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
- 감독
- 정희재
- 제작년도
- 2008
- 출연
- 임성미, 박남희, 김현아, 이재환, 이도훈, 유은지
독립영화는 상업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구조에서 작가의 의도를 표현하는 영화이므로 제작방식 면에서도 상업영화와 차별된다. 일반적으로 국내 독립영화는 감독의 시나리오와 감독이 준비한 자본으로 제작하는 감독중심 제작시스템이 보편적이다. 대부분의 독립영화에서의 감독은 투자자이자, 제작자이자, 연출자이자, 작가이다. 영화 전체를 총괄하는 프로듀서의 역할이 독립영화 안에서는 대부분 감독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렇다면 독립영화에서 프로듀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2004년에 촬영을 시작하여 2005년에 완성한 < 전쟁영화 >는 1965년 배경의 결혼직전 남녀커플이 주인공인 블랙코미디 단편영화이다. 프로듀서라는 직책으로 <전쟁영화>에 합류하였지만 사실상 영화의 각본, 파이낸싱 등을 감독이 대부분 준비를 한 후의 상황이어서 엄밀한 의미에서 명명하자면 프로듀서가 아닌 라인프로듀서라고 칭했어야 정확한 표현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전쟁영화 >가 독립단편영화로는 드물게 시대극이므로, 한정된 예산안에서 1965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프로덕션 규모를 간소화해야만 했다. 현대극에 비해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배가 되므로 프로덕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대안을 마련하느냐가 프로듀서에게는 중요한 임무였다. <전쟁영화>안에서 가장 비중 있는 공간인 ‘다방’의 경우는 최종 촬영이 완료될 때까지도 이러한 포기와 선택과 대안들이 오고 갔다. 모든 선택은 균형감 있게 합리적으로 한다는 원칙이었지만, 대부분 그 기준의 우선순위는 규모보다는 의도가 먼저였다. < 전쟁영화 >는 어떤 방식의 마무리가 더 옳은 선택인지에 대해 끝까지 고민하여, 결말을 세 가지 버전으로 수정하여 만들만큼 꼭 하고 싶은 이야기의 영화였던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수정하고 공을 들인 <전쟁영화>를 완성하면서 다른 형태로 만들고 싶을 만큼 또 다른 작품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었고, 고무적이고 적극적인 관객과 평단의 반응들까지 합쳐지니 ‘한국의 근현대사를 통해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적 고민 및 시스템을 다루는 이야기’로 확장하여 본격적으로 작품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였다. 이에 감독과 함께 여러 가지 근현대사 자료 및 관련서적 등을 참고하며 그 시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입을 하면서 장편화 계획을 구체화하여 이야기를 정리해 나갔다. 2008년 드디어 촬영에 들어간 < 계몽영화 >. 저예산으로도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한 방법으로 각 시대를 사계절로 나누었고, 각 에피소드별 프로덕션을 별개로 운용하고, 각 시대별 가장 중요한 부분을 최대한 집중하여 보여주는 등 작은 규모의 영화이지만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루는 스펙트럼이 넓은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하기 위하여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서 프로덕션을 운용하였다. 또한 독립영화이긴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을 예측하고 작가의 의도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좀 더 효과적으로 내용과 감정이 전달되게 하는 방법을 찾아갔다. 그렇게 만든 < 계몽영화 >, 2010년 9월16일에 개봉하여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개인적으로, 1940년대 해방이후 시대와 1990년대 초반에 대해 다루면서 < 계몽영화 >안에서의 인물들의 선택과 히스테리 전이에 대하여 더욱 집중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 이 <계몽영화>의 미완성부분을 끝까지 채워나가는 것, 이것이 프로듀서의 역할이 아닐까. (2010년 2월 발표한 본인의 학위논문을 재인용 함.)
살고, 그곳을 경유하는 아이들이 있다. 눈과 바람만 가득하고 어쩐지 텅 비어 보이는 마을이 있다. 어떠한 이물거리는 소리와 이미지가 개입이라도 한다면 마치 그 공간을 오염이라도 시킬 듯 새하얀 그곳, ‘두만강’. 그곳에 불순물처럼 ‘저쪽’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불안하게도. 감독이 본인의 입으로 표현했듯 < 두만강 >은 차가운 영화이다. 이 ‘차가운 영화’가 인물을 다루는 방식(특히 아이를 다루는 방식), 공간을 만드는 방식(그 만의 미니멀리즘), 동시대를 표현하는 방식(리얼리즘), 사유하는 방식(그의 아이덴티티) 등은 장률 감독만의 문법을 구축했다고 할 정도로 확고하고 특징적이다. 그 중 영화를 구문하는데 있어 프레임을 구성하는 방식이 특히 인상적이다. 주로 프레임인하는 방식으로 인물을 등장시키는데, 무대의 주인공을 소개하고 마이크를 건네는 형태로 친절하게 시작하는 그의 방식은 ‘자, 이제 이 사람을 잘 따라가 보세요’ 라고 집중시킨다. 수미쌍관으로 배치된 아이의 운명. 아이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구성하는 프레임 속의 프레임들. 폐건물 안에서 창 밖 너머를 주시하는 미장센은 두 개의 창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건물 안에서 밖을 비추는 큰 프레임과 그 안의 창문 두 개의 작은 프레임. 가장 바깥의 레이어인 건물 안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창호의 친구, 그리고 그 다음 레이어인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창호, 그리고 그 다음 레이어인 다른 창밖에서 공안에게 잡힌 채 창호의 모습을 바라보는 정진. 이 세 겹의 레이어로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함축하여 표현한다. 그렇다면 창호와 순희 남매는 어떻게 표현하는가. 말을 못 하는 순희와 그런 누나의 입이 되어 주는 동생 창호. 이 남매는 서로가 보호자이면서 분신이다. 그렇기에 순희의 유린이 창호에게 다가오는 데미지는 더 크다. ‘누나가 북쪽사람과 하는 거 봤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집에 간 창호는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고 창밖에 기대어 서 있다가 다시 나간다. 이때 누나는 그 창 안으로 프레임인 된다. 프레임아웃 되는 창호와 동시에 프레임인 되는 순희. 결국, 끝 부분에 이 영화는 동시간 순희를 병원에 창호를 폐건물에 각각 위치시킨다. 각각 떨어진 그곳, 프레임 안에 들어오지 않은 순희가 프레임 밖으로 사라진 창호를 부른다. 아이를 떠나보내는 순간, 처음으로 입으로 소리를 내어 동생이름을 외치는 것이다. 프레임 밖에서. 너무나도 차갑고 바스라 질듯 마른 영화. 프레임 밖의 인물이 안으로 들어올 때, 그리고 밖의 인물이 그곳에서 존재할 때, 그 긴장감을 그렇게 균형 잡는 영화. 경계에 존재하는 두만강에서의 그들. 목격하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