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릿트
- 감독
- 피터 에이츠
- 제작년도
- 1969
- 출연
- 스티브 맥퀸, 로버트 본, 재클린 비셋
나쁜 놈들에게 개과천선은 가능한 걸까? 성악설을 따로 들먹이지 않아도 늑대, 뱀, 피라냐, 상어, 거미 등 오래 전부터 무섭고 위험한 존재로 취급 받아온 이들이 새롭게 거듭나겠다며 착한 일에 도전한다. 하지만 기니피그로부터 제안된 이 실험은 시작부터 그리 녹녹치가 않은데, 지독한 편견과 고정관념 탓에 뭔 일을 시도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질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목숨마저 내어줄 만큼 가장 친한 친구 사이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 배드 가이즈 >는 변해버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서투른 고백이자 위로이고, 환대받지 못한 아싸들의 진솔한 우정을 그린 헌사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15권까지 출간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호주의 배우 출신의 아동 작가 애런 블레이비의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데, 영화는 크게 1권과 3권의 기둥 줄거리를 바탕으로 < 펄프 픽션 >과 <오션스 시리즈> 등의 전통적인 범죄 장르 영화들과 < 루팡 3세 >나 < 명탐정 번개 (홈즈)> 그리고 <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 같은 다양한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받아 재해석되었다. 특히나 실사적인 움직임을 강조해오던 그간의 미국 전통적인 CG 애니메이션 경향에서 벗어나 만화 특유의 과장된 움직임과 가변 프레임적인 연출을 강조하는 스타일은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물론 공유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바로 음악을 맡은 이도 다니엘 펨버튼으로 동일하다는 것! 다니엘 펨버튼 1977년생의 다니엘 펨버튼은 현재 가장 핫한 영화음악가인 동시에,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온 뮤지션이다. 1994년 그의 나이 약관에도 미치지 않은 16살 때 만든 데뷔 앨범을 들은 TV연출자 폴 윌름스우스트(다큐 연출을 하다 방향을 틀어 <스트라이크 백>과 <다빈치스 데몬스> 등의 시리즈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베테랑) 눈에 띄어 픽업돼 그때부터 17년간 TV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그 필모 안에는 <핍쇼>나 <헬스 키친>, <공룡 구출 대작전>,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사무소> 등 제법 우리 귀에도 익숙한 영국 프로그램들도 보인다. 그러다 2011년 비로소 경력에 비해 늦은(그러나 여전히 젊은 나이인 30대 중반에) 닉 머피 감독의 < 어웨이크닝 >으로 장편 극영화음악 데뷔를 한다. 그 후 리들리 스콧과 대니 보일, 가이 리치, 아론 소킨 등 여러 잘 나가는 감독들을 단숨에 만족시키며 영화계 주류 작곡가로 편입되었다. 그가 이처럼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명징한 멜로디 감각과 탁월한 아이디어, 재기발랄한 편곡 솜씨를 보유한 실력 덕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진지한 드라마를 필두로 다큐멘터리, 범죄물, 블록버스터 액션 히어로, 시대극, 판타지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편식 없이 가리지 않고 모든 스타일의 음악을 매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엔 길고 길었던 TV시절이 받쳐줬기에 가능했다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 <배드 가이즈>에서도 이런 그의 유연한 다재다능함은 빛이 난다. 다니엘 펨버튼은 이번 애니메이션이 전통적인 하이스트 영화들에 기조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 1960-70년대 사이에 제작됐던 수많은 할리우드 케이퍼 영화들이나 캅 영화들의 스코어에 경배를 바치고 있다. 헨리 맨시니의 < 핑크 팬더 >이나 <피터 건>, 퀸시 존스의 < 이탈리안 잡 >, 랄로 쉬프린의 < 블리트 >, 데이빗 사이어의 <지하의 하이젝킹(펠햄 123)>, 돈 엘리스의 <프렌치 커넥션>, 그리고 존 배리의 007시리즈 등 당대 가장 인상 깊었던 그 쿨한 재즈 사운드가 고스란히 그의 손에 의해 재현되는데, 이를 위해 휘황찬란한 브라스 섹션에 그루브한 하몬드 오르간과 펑키한 퍼즈 기타,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리드미컬한 봉고 드럼, 짜릿한 무그 신디사이저 등 그 당시 악기들을 이용했다. 