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학원: 그저 살아가는 사람들
- 감독
- 김문경, 구자욱
- 제작년도
- 2012
- 출연
- 진상민, 박노식, 허준석, 임수형, 이명량
내외의 주목을 크게 받지는 못했으나, < 사회생활 >( 이시대 , 2019)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한국영화들 가운데 가장 눈에 들어온 ‘발견’이었다. 전주, 전북 지역 작품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시대 감독의 이 데뷔작은 프로그래머들 간 논의 끝에 한국경쟁에까지 오르지는 못했다. 이시대는 장우진 , 김대환 , 임태규 감독을 배출하면서 최근 한국 독립영화의 산파 구실을 하고 있는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 전문대학원 출신의 신인이다. 어떠한 지원도 없이 오로지 감독의 의지만으로 밀어붙인 고투의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되는 이 영화에서 그는 우리네 삶의 문제를 탐사하고자 한 작가정신의 치열함을 보여준다. 현실의 탐색 후에야 가능한 뼈저린 자성을 견고한 양식적 전략으로 다룰 줄 아는 이시대의 묵묵한 연출에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영화의 무대는 서울에 본사를 둔 지방 소도시 지사의 사무실이다. 카메라는 폐소공포증을 자아내는 이 사무실 바깥으로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다. 이 사무실의 실질적 관리자인 이현제 대리는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어 서울 본사로부터 쫓겨나 이곳으로 좌천된 이혜원 대리의 관리 감독을 맡게 된다. 관리 책임을 맡긴 팀장의 감시와 채근이 격화되면서, 냉정한 조직의 논리 안에서 생존해야 하는 현제는 혜원이 제 발로 걸어 나가도록 냉대와 멸시의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부정(不正)한 계율에 정면으로 맞서고자 하는 혜원은 꿋꿋이 버티고, 종종 똑부러진 일처리로 현제를 돕기도 한다. 순응과 굴종을 강요하는 집단 공작의 약발이 먹히지 않을 때쯤, 혜원을 둘러싼 흉흉한 소문이 돌고 코너에 몰린 혜원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사회생활>은 한국 사회를 잠식한 조직문화의 이면을 폭력의 순환으로 형상화한다. 신입사원 면접시험으로 열리는 플롯은 혜원의 좌천 수난기가 비극적으로 종료된 후 또 다른 면접시험으로 닫힌다. 회사 안에서 인정받고 진급하기 위해 엄격한 위계와 패거리 문화, 집단주의에 투항한 현제를 통해 이시대는 한국식 조직문화의 냉엄함, 보이지 않는 폭력을 가공할만한 밀도로 그려낸다. <사회생활>은 조직과 개인, 조직 안의 개인과 개인을 끝끝내 만날 수 없는 대립적 갈등관계로 묘사한다. 메마른 조직문화의 생리에 밀려난 자들의 패배는 그 세대에 그치지 않고 대물림된다. 현제와 혜원이 잠시나마 희미하게 교감하였다는, 패배의 질적 변별성에도 불구하고 패배는 그저 패배일 뿐이다. 여기서 대립적 세계인식을 통어(通御)하는 작가의 심층인식이 드러난다. 개별성을 말살하는 조직, 제도, 시스템의 폐쇄성과 그 정황을 그리고 있는 <사회생활>은 대립적 세계 상황에 포박된 자들의 속절없는 패배를 ‘아이러니’의 수사학으로 그린다. 구태여 희망과 미래를 보여주려 하지 않는 아이러니는 반성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존재 의의가 있다. 좌절스러운 이 패배로부터 이시대는 자신이 견지하고자 하는 시스템에 대한 날선 관점을 추출한다. 우리는 얼마나 세상에 굴종하며 살고 있는가, 또 폭력을 온존케 하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가담하거나 최소한 방조하면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가. 개별자들의 자존과 위엄을 짓밟는 제도와 시스템의 억압을 고발하는 영화의 톤은 얼음장 같이 차갑다. 무엇보다 <사회생활>의 도드라진 성취는 그 표제만큼이나 정직한 스타일의 일관성, 일체의 과장이나 수식을 배제한 미니멀한 장면연출에서 찾을 수 있다. 대다수의 쇼트는 롱테이크로 찍혔고, 그 무게는 육중하다. 흡사 아마추어 감독의 습작을 보는 것 같은, 놀라우리만치 강직한 이시대의 스타일은 그가 연출한 두 단편영화 <오늘의 중력>(2016), < 업무시간 >(2016)에서부터 이어지는 특징이기도 하다. 대못을 박아둔 것처럼 어떤 움직임도 없이, 인물들의 뒤편에서 저들의 뒤통수를 찍거나, 무언가에 가려지고 잘려진 몸의 일부, 세트의 일부를 찍는 카메라는 좀체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감옥의 형상으로 이 사무실을 그린다. 시스템의 감옥에 억류된 존재의 비의를 묘사하는 롱테이크 장면들은 범속한 세상사와 조직생활의 저열함을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전이시킨다. 불합리한 세계의 비의를 형상화하는 범상한 수사 전략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정서와 드라마의 긴장을 집요하게 화면에 새기는 이시대의 완력은 근래 한국 독립영화에서 보기 드문 종류의 재능이다. 나는 이러한 재능을 가진 이 감독이 후일 더 가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재목(材木)이라고 생각한다.
