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티고어
- 감독
- 조코 안와르
- 제작년도
- 2019
- 출연
- 타라 바스로, 마리사 아니타, 크리스틴 하킴, 아리오 바유, 아스마라 애비게일
한국에서 공포영화를 좋아하기란 많은 난관이 있다. < 티탄 >으로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은 쥘리아 뒤쿠르노의 데뷔작 <로우>(Raw, 2016)는 칸을 비롯한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화제작이고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도 초청되었으나 결국 수입되지 않았고, 넷플릭스를 통해 뒤늦게 공개됐다. 아마도 카니발리즘이라는 소재 때문이 아닐까. 올해 아카데미 주요상을 휩쓴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와 < 더 웨일 >을 만든 제작사 A24의 영화는 언제나 독특하다. < 유전 >과 < 미드소마 >, < 더 위치 >, < 잇 컴스 앳 나잇 >, < 램 > 등 A24가 만든 공포영화들도 장르적으로는 아쉽다 말할 수 있어도 개성이라는 면에서는 모두 탁월하다. A24의 2022년 작품인 티 웨스트의 < X >는 비평가와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고, 약 1천 5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성공작이다. A24는 프리퀄인 < 펄 >(Pearl, 2022)을 바로 제작하여 작년 9월 개봉했고, 시퀄인 <맥신>(MaXXXin)도 제작 중이다. 그러나 오락성과 작품성 모두 뛰어난 공포영화 <X>는 한국에 수입되지 않았다. 1979년을 배경으로 시골 농장에 포르노 영화를 찍으러 갔다가 학살당하는 내용인데, 역시 ‘포르노 영화’라는 소재가 불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데미안 레온의 <테리파이어>(Terrifier, 2016)는 3만 5천 달러의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슬래셔 영화다. 2016년부터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하다가 2018년 개봉한 <테리파이어>는 ‘아트 더 클라운’라는 개성적인 살인마 캐릭터와 신랄한 고어 장면이 찬사를 받으며 컬트영화가 되었다. 데미안 레온은 2편 제작을 위해 5만 달러 펀딩을 시작했고, 목표를 훨씬 초과 달성하여 총 25만 달러를 모금했다. 상영시간 2시간 18분의 고어 슬래서 영화 <테리파이어 2>는 작년 미국에서 개봉하여 1천 5백만 달러의 극장 수익을 올렸다. 제작비는 약 25만달러. <테리파이어> 1, 2편은 한국에 수입되지 않았다. 수입한다 해도 고어 장면이 노골적인 영화라 많은 장면이 잘려나갈 것이다. 온전하게 한국의 극장에서 <테리파이어2>를 볼 방법은 영화제를 통하는 것밖에 없다. 1970, 80년대의 슬래셔 영화를 리부트하는 감각으로 만들어진 화끈한 호러 영화 <테리파이어 2>를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호러영화에서 ‘캐릭터’는 대단히 중요하다. 살인마의 캐릭터를 잘 잡으면 시리즈가 끝없이 이어진다. < 할로윈 >의 마이클 마이어스, < 나이트메어 >의 프레디. < 13일의 금요일 >의 제이슨, <헬레이저>의 핀헤드 등은 호러 장르의 아이콘이다. 데미안 레온이 창조한 아트 더 클라운도 그들의 뒤를 이을 자격이 충분하다. 아트 더 클라운은 데미안 레온의 첫 번째 단편영화 <9번째 서클>(The 9th Circle, 2008)에 조역으로 등장했고, 단편 <테리파이어>(Terrifier, 2011)에 초자연적 존재로 등장하여 존재감을 드러냈다. 데미안 레온은 두 편의 단편을 활용하여 장편 <올 할로우스 이브>(All Hallow’s Eve, 2013)를 연출한다. 할로윈에 캔디를 받으러 나갔던 아이의 주머니 안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디오테이프가 들어 있다. 베이비시터는 비디오를 틀었고, 아트 더 클라운이 등장하는 단편영화들을 보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 데몬스2 >의 악마가 TV 브라운관을 통해 현실에 나오듯, 클라운이 베이비시터를 바라보고 다가와 브라운관을 두들기다가 현실로 들어온다. 데미안 레온은 <올 할로우스 이브>에서 아트 더 클라운의 가치를 충분히 깨달았고,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장편 <테리파이어>는 오로지 아트 더 클라운을 위한 슬래셔영화다. 