이미 앞서 다니엘은 그 시절 첩보물의 리메이크인 < 맨 프롬 엉클 >과 오션스 시리즈의 스핀오프 < 오션스 에이트 > 그리고 진지한 누아르 < 머더리스 브루클린 >에서 재즈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과 실력을 마음껏 피력한 바 있기에 <배드 가이즈> 스코어의 완성도를 의심하는 건 시간낭비에 가깝다.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적재적소에 위치하는 활력 넘치는 레트로 사운드는 교활함과 긴장감, 위트와 낭만, 감동과 눈물을 동시에 아우르며 10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 중 거의 내내라 할 수 있을 정도인 80여 분간 깔리며 기둥 분위기를 잡아준다. 하지만 단순한 스타일의 재현과 답습을 넘어 자신만의 색채를 입히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힙합 비트에 심포닉 사운드를 섞어 삽입곡들과 균형을 맞추는 동시에 새로운 슈퍼히어로 스코어를 완성시켰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처럼 다니엘 펨버튼은 고전 하이스트 장르물 스코어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색다른 악기들이나 모티브를 도입해 기발한 재미와 흥미를 자아내게 만든다. 인도의 전통 악기 ‘반수리(대나무 플루트)’로 재즈에서 사용되는 플루트를 대체해 작전 이나 잠입 시 독특한 은밀함과 영화 중반 등장하는 크림슨 포의 신비주의를 선사한다던지, 하프와 아코디언, 치터가 뒤섞인 것 같은 음색을 들려주는 일본의 전통악기 ‘다이쇼고토(大正琴)’를 들고 와 그 특유의 서늘한 공명감으로 섬뜩한 빌런의 음모를 암시하는 등 기존 장르 스코어에서 전혀 들어보지 못한 실험을 펼쳐 보인다. 복잡한 사연을 지닌 입체적인 기니피그 캐릭터 마멀레이드 교수를 위해선 바흐에서 영향을 받은 피아노(대체적으로 영화에서 컨벤션화 된 악당 캐릭터들이 바흐 음악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를 대입하고 있으며, 후반 들어선 의도적으로 역시 바흐의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프로콜 하럼의 히트곡 “A Whiter Shade of Pale”의 하몬드 오르간 전주를 따와 반전의 전조로 써먹는 재치도 발휘한다. 시종일관 질주하는 다니엘 펨버튼의 음악은 마치 갱단의 노련한 움직임처럼 지치거나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앤서니 라모스 이기 팝과 함께 작업한 영화 <골드>의 주제가 “Gold”로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되고, 셀리스트와 함께 한 <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의 주제가 “Hear My Dream”으로 오스카 주제가상에 올랐던 만큼 다니엘 펨버튼의 송 라이팅 실력 또한 무시 못 하는데, 이번 <배드 가이즈>에선 흥겨움을 담당하는 두 곡 “Good Tonight”과 “Brand New Day”를 들려주고 있다. 영화 중반 스네이크가 위기에 빠지자 피라냐가 마이크를 잡고 주위 환기용으로 불렀던 “Good Tonight”는 실제 목소리를 맡은 앤서니 라모스의 출중한 노래 솜씨를 맛 볼 수 있는 곡인데, 그는 뮤지컬 <해밀턴>과 < 인 더 하이츠 >, < 트롤: 월드 투어 > 등으로 이미 검증된 바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주제가라 할 수 있는 “Brand New Day”는 영국의 소울 충만한 펑크 락 밴드 더 헤비가 소화해 그들 특유의 신명나는 그루브함과 화려한 스윙감을 선사한다. 그 외 배우이자 코미디언 롭 슈나이더의 딸로도 알려진 엘르 킹이 부른 “Feelin' Alright”도 쿨한 <배드 가이즈>만의 색채를 빛내주고 있으며, 사운드트랙 안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영화에서 흐르던 줄리 런던이 부른 고전 스탠다드 팝 “Fly Me to the Moon”이나 아니타 오데이의 “Whisper Not”이 분위기를 돋아주고, 더 블랙키스의 “Howlin' for You”, 케미컬 브라더스의 “Go”, 캔트 스톱 원트 스톱의 “Stop, Drop, Roll” 등이 유쾌함을 더한다. 개봉 전 예고편에선 재밌게도 빌리 아일리시의 딱 한글자만 틀린 제목의 노래 “Bad Guy”가 사용되기도 했다. 코로나 기간에 제작되고 상영돼 제약이 많았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2억 5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올린 <배드 가이즈>이기에 속편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선 23년 연말을 목표로 홀리데이 스폐셜이 제작 중에 있다. 