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쉽 트루퍼스 2
- 감독
- 필 티페트
- 제작년도
- 2004
- 출연
- 리차드 버기, 로렌스 모노슨, 콜린 포치, 에드 로터, 빌 브라운, 켈리 칼슨, 사이 카터, 산드린 홀트, J.P. 마녹스, 드류 포웰, 에드 퀸, 제이슨 쉐인 스콧, 브렌다 스트롱, 스티븐 스탠튼, 팀 콜론
2002년 | 싸이더스 감독, 각본 : 조민호 | 제작: 차승재 | 촬영: 이두만 | 음악: 김재원 박영 | 미술: 이대훈 CAST 기태: 장혁 | 철수: 이범수 | 멕: 전혜진 | 민철: 손창민 | 악어: 김뢰하 | 땅개: 봉태규 | 이 형사: 박원상 큰 흥행을 기록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 정글쥬스 >는 이른바 ‘양아치 영화’ 장르의 대표작입니다. 청량리 출신의 두 루저 기태(장혁)와 철수(이범수). 그들은 우연히 마약을 손에 넣지만 쫓기는 신세가 되죠. 그 끝은 부산 태종대. 2001년 초겨울, 그곳 현장에 갔습니다. 마약을 빼앗긴 조직 보스 민철(손창민)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두 주인공에게 총을 겨눕니다. 이 날 촬영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데요, 영화에선 꽤나 절박한 장면이지만 정작 현장 분위기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크랭크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그랬던 것 같네요. 위의 롱 숏을 앵글을 달리 해 두 개의 숏으로 쪼개 보면 이렇습니다. 뒷모습으로 보이는 손창민은, <정글쥬스>에서 ‘빡빡 머리’로 밀며 인상적인 변신을 보여줍니다. 한편 기태와 철수는 태종대 자살바위 끝까지 몰렸습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기태는 철수를 이끌고 벼랑 끝으로 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뛰어 내립니다. 혹시 이 장면… <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리들리 스콧, 1991)의 마지막 장면을 패러디 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두 배우는 실제로 큰 액션과 함께 뛰어 내렸고, 아래 쪽엔 라면 박스가 쌓여 있었습니다. 든든한 안전 장치였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시야에 바다가 걸리는 장소에서 벼랑 아래로 뛰어내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두 배우는 몇 번에 걸쳐 반복했습니다. 안 그래도 아찔한 벼랑 위의 촬영에, 더 아찔해 보이는 크레인이 동원됐습니다. 이두만 촬영감독은 정지우, 김용균, 임필성 감독 등과 함께 1990년대에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활동했고, < 눈물 >( 임상수 , 2000)로 장편영화 촬영감독이 되었습니다. <정글쥬스>는 두 번째 장편인데요, 서른 즈음의 젊은 촬영감독답게 활기 찬 화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컷!” 소리가 나자마자 배우들은 모니터 앞으로 달려옵니다. 중요도가 높은 장면이라, 꼼꼼하게 체크할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죠. 조민호 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내도, 배우들의 요구로 더 찍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영화아카데미 출신은 조민호 감독은 김영빈 , 이민용 감독의 연출부를 거쳐 <정글쥬스>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 강적 >(2006) < 10억 >(2009) 등의 작품을 내놓았고요. 기태와 철수, 두 루저 캐릭터에 대한 감독의 애정은 매우 컸습니다. “나는 <정글쥬스>에서 양아치들 바로 옆에 따라 붙고 싶었고, 그래서 핸드헬드 카메라를 많이 사용했다. 그것이 관객들에겐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정글쥬스>엔 인물이 없는 컷이 한 컷도 없다. 나는 인물들과 같이 호흡하고 느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현장은 열기로 넘쳤지만, 초겨울에 여름 의상을 입은 배우들은 추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두 배우는 점퍼를 입거나 하지 않고, 영화 속 의상 그대로 현장에 있었습니다. 조민호 감독은 “양아치 인생을 그렸지만 어두운 영화는 아니다. 밝게 찍어야 한다”고 배우들에게 주문했습니다. 한편 이범수에게 <정글쥬스>는 첫 주연작이었는데요, 그는 “이 영화를 찍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장혁은 이범수와 호흡을 맞추며 “만만한 셋째형을 건졌다”고 표현했는데요. “범수 형은 큰형이나 둘째형보다 조금 만만한 셋째형 같은 느낌이다. 콤비 플레이가 중요한 영화라서 핑퐁을 하듯 재미있게 연기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보스 민철의 피 묻은 손과 옷, 그리고 권총은 이 장면의 격렬한 느낌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이미지입니다. 어느덧 점점 어두워지는 태종대. 그래도 빛이 허락할 때까지 촬영은 이어집니다. 마치 벌레들처럼 바글거리며 살아가는 두 청춘의 이야기 <정글쥬스>. 조민호 감독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정글쥬스>의 기태와 철수는 낮에는 유치찬란한 양아치고 밤에는 범죄를 저지른다. 그 아이들은 청년 실업자들이고 경제적 이해 관계로부터 소외된 하층 계급이다. 하지만 그 양아치들에겐 당당하고 자유로운 모습이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근처에 도둑고양이들처럼 말이다.” 이미지 디지털화 지원 NAVER
