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부지의 개자식들
- 감독
- 김현정
- 제작년도
- 1999
- 출연
- 손호승, 추광채, 유진관, 박혜원, 임동명, 황태건, 구성우
배우 송강호는 < 넘버3 >(1997)에서 뜻대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았을 때 말을 더듬는 청부살인자 캐릭터 조필을 연기하였다. 그가 이 희대의 캐릭터를 창조하는 과정은 <넘버3>의 서사와 다른 등장인물 간의 상관관계에 있어 심대한 의미가 있다. <넘버3>의 진짜 주인공은 자신만의 개성으로 표현되는 주변부 인물들 속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조필의 동기와 등. 퇴장 방식, 출연 분량, 플롯 안에서의 배치를 분석해 보면 이 인물이 이야기의 핵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며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몇 개의 장면에서 이런 중요성이 확인된다. 영화의 첫 2분 동안 등장하는 몽타주 시퀀스에서 검은 옷을 입은 조필이 처음 나온다. 버드와이저 맥주 캔을 일그러뜨리고 위악적인 표정을 거울에 비추는 건달 태주(한석규), 샌드백을 두드리는 폭력적인 검사 동팔(최민식)에 이어 소개되는 조필은 주차장에서 피투성이가 된 시체 두 구를 수평으로 패닝하는 카메라 무빙의 끝 지점에서 손에 위협적인 회칼을 들고 나타난다. 첫 등장만으로 그가 사람을 도륙하는 지저분한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무자비한 암살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서 조필은 피에 젖은 손으로 바퀴벌레를 잡아 입 속에 넣는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 채 10초가 되지 않는 이 장면에서 영화의 어둡고 코믹한 톤이 확립된다. 짧고 역동적인 쇼트들의 편집으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오프닝은 캐릭터 묘사를 통한 ‘초두효과’를 완성한다. 초두효과라 함은 플롯의 초기 단계에 텍스트의 의미와 맥락, 기조, 주제, 스타일을 암시할 수 있는 세팅을 통해 이후에 올 것들에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스토리 설정의 전략을 말한다. <넘버3>에서 확립된 송강호의 스크린 페르소나는 이 초기 설정을 통해 영화 속 다른 배우들과 차별화되는 특징들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송강호는 조필 캐릭터를 통해 <넘버3>의 두 가지 성격을 확립한다. 하나는 폭력적인 킬러이다. 다른 하나는 어설프고 실없는 농담꾼 또는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았을 때 평정심을 잃어버리는 우스꽝스러운 미숙아이다. 조필의 등장과 첫 번째 행위는 불길함과 코믹함이 머릿속에서 계속 부딪히게 하는 궤적을 만들어낸다. ‘조필’이라는 이름에서조차 비하와 실패의 운명이 감지된다. 무엇 하나 온전히 해내지 못하는 하찮은 존재를 비하하는 말로 당대에 쓰였던 은어 ‘조삐리’로 발음하기 쉬운 이 이름에는 존엄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명과 연결된 그의 됨됨이는 블랙 코미디의 양면성을 첫 장면에서부터 짐작하도록 만든다. 송강호는 무시무시한 킬러의 뒤에 드러나는 미숙아의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한다. 이런 페르소나와 관련하여 뇌리에 남는 것은 병원에서의 청부 살인 장면이다. 병원 화장실의 조필은 인근 병실에 든 조직 보스 강도식(안석환)을 살해하기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 그는 이미 표적을 잘못 설정하여 암살에 실패한 적 있으며 이 미수에 그친 시도 때문에 한층 더 비장한 마음으로 미션을 완수하려 한다. 조필의 검은색 옷은 병원의 흰색 무균 벽과 대조를 이룬다. 조필이 들고 다니는 007 가방에는 라이터, 참치 통조림, 휴지, 생라면, 각종 알약 등 잡동사니 등이 너저분하게 들어 있다. 잡다한 물건들 사이의 밑바닥에서 위협적인 사냥용 칼과 회칼을 꺼내어 든 조필은 사냥용 칼을 집어 들고 가죽 허리띠에 갈아댄다. 질병과 죽음의 기운이 지배하는 병원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이 폭력적인 남자는 살인을 앞두고 있지만 그 전에 거울을 보며 자신을 단장할 필요성을 느낀다. 