다니엘 펨버튼이 직접 참여할 진 미지수지만, 현재 애플TV+에서 <에프터파티>와 <슬로 호지스> 시리즈를, 24년 개봉 예정이었다가 무기한 밀린 대망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삼부작을 마무리 짓는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유니버스>를 작업하는 등 바쁜 스케줄을 이어가고 있어 그의 주가는 더욱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거장이 되어갈 다니엘 펨버튼을 지켜보며 <배드 가이즈>라는 제목과 달리 썩 나쁘지 않은 비장의 OST 하나를 기억해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Track List 1. The Big Bad Wolf 2. Meet The Bad Guys 3. Let's Bounce 4. Push Pop 5. Step 3 6. Security Surprise 7. The Dolphin Heist 8. Going to Go Good 9. Turn on the Charm 10. Marmalade Prelude 11. A Heist for Good 12. The Sharing Laboratory 13. Save the Cat 14. "Good Tonight" by Anthony Ramos 15. So Long Suckers 16. The Lair of Loot 17. Loot Loops 18. Bedtime Story 19. Double Crossed 20. Tricky Fox 21. The Crimson Paw 22. Secret Hideout 23. Evil Masterplan 24. The Sad Guys 25. One Last Push Pop 26. Finish Them 27. Huff + Puff 28. Just Robbing This Place 29. Freeway Escape 30. Who Said It Was the End? 31. Redemption 32. The Old Switcheroo 33. "Feelin' Alright" by Elle King 34. "Brand New Day" by The Heavy
다이캐스트 모형 자동차 브랜드 중에 ‘쟈니 라이트닝’이라는 미국 회사의 브랜드가 있다. 미국 마텔사의 ‘핫휠’, 일본 토미사의 ‘토미카’ 등이 경쟁상대로서 대표적인 모형 자동차 장난감 브랜드인데 쟈니 라이트닝은 토퍼 토이사에서 소유하고 있다가 여러 번 문을 닫고 다른 회사로 팔려가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오뚝이처럼 되살아나 모형 자동차를 생산해내고 있다. 국내 대형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는 흔한 제품이지만 수집가용으로 출시되는 한정판은 정식 수입이 안 되고 구하기도 어렵다. 쟈니 라이트닝에서 최근 ‘2017 미국 머슬카’ 시리즈를 출시했는데 그중에서 세 편의 영화에 등장했던 머슬카가 포함되어 있어 호기심에 주문했다. 영화 <배니싱 포인트>(1971)에 등장하는 1970년형 흰색 ‘닷지 챌린저 R/T’, <매리와 래리>(1974)의 1969년형 ‘닷지 차저 R/T’, 그리고 <잭 리처>(2012)의 1970년형 ‘쉐보레 셰빌 SS’ 모델이 그것이었다. 위 세 편의 영화는 탈주의 쾌감을 확실하게 선사하는 영화로 닷지사의 머슬카를 몰고 나오는 것 외에도 음악과 카체이스 스타일 등이 닮아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저격 사건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이 결백을 주장하며 지목한 단 한 사람 ‘잭 리처’가 사건 해결을 위해 홀로 나서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잭 리처> 역시 로드 무비 성격의 영화는 아니지만 차종에 있어서는 차저와 챌린저를 비롯해 다분히 미국 머슬카의 특징을 노린 선택이다. 자동차 모델명 뒤에 붙는 ‘R/T’는 1960년대 이후 닷지 차량에 사용된 성능 표시로서 ‘로드/트랙’의 약자를 뜻한다. R/T가 모델명에 붙은 차량은 서스펜션, 타이어, 브레이크, 엔진 등의 성능이 일반 모델보다 강력하다는 뜻이다. 제작진이 얼마나 큰 의미 부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자 신분의 주인공들이 머슬카를 몰고 질주하는 로드 무비 <배니싱 포인트>와 <매리와 래리>와 같은 영화에 등장하는 차종으로는 잘 어울리는 성능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물론 옳은 일을 하고는 있지만 도망자 신분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 잭 리처(톰 크루즈)가 모는 1970년형 쉐보레 셰빌 SS 모델의 ‘SS’ 역시 ‘슈퍼 스포츠 버전’의 약자로 사실상 R/T와 같은 뜻이나 다름없으니, 탈주 즉, ‘도망’이라는 로망을 추구하는 자동차 모델로는 합격점을 받고도 남을 차들이 아닐까? <배니싱 포인트>(1971) 닷지 챌린저 R/T 장난감 전문 회사들이 어른의 수집 취향을 정확히 꿰뚫고 이들 영화 속 차량을 취급한 것에서도 느낄 수 있듯, <배니싱 포인트>와 <매리와 래리>는 영화적으로도 ‘도망자의 차’에 입문하기 딱 좋은 영화다. 