 콘텐츠의 소장 가치를 강화하는 일이 힘에 부쳤던 것도 사실이다. ‘투 트랙’ 전략은 우리 모두에게 낯설었고, 전례도 없었다. 콘텐츠를 만들 때, 더하기보다 빼기가 열 배쯤 중요하다는 걸 3년의 시행착오 끝에 배웠다. 원 이슈 『맥스무비 매거진』, 원피스 ~ 봉준호 ‘백 가지를 나직하게 속삭이지 말고, 한 가지를 크게 부르짖어라’ 책 『미친 듯이 심플』 2016년 12월 『맥스무비 매거진』 시즌 2 ‘원 이슈 리뉴얼’은 쉽지 않았던 ‘빼기’의 결과물이다. ‘대 특집’을 내세우면서도 이 영화도 빼면 안 될 것 같고, 이 인물도 빼면 안 될 것 같고,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지 않겠냐며 주섬주섬 담았던 게 사실이다. ‘잡지는 잡스러워야, 잡지’라는 오랜 습관을 털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올인’은 살 떨리는 배팅이다. 우리가 선택한 하나가 독자에게 외면받으면 끝이라는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하나를 크게 부르짖기 위해선, 다른 것을 빼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활성화된 온라인 플랫폼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첫 원 이슈 『맥스무비 매거진』 37호의 주제는 < 원피스 >였다. 다른 데서 볼 수 없었던 우리의 콘텐츠가 필요했다. 10년 넘게 원피스 인물들에게 목소리를 빌려줬던 국보급 성우들을 한 자리에 모았고, 일본 도쿄 타워에 위치한 ‘원피스 테마파크’로 취재를 떠났다. 시도 때도 없이 “나는 해적왕이 될 거야!”를 외치는 루피의 무대뽀 정신을 우리에게 세뇌시켰다. “가자! 그곳이 어디든!”은 우리의 등을 다독여주는 대사처럼 들렸다. 첫 원 이슈 매거진 <원피스>는 고맙게도 완판됐고, 재판을 찍었다. 이후 ‘신카이 마코토’ 이슈 38호는 < 너의 이름은. > 촬영지 직접 투어 콘텐츠가 회자되며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이슈 39호 ‘로건’, 2017년을 빛낼 라이징 스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한국에서 발행된 봉준 호 감독의 첫 단행본 형식 매거진 ‘봉준호’,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배우 설경구의 25년을 담은 ‘설경구는 아름답다’까지 원 이슈를 이어왔다. 고맙게도 독자들은 지갑을 열었고, 완판 보도 자료를 여러 번 낼 수 있었다. ‘읽지 않는 시대는 없다’고 말해주는 독자들 덕분에 매번 용기를 얻고 있다. 물론 ‘원 이슈’라는 길을 앞서간 훌륭한 매체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일본의 기획 매거진 『부루투스』 『뽀빠이』의 지속성, 한국의 브랜드 원 이슈 『매거진 B』가 닦아 놓은 단행본 형식 매거진의 가능성을 영화 잡지에 접목 시켰다. 마침 문학계에서도 『릿터』 『악스트』 『미스테리아』 등의 잡지가 창간되어 주목받았다. 마침 올해 6월,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이 출간되면서 ‘한물갔다’고 조롱당하던 낡은 것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 같은 흥분도 있었다. 이 책의 원제는 ‘아날로그의 복수 THE REVENGE of ANALOG’다. ‘레거시(Legacy)’라는 우아한 오명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했던 오프라인 미디어에겐 ‘반격’이 더욱 통쾌하게 들리겠지만, ‘복수’가 더 정확하고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반가운 마음에 『아날로그의 반격』을 오독할 수도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이 시작되었으니 과거의 종이 잡지를 그대로 만들어도 사 줄 독자가 있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 지금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대등하게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다만 이 책은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말살시킬 것처럼, 아날로그는 완벽하게 숨이 끊어진 것처럼 떠들던 호들갑이 ‘팩트’가 아님을 확인시킨다. ‘아날로그’ 혹은 ‘종이’라는 이유로 덮어놓고 한물간, 구태의연한, 혁신적이지 못한, 박물관에서나 구경할 법한 ‘유물’ 취급을 하는 것인 매우 쉽다. 동시에 게으르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독트린에 휩쓸려 디지털이라는 껍데기만 주물럭거리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수두룩하다. 