1984년도에 완성된 이두용 감독의 가족 드라마 < 장남 >은 1970년대에 개성 있는 저예산 액션영화로 유명해졌지만 예술성으로는 큰 평가를 받지 못했던 감독이 1980년대에 만들어냈던 문제작의 연속들 가운데 놓이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파악되듯이, 80년대 경제성장의 열차를 타고 급격하게 변모된 도시 생활상을 배경으로 집안의 무게를 짊어진 장남과 부모세대의 갈등을 그린 건전한 가족 드라마로 내심 판단해버리고 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장남>은 이러한 우를 범해서는 안 될 문제작 중의 문제작이다. <장남>은 < 최후의 증인 >(1980), <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1983), < 뽕 >(1985)과 같이 이두용의 영화작가로서의 자의식을 담은 작품이며, 2000년대 이후 재발견되고 있는 이두용의 작가성 연구에 있어 반드시 가치 평가되어야 할 영화다. 이두용 감독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화된 <장남>은 1980년대 초중반 급격한 도시화율과 함께 각종 분리와 분화로 인해 도시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시대를 배경으로 놓는다. 강남 아파트 단지 개발로 인해 중산층 모두가 아파트 생활자를 꿈꾸던 때, 농어촌 정책 부재로 삶의 터전을 떠나버려야 했던 수많은 고향 이탈자들이 서울로 몰려들며 서울은 더욱 복잡해지고, 더욱 거대해지고, 더욱 속도가 빨라지며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국민들의 비판 의식을 차단하기 위해 고안된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으로 인해 < 애마부인 > 류의 에로영화가 최고 흥행 장르가 되었던 것과 동시에, 도시 중산층의 민주화 지향은 <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 류의 사회비판 멜로를 찾고 있었다. 억압과 유화의 위로부터의 문화정책과 맞서 아래로부터는 저항의 문화가 확산되어 가고 있던 것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한국영화에 곧잘 투영되었다. <장남>은 그 경향성을 반영한다. 고향 마을이 수몰지구로 선정되어 농사를 짓고 살아가던 노부모( 김일해 , 황정순 분)가 갑작스럽게 서울로 상경하게 되면서 이야기의 갈등 구조가 형성된다. 장남( 신성일 분)은 컴퓨터 회사의 유능한 기술개발자이며 교사인 아내( 태현실 분) 덕택에 해외 유학도 다녀오고 서울 사대문 안에 이층 양옥집도 소유하고 있는 자수성가한 현대인이 표본이다. 그에 비해 두 남동생과 두 누이들의 생활은 많이 처진다. 머리 좋은 장남에게 가족의 모든 지원을 쏟아 부었다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전사들을 영화는 과감히 생략하고 부모가 상경한 현재 일어나는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장남과 여러모로 대조적인 차남( 김희라 분)은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에 걸핏하면 아내를 때리고, 첫째 형의 지원 덕에 대학을 마치고 사회생활 중인 막내아들(김성수 분)은 착하지만 집안 내분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일이 바쁜데다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부모를 홀대하는 듯한 장남이 못마땅한 누나( 문정숙 분), 그리고 가난한 처지에도 자식 욕심이 많은 여동생이 있다. 그 누구도 부모와 함께 지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익숙하지 않은 도시 생활 속에서 힘겨워 하는 노부모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장남은 부모 형제가 함께 살기 위해 오래전에 계획했던 집짓기를 실행에 옮긴다. 그러나 행복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 터. 집짓기에 매진 중인 상황에서 어머니가 지병으로 임종하고, 불행은 겹쳐 제주도 지사로 파견나간 장남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죽은 어머니를 담은 관이 고층 아파트 곤돌라를 타고 흔들리며 아래로 내려오고 있던 순간이다. 장남은 죽어서 철사 줄을 타고 내려오는 비극만은 막아달라던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전형적인 가족 갈등을 다루지만 <장남>은 플롯 전개나 캐릭터 표현에서 전형성을 탈피한다. 액션과 미스터리로 단련된 감독의 장기는 이 평범해 보이는 가족 드라마를 보다 묵직한 사회 드라마로 만든다. 