그중에서도 <배니싱 포인트>의 추격 장면은 카체이스 영화 역사를 통틀어 종종 베스트로 손꼽히는 시적인 여운을 선사한다. 이 칼럼을 쓰면서 너무 많은 영화들에 ‘역사상 베스트’ 운운하는 게 조금 부끄럽기도 한데 이 영화는 카체이스 촬영 기술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정서적 여운을 건드리기에 더욱 회자되는 것 같다. 아무튼 연출을 맡은 리차드 C. 사라피안 감독에 따르면 이 영화에 1970년형 흰색 ‘닷지 챌린저 R/T’를 등장시키려 한 것은 제작자인 대릴 F. 자눅의 뜻이었다고 한다. 제조사인 크라이슬러사에서 저렴한 값에 차를 렌트하는 대신 영화 곳곳에 크라이슬러사의 차를 등장시키는 일종의 협찬 광고를 따온 셈이다. 이 영화의 카체이스 스턴트 대역 운전을 맡았던 유명 스턴트맨 캐리 로프틴이 직접 닷지 챌린저의 토션 바를 쓰는 서스펜션 퀄리티가 촬영 및 쾌속 질주에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타이어가 터져 버릴 정도로 달리고 또 달리는 단순하면서도 과격한 탈주 장면은 언제든 다시 봐도 통쾌하고 묵직한 쾌감이 느껴지는데, 이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이자 카레이서 이력도 있는 주인공 코왈스키(배리 뉴먼)의 삶의 태도 혹은 성격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가 덴버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밤낮없이 도로를 질주하는 동안, 그를 둘러싸고 억압하는 모든 사회적 굴레가 내던져지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그래서인지 <배니싱 포인트>는 상당히 실존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로도 해석된다. 요새는 여러 가지 프로덕션 상의 이유로 이 영화처럼 질주하는 장면을 편집도 없이 길게 찍지는 않는다. 게다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허허벌판을 가로지르는, 길고 긴 도로의 끝과 끝을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만 보여줬다가는 평점테러 당하기 딱 좋을 것 같다. <리피피>(1955) ‘도망자의 차’라는 이상한 카테고리에 영화를 골라 넣고 있자니, 줄스 다신 감독의 <리피피>(1955)를 처음 만났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생애 마지막이자 최고의 작전이었던 퇴물 도둑 토니(장 세르베)의 보석털이가 실패로 돌아갈 운명에 처한다는 이야기인데, 누군가는 왜 이 영화를 누아르 영화가 아닌 ‘도망자의 차’ 카테고리에 들이미느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숨소리조차 사치스러울 정도로 긴박했던 그리고 또 작전 자체로 기발한 면모도 보였던 금고털이 장면도 사실 자동차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자동차는 의외의 순간에 결정적으로 등장한다. 범죄자로서의 프로 의식과 책임감, 내지는 비열하고 냉철한 감정이 뒤섞인 채로 주인공 토니가 결국 마지막 종착점에 다다랐을 때, 아주 처절하고 멋진 필사의 질주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토니가 올라탄 차종이 ‘포드 비뎃’이다. 유럽 최초의 8기통 자동차라고 알려져 있는데, 영화의 정서적 핵심에 해당하는 이 장면과 자동차의 성능이 잘 맞아 떨어졌을 거라는 추측을 해본다. 카체이스 장면을 감각적으로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슴 뭉클한(?) 도망자의 질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자동차 영화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미덕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의외의 순간에 등장할 때 감동은 배가된다. <이탈리안 잡>(1969) 오스틴 미니 쿠퍼 S <리피피>가 프랑스 도둑들의 어떤 정신세계를 잘 보여줬다면 마이클 케인이 주연을 맡았던 피터 콜린슨 감독의 <이탈리안 잡>(1969)은 이탈리아 땅을 휘젓고 다니는 영국 도둑들의 영화다. 마크 월버그가 주연을 맡아 리메이크되기도 했는데 같은 브랜드의 자동차가 등장한다는 것 외에 마이클 케인의 오리지널 영화와는 여러모로 비교 불가다. 이탈리아는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를 만든 나라지만, 주요 도시의 길이 좁고 아스팔트 대신 자갈을 깔아 놓은 길도 많아 운전하기 썩 좋지 않은 나라라는 인식이 있다. 