거룩한 의식이라도 되는 듯 또는 만화의 한 장면처럼, 조필은 눈을 가리는 짙은 선글라스를 얼굴에 쓴다. 이어서 그는 구순포진이 난 입가, 영양부족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갈라진 귓불에 연고를 바른다. 누군가를 죽이기 전에 결점을 감추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킬러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 장면은 조필의 캐릭터를 캐리커쳐를 보는 것처럼 기술함으로써 오프닝의 초두효과로부터 누적되어 온 무드를 확고히 한다. 몇 차례에 걸쳐 묘사되는 청부살인의 수행, 그리고 어김없는 실패의 과정은 미숙아의 이미지를 반복, 강화한다. 미션을 수행할 때 항상 입고 있는, 신비롭게 보이는 검은 옷의 이면에는 송강호의 역사를 아는 현재의 관객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어수룩함이 서려 있다. <넘버3>에서 송강호의 캐릭터 묘사는 한국영화의 스타일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었다. 한 배우의 페르소나의 출발점이자 정수로서 이 영화는 조형적인 언어구사력과 증폭된 제스처, 인물의 단면을 드러내는 신체 언어를 개발하여 이 대배우의 수많은 스크린 페르소나에 반(反) 영웅주의적인 페이소스를 심었다. 이 영화를 통해 송강호가 확립한 것은 신체 훈련, 신체 조작, 대사 애드리브를 통해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능력이다. 무언의 신체 언어에 대한 송강호의 재능은 무성영화 형식으로 연출된 한 챕터 ‘쌈마이(들)’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과장된 슬랩스틱 액션 장면들의 몽타주로 구성된 이 신은 표정과 몸짓으로 전달되는 색다른 퍼포먼스를 시전한다. 조필은 조직의 명예와 규범을 가진 사람으로 자신을 묘사하려는 신경증적인 노력과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조잡한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유머를 이끌어낸다. 송강호의 조필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히스테릭하게 행동하지만, 말을 더듬는 등 과도하고 놀란 반응은 그들의 불안과 취약성을 증명할 뿐이다. 그는 인간의 우스꽝스러운 실수를 구현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심오한 성찰을 몸으로 표현하는 이 배우가 <넘버3>를 통해 창조한 개성은 다양한 장르에서 확장되며 생생함을 더하게 되었다. 그의 레퍼토리 전반에 걸쳐 송강호는 힘과 권위를 추구하지만 그 본성이 목표에 닿지 못하는 인물들을 거쳤다. < 반칙왕 >(2000)의 대호, < 살인의 추억 >(2003)의 박두만, < 괴물 >(2006)의 강두, < 우아한 세계 >(2007)의 강인구,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8)의 이상한 놈, < 기생충 >(2019)의 기택에 이르기까지 송강호의 말투와 신체, 분리된 행동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가 지휘하는 집단으로부터 자신을 분리되어 가는 인물들을 묘사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넘버3>에는 이와 같은 페르소나의 맹아가 있다. 보스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부하들과 겸상하는 것을 거부하는 대사,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고 협객 최영의의 무용담을 과장하는 말과 신체의 제스처는 위계와 권위를 보호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모든 노력들이 필연적으로 실패로 귀결되는 캐릭터의 파토스를 구축하는데 기여한다. 송강호가 권위과 자존심, 권력이라는 아우라를 유지할 깜냥이 못 되어 조롱거리가 되는 남자들의 대표주자가 된 발단의 지점에 <넘버3>가 있다. <넘버3>의 오프닝에서 조필의 등장 방식과 함께 분석해야 할 것은 그의 퇴장인데 조필의 마지막 모습은 검은 군화의 클로즈업 쇼트로 형상화된다. 자신들이 섬기는 보스의 실체를 알지 못하는 세 제자들은 참담한 실패 끝에 해체된 조직 ’불사파‘를 상징하는 아이콘을 내세운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다. 