1979년, 영국 출신의 프로그레시브 록의 거장 그룹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는 반전, 반파시즘, 반 제도교육, 현대사회의 단절과 소외 등 철학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기념비적 더블앨범 「더 월 The Wall」을 발표하였다. 이 음반은 당시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500주 이상 머물렀으며, 영국 앨범차트에서는 무려 911주(17년 이상)동안 머물렀고, 전 세계적으로 2,300만 장 이상 판매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은 1982년 알란 파커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영화 < 핑크 플로이드의 벽 Pink Floyd: The Wall >은 음반 「더 월」의 주요한 컨셉을 가져와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 ‘핑크’의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그리고 실사 영상과 애니메이션의 교차 편집 등 실험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으로 표현하여 수많은 록음악 팬들과 영화 마니아들의 뇌리 속에 잊지 못할 강렬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영화 < 핑크 플로이드의 벽 >은 배우들의 대사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음반에 수록된 곡의 순서대로 전개되는데, 자유로운 상상을 억압하는 획일적 교육과 이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데모, 정육점 고기 분쇄기로 쑤셔 넣어지는 학생들의 모습, 전쟁터로 나가는 힘없는 사람들과 반전 시위대에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 외부와 단절된 ‘핑크’의 의식과 자학적인 행동, 환상 속에서 파시스트 부대의 우두머리가 되는 ‘핑크’의 섬뜩한 모습 등 파격적이면서도 정교하게 짜인 영상기호로 전체주의와 개인 소외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또한 주인공 ‘핑크’의 성년시절을 연기한 가수 밥 겔도프는 이디오피아 난민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 그룹 ‘밴드 에이드’를 조직하여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하였는데, 이로 인해 그는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 특히 < 핑크 플로이드의 벽 >에서 제랄드 스카페(Gerald Scarfe)가 1975년부터 4년여 동안 디자인과 연출을 맡아 만든 4편의 뮤직 비디오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상을 훌쩍 뛰어넘는 강렬하고 섬세한 영상으로 현대사회의 혼돈과 인간소외에 대해 근원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앨범 「더 월」의 주제를 너무나도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디자이너, 무대미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제랄드 스카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 헤라클레스 >의 캐릭터 디자인과 미술을 맡아 작업한 바 있기도 하다. 가정과 학교를 상실한 소년 ‘핑크’에게 더욱 커다란 단절과 소외의 계기가 되는 전쟁의 공포를 표현한 <맑은 하늘이여 안녕 Goodbye Blue Sky>, 꽃으로 은유된 성행위 장면으로 시작해, 모든 것을 파괴하며 질주하는 벽과 현대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단절감을 그린 <텅 빈 공간 Empty Spaces>, 파시스트의 우두머리가 된 ‘핑크’의 정신적 분열과 공황을 ‘해머군단’(그 유명한!)을 통해 보여주는 <벌레들을 기다리며 Waiting For The Worms>, 재판에 회부되어 유죄판결을 받는 소년 ‘핑크’를 상징하는 인형과 기괴한 이미지의 판사와 교사가 등장하여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듯한 <재판 The Trial> 등 영화 < 핑크 플로이드의 벽 >에 담겨있는 4편의 애니메이션은 연출자이자 아트 디렉터인 제랄드 스카페 특유의 미술적 왜곡과 과장, 그로테스크와 정교함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 4편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시각적 기호들은 영화 <핑크 플로이드의 벽>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각종 포스터와 여러 가지 매체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더 월」라이브 음반 「더 월」은 엄청난 규모의 벽을 실제로 쌓아서 무너뜨리는 공연으로 더욱 유명한데, 특히 팀이 해체되고 독일이 통일된 직후 로저 워터스(Roger Waters)를 주축으로 베를린 광장에서 공연된 「더 월」 라이브는 록 음악 공연사상 가장 웅장하고 충격적인 무대로 기억되고 있다. 