뉴스피드에 난무하는 큐레이션을 가장한 카피 콘텐츠는 미디어 신뢰도를 깎아 먹었고, 조각난 정보로 오독을 불러일으키고, 조회 수 낚시질에 열을 올리다가 ‘기레기’라는 오명을 얻지 않았나. 게다가 모두 디지털을 외치고 있지만, 디지털 미디어는 아직 괄목할 만한 매출 구조를 찾지 못했다. “자동차가 발명됐다고 말이 사라진 게 아니다. 비싸고 귀해졌을 뿐.” 『뉴스위크』프리미엄 인쇄본 재창간 축사에서 2013년 종이 잡지를 폐간한 『뉴스위크』가 1년 만에 『뉴스위크』 프리미엄 인쇄본을 재창간 하면서 일러 준 교훈이다. 『맥스무비 매거진』원 이슈를 발행하면서 얻은 교훈을 덧붙이자면, ‘종이 잡지’는 비싸고 귀한 말을 탄 ‘경험’을 공유하는 사용자가 있어야만 가치가 생긴다. 특히 ‘신카이 마코토’와 ‘로건’ 그리고 가장 최근 발행한 43호 ‘설경구는 아름답다’를 만들면서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 얼마나 적극적이고 열성적인지 놀랍게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사용자들에겐 경험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최근 원 이슈 매거진 발행 후 우리는 동일한 콘텐츠 경험이 타인과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되어 준다는 걸 확인했다. 콘텐츠 구매 경험을 통해 연결되고 싶은 욕구를 가진 독자를 찾아내고, 그들이 소장 하고 싶어 하는 이슈를 탐색하는 예민함이 에디터에게 어느 때보다 필요한 자질이라는 걸 배워가고 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이슈를 찾는 건 유니콘을 찾는 것과 같다. 원 이슈 『맥스무비 매거진』은 앞으로 ‘콘텐츠를 사고 싶어, 살 수 있는’ 사용자가 잡지를 손에 쥐고, 책장을 넘기는 그 경험을 만족시킬 콘텐츠를 찾기 위해 더욱더 눈에 불을 켤 생각이다. 사족이지만, 비싸고 귀하지만 소장할 만큼 가치 있다고 판단할 수준의 콘텐츠 완성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독자는 귀한 줄 안다면, 귀한 대접을 하는 게 당연하다. 구구절절 길게 적고 보니, 실은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를 혼자 비장하게 떠든 것 같아 부끄럽다. ‘맥스무비’가 온라인 영화 미디어로 쌓아온 시간이 18년, 유가 오프라인 잡지를 발행한 지 4년이 됐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아직 쌓아가야 할 것이 더 많다. 오프라인 매거진은 더욱 공들여 독자를 만족시켜야 하고, 온라인 미디어는 더 빠르게 퍼져나가야 한다. 맥스무비 동영상 콘텐츠는 가벼운 스낵 스타일을 탈피해 더욱 ‘영화적’인 콘텐츠로 방향을 잡았다. 온라인에 무료 배포하지 않았던 종이 잡지 콘텐츠는 디지털 그릇에 제대로 담아 유료화 서비스로 선보일 계획이다.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것과 절대 바뀌지 않을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미디어 종사자들의 숙명이니 앓는 소리 할 것도 없다. 가끔 예전이 그리울 때도 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인터뷰를 한 뒤, 대화하고 생각하며, 글을 다듬고 또 다듬어서, 며칠 불면의 마감을 보낸 뒤 따끈한 잡지 한 권을 들고 소주 한잔하러 가면 일이 끝났던 때. 하지만 시간은 똥도 꽃으로 만든다고 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한 번도 쉬운 적은 없었다. 그래서 눈이 팽팽 돌아가는 이 시대도 즐겁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영화만을 말할 수 있는, 영화 전문 미디어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니까.
삶은 개구리 증후군. 현재 모든 미디어가 처해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모두 데워지기 시작한 냄비 안의 개구리 신세지만, 물이 끓는 줄도 모른 채 넋 놓고 있는 게으른 개구리는 없다. 미디어 환경은 분기별로 트렌드가 바뀌고, 사용자는 이미 모바일 왕국으로 이사를 떠났다. 삶아지기 전에 냄비 밖으로 튀어나가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과연 냄비 밖에 우리들이 살아갈 새로운 ‘물’이 존재하는가? 아무도 모른다. 일단 냄비 밖으로 튀어나왔는데, 가도 가도 바싹 마른 모래사막이라면? 튀어나갔다가 더 빨리 죽을지도 모른다. 일단 지금은 살아야 한다. 