고수부지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포장마차에 조필이 나타났을 때 제자들은 마치 유령이라도 만난 것처럼 예전의 보스를 응시한다. 그들은 경외감 또는 공포에 사로잡힌 것 같다. 카메라는 또 다른 청부살인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처럼 보이는 조필의 군화 뒤꿈치를 클로즈업한다. 주변의 속도와 달리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는 이 남자가 불사의 아이콘을 향해 팔자걸음으로 당당하게 걷는 동작에서 이미지는 얼어붙고 배우 송강호의 커리어도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련글) 1. 2000년 1월 1일 0시, 거꾸로 가는 기차 - <박하사탕>(1999), 2021.04.16. 2. 넥타이로 총을 겨누었을 때 - <올드보이>(2003), 2021.05.14. 3. 요리사는 어디로 가는가? - <오!수정>(2000), 2021.06.04. 4. 고반장은 이렇게 말했다 - <논픽션 다이어리>(2013), 2021.07.09. 5. 머리를 자르고 새 옷을 입는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 <무산일기>(2010), 2021.08.10. 6. 엄마의 침통은 죄를 기억한다 - <마더>(2009), 2021.09.03. 7. 수인동성동형론(獸人同性同形論)에 따르면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2021.10.15. 8. 유능한 이야기꾼은 진실이 거기 없다는 것을 잊도록 하는 이야기를 지어낸다 - <버닝>(2018), 2021.11.12. 9. 죽음의 한 연구(硏究) - <파산의 기술>(2006), 2021.12.10. 10. 사마귀가 사마귀를 먹다 - <춘천, 춘천>(2016), 2022.01.07. 11.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 <극장전>(2005), 2022.03.08. 12. 철없는 엄마와 파란만장한 남자들, 그리고 엔카 가수 - <그때 그사람들>(2004), 2022.04.06. 13. 도무지 집중이 안 되는 이야기 - <형사 Duelist>(2005), 2022.05.24. 14. 철의 신이 수장(水葬)시킨 고래의 추억 - <철의 꿈>(2013), 2022.06.16. 15. 골목길을 저절로 움직이는 자전거 - <풍경>(2013), 2022.07.14. 16. 일자로 아뢰리다 - <춘향뎐>(2000), 2022.08.11. 17. 연결연결, 믿음의 벨트 - <기생충>(2019), 2022.09.08. 18. 아마도 악마가 - <곡성>(2016), 2022.10.20. 19. 말도 안돼 기분 나쁜 그 제목은 나쁜 영화 - <나쁜 영화>(1997), 2022.11.25. 20. 황야의 울부짖는 개 - <복수는 나의 것>(2002), 2022.12.14. 21. 숟가락을 구부리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일 수 있죠. 하지만 그러한 힘을 가지고 이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 <88/18>(2018), 2023.01.04. 22. 완전하고, 만족스러운 진실은 없다 - <파수꾼>(2010), 2023.03.03. 23. 이미지의 확실성과 증거력에 대한 회의 - <김군>(2018), 2023.04.05. 24. 범죄의 요소 - <괴물>(2006), 2023.05.17. 25. 투명인간이 되는 법 - <빈집>(2004), 2023.07.05. 26. 어차피 우리는 유령이 될 거예요 - <후쿠오카>(2019), 2023.08.30. 27. 생라면, 참치 통조림, 라이터, 휴지, 그리고 사시미칼 - <넘버3>(1997), 2023.10.05. 28. 풍등(風燈)은 날아가고 - <해피엔드>(1999), 2023.10.18. 29. 504호, 고아, 사라진 애, 시체... 이제 마지막 남은 얘기 하나 - <소름>(2001), 2023.11.07. 30. 열여덟, 바람의 색깔 - <회오리 바람>(2009), 2023.11.20. 31. 가면고(假面考) - <반칙왕>(2000), 2023.12.11. 32. 문은 두 방향으로 나 있다 - <두 개의 문>(2012), 2023.12.28. 33. 지옥의 복도 - <아수라>(2016), 2024.01.08. 34. 삼(3)의 몰락 - <성적표의 김민영>(2021), 2024.02.05.