대신 조그만 크기의 자동차는 좁은 골목 사이 사이를 지나다니기에도 유용하고 또 영화적으로도 ‘탈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탈리안 잡>은 이러한 지역 특색을 매력으로 승화시켰다. 오죽했으면 무시무시한 스턴트 배우들의 운전 솜씨가 배우들의 연기를 압도하기까지 했을까. 런던 출신의 유명한 도둑 찰리(마이클 케인)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400만 달러의 현금을 탈취할 작전을 세우는데 이때 쓰이는 범죄 도구가 바로 1967년형 ‘오스틴 미니 쿠퍼 S’다. 지금은 ‘미니’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 차는 브리티시 모터 코퍼레이션(BMC)에서 1959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현재는 인수 과정을 거쳐 BMW 산하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1960년대 당시 영국의 국민차로 각광받았는데 몬테 카를로 랠리에서 3차례나 우승도 했던 차다. 영국 도둑들이 영국 국민차인 미니 쿠퍼를 이끌고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크게 한탕 벌이는 영화의 줄거리 속에는 영국과 이탈리아의 재미있는 ‘자동차 부심’ 대결도 숨어있다. 극 중 찰리 일행은 거사 직전에 마피아들에게 붙잡혀 이탈리아를 빈손으로 떠나라고 협박을 당한다. 영국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깡패 집단들끼리 기 싸움을 벌이는 상황인데, 영국의 미니 쿠퍼가 탄생하게 된 이유도 이탈리아의 피아트 때문이었다. 1956년 수에즈 위기로 심각한 연료난에 처했을 때 유럽 전역에서 소형차들이 각광받던 때가 있었다. 그때 이탈리아의 ‘피아트 500’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브리티시 모터 코퍼레이션의 회장은 이 차를 극도로 혐오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미니카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는 대안으로 미니 쿠퍼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렇다고 제작진과 이탈리아 자동차 산업계와 사이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이 영화의 제작자인 매튜 필드와 마이클 딜리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의도적으로 이탈리아 대배우 로자노 브라지라와 람보르기니를 함께 등장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누가 봐도 이탈리아의 상징 같은 배우와 자동차가 아닌가. 또 영화에서 산산조각이 나는 스포츠카 디노 페라리에 얽힌 사연도 있는데 당시 피아트의 회장이었던 지아니 아넬리가 촬영을 위해 선뜻 빌려줬다고 한다. 왜냐하면 피아트는 영화의 배경이기도 한 토리노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기업이었기 때문에 <이탈리안 잡>의 제작을 반겼다고 한다. 당시 유럽 영화계에서 최고의 자동차 스턴트팀을 이끌었던 곡예 운전사 레미 줄리엔은 이 영화에서 스턴트 총괄을 맡은 이후 피아트에 스카우트되어 공식 드라이버가 되기도 했다. 이런 알아둬도 쓸데없는 사연을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이탈리안 잡>은 자그마한 소형 자동차들을 가지고 당시로써도 획기적이고 지금 봐도 스펙터클한 카체이스 장면을 탄생시켰다. 아마 21세기에는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도심 추격 장면은 절대로 구현할 수 없을지 모른다. 대리석으로 이뤄진 저택이나 도심 한복판에 세워진 백화점 실내, 혹은 건물 옥상을 타고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장면을 과연 누가 찍을 수 있을까. 이전 칼럼에서 소개한 <블리트>나 <프렌치 커넥션> 같은 영화의 도심 카체이스 장면도 21세기에는 구현이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 대단한 장면을 찍을 기술적 준비는 충분히 되어 있겠지만. 가장 최근에 무식한(?) 도심 카체이스 장면을 선사해준 영화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도로 주변을 다 때려 부수면서 질주하던 <킬러의 보디가드>(2017)였다. 촬영 현장 메이킹 영상이 참으로 궁금하다. 반면에 도심 추격 장면을 블록 구간별로 쪼개 찍어 편집으로 이어 붙일 수밖에 없었던 <베이비 드라이버>(2017) 같은 영화는 스타일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드라이버>(1978) 다시 과거로 돌아가, 나만의 ‘도망자의 차’ 카테고리에 포함된, 그리고 카 체이스 영화의 묘미를 잘 드러낸 연출은 월터 힐 감독의 <드라이버>(1978)였다. 