그로테스크한 무드 속에 쉽게 예측되지 않는 복잡한 캐릭터들의 향연을 지켜보는 재미가 풍성한데, 전형적으로 전개되는 듯한 서사 과정에 놓인 개별 캐릭터들의 사사로운 단편들은 이두용 영화다운 어두움과 메시지의 성공적 결합의 한 요소들로 기능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가족들의 수많은 요구 때문에 지친 장남이 요정 여성과 맺는 부적절한 관계 묘사, 늙은 부모의 눈에 비친 어지러운 도시 생활상을 묘사하는 촬영 기법과 사운드 운용, 너무 늦은 도착 때문에 좌절하는 아들의 비통함을 표현하는 편집 기법 등은 한 장면 한 장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가족 간 갈등을 유발하는 악역인 것 같은 첫째 며느리의 난데없는 분노 표출은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게끔 서사는 개연성을 가지고 전개되며 이로 인해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한다. 자식들이 나빠서 부모를 죽음으로 몬 게 아니다. 이들은 모두 최선을 다했으나 욕망과 생활이 어지럽게 얽힌 치열한 도시 생활에 여유가 없다.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부터 쫓겨난 부모는 사랑하는 자식들의 도시적 삶에 적응할 힘이 없다. 애정과 혈연으로 감내하기에는 두 세대의 문화와 인식 차가 크고, 이 모든 것을 봉합한 채 함께 모여 살고자 했던 장남의 꿈은 헛된 꿈일 뿐이다. 완성하지 못한 온가족만의 대저택, 아들의 품에서 마지막을 고하고자 했던 어머니의 실현되지 못한 희망은 현대인의 상실감에 대한 은유다. 울리기보다는 차갑고 냉정한 현실에 멍해지게 하는 영화는 각자 가슴 속에 뼈아픈 메시지를 품고 다시 일어서게 한다. <장남> VOD 보러가기 KMDb VOD YouTube VOD (복원본)
아서 펜(Arthur Penn) 감독이 연출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1967>는 워너브라더스에서 제작한 영화로 1930년대 미국의 대공항 시대에 은행 강도였던 보니와 클라이드의 실제 삶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는 1968년 11월 16일 단성사에서 개봉되었다. “보니와 클라이드”라는 실존 인물이 가진 상징성을 공유할 수 없었기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제명으로 개봉하였는데, 영화가 “불우하게 태어나 내일 없는 젊음을 절망과 반항, 자포자기 속에서 불살라 1 ” 버리는 내용을 담고 있어 수입과 개봉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1966년 12월 2차 영화법이 개정되고, 1967년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외국영화 수입과 상영절차는 보다 까다로워졌는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경우는 수입 승인 단계에서 거부를 당하기도 했다. 기존의 ‘외국영화 수입추천’ 과정이 ‘수입예정 외국영화 사전심사’로 바뀌면서 영화 내용에 대한 사전 검열이 보다 명시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벌어진 일이었다. 외국영화가 가진 대중적 영향력이 컸던 탓에 기본적으로 외화수입 추천과정은 그 자체로 검열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세기상사가 수입해오면서 왜색논란이 빚어졌던 <8月 15夜의 찻집(The Teahouse Of The August Moon, 1956)>은 1961년 10월 27일부터 1962년 10월 27일까지 1년간 총 3번에 걸쳐 수입추천 신청이 반려된 경우였다. 정책 당국은 영화상영 허가를 보류하면서 상영에 제동을 걸었지만, 결국 영화는 1963년 9월에 상영 허가를 받게 된다 2 . 외화수입업자들은 흥행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영화를 수입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당국의 입장에서는 수입된 영화를 엄격하게 금지할 경우 무의미한 외화(外貨)의 유출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고려해야 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심의 서류를 통해 검열 과정을 재구성하면서 발견할 수 있는 사실은 외화수입업자들이 피검열자의 위치에서 당국의 처분을 받아들이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의 몫을 정당하게 주장하는 위치에서 당국과 협상을 벌이는 행위 주체였다는 것이다. 심의 과정을 시간 순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사전 심사 절차 1) 수입예정 외국영화 사전심사 의뢰서 제출(1968.6.27.) 1968년 6월 27일 <우리에게 내일의 없다>의 수입사인 합동영화사는 수입예정인 영화에 대한 기본정보를 담은 ‘수입예정 외국영화 사전심사 의뢰서’를 문화공보부에 제출한다. 서류에는 영화 원제, 제명을 비롯한 제작주체의 국적 및 영화 종별이 기재되어 있다. 