점차 뜨거워지는 냄비 안에서 괴롭게 버티면서, 다들 사력을 다해 생존 가능한 냄비 밖 개척지를 찾고 있다. 이미 흐물거리기 시작한 ‘종이 개구리’들은 더욱 절박하다. 맥스무비가 2013년 11월 종이 잡지 『맥스무비 매거진』을 복간할 때, 사라져가는 종이 영화 잡지의 귀환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우려하는 시선이 더 많았다. 오랜 오프라인 기반 미디어들이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며 종이 대신 온라인에서 생존 가능성을 찾는 차에 온라인 기반이었던 맥스무비가 종이 잡지, 그것도 이제는 종적을 감춘 ‘영화 월간지’를 되살린다니 그럴 만했다. “요즘 사람들은 (잡지)를 안 읽는다”는 조언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맥스무비가 선택한 ‘종이 월간지’는 오히려 냄비 밖에서 물을 찾으려는 탐험이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읽지 않는 시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디어는 항상 ‘독자(소비자)’를 향한다고 말하지만, 대개 ‘만드는 사람’ 중심으로 사고한다. 예전처럼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왜 읽히지 않을까. 이 질문을 파고들 때, 미디어라면 ‘읽을 것이 없는 시대’를 만든 자기 반성이 더 중요한 질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비자 입장에선 ‘돈을 주고 사서’ 읽을 만한 것이 없는 시대가 됐고, 더 큰 책임은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있다. ‘온라인은 확산 매체, 오프라인은 저장 매체. 온라인 콘텐츠는 공유하고 싶어야, 오프라인 콘텐츠는 소장 하고 싶어야 살아남는다.’ 기존의 온라인 미디어 맥스무비에 월간지 『맥스무비 매거진』을 복간해 ‘On & OFF’ 양 날개를 정비하면서 세운 원칙이다. 온라인 콘텐츠는 빠르고, 쉽게 많은 사용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빠르고 쉽게 흘러가 버린다. 다들 공들여 콘텐츠를 만들지만, 수많은 뉴스피드 안에 섞여 들어가면 비슷비슷하게 보인다. 무엇보다 온라인 콘텐츠는 대개 ‘무료’다. 전문 미디어로서 생존하기 위해선 반드시 우리만의 무기가 필요했고, 유가 종이 잡지가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콘텐츠는 그 성질이 달아야 한다. 하나의 콘텐츠를 그저 양쪽 그릇에 옮겨 담아선 안 된다. 그래서 월간지의 방향을 ‘대특집’으로 잡았다. 한 가지 이슈를 정해 잡지 전체 콘텐츠의 60% 이상, 매달 80~1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특집 이슈로 채웠다. 오프라인 콘텐츠는 일부 확산 가능한 아이템을 제외하면 온라인에 무료로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고 소장한 사용자에게 지불 가치를 보존해줘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년간, 36권의 잡지 중 몇몇 이슈는 즉각적인 독자의 반응을 얻어 완판 사례를 기록했다. 판매율도 높아져 평균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매진된 이슈가 중고 사이트에서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기도 했다. 타 월간지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했고, 부록 등의 부가 선물을 제공하지 않고 얻은 성과였다.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를 확인했지만, 시행착오의 기간이기도 했다. 어렴풋이 선택과 집중의 윤곽을 더듬었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었다. 말이 쉽지, 독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면서 영화 전문 미디어로서 아카이빙의 가치를 갖는 콘텐츠를 매달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운 것은 ‘골라 담기’였다. 한 주에 평균 크고 작은 20여 편의 영화가 개봉하고, IPTV로 직행하는 영화들도 있다. 영화와 관련된 책과 공연도 줄줄이 등장한다. 감독, 배우, 스태프 등 놓치고 싶지 않은 인물도 많다. 모든 ‘NEWS’는 즉각 온라인 피드가 되어 돌아다니기 때문에 미리 취재해서 월간지에 실어도 종종 뒷북처럼 여겨졌다. 한정된 인원으로 온라인 콘텐츠는 속도 경쟁에 합류하면서, 오프라인 콘텐츠의 소장 가치를 강화하는 일이 힘에 부쳤던 것도 사실이다. ‘투 트랙’ 전략은 우리 모두에게 낯설었고, 전례도 없었다. 