6, 70년대 한국 시나리오 작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중국을 무대로 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솔직히 이 좁아터진 한반도에선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한계가 있으니까. 만주벌판을 누비면서 싸나이의 기상을 과시하려면 일단 대륙으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상상하는 건 그렇다고 쳐도 시나리오에 ‘광활한 만주벌판’이라고 나와 있는 걸 어떻게 찍는다? 걱정도 팔자지. 그들에겐 한강 고수부지가 있었다. 한강을 개발한다고 고수부지를 시멘트로 발라버렸을 때 얼마나 많은 영화쟁이들이 피눈물을 흘렸을까. 주동운 이 각본을 쓰고 이신명 이 감독한 < 지평선은 말이 없다 >의 액션도 대부분 중국에서 벌어진다. 이미자의 노래와 제목이 같은데, 둘 다 66년에 나왔으니 주제곡으로 쓰인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지금도 자주 들리는 노래와는 달리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필름도 사라져버렸지만. 영화 포스터 영화의 주인공은 윤명철이라는 싸나이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헌병 대장을 총으로 쏴 죽이고 상해행 특급열차에 몸을 싣는다. 그는 할 일이 참 많다. 우선 상해에 있는 임시 정부 동지와 접선해야 한다. 다음엔 외삼촌 한진산이 어렸을 때 데려간 여동생 명숙을 찾아야 한다. 아버지를 밀고해 죽게 한 원수인 엄성칠이란 악당도 상해에 갔는데 그를 찾아 복수 하려던 형 명덕도 생사를 알 수 없으니 그 역시 찾아야 한다. 명철이 탄 열차는 진영방이라는 두목이 이끄는 마적의 습격을 받는다. 마침 헌병에게 의심을 받던 터라 위기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이긴 했는데, 명철은 한 수 더 뜬다. 자기 물건을 빼앗기고 진영방을 쏘려는 일본인 상인을 쏴 죽이더니 이번엔 진영방이 강탈한 가방을 다시 훔쳐서 마적 떼의 말을 타고 달아난다. 한참 추격전을 벌이던 그들은 서로가 모두 일본에 맞서 싸우는 항일투사임을 알게 된다. < 카사블랑카 >의 험프리 보가트라면 ‘이것이 우리들의 아름다운 우정의 시작’이라고 말했을 장면이다. 물론 당시 한국 시나리오 작가들은 보가트식 냉소 같은 건 몰랐다. 이 영화의 각본은 72페이지 정도로, 보통 50페이지 안팎인 다른 작품에 비해 긴 편이다. 러닝타임 때문이 아니라 지문이 차지하는 분량이 많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액션이 엄청나게 많다. 읽다 보면 각본가가 머릿속에서 돌아가고 있는 가상의 영화를 보면서 필을 받아 흥분한 게 보인다. 다이너마이트가 터지고 열차가 전복되고 총알이 날아다니고 말 탄 사나이들이 만주벌판을 질주한다. 총알 날아가는 소리도 예사롭지 않다. 빠-- 빠-- ㅇ! 파파파--ㅇ! 시나리오 48페이지 이걸 어떻게 다 찍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말 달리는 장면에서는 마법의 고수부지가 도움을 주었을 거라 생각해본다. 만주 서부극 장면이 끝나면 명철은 상해에 와 있다. 하필이면 호텔에서 접선하려는 애꾸눈 동지는 살해당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던 그는 인신매매범에 쫓기던 카바레 가수 미향을 위해 맞서 싸우던 미향의 오빠 대열을 돕는다. 애꾸눈 동지의 이름을 빌려 임시 정부 동지와 접선한 그는 또 정체불명의 악당들의 습격을 받는다. 