이는 1967년 2차 영화법 시행령이 발효된 이후에 달라진 형식으로 기존의 ‘수입영화 추천허가 신청서’의 양식에 비해 간소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별첨 자료로서 사전심사에 필요한 영화의 시놉시스(영문)와 수기로 작성된 영화의 줄거리, 기타 홍보자료가 첨부되어 있는데, 俺たちに明日はない(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제명의 일본어 포스터가 포함되어 있어 한국어 제명이 일본어 제명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사전심사 의뢰서 및 홍보자료 2) 수입예정 외국영화 사전심사 결과 통보 절차(1968.7.10.) 1968년 7월 4일, 문화공보부는 수입사인 합동영화사에게 “6.27일자 제출한 수입예정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사전심사 신청에 대하여는 당부가 심사한 결과 그 내용이 단순한 범죄행위로서 ‘추천할 수 없는 것’임을 통보”한다. 그리고 아래 서류와 같은 형식으로 두 개의 ‘검토의견’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영화사가 제공한 ‘줄거리’를 토대로 제출된 것으로 생각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시나리오 검토의견 1. 제명: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2. 원작자: 3. 각색자: 데이빗드 뉴맨 4. 제작자: W. B.社 (미국) 5. 내용: (생략) 6. 의견: 영화 내용의 대부분이 연소자들의 범죄(犯罪) 행각(行脚)을 주로 묘사한 것으로, 이는 사회정화에 폐해(弊害)를 가져올 우려가 있으므로 추천(推薦)불가함. 3) 수입예정 외국영화 사전심사 재의뢰 및 수입 허가 통보(1968.9.23.) 1968년 9월 17일, 수입추천이 반려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합동영화사는 영화에 대한 미국 언론의 반응을 보여주는 논평들과 함께 사전심사를 재의뢰한다. 그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문화공보부에서는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는 해외의 논평들을 근거로 영화에 대한 수입허가를 통보한다. 1968년 9월 23일에 승인된 결과통보 기안지에는 승인 근거로서 영화에 대한 평단의 반응을 옮겨놓고 있다. 다음 서류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내용이 수기로 작성된 것이라 판독이 쉽지 않으나 몇 부분만 옮기면 아래와 같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관련 해외 평 해외평 현재까지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 중 최우수 작품의 하나 볼만한 가치가 많고 훌륭하게 제작된 탁월한 가치가 있는 영화. 미국의 금년 최우수 작품의 하나 노도와 같은 소용돌이. 영화의 예술작품. 스크린은 폭력으로 **되있으나 폭력은 의미심장한 것이고 이 둘 진실한 인간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잊을 수 없는 작품. 경의를 표한다. 2. 수입추천 절차 1) 외국영화 수입추천 신청서 제출(1968.9.26.) 수입예정 영화에 대한 사전심사를 마친 후, 합동영화사는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수입추천서를 문화공보부에 제출한다. 해당 신청서에 추가적으로 기입되는 사항은 영화의 규격(35미리 12권 3편)과 수입가격(로얄티 US $18,000, 프린트대 US $1,800)이다. 해당 문서는 한국영화제작자협회를 경유하여 문화공보부로 제출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수입추천 신청서류에는 허위신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실사고사를 받을 것이라는 내용의 각서와 외국영화 수입쿼터 사용확인서, 합동영화사가 대한연합영화사에게 오퍼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양도서, 워너브라더스 일본지사와 체결한 계약서 사본 3통 및 국문으로 된 영화홍포 리플렛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워너브라더스 일본지사와 영화 계약 오퍼를 양도받은 대한연합영화사가 채결한 계약서의 경우, 계약 조건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서류라 생각된다. 