할로윈 밤, 광대 코스튬을 입은 남자가 두 여성을 쫓아간다. 그리고 만나는 모든 이들을 살육한다. 제한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살육은 85분의 러닝타임 동안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저예산이기 때문에 장소와 인물의 제한은 필연적이다. 주인공은 몇 번이나 위기에서 도망치면서 아트 더 클라운을 죽이지 않는다. 클라운이 쓰러지거나 정신을 잃으면 그대로 두고 도망치다가, 다시 공격당한다. 80년대 슬래셔 영화의 클리셰를 너무 반복해 사용하는 탓에 약간 지루한 감도 있다. 스토리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테리파이어>의 참신한 고어 장면들과 아트 더 클라운의 섬뜩한 매력은 호러영화 마니아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테리파이어>는 호러의 컬트가 되었다. <테리파이어 2>는 1편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가진 데미안 레온이 작정하고 만든 영화다.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 보여주고 싶은 모든 것을 아낌없이 2시간 18분에 담았다. 호러 그것도 고어 영화를 2시간 넘게 본다는 것은 마니아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데미안 레온은 하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창의성이 넘치는 감독이 공식에 충실한 영화를 걸작으로 만들어 성공했을 때, 속편의 기회가 주어지면 자의식이 충만하다 못해 가득 넘치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팀 버튼의 < 배트맨2 >(Batman Returns, 1992), 길예르모 델 토로의 < 헬보이2 >(Hellboy 2: The Golden Army, 2008)가 그렇다. <배트맨>과 <헬보이>는 모두 걸작이지만, 철저하게 슈퍼히어로 영화의 공식 안에서 자유롭게 상상력을 전개했다. 그러나 <배트맨2>와 <헬보이2>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경계선을 가볍게 초월해 버린다. <배트맨2>의 히어로는 배트맨이 아니라 캣우먼과 펭귄이고, 추방된 자들의 부활을 다룬다. 크리스토퍼 월킨이 연기한 빌런 맥스 슈렉의 존재는 스리슬쩍 지워진다. <헬보이2>는 길예르모가 애착을 가진 기형의 존재, 신묘한 기계장치, 뒤틀린 신화와 전설 그리고 저주까지 모두 등장하여 헬보이의 모험을 보여주는 판타지다. <테리파이어 2>를 <배트맨2>, <헬보이2>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데미안 레온의 야심만은 인정할 수 있다. <테리파이어 2>는 80년대 하이틴 슬래셔 영화 풍의 오프닝 크레딧으로 시작한다. 주인공도 10대의 남매다. 시에나는 자살한 아버지가 만들었던 검을 든 천사 코스튬으로 할로윈 파티에 가고 싶어한다. 동생 조나단은 아버지가 남긴 엽기적인 그림들이 아트 더 클라운과 관련있다고 믿는다. 1년 만에 다시 나타난 아트 더 클라운은 어쩐 일인지, 시에나와 조나단 남매에게 집착한다. 친구 앨리와 시에나의 어머니를 죽인 아트 더 클라운은 조나단을 납치한다. 최종적으로 시에나와 아트 더 클라운의 맞대결이 벌어진다. <테리파이어>는 심플한 슬래셔영화였다.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아트 더 클라운도 초자연적 존재로 묘사되지 않는다. 쫓고, 죽이고, 절단하는 장면을 긴장감 넘치게 구성하는 것에만 집중하여 작지만 확실한 성공을 거두었다. <테리파이어 2>는 <나이트메어>를 연상시킨다. 부활한 아트 더 클라운은 초자연적인 괴물이고, 꿈과 현실을 넘나든다. 시에나와 조나단은 꿈속에서 클라운을 만나고, 깨어나자 현실에서도 상처가 지속된다. 학교의 환상 장면은 확실한 <나이트메어>의 오마쥬다. 그런데 묘하다. 죽음 직전까지 몰린 시에나는 환상적으로 되살아나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클라운과 최종 보스 대결을 벌인다. 영락없는 게임 판타지의 엔딩이고, 검을 든 여전사의 각성이 메인 플롯이 된다. <테리파이어 2>의 초점은 아트 더 클라운보다 시에나에게 맞춰져 있다. <테리파이어 2>는 데미안 레온의 야심이 넘쳐 장르도, 스토리도 마구 넘쳐난다. 단점에도 불구하고 <테리파이어 2>가 성공적인 속편이 된 이유는 데미안 레온의 창의적이고 현란한 고어 장면들 때문이다. 