콘텐츠를 만들 때, 더하기보다 빼기가 열 배쯤 중요하다는 걸 3년의 시행착오 끝에 배웠다. 원 이슈 『맥스무비 매거진』, 원피스 ~ 봉준호 ‘백 가지를 나직하게 속삭이지 말고, 한 가지를 크게 부르짖어라’ 책 『미친 듯이 심플』 2016년 12월 『맥스무비 매거진』 시즌 2 ‘원 이슈 리뉴얼’은 쉽지 않았던 ‘빼기’의 결과물이다. ‘대 특집’을 내세우면서도 이 영화도 빼면 안 될 것 같고, 이 인물도 빼면 안 될 것 같고,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지 않겠냐며 주섬주섬 담았던 게 사실이다. ‘잡지는 잡스러워야, 잡지’라는 오랜 습관을 털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올인’은 살 떨리는 배팅이다. 우리가 선택한 하나가 독자에게 외면받으면 끝이라는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하나를 크게 부르짖기 위해선, 다른 것을 빼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활성화된 온라인 플랫폼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첫 원 이슈 『맥스무비 매거진』 37호의 주제는 <원피스>였다. 다른 데서 볼 수 없었던 우리의 콘텐츠가 필요했다. 10년 넘게 원피스 인물들에게 목소리를 빌려줬던 국보급 성우들을 한 자리에 모았고, 일본 도쿄 타워에 위치한 ‘원피스 테마파크’로 취재를 떠났다. 시도 때도 없이 “나는 해적왕이 될 거야!”를 외치는 루피의 무대뽀 정신을 우리에게 세뇌시켰다. “가자! 그곳이 어디든!”은 우리의 등을 다독여주는 대사처럼 들렸다. 첫 원 이슈 매거진 <원피스>는 고맙게도 완판됐고, 재판을 찍었다. 이후 ‘신카이 마코토’ 이슈 38호는 <너의 이름은.> 촬영지 직접 투어 콘텐츠가 회자되며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이슈 39호 ‘로건’, 2017년을 빛낼 라이징 스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한국에서 발행된 봉준호 감독의 첫 단행본 형식 매거진 ‘봉준호’,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배우 설경구의 25년을 담은 ‘설경구는 아름답다’까지 원 이슈를 이어왔다. 고맙게도 독자들은 지갑을 열었고, 완판 보도 자료를 여러 번 낼 수 있었다. ‘읽지 않는 시대는 없다’고 말해주는 독자들 덕분에 매번 용기를 얻고 있다. 물론 ‘원 이슈’라는 길을 앞서간 훌륭한 매체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일본의 기획 매거진 『부루투스』 『뽀빠이』의 지속성, 한국의 브랜드 원 이슈 『매거진 B』가 닦아 놓은 단행본 형식 매거진의 가능성을 영화 잡지에 접목 시켰다. 마침 문학계에서도 『릿터』 『악스트』 『미스테리아』 등의 잡지가 창간되어 주목받았다. 마침 올해 6월,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이 출간되면서 ‘한물갔다’고 조롱당하던 낡은 것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 같은 흥분도 있었다. 이 책의 원제는 ‘아날로그의 복수 THE REVENGE of ANALOG’다. ‘레거시(Legacy)’라는 우아한 오명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했던 오프라인 미디어에겐 ‘반격’이 더욱 통쾌하게 들리겠지만, ‘복수’가 더 정확하고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반가운 마음에 『아날로그의 반격』을 오독할 수도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이 시작되었으니 과거의 종이 잡지를 그대로 만들어도 사 줄 독자가 있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 지금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대등하게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다만 이 책은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말살시킬 것처럼, 아날로그는 완벽하게 숨이 끊어진 것처럼 떠들던 호들갑이 ‘팩트’가 아님을 확인시킨다. ‘아날로그’ 혹은 ‘종이’라는 이유로 덮어놓고 한물간, 구태의연한, 혁신적이지 못한, 박물관에서나 구경할 법한 ‘유물’ 취급을 하는 것인 매우 쉽다. 동시에 게으르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독트린에 휩쓸려 디지털이라는 껍데기만 주물럭거리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수두룩하다. 