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새댁
- 감독
- 노진섭
- 제작년도
- 1970
- 출연
- 신성일, 문희, 허장강, 사미자, 김정훈, 여운계, 안인숙, 이수정, 어윤길, 이철, 이동민, 태일, 김기범, 추봉, 김수천, 김대현, 이동출, 김정태, 한명환, 김경란, 정미경, 양춘, 석운아, 지용남, 문희철, 강혜성, 손승문, 최준
1960년대는 한국영화의 황금기로 불렸다. 그리고 많은 스타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가 6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세 명의 미녀 배우가 혜성같이 등장했다. 그녀들은 트로이카라는 이름으로 한국영화계를 주름 잡았다. 문희 , 윤정희 , 남정임 이 바로 그녀들이다. 그녀들은 주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모두가 훌륭한 멜로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는 법. 상대적으로 문희와 윤정희가 남정임보다는 작품의 운이 따르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남정임은 활극이나 코미디 장르의 출연횟수가 상대적으로 두 여배우에 비해서는 많았는데 그 이유는 아마 작품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한국영화가 침체기로 들어선다. 작품의 수준도 많이 떨어지고, 다양성도 부족해진다. 흥행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인지 액션, 활극, 코미디의 비중이 늘어났고, 그런 만큼 여배우들의 입지는 좁아졌다. 문희 , 윤정희 도 코미디 영화의 출연이 늘어났다. 트로이카 중에서는 남정임 이 60년대 후반부터 구봉서 등 인기코미디언과의 콤비로 흥행 성공작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녀는 능수능란한 코미디언들의 그늘에 가려 뚜렷한 이미지를 각인시키지는 못했다. 문희 역시 멜로드라마에서의 청순함을 코미디 영화에서의 발랄함으로 연결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반면 명랑이라는 카테고리로 넓게 펼쳐 놓았을 때, 가장 존재감이 돋보였던 배우는 바로 윤정희다. 김영걸 감독의 1971년 작품 < 괴짜신부 >는 윤정희 의 밝고 명랑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결혼식장으로 가는 첫 시퀀스는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다.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인 신세대 며느리와 시어머니 간의 갈등과 해결 과정 역시 상당히 유쾌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로 윤정희의 얼굴이다. 멜로드라마에서 차갑고 도도한 성숙미가 돋보였던 얼굴이지만 코미디 영화에서 밝고 명랑한 얼굴로의 변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녀가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배우인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괴짜신부>라고 할 수 있다. 노진섭 감독의 1970년 작품 < 별난 새댁 >에서 문희 는 밝고 명랑한 현대여성을 연기한다. 이 작품은 당시의 신세대라 할 여성의 결혼 해프닝과 딸부잣집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코미디영화다. 이 영화에서 문희 역시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의 < 명동 가시나 >에서 보여주었던 강인한 여성역이 어색 했듯, <별난새댁>의 도도한 신세대 신부라는 역할 역시 어색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쉽게도 문희의 얼굴은 윤정희 만큼 다양하진 못했다. 그래도 문희는 멜로드라마에서 만큼은 발군이다. < 괴짜신부 >와 < 별난 새댁 >은 공통적으로 산업화와 서구화되면서 급격하게 변하는 가치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괴짜신부>는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이라 할 고부간의 갈등을 다루고, <별난 새댁>은 전통적인 남녀의 역할을 거부하려는 부부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이런 주제는 당시의 가장 큰 이슈였을 것이다. 이렇듯 두 영화는 코미디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세태풍자를 소재로 끌고 들어오면서 1970년대 당시의 신세대라 할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그리고 그녀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것은 바로 파격이다. <괴짜신부>의 백란( 윤정희 )과 <별난 새댁>의 도도해( 문희 )는 전통이라 불리던 질서를 지키기보다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반항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갈등이 발생한다. 모든 영화가 그렇듯 < 괴짜신부 >와 < 별난 새댁 >도 갈등을 해결한다. 하지만 그 해결과정에서도 더 이상의 파격을 동반하지도 않고, 가치관의 갈등에 대해서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서로 간의 이해로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을 해결 하도록 노력하자는 <괴짜신부>의 메시지는 전형적이긴 하지만 거부감은 없다. 반면 <별난 새댁>은 딸 부자집의 아버지가 새로운 아들( 김정훈 )을 얻게 되는 과정을 통해 갈등이 해결된다. 딸 삼 형제도 좋지만, 결국은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전달함으로써 도도해가 가족계획을 위해 잠자리를 거부하며 갈등을 만들었던 상황은 그저 하나의 해프닝으로 만 끝나고 말았다. 