사실 이 영화는 자동차보다 드라이버라는 캐릭터 자체에 더욱 무게가 실린 영화이긴 하다. 어쩌면 소위 ‘도망자의 차’ 영화 중 가장 자동차가 중요하지 않은 영화이기도 하다. 배우 라이언 오닐이 연기하는 이름도 없는 캐릭터 ‘드라이버’는 범죄자들을 딜리버리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어떤 면에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운전 실력이지 자동차가 아닌 듯 보인다. 어떤 자동차도 운전할 줄 알아야 진정한 장인이라고 눈빛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영화는 수많은 ‘드라이버’ 영화들, 예를 들면 최근의 <드라이브>(2011)나 <베이비 드라이버> 등의 영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월터 힐 감독의 다른 영화들을 찾아봐도 그는 항상 자동차를 하나의 캐릭터 이상으로 잘 다룬다. 3편의 연재 칼럼 내내 영화 속의 특정 자동차 브랜드나 성능에 주목해서 역으로 영화의 매력을 들여다보곤 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은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동차를 어떻게 캐릭터처럼 생명력 넘치게 그려낼 것인가, 이지 않을까. 물론 ‘도망자의 차’ 영화들이 전해주는 ‘재미’의 핵심은 탈주의 기술에 있고, 또 그 기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자동차다. 그런데 카메라에 담긴 자동차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뭘까. 무엇이 자동차를 주인공처럼 보이게 할까. <뺑반>(2018) 시나리오 표지 최근에 2018년 한국영화 기대작 취재를 하면서 <뺑반>의 한준희 감독을 만났는데 그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뺑소니 사고 조사를 전담하는 경찰 수사팀이 주인공인 <뺑반>은 어쩌면 한국영화 중 가장 본격적으로 카체이스 액션을 선보이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표현하면 카체이스 액션에 있어 거의 선구자격의 노력을 기울였던 <썸>의 장윤현 감독이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돌려 말하면 어떨까. <뺑반>은 2018년 현재 카체이스 액션에 있어 가장 기대해도 좋을 국내 최고의 스태프들이 모였다. 김태경 촬영감독과 허명행 무술감독, 장근영 미술감독, 그리고 특수효과에 데몰리션 팀이 참여한다. 경찰 영화와 자동차 영화로서의 카체이스 액션이 결합할 <뺑반>의 개봉을 기대하면서 영화와 자동차 칼럼 연재를 마친다.
넷플릭스에서 이탈리아의 자동차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그것이 등장하던 순간, 깜짝 놀랐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경찰차의 차종이 람보르기니 우라칸 스파이더라는 모델의 스포츠카였기 때문이다. 차 한 대의 가격이 3-4억 원 이상 나간다는 값비싼 스포츠카에서 내린 경찰은 다큐 제작진에게 뭘 놀래느냐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러면서 경찰은 스포츠카, 아니 경찰차 트렁크에 실린 구급상자 시스템을 보여주며 자신들은 난폭 운전자들을 쫓는 일 외에도 (이렇게 비싼 차니까) 위급상황 발생 시에 헬기보다 더 빠르게 응급처치를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날씨가 안 좋아 헬기가 뜨지 못해도 차는 질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비싼 차니까) 법이 인정한 질주 가능한 경찰차라니,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역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나라답다. 한 가지, 한국 못지않게 이탈리아 역시 경찰차의 디자인 색상이 예쁘지 않다는 점이 눈에 밟혔다. 아무튼 현실에선 경찰차가 가장 눈에 띄지만 영화를 볼 때는 경찰차에 아무런 관심이 가지 않았다. 반면에 범죄자들의 차량은 디자인과 색상이 캐릭터와 맞물려 하나의 성격이나 태도를 나타내주는 잣대로 평가하곤 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도미닉(빈 디젤)이 타는 닷지 차저와 브라이언(폴 워커)이 타는 토요타 수프라의 차종 자체가 그들의 캐릭터를 대변했듯 말이다. <히트>에서 LAPD 빈센트 반장(알 파치노)이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 지가 그리 중요한가? 기억도 잘 안 난다. 참고로 이 글을 쓰려고 일부러 찾아보니 1992년형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 LX 모델이었다. 미국 내 웬만한 택시와 경찰차는 대부분 이 모델이 공급된다. 