뉴스피드에 난무하는 큐레이션을 가장한 카피 콘텐츠는 미디어 신뢰도를 깎아 먹었고, 조각난 정보로 오독을 불러일으키고, 조회 수 낚시질에 열을 올리다가 ‘기레기’라는 오명을 얻지 않았나. 게다가 모두 디지털을 외치고 있지만, 디지털 미디어는 아직 괄목할 만한 매출 구조를 찾지 못했다. “자동차가 발명됐다고 말이 사라진 게 아니다. 비싸고 귀해졌을 뿐.” 『뉴스위크』프리미엄 인쇄본 재창간 축사에서 2013년 종이 잡지를 폐간한 『뉴스위크』가 1년 만에 『뉴스위크』 프리미엄 인쇄본을 재창간 하면서 일러 준 교훈이다. 『맥스무비 매거진』원 이슈를 발행하면서 얻은 교훈을 덧붙이자면, ‘종이 잡지’는 비싸고 귀한 말을 탄 ‘경험’을 공유하는 사용자가 있어야만 가치가 생긴다. 특히 ‘신카이 마코토’와 ‘로건’ 그리고 가장 최근 발행한 43호 ‘설경구는 아름답다’를 만들면서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 얼마나 적극적이고 열성적인지 놀랍게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사용자들에겐 경험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최근 원 이슈 매거진 발행 후 우리는 동일한 콘텐츠 경험이 타인과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되어 준다는 걸 확인했다. 콘텐츠 구매 경험을 통해 연결되고 싶은 욕구를 가진 독자를 찾아내고, 그들이 소장 하고 싶어 하는 이슈를 탐색하는 예민함이 에디터에게 어느 때보다 필요한 자질이라는 걸 배워가고 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이슈를 찾는 건 유니콘을 찾는 것과 같다. 원 이슈 『맥스무비 매거진』은 앞으로 ‘콘텐츠를 사고 싶어, 살 수 있는’ 사용자가 잡지를 손에 쥐고, 책장을 넘기는 그 경험을 만족시킬 콘텐츠를 찾기 위해 더욱더 눈에 불을 켤 생각이다. 사족이지만, 비싸고 귀하지만 소장할 만큼 가치 있다고 판단할 수준의 콘텐츠 완성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독자는 귀한 줄 안다면, 귀한 대접을 하는 게 당연하다. 구구절절 길게 적고 보니, 실은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를 혼자 비장하게 떠든 것 같아 부끄럽다. ‘맥스무비’가 온라인 영화 미디어로 쌓아온 시간이 18년, 유가 오프라인 잡지를 발행한 지 4년이 됐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아직 쌓아가야 할 것이 더 많다. 오프라인 매거진은 더욱 공들여 독자를 만족시켜야 하고, 온라인 미디어는 더 빠르게 퍼져나가야 한다. 맥스무비 동영상 콘텐츠는 가벼운 스낵 스타일을 탈피해 더욱 ‘영화적’인 콘텐츠로 방향을 잡았다. 온라인에 무료 배포하지 않았던 종이 잡지 콘텐츠는 디지털 그릇에 제대로 담아 유료화 서비스로 선보일 계획이다.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것과 절대 바뀌지 않을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미디어 종사자들의 숙명이니 앓는 소리 할 것도 없다. 가끔 예전이 그리울 때도 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인터뷰를 한 뒤, 대화하고 생각하며, 글을 다듬고 또 다듬어서, 며칠 불면의 마감을 보낸 뒤 따끈한 잡지 한 권을 들고 소주 한잔하러 가면 일이 끝났던 때. 하지만 시간은 똥도 꽃으로 만든다고 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한 번도 쉬운 적은 없었다. 그래서 눈이 팽팽 돌아가는 이 시대도 즐겁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영화만을 말할 수 있는, 영화 전문 미디어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니까.
현재 북미 애니메이션 업계는 지각변동 중이다. 잘 나가던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3강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중소 스튜디오들의 뚜렷한 성장세가 눈에 띈다. 소니 픽쳐스는 < 하늘에서 음식이 내리면 >와 < 몬스터호텔 >을 흥행시키며 입지를 다졌고, 명실상부한 업계 3인자 블루스카이스튜디오는 신작 < 에픽 >을 선보이며 나름 순조로운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최고의 한해를 맞이한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창립작 < 슈퍼 배드 >로 전미 박스오피스 9위라는 기염을 토했던 이 신인답지 않은 제작사는 올해 < 슈퍼 배드 2 >로 픽사의 야심작 < 몬스터 대학교 >마저 누르며 명실상부한 승자로 등극했다. 