김영걸 감독의 < 괴짜신부 >와 노진섭 감독의 < 별난새댁 >은 한국영화사에 남을 만한 작품성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불세출의 트로이카 문희 , 윤정희 의 다양한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 영화들은 제 몫은 한 셈이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나는 <괴짜신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좀 더 자연스러운 윤정희의 연기와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 괴짜신부 > 윤정희 김경수 감독 김영걸 각본 이일목 촬영 이석기 1971년 87분 칼라 판매원 (주)동양프로덕션 영상도서관 배가번호 0172 < 별난 새댁 > 신성일 문희 허장강 감독 노진섭 각본 한기전 촬영 권재홍 1970년 100분 칼라 판매원 한양비디오 영상도서관 배가번호 1255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강수연 이 아직 아역이었을 때다. 나는 영화 < 낮은 데로 임하소서 >를 제주도에서 촬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점심을 기다리며 식당의 TV에 무심코 눈을 주던 중 아주 깜찍한 연기를 하는 어린 강수연의 모습을 드라마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앞자리에는 마침 아직 총각이었던 안성기 가 앉아 있었다. 나는 그의 주의를 환기시켜 강수연을 유심히 보게 했다. 한참 TV를 들여다보던 안성기가 왜 갑자기 어린애 연기를 보라고 했는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진지한 얼굴로 그의 의향을 물어보았다. '쟤 어때?' '뭐가요?' '괜찮잖아?' '응- 연기 잘하죠!' '그게 아니라 매력 있잖아! 어때 저 애? 색시 깜으로….' '누구? 나요? … 에헤이, 형두 참. 어린애 가지구…' 안성기 는 별 싱거운 농담 다한다는 듯 그냥 웃어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진지했다. 저 아이는 곧 어른이 될 것이다. 불과 5년도 안되어 성인이 될 터이고 그때까지 안성기가 장가간다는 보장도 없다. 안 갈게 틀림없다. 흔한 말로 처녀 장가가려면 길러서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그냥 흘려 듣지말구 진지하게 검토해 봐라! 그때 나는 안인숙 이란 배우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마도 1965년 전후 무렵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어렴풋이 기억 속에 아역 탤런트였던 안인숙의 껑충한 모습이 떠올랐다. 어떤 일 때문이었는지 잠깐 들렸던 TV방송국 안에서 어린이프로그램 녹화를 준비하던 목이 긴 아이가 자기보다 작은 애들 속에 둘러싸여서 재잘재잘 수다를 부리는 모습을 인상 깊게 보았던 기억이었다. 당시 얼굴은 낮이 익었지만 이름까지 외우지 못했던 그 작은 소녀는 연기를 깜찍하게 잘했고 금세 부쩍부쩍 자라 중학생으로, 여고생으로 출연하더니 불과 5년도 안되어 성인의 역할 언저리를 비슷하게 넘나들더니 결국 훗날 내 데뷔작 ' 별들의 고향 '의 여주인공을 맡았다. 뿐만 아니라 결혼을 할 때는 신랑이 내 고교 선배여서 꼼짝없이 형수님이라 부르는 처지로 바뀌었다. 안인숙 을 캐스팅한 후로 나는 아역배우들을 단순히 어린이로만 보지 않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대개 13살 전후다. 덩치가 아무리 커도 틀림없는 어린애다. 그런데 4년만 지나면 각종 미인대회에 나설 정도로 성장한다. 요즘 미인대회를 보라. 고교 2년 정도의 재학생이 꽤 많다. 좀 다른 예가 되겠지만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영화에서 김지미 씨를 처음 보았는데 지금은 사라져버린 을지로의 국도극장에서 보았던 그 '' 황혼열차 ''라는 흑백 필름은 고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로 김지미 씨의 데뷔작이다. 이 영화를 통해 13살 어린놈의 뇌리에 코스모스처럼 청순한 모습으로 아름답게 각인되었던 여배우 김지미의 그때 나이는 겨우 18살이었다. 불과 5년의 차이뿐이지만 어린이와 어른이라는 엄청난 장벽으로 거리감을 만드는 억울한 시기는 우리 인생에서 오직 이 시기만 유일하다, 안인숙 에 대해 회고하는 지금 먼저 떠오른 모습이 어린 시절이다. 일찍부터 TV와 영화 출연에 익숙한 연기 생활을 한 때문일까? 안인숙의 연기는 맑다. 우중충한 연기가 어울리지 않는 그는 새로운 연기의 세계로 내 시야를 넓혀 준 장본인이기도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남의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성질이어서 나는 안인숙의 다른 영화를 별로 보지 못했으나 안인숙을 통해 느낀 이미지는 매우 밝고 맑고 깨끗하다. 그래서 만약 그가 우중충한 연기를 썩 잘 해낸다고 해도 그 타고난 이미지와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짐작된다. '' 별들의 고향 ''의 크랭크인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창 밖은 하얗게 눈으로 덮였다. 뜻밖이었다. 밤사이에 눈이 참 많이도 내렸다. 그날 예정된 촬영은 어렵지 않은 거리 로케이션 이었는데 처음 영화에 데뷔하는 감독은 첫 촬영을 쉬운 장면부터 찍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밤사이 내린 축복은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는데 그 설경을 보자 나는 이 겨울에 하나님이 주신 마지막 눈일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생겼다. 원작 ''별들의 고향''에서 경아는 눈 쌓인 벌판에서 죽는다. 그 라스트 신은 조감독 시절의 경험으로 강원도 대관령이나 정선 임계 백봉령 정도에서 촬영하리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신비한 설경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으니 오늘 이 대도시에서 촬영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재빨리 조감독과 제작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촬영 계획을 바꾸어 라스트 신부터 찍겠다고 통보했다. 