이 공연은 ‘The Wall - Live in Berlin’이라는 DVD 타이틀로 출시되어 있으며, 올해로 72세를 맞이하는 핑크 플로이드 출신의 로저 워터스는 여전히 왕성하게 「더 월」의 공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빌보드 차트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 콘서트 투어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수익(1600억 원)을 올린 뮤지션이 바로 로저 워터스였으며, 매 공연마다 예외 없이 < 핑크 플로이드의 벽 >의 애니메이션들은 공연 무대와 거대한 ‘벽면’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란 애니메이션을 처음 본 것은 꽤나 오래전으로 기억된다. 극장에서 개봉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출시된 비디오로 접했으니 벌써 십년도 훌쩍 넘은 것 같다. 독특한 비주얼 이미지와 뒤틀린 유머로 큰 반향과 색다른 감동을 주었던 < 크리스마스의 악몽 >의 팀 버튼이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꺼이 이 비디오를 구매했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추호의 의심도 없이 팀 버튼이 <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의 감독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 크리스마스의 악몽 >도 그때까지 팀 버튼의 연출작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두 작품 모두 바로 헨리 셀릭이라는 스톱 모션의 거장에 의해 창조된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동안 팀 버튼이라는 거장의 명성에 가려져 크게 주목받지 못한 점도 있었지만, 실제로 애니메이션 타이틀에서조차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으로 알려진 탓에 이런 오해들이 제법 생길만도 했다. 어쨌든지 내 나름대로 이 작품을 통해 마땅히 제대로 크레딧을 인정받아야 할 숨겨진 창조자를 새롭게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1930년대 영국의 어느 바닷가 작은 마을. 주인공 제임스는 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부모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행복도 잠시! 제임스의 부모는 우스꽝스럽게도 동물원을 탈출한 코뿔소에 의해 비극적인 사고를 당하게 된다. 졸지에 고아가 된 제임스는 악덕하고 심술 맞은 친척 이모들에게 맡겨지고 그때부터 불행한 삶이 시작된다. 여기까지 듣고 보면, 언뜻 디즈니표 가족용 애니메이션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고 식상한 감동 스토리의 결말이 보이기 시작한다. 꿈과 희망을 잃지 않은 소년은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이야기로 말이다. 그런 전개로 지루해질 즈음부터 바로 헨리 셀릭과 팀 버튼 두 콤비 특유의 상상력과 유쾌한 비틀기가 더해지면서 모험 활극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에서는 순종만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단순한 권선징악형의 디즈니 영화 공식이 답습되지 않는다. <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의 캐릭터들이 아이와 벌레들이 의인화되어 등장한다고 해서 자칫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라고 치부하면 곤란하다. 물론 애니메이션은 동화와 같이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펼쳐지지만, 저변에 깔린 의식의 배경은 절대 권력의 약자들로 그려진 이들의 모험담과 더불어 1930년대의 시대상을 다소 냉소적인 시선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실사 영화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환타지 어드벤처물로서 당시로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비주얼적인 완성도 면에서도 큰 찬사를 받았다. 특히, < 마틸다 >와 < 찰리와 초콜릿 공장 > 등으로 우리에게 더욱 잘 알려져 있는 영국의 작가 로앨드 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가 작품에서 보여주는 일관된 테마는 바로 어린이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다. 단순히 교훈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험을 겪는 과정에서 웃음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사한다. 학대의 테마에서 극복, 정의, 성장의 코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그 위에 아름다운 선율까지 실어 비주얼적인 환상의 전환을 이뤄내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첨단 신기술을 앞세워 화려한 볼거리의 CG 영상으로 점철된 요즘 영화들 속에서 가끔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 한 편 감상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Oldies-but-goodies. 새삼스럽게 느끼지만, 명작이란 타이틀 앞에서는 시간의 흐름은 무색하기만 한 것 같다. / 추혜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