시에나의 친구인 앨리의 집에 찾아 간 아트 더 클라운이 그녀를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은 아주 길고 자세하게 묘사된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테리파이어 2>는 호러영화 마니아에게 기억될 영화로 남는다. 조나단을 찾아 시에나와 함께 테마파크에 간 친구 브룩과 남자친구 제프가 아트 더 클라운에게 공격당하는 장면 역시 아이디어가 넘친다. <테리파이어2>는 데미안 레온의 야심으로 장황하고 호사스러운 속편이 되었지만, 하이틴 슬래셔 호러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정확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 되었다. 공포와 긴장감, 살육 그리고 유머와 에로틱까지 겸비한, 21세기를 대표할 하이틴 슬래셔 영화다.
gore : 1. 뿔로 들이받다 2. (특히 폭행당한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짙은) 피, 선혈 (네이버 어학사전) 호러 영화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도 한 축을 축축하게 담당하고 있는 것이 신체변형, 피, 보통 인체 안에 들어있어야 할 것들의 (본의 아닌) 외출을 다룬 것들이다. 이들은 하나의 장르라기보다, 슬래셔, 스플래터, 좀비물, 오컬트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그 표현 수위가 정도를 넘어서는 일종의 현상이며. 이 현상들은 보통 ‘고어’라는 말의 테두리 안에 정리되곤 한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이 분야만 선호하는 마니아들이 생각보다 튼실한 층을 형성하는 편이고, 이런 장르를 패러디해 먹고사는 ‘트로마(TROMA)’같은 레이블이 존재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 사정은 다르다. 오래전부터 영화 필름 자르기를 냉면집 면 자르는 정도로 생각하고 아주 편안하게 편집 및 삭제를 해온 덕에, 국내에 개봉된 이쪽 장르의 영화는 거의 전무하고 비디오로 출시가 된다 해도 장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핵심 고명들은 다 심의위원 본인들만 맛본 채 거세되어 출시되곤 했다. 그들에게 감독의 의도나 팬들의 성원은 삼돌이 빤쓰 갈아입는 소리에 다름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예술 수준’과 ‘국민 정서’를 수호하는 수호신들답게 한낱 영화 따위의 운명은 창조주의 의도와 너무 쉽게 달라지곤 했던 것이다. 무시무시한 신체변형, 금기, 악취미 등을 다룬 지옥 같은 비주얼로 유명한 많은 영화들이 고향에서 머나먼 한국 땅에 와서 당치도 않은 코미디로 둔갑하는 꼴은 흔하디흔한 일이었다. (작고하신 루치오 풀치 영감님이 한국에 출시된 본인의 영화를 봤다면 ‘쟘-비’ 가 되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셨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 어떤 장르보다 금기가 바로 핵심이 되는 호러 장르팬 들은 음지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고자’를 유행어로 밀고 있는 평론가, 방송인 THE ‘사마천’ 허지웅 씨가 운영했던 ‘호러타임즈’가 유명했고 PC통신의 여러 동호회들이 적은 회원 수 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필자는 나우누리의 ‘고블린’의 회원이었다.) 그러다 문득, 좁고 평화롭던 호러 커뮤니티가 (전보다는) 주목을 받게 되니, 세기말의 기운을 타고 흘러온 ‘엽기 열풍’ 탓이었다. 컬트니 키치니 평생 만날 일 없던 말들에 사람들은 큰 호기심을 가졌고, 그땐 호러 영화 커뮤니티에서 주최하는 상영회에도 새로 유입되는 관람객이 심심찮게 있었다. (최근에는 홍대 인근의 카페를 빌려 비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시네마 지옥’이라는 상영회가 아주 몹쓸 영화들을 틀며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오프닝 타이틀 그런 와중에 소문이 하나 돌기 시작했다. 사지절단류 호러의 기원전이자 고어라는 말이 부서진 마네킹으로 풀이되는 살육의 불모지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난도질 영화가 등장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게 < 씨어터 > 였다. < 싱글즈 >로 유명한 권칠인 감독이 기획하고 지금은 뭘 하는지 도통 알 길이 없는 박재범 감독이 연출한 < 씨어터 >는 아주 단순명쾌한 영화다. 