도미닉의 입장에서 깔보자면 무개성 보급형인 것이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경찰차 <블루스 브라더스> 경찰차 그런데 영화를 보다가 유독 경찰차에 꽂힌 적이 있다. 존 랜디스 감독의 1980년 작 <블루스 브라더스>를 보던 중이었다. 망나니 제이크(존 벨루시)는 교도소에서 출소하던 날, 형제인 엘우드(댄 애크로이드)가 경찰차를 몰고 나타나자 대뜸 “이 똥차의 출처는 어디냐?”고 따져 묻는다. 그가 끌고 나온 낡은 경찰차는 1974년형 닷지 모나코로 엘우드는 경찰 공매에 나온 낡은 중고차, 즉 경찰이 쓰다 버린 차를 돈을 주고 주워 타고 온 것이었다. 차체의 앞뒤 모두 넓은 직사각 형태라 위에서 내려다보면 옛날 회수권 비율의 직사각형이 떠오른다. 1970년대에 주로 만들어 보급했던 이 모델은 4문 세단의 중형차로 전륜 구동에 넓은 무게감을 강조하는 형태로 디자인된 경찰차였다. 엘우드는 이 차가 “경찰 엔진에 경찰 타이어, 그리고 경찰 서스펜션을 겸비한, (석유 파동 이후 적용된 차체 규제가 적용되기 이전 모델이라) 일반 휘발유로도 잘 나가는 차”라고 자랑한다. 사실 이 낡은 닷지 모나코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제이크와 엘우드 형제가 이 차를 몰고 시카고 시내를 누비고 다니면서 벌이는 황당한 모의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자라온 고아원이 밀린 세금 5,000달러 때문에 건물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그들은 돈을 구해보겠다며 밴드를 결성해 콘서트를 연다. 요주의 인물로 찍힌 망나니 형제가 도시를 휘젓고 다니니까 영문을 모르는 경찰들은 그들이 무슨 범법을 저지를지 몰라 그 뒤를 바짝 뒤쫓는다. 영화 후반부, 두 형제가 경찰을 따돌리고 공연장에 도착하기 위해 벌이는 추격 장면은 당시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블록버스터 범죄 영화 규모의 카체이스 액션을 선보인다. 수십 대의 경찰차가 형제를 뒤쫓다가 도로 한복판에서 서로 부딪쳐 뒹굴며 종잇장 구겨지듯 짓이겨지는 장면은 명불허전이다. 당시 SNL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배우 댄 애크로이드가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존 랜디스 감독과 함께 액수 불명의 엄청난 제작비를 써댔는데 스튜디오가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바람에 탄생한 명장면(?)이었다고 전해진다. <다크 나이트>(2008)에서 조커(히스 레저)가 바주카포를 날리던 지하도, 조커의 지시로 고담시 시민들이 브루스 웨인을 덮치던 고가 아래 도로 같은 시카고 시내 도로를 블루스 브라더스 형제가 십수 년 전에 이미 닷지 모나코를 타고 질주한 바 있다. 무모한 카체이스 촬영 <프렌치 커넥션> 1971년형 폰티악 르망 <블루스 브라더스>의 경찰차에 사로잡혔다는 것은 정작 경찰이 모는 경찰차에 끌린 건 아니라는 소리다. 허나 경찰이 타고 있는 차를 모두 경찰차의 범주에 넣는다면 <프렌치 커넥션>(1971)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에게 1972년 최연소 아카데미 감독상, R등급 최초 작품상 등을 안긴 이 영화는 뉴아메리칸 시네마 시대를 열어젖힌 영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제작자인 필 댄토니는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영화 <블리트>를 제작했는데 그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감독과 함께 기존 영화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도로 점철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탄생한 추격 장면은 자동차가 자동차를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기차를 추격하는 장면이었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마약 거래 사범들을 뒤쫓던 지미는 킬러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는 도망치는 그를 추적한다. 그런데 킬러가 기차를 타자 열차 고가 밑 도로를 마침 지나가던 시민의 차량인 1971년형 폰티악 르망(하드탑 세단)을 무작정 빼앗아 뒤쫓는다. 앞서 소개했듯, 이 장면은 촬영 현장 분위기를 알고 다시 보면 불편해서 제대로 즐기기 어려울 정도로 험난하게 촬영했다. 이 장면의 탄생 비화는 다음과 같다. 첫 제작 회의에서 제작자 필은 스태프들을 모아 놓고 “내가 지금 최고의 추격장면을 담은 영화를 기획했다.”고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블리트>보다 더 멋진 추격 장면을 넣자며 허풍 아닌 허풍을 떨었다. 