계약서의 형태는 물품매도확약서(offer sheet)인데, 이는 1968년 5월 20일에 작성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서류에는 판권대금과 배급 지역(한국) 그리고 2년간의 배급 라이센스 기한이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해당 계약이 취소불능신용장(irrevocable L/C)으로 작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계약을 통해 수익을 얻는 자(수익자)인 워너브라더스 사의 동의가 없이는 해당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물품 매도 확약서 이러한 사실을 통해 수입예정 사전심사 과정을 되짚어보면, 합동영화사를 대리한 대한연합영화사는 사전심사를 받기 전인 1968년 5월 20일에 이미 취소불능신용장으로 영화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였다. 살펴본 바와 같이 해당 건은 사전심사에서 수입불허가 통보를 받았었는데, 계약을 이미 체결한 상태인 영화사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뜻을 분명하게 관철시켜야만 했다. 영화수입업자로서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데, 영화 판권 계약을 취소불능신용장으로 체결해야 하는 당시의 정황은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2) 외국영화 수입용 외화(外貨) 사용허가 및 수입 추천 절차(1968.10.2.) 1968년 10월 2일, 문화공보부에서는 외국영화 수입에 필요한 외화사용을 허가하기 위해 관계 기관에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한다. 수신처는 기존과 동일하게 상공부장관, 외환은행장, 서울세관장이며, 여기에 한국은행총재가 추가되었다. 해당 서류에는 부내참고로서 해당 건이 제 18차 베를린 영화제 출품작인 <망각>에 대한 보상 쿼터임을 명시하고 있고, 1968년 9월 23일 사전심사를 통해 수입가능 통보를 내렸음을 알리고 있다. 3. 실사검열 절차 1) 영화검열 신청서 제출(1968.10.28.) 영화의 배급자인 합동영화사는 1968년 10월 28일자로 영화검열 신청서를 접수한다. 서류에 기입된 작성일자는 10월 25일이나 서류가 접수된 시점은 10월 28일로 확인된다. 동일하게 해당 서류는 한국영화제작자협회를 경유(1968.10.28.)하여 문화공보부의 승인을 얻게 된다. 승인 일자는 1968년 11월 4일이다. 검열을 신청하는 주체는 별첨자료로서 시세완납증명서와 자립저축이행필증명서, 면허세납세증명서, 수입신고서, 외국영화수입추천서를 첨부하여 신청을 접수하게 된다. 2) 외국영화 검열결과 통보(1968.11.9.) 문화공보부에서는 11월 2일자로 검열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11월 9일에 영화사에 통보하였다. 합동영화사는 11월 9일자로 검열필증을 받게 되는데, 제한사항으로는 화면삭제 4개처, 화면단축 2개처, 대사삭제 3개처를 지정하였다. 제한 사항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검열 제한 사항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제한사항) 화면삭제 1. 그라이드의 지나친 나체 장면 2. 경찰의 습격을 받고 형 및 형수가 피투성이가 되는 장면 및 경관 살해장면 3. 경비대장을 배에 태워보내는 장면 4. 남녀주인공이 경찰의 무차별 총격으로 죽어가는 장면 화면단축 1. 보니가 노인(차에 매달린)을 소아 자동차 유리창에 피가 비치는 장면 2. 남녀 배드신(여자가 몸부림치고 남자를 더듬는 장면) 대사삭제 1. 목사의 딸이라 헌금을 좋아하지 2. 직업은 은행강도 3. 사업은 은행강도 (밑줄은 원문) 해당 영화의 경우, 내무부의 의견이 함께 제출되었는데 내무부에서는 “전체적인 범죄수법이 사회에 경종을 주는 것보다는 청소년들의 범죄 행위의 모방 또는 인간 사회생활의 절망적 기풍조성과 경찰에 대한 불신조장 등으로 사회적인 물의가 야기될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을 보낸다. 이는 문공부 자체에서 검열한 의견서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검열필증에 기재된 제한사항은 이 둘을 종합한 것이었다.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검열의견만 놓고 본다면 수입 및 상영이 제한될 수준이었지만, 영화가 해외의 평단으로부터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로 인해 영화는 상영이 허가된다. 이를 통해 검열과정이 국가의 제도적 폭력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다양한 사회적 힘들의 경합하고 협상하는 지점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의 서류를 통해 검열과정의 구체적인 내막을 살펴보는 작업은 검열 과정에서 어떤 논리가 어떤 수준으로 개입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1. 「내일은 없다」, 《경향신문》, 1968.11.16. 2. 「<8月 15夜의 찻집> 검열 서류」(한국영상자료원 소장)를 기반으로 정리한 내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