영화 < 스크림 >의 특별 상영이 있던 밤, 나름대로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캐릭터를 가지고 극장에 모여든다. 깡패, 창녀, 고딩 커플, 벤처 기업 청년 CEO 등... 이렇게 쓰면 많은 것 같지만 그래 봐야 13명이다. 하여간 이 13명이 극장주의 살육게임에 캐릭터가 되어 하나하나 잔혹하게 살해된다는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죽게 될 면면의 인물들 이야기라고 할 것도 없는 설정이다. 이건 그냥 람베르토 바바의 < 데몬스 >에서 가져온 것이다. 감독은 이야기를 길게 풀 생각 없이, 논리나 현실에 단절된 상황을 설정하고 시원하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준비를 하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잔혹함에 굶주려 있는 관객들을(혹은 자신을) 위해 마구 달려줘도 좋을 텐데 그러지도 못한다. 이 영화는 박재범 감독이 사비를 털어 만든 초저예산 영화기 때문이다. 하여, 살해 장면은 맛있는 것을 아껴먹듯이 야금야금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빈 부분을 감독이 긴박감 있는 추격씬과 러브스토리 그리고 끝내주는 반전으로 채워주면 좋았겠지만 그는 개그대잔치를 선택했다. 돈이 안 들기 때문이었을 게다. 물론 공포와 웃음은 그 무엇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었지만, 관객 중 가장 험악한 인상을 가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알고 보니 보람 재활원에서 탈출한 정신지체 장애인이라 영구 흉내를 내며 응애응애 해버리면 나도 슬프고 배우도 슬프고 장애인 인권도 슬픈... 그런 일이지만, 어쨌든 이 영화엔 쌍팔년대 유머가 넘실댄다. (만약 당신의 기억 속에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막 떠온 회를 깡패와 업소 여성이 극장 로비에서 쭈그려 앉아 맛있게 먹는 장면이 있다면, 100% < 씨어터 >를 본 것이다.) 극장 로비에서 회 먹기(좌측) / 험악한 인상의 사내가 정신지체 장애인이라는 것이 드러난 후 구구단을 필사적으로 외는 장면(우측) 그렇다고 살해 장면까지 어처구니없다는 얘긴 아니다. 영화에는 다양한 살해방법이 보인다. 깨진 형광등으로 입에 박아넣기, 동상 손가락에 눈 쑤셔 넣기, 죽은 척하는 소녀 발목 썰기(이에 이은 목 톱질!). 내장 꺼내 줄넘기하기 등등 아껴먹는다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노골적인 살해 시퀀스가 영화를 수놓고 있다. 그 강도는 2000년 이전, 이후에 나온 모든 공포 영화를 통틀어도 대적할 영화가 없을 정도다. 한국 공포 영화는 언제나 ‘한’의 정서였다. 귀신이 나오거나, 아니면 한이 맺힌 인간이 괴물화 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 씨어터 >는 한국 공포영화사의 밖에 덩그러니 혼자 떨어져 나온 것처럼 그렇게 존재했다. 당시 ‘이상한 것’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증폭되면서 많은 (당시의) ‘이상한 영화’들이 주목을 받았다. <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 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나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같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혹은 개봉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준 시기였다. 그중에서도 <씨어터>는 가장 막가는 시도였다. 그 증거로 이 영화는 개봉도 못 했다. 감독은 애초에 개봉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처럼 찍고, 한국 최초(일 것으로 생각된다)의 인터넷 개봉을 시도한다. 현재는 사라진 도메인인 www.theater2000.co.kr 이라는 웹 사이트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이 외의 공식적인 상영은 2000년 제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있었을 뿐이다. 