무기를 운송 중이던 독립군의 정크선과 악당이 탄 보트의 007스러운 액션이 양자강에서 펼쳐진다. 동지들은 모두 죽고 명철만이 간신히 살아남는다. 아무리 봐도 일본군은 아닌 거 같은 그 악당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한진산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시나? 명철의 동생 명숙을 데리고 떠났다는 외삼촌 말이다. 그도 상해에 살고 있다. 그는 각본에는 영란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젊은 여자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영란은 당연히 명숙의 다른 이름이다. 하필 영란은 미향과 같은 클럽에서 일하고 대열과 그렇고 그런 사이다. 한진산은 역시 카바레를 운영하는 마천호라는 중국인에게 조카를 천 원 받고 넘겨주는데, 그 마천호라는 사람은 바로 정크선 안에 있던 독립군 무기를 판 친한파다. 중국 대륙이 넓다고 누가 그랬는가. 한편 아편굴에서는 마천호의 경쟁자인 홍대선이라는 자가 헌병 대장 사천과 음모를 꾸미고 있다. 그의 계획은 금괴 안에 구멍을 파 그 안에 아편을 숨겨 한국 땅으로 밀수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금덩어리로밖에 안 보입니다. 이 속에 아편이 들었다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안다, 안다! 말이 안 된다는 거. 그러나 잠시 기다리시길. 인물 관계도 한진산이 영란뿐만 아니라 미향까지 마천호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에 대열은 마천호의 카바레로 쳐들어가고 명철은 그를 도우러 같이 들어간다. 깽판. 그런데 위기일발의 순간에 명철을 구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그동안 명철에 미행을 붙여놨던 진영방이다. 명철은 당연히 깽판 치는 동안에도 영란이 동생인 걸 모른다. 그가 모르는 것이 또 하나 있었으니 지금은 마약중독자가 된 형 명덕이 홍대선의 부하로 일하고 있었고 얼마 전에 동생을 만나러 한진산을 찾아갔다가 동생이 병으로 죽었다는 거짓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분명 목표는 미향 구출작전이었을 텐데, 그 소동 이후 얼떨결에 명철은 박철이라는 가명을 쓰며 마천호의 부하로 들어가게 된다. 금괴 안에 아편이 들었다는 말을 들은 명철은 열차 강도질을 해서 금고를 탈취한다. 누가 훔쳤는지 알아낸 홍대선은 마에게 연락해 물건을 돌려달라며 약속장소를 잡는데 그 장소에 나타나 명철의 총에 맞는 건 하필이면 명덕이다. 명덕은 명철에게 외삼촌이 있는 곳을 알려주며 죽는다. 명철이 찾아가자 한진산은 이번엔 동생을 홍대선에게 팔아넘겼다고 또 거짓말을 한다. 슬슬 속도를 내자. 알고 봤더니 홍대선이 보내려고 했던 건 독립군 군자금으로 쓰려 했던 진짜 금괴였다. 알고 봤더니 마천호는 아버지의 원수 엄성칠이었다. 명철과 영란은 아직 둘이 남매 사이란 걸 모르고 연애감정을 느낀다. 명철은 일본 헌병대에 끌려간다. 진영방이 명철을 구출한다. 영란은 자기를 괴롭히던 마천호로부터 박철이 오빠임을 알게 된다. 명철은 영란을 구출하고 역시 동생임을 알게 된다. 작가가 필 받아 쓴 10페이지의 액션 신이 이어진 뒤 총에 맞은 명철은 결국 마천호를 죽여 원수를 갚고 진영방의 품에서 죽어간다. 알고 봤더니 진영방은 한국인으로 지금까지 모은 돈은 다 한국 독립군에 전달했고... 하지만 지금 독자들은 둘 사이의 브로맨스에만 신경 쓰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