그런데 감독은 촬영이 시작됐음에도 추격 장면에 대해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었다. 둘은 서로 차일피일 아이디어를 내놓길 미루다가 하루는 촬영장으로 향하면서 뉴욕 거리를 산책하는데 마침 두 사람이 걷던 도로 아래로 지하철이 덜컹거리며 지나가더란다.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본 제작자 댄은 자신이 평생 살아왔던 뉴욕의 고가 철도를 올려다보며 위아래로 무언가 동시에 달려나가는 추격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자동차가 기차를 쫓는 장면의 콘셉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런데 당시 1970년대에는 지금처럼 카체이스 전문 촬영 장비인 러시안 암 같은 특수 장비가 존재하지 않을 때이고 그렇다고 차량을 개조해서 찍을 생각도 해보던 시기가 아니라 무식하게 추격 장면을 ‘진짜로’ 연출해서 찍어야 했다. 애초 이들의 연출 방향이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추구하는 범죄 영화를 표방했기 때문에 실제로 추격하는 장면을 찍어야 한다는 사명감은 더욱 컸을 것이다. 훗날 촬영감독은 “주인공이 탄 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고 사람과 차 사이를 간신히 비껴가는 등의 영화 속 추격 장면은 연출된 게 아니라 전부 실제상황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절대로 찍어서는 안 되는 방식으로 촬영한 장면이었던 것이다. 또 흥미로운 것은 진 핵크만의 스턴트 운전 대역으로 빌 힉크만이라는 스턴트 전문가가 맡았는데 바로 <블리트>(1968)에서 악역으로 등장했던 그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FBI 요원으로 등장해서 주인공 형사 지미(진 핵크만)의 속을 긁는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감독이 요구하는 거의 모든 무모한 스턴트 촬영을 모두 해냈다. 무사한 게 다행이었다. 물론 사고도 있었다. 세컨드 유닛 촬영감독이 고가철도 아래쪽에서 지미 역의 배우 진 핵크만이 직접 차를 모는 장면을 찍고 있었는데 카메라는 자동차 트렁크에 있었고 엄청난 속력으로 질주 중이었다. 그런데 촬영과 무관한 일반 시민들의 차량이 옆 차선에서 같이 달리는 것을 염두에 두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차 한 대가 뛰어드니까 진 해크먼이 왼쪽으로 핸들을 급히 꺾은 것이다. 그래서 옆 차와 충돌하고 이어 다리 기둥과 부딪쳤는데 촬영감독이 그 충격으로 트렁크에서 날아가 바닥에 나뒹굴었다고. 다행히 배우도 다친 곳은 없었지만 영화 역사의 비극으로 남을 뻔한 촬영현장이었다. 또 <프렌치 커넥션>은 제작진의 영화를 향한 위험하고 무모한 도전이 캐릭터에도 반영된 흥미로운 영화이기도 하다. 극 중 지미는 프랑스 마약단을 잡기 위해 집요하게 그들을 쫓다가 거의 반 미치는 상태가 되어 동료의 죽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뒤쫓은 괴물 같은 존재가 되어간다. 그것은 범죄자의 뒤를 쫓던 캐릭터가 이성을 잃고 점점 자신이 쫓는 범죄자와 닮아가곤 하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지미가 평소 범인들을 추적할 때 타고 다니는 자신의 차가 1971년형 포드 LTD(Brougham Hardtop Sedan)인데 이 모델은 경쟁사 차량인 고급형 세단 링컨 콘티넨털에 대항하는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만들어진 차량이었다. 극 중 프랑스 마약단이 미국으로 마약을 숨겨 들어오는 수단으로 링컨 콘티넨털을 이용한다는 설정의 디테일도 이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면 과장된 해석일까.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은 경찰과 범죄자, 영웅과 악당의 기준을 모호하게 제시한 <프렌치 커넥션> 이후 알 파치노가 동성애자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로 분하는 <광란자>(1980), 선배 요원의 죽음에 분노해 범죄와 결탁한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고자 하는 특수요원 이야기 <리브 앤 다이>(1985) 등의 영화를 통해 일관된 주제를 밀고 나갔다. 물론 이들 영화에도 우악스러운 카 체이스 장면을 빼놓지 않고 등장시켰다. 경찰차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면 함께 찾아보시길. 경찰차의 추격이 인상적인 영화와 반대로 경찰에 쫓기며 질주하는 악당들의 카체이스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다음 연재에서 정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