이후 암암리에 호러 영화 동호회에서 상영이 되었고, 2001년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잔혹한 장면들. 그러나 이 글에서 묘사된 많은 장면들은 비디오판에 아예 없거나 편집되어 있다.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비디오판 < 씨어터 >를 다시 보았다. 예상했던 바지만, 영화가 집중했던 부분은 모두다 날아가 버린 채, 썰렁한 개그만이 남아있었다. 개그연구가가 아니라면 굳이 이 영화를 ‘비디오’로 다시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찾아본 바에 의하면, 무려 ‘20분’. ‘20분’이 잘려나갔다. 20분이면 하나의 생명이 잉태될 수 있는 시간이며 어쩌면 사랑에 빠질 수도 있는 시간이고 그것이 어떤 ‘이야기’라면 아예 다른 것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씨어터>는 한국 영화사에 ‘한국 고어 영화의 시작’, 이른 이정표로서 우뚝 서 있고 싶었지만, 오히려 그 스스로 더 잔혹한 것은 한국의 영화 제작환경, 그리고 영화를 개똥만도 못하게 보고 있던 당시 검열기관의 무지함과 잔혹성을 보여주는 ‘현실 고어’의 한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이후 박재범 감독이 <씨어터 2.0>을 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관람했고 1편에 비해 영 못 미친다는 평만 볼 수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조지 A.로메로는 <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으로 ‘좀비’를 탄생시키며 그 안에 매카시즘을 비유했고, 다리오 아르젠토는 < 서스피리아 >등을 통해 ‘공포’가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을 증명해 냈으며 루치오 풀치는 다양한 잔혹 영화를 통해 사지절단류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쾌감의 영역을 튼실하게 구축해냈다. 우리는 과거서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한국에서 공포영화는 안 돼’라는 이야기를 듣고 살았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이, 변변한 공포영화 한 번 나와 본 적이 거의 없다.(아주 가끔 좋은 공포 영화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다. 분류가 애매하긴 하지만 < 독 >이나 < 불신지옥 >, < 기담 > 등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한국에 이러한 ‘장르’가 있다고 말하기엔 민망한 숫자이다.) 호러영화의 팬으로서, 언제쯤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멋진 스플래터(혹은 슬래셔) 영화를 볼 수 있을까? 피가 튀고 뼈가 보이며 내장이 흩날리는 그런 멋진 광경을 말이다. 유행이 너무 지나서 이제는 기대하지 말아야 할까나. ‘그래도 언젠간’이라는 마음으로, 그런 똘끼를 지닌 박재범의 후예가 나타나길 기대해 마지않는 것이다. 박동빈의 어제와 오늘 P.S : 이 영화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한 사람, ‘마징가’를 연기한 배우는 ‘ 박동빈 ’이다.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에서 입에서 주스를 흘리는 장면으로 유명해진 바로 그 배우다. 세월이 얼마나 무서운지... 또한 미아리에서 근무하는 업소여성으로 등장하는 ‘장경희’씨는 2003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개그우먼과 ‘미녀 삼총사’라는 걸그룹(일단 여자 셋이니)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애니메이션 성우에 힘쓰고 있다. 매점 주인으로 나오는 서범석씨는 뮤지컬계에서 한몫하시는 분 같고... 어찌돼도 소식을 들을 수 없는 것은 감독 박재범 뿐이니 답답할 노릇이다. 언젠가는 꼭! < 씨어터 >의 무삭제판이 공개되길 바란다. 박동빈 장경희 노진원 감독 박재범 각본 박재범 개봉극장 www.theater2000.co.kr (온라인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