촬영장소는 연애시절 빈번하게 처가를 왕래하면서 자주 지나다녔던 광나루 강변이 머리에 떠올랐고 거기쯤이면 아주 장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침의 모든 갑작스런 계획이 마치 신들린 것처럼 진행된 것 같다. 드디어 촬영 현장에 도착해 우선 촬영장소로 적합하다는 만족감을 스텝들로부터 확인했다. 그러나 너무 갑작스런 촬영계획 변경으로 주인공 경아 역을 맡은 여배우 안인숙 은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분장사도 없었고 의상도 헤어스타일도 미리 연출부와 합의를 보지 않은 갑작스런 촬영인데다 아주 중요한 라스트 신이 아닌가? 연기자의 컨디션이 좋을 리 없었다. 그러나 안인숙은 내색하지 않고 어떻게 분장했으면 좋겠는지 정중하게 감독의 의견을 물었다. 촬영반이 대기 중인 버스 안이었다. 갑자기 촬영 계획을 바꾼 감독을 힐난하는 눈초리로 모두 나를 쳐다보는 것처럼 얼굴이 뜨거웠다. 경험이 일천한 나로서는 생각지도 않은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 머뭇거리다가 겨우 타락한 모습을 보여 달라고 가까스로 주문했다. 그러나 스스로 말해놓고도 내가 이해되지 않아 덧붙여 말한다는 것이 푹 썩은 얼굴이면 좋겠다고 해놓고는 얼른 돌아서 버스에서 내려왔다. 낯이 뜨거웠다. 연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두 의심하는 것 같았다. 등에 따가운 시선을 느끼면서 스텝들과 멀리 떨어져 혼자 눈 쌓인 벌판을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야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고 비로소 촬영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자신 있는 걸음으로 다시 스텝들이 기다리는 버스로 돌아왔다. 그러나 웬걸! 안인숙 의 얼굴은 한 마디로 엉망이었다. 푹 썩은 얼굴, 타락한 모습으로 분장사 없이 스스로 자신의 화장품이 그려 놓은 얼굴은 그야말로 '' 13일의 금요일 ''에라도 나오는 악마의 얼굴이었다. '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아역 출신 명배우 안인숙의 감독 테스트에서 나는 첫 시험에 불합격이었다. 다시 제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모든 화장을 깨끗이 지우고 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로 돌아가 촬영하자고 제의했다. 비로소 안인숙은 안심이 된다는 듯 기분 좋게 화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날 그렇게 나로 하여금 정신을 못 차리게 뺑뺑이 돌리던 크랭크 인은 그래서 그 역사적 감독 데뷔의 첫 외침 '레디-고!'를 언제 어떻게 했는지 전혀, 그리고 영원히 기억나지 않게 만들었다. 안인숙 의 이미지는 맑고 밝고 깨끗하다. 별들의 고향 에서 그는 처음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그의 이미지에 맞추어 성공적인 연기를 해내었다. 아무리 우중충한 장면도 그는 산뜻한 이미지로 나에게 새로운 연기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어린 시절부터 오랜 연기 생활이었겠지만 그 역시 별들의 고향은 아주 특별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언론사상 최고의 인기신문소설의 영화화, 그 수많은 경쟁을 뚫고 획득한 여주인공 경아 역, 본격적인 성인 역할, 구두쇠 제작자의 자존심 때문에 어처구니없이 아주 흔쾌하게 승낙할 수밖에 없었던 노 개런티의 출연, 그리고 생전 처음이었을 누드 출연, 16년이나 연상인 슈퍼스타 신성일 씨와의 베드신, 등등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한 작품을 더 함께 만들었다. 나의 두 번째 영화 '' 어제 내린 비 ''. 개인적으로는 '' 별들의 고향 '' 보다 더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영화 만드는 맛을 알았고 비로소 영화에서 연출자의 표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의식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또 안인숙 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고 내 친동생 이영호 를 데뷔시켜 안인숙과 공연하게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안인숙 은 물론, 안성기 도 그렇고, 강수연 도 그렇고 아역 출신들의 공통점은 타고 난 연기력이다. 태생적 연기자란 말은 그 연기의 천재성이 개발된 것이 아닌 만큼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된다. 대개 어려서 의식하지 못한 사이 그 천부적 감각으로 기능화 되어버린 연기 기술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타고 난 재능처럼 본능성을 발휘해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창작의 고통과는 또 다른 거리감이 있어 예술성과 그 깊이에서는 손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품다운 작품을 만나 본인이 투지와 의욕을 불태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할 것이다. 이장호 (영화감독) / 2003년 <프로필> 1952년 10월 28일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 1975년 결혼과 함께 은퇴 1963년 최훈 감독 < 부부조약 >에서 아역 데뷔 <주요 작품> 쌍무지개 뜨는 언덕 , 섬마을 선생 , 별난 새댁 , 별들의 고향 , 어제내린 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