반면 기존 3강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가장 위기에 봉착한 건 드림웍스인데 < 가디언즈 >의 흥행 참패 후 오랫동안 함께 했던 파라마운트와 결별했다. 다행히 폭스와 손을 잡으며 재기를 노렸던 <크루즈 패밀리>가 전 세계 5억불을 넘어서며 평균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지만, 이어진 < 터보 >의 참패로(전 세계 1억 3천만불) 여전히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는 <드래곤 길들이기 2>에 남은 기대를 걸어 본들 이미 애니메이터를 대량으로 해고해야 할 만큼 자존심을 구긴 지 오래다. 디즈니와 픽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하지만 < 카2 >, < 메리다와 마법의 숲 > 등 왕년의 왕자의 명성에 다소 못 미치는 작품들로 아쉬움을 더한다. 2006년 디즈니와 픽사의 합병 이후 승승장구 할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서로의 장점을 갈아먹는 쪽으로 결합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일은 디즈니와 픽사가 합쳐진 시점부터 업계 전반의 평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단 점이다. < 토이 스토리 >로 일대 혁신을 일으키며 단번에 부상했던 픽사는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혁신에 가치를 두고 있었다. 디즈니의 셸 애니메이션에 대항하여 3D 애니메이션으로 시장 흐름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 보수적인 동화를 고집하던 디즈니 클래식을 넘어서는 젊고 유쾌한 감각으로 포스트 디즈니 시대, 즉 3강 시대를 열었다. 디즈니를 뛰어넘으려는 픽사의 도전정신, 디즈니에 저항하며 반대의 길을 걸으려는 드림웍스의 반골정신, 그리고 시대에 발 맞춰 무거운 엉덩이를 들며 변화를 꾀한 디즈니의 아성은 2000년 초중반 북미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패러다임이었다. 3사의 작품들은 각각 나름의 개성이 뚜렷했고 관객들은 작품만큼 이들 제작사의 브랜드를 중요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3사의 뚜렷한 개성이 점점 희미해지며 이 같은 3자 구도 역시 함께 무너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신생 제작사들에겐 좋은 기회였다. 신생이라고는 하지만 디즈니가 애니메이터들을 전부 독점 관리하고 있을 때와는 업계 환경이 달랐다. 애니메이터의 개별적인 역량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 셸 애니메이션에 비해 3D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환경은 이미 어느 정도 평준화 되어있었다. 3D라는 기술이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실상 디즈니 바깥에서 생겨난 흐름이기 때문이었다. 3D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애니메이터들 간의 이동도 예전에 비해 자유로워졌고 축적된 기술력이 고스란히 다른 제작사로 이동하기도 한다. 투자자본 역시 이에 맞춰 유동적으로 지원 중인데 현재는 크게 디즈니와 폭스가 경쟁하고 있는 구도다. 덕분에 이젠 제작사가 달라도 관객들이 작품의 질적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엇비슷한 수준까지 평준화되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애니메이션이 전체 시장을 두고 작품 별로 여러 프로젝트 그룹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지금 북미 애니메이션 업계는 현재 역사의 분기에 서 있다. 디즈니 절대 왕정이 끝나고 들어선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의 삼국 시대가 저물고 여러 제작사들이 겨루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제작사간 구분이 큰 의미 없고 개별 작품의 완성도로 평가받는, 절대 강자 없는 난세다. 혼란스런 시대는 영웅을 부르는 법. 픽사가 3D 애니메이션 시대를 연 것처럼 새로운 영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매 작품 긴장을 늦을 수 없는 스튜디오들은 괴롭겠지만 관객 입장에선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