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크롤러
- 감독
- 오시이 마모루
- 제작년도
- 2008
- 출연
- 카세 료, 린코 키쿠치, 타니하라 쇼스케, 구리야마 치아키
■ 2000년대 극장애니메이션의 국내 관객동원 상황 지난 2010년 5월 14일 필자가 쓴 「애니칼럼:2000년대 후반 한국애니메이션의 변화」에서 밝혔던 바와 같이, 2000년대 이후 국산 극장애니메이션의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외국의 애니메이션은 2008년 『 쿵푸 팬더 』가 그 이전까지의 애니메이션 관객동원 기록을 갱신하는 등, 국내의 극장 관객들에게 일정 정도 이상의 선호도를 이미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애니메이션도 『 하울의 움직이는 성 』 이후 『 벼랑 위의 포뇨 』(약 153만명), 최신작 『 마루 밑 아리에티 』(약 107만명)까지, 스튜디오 지부리의 작품들은 충분히 이름값을 했다. 반면 한국애니메이션은 관객동원수 운운 이전에, 개봉관 자체가 갈수록 줄어들어 단관개봉이거나 애니메이션 전용상영관 등 대중적이지 않은 스크린 위주로 상영되는 등의 상황에 관해 위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런 와중에 2010년도에 개봉된 유일한 한국산 극장애니메이션이 바로 『 마법천자문─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 』다. 2010년 8월 19일 개봉된 이 작품은, 이 원고를 쓰고 있는 현재(2010년 12월 말) 시점에서 2010년도 극장 개봉된 유일한 국산 장편애니메이션이다. 10월까지 약 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마법천자문─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는, 올해 개봉된 애니메이션 중에서 크게 나쁘지는 않은 성적이지만 그렇다고 매우 만족스러운 정도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 명탐정 코난:천공의 난파선 』(62만명)이나 『 극장판 도라에몽:진구의 인어대해전 』(26만명)에는 못 미쳤으나, 『 원피스 극장판 10기─스트롱 월드 』(14만명), 『 케로로 더 무비 5:기적의 사차원섬 』(11만명)과는 비등한 기록을 남겼다. 2009년 개봉작인 『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태풍을 부르는 노래하는 엉덩이 폭탄 』(14만명)과도 비슷하고, 『 나루토 질풍전 극장판─불의 의지를 잇는 자 』(약 3만명)과 비교하면 훨씬 나은 성적이다. 또한 아동작품이 아닌 일본애니메이션은 관객 10만명 동원도 어렵다는 것을 감안할 때, 『 마법천자문 』의 12만명 관객동원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닌 것이다. (2010년 『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 2만4천명, 『 동쪽의 에덴 』 1만2천명, 『 스카이 크롤러 』 1천8백명, 2009년 『 에반게리온:파 』 6만5천명, 『 스트레인저─무황인담 』 1천2백명, 다만 2009년 개봉작 『 썸머 워즈 』만이 아동 대상이 아닌 일본애니메이션으로서 13만명이라는 관객동원수를 기록.) ■『 마법천자문─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 』에서 보인 희망 이와 같이, 공표된 데이터를 보면 상황이 명확해진다. 학습만화로 인기가 높은 『마법천자문』 시리즈를 원작으로, 아동 대상으로 재미있게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인 『 마법천자문─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 』가 1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리고 이는 국내에서 장기간 케이블TV 등을 통해 수많은 아동들에게 애니메이션으로써 ‘현재 시점에서’ 인지도가 매우 높은 『명탐정 코난』이나 『도라에몽』 시리즈에는 아직 못 미칠지언정, 이미 어느 정도는 유행이 지나간 『원피스』나 『케로로』, 『짱구는 못말려』와 비슷한 수치에 올라와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반대로 말하자면, 무려 1200만부나 팔렸다는 『마법천자문』 원작만화의 인기를 등에 업고서도 극장에서는 결국 12만명의 동원에 그쳤다는 점은 만화책과 극장애니메이션이 아무래도 다른 시장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과거에 필자도 다른 매체에 발표했던 글에서 여러 번 지적했던 바이지만) 아무런 실적도 없이 무작정 제작되었던 오리지널 극장판이나, 원작이 존재하긴 하나 제작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등의 이유로 원작의 힘이 거의 사라진 이후에 개봉되는 작품이란 것이 얼마나 근거없는 희망에만 기대어 제작되었는지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마법천자문』 시리즈도 TV판 방영을 통해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인지도가 좀 더 높아지거나 혹은 극장판이 2편, 3편 계속 연이어 제작될 수 있다면 지금보다 성적이 더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할 것이다. 1970~80년대 이후 한국 극장애니메이션에서 절멸한, ‘극장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란 점에서도 그 부분에 특히 더 관심이 간다. (지난 2010년 8월 13일자 영상물등급위원회 웹진 「달리보니」의 『마법천자문』 윤영기 감독 인터뷰에 ‘인기 여하에 따라’ 시리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언급되어 있다.) 『마법천자문』의 TV시리즈는 내년을 목표로 3D용으로 제작되고 있다는데, 필자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적지 않은 관객들이 이번 『 마법천자문─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 』의 2D화면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는 듯 하니 앞으로도 2D버전의 『마법천자문』 애니메이션이 또 만들어졌으면 한다. 첫 번째 작품으로 스토리를 비롯하여 세세한 부분에서 불만족스러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결국 애니메이션을 계속 제작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려울 테니, 그런 의미에서도 『마법천자문』 시리즈를 계속 기대하고 싶다.
체제에 부속으로 살아가는 영원한 젊은이들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노센스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오시이 마모루의 신작 스카이 크롤러 . 전공투 세대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페트레이버, 공각 기동대, 인랑 등의 작품을 만들어 왔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만든 작품이 스카이 크롤러 이다. 스카이 크롤러 의 기본적인 설정은 이렇다. 전쟁 중의 이계. 이념에 의한 전쟁이라기보다 이권을 위한 전쟁이다. 전쟁의 승자도 존재하지 않고 단지 전쟁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이권인 회사 간의 전쟁이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 전쟁에 사용되고 있는 킬드렌이라고 하는 늙지 않는 젊은이 들이다. 이 젊은이들은 전쟁에 사용되고 죽어간다. 그리고 곧 그 죽은 자를 대신하여 그와 꼭 닮은 젊은이들이 새로 채워진다. 어른들의 게임의 세계를 극대화 시킨 전쟁이라고 하는 설정에 영원한 젊은이이라는 극단적인 설정은 이 작품을 한편의 우화로 만들어 준다. 이곳의 젊은이는 체제속의 부속으로써 열심히 살아간다. 그리고 소모된다. 그러면 또 다른 대체품이 그 자리를 채운다. 스카이 크롤러 는 우화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관찰자인 쿠사나기는 이 모든 것을 끝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상대편에 절대 이길 수 없는 보통 어른 파일럿 ‘티쳐’를 격추 시키고 싶어 하고 실패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여 스스로를 부수고 싶어 한다. 그런 쿠사나기에게 칸나미는 말한다. '당신은 살아요. 뭔가 변화시킬 수 있을 때까지 살아요.'그리고 칸나미는 티쳐를 격추시키기 위해 떠난다. 그리고 실패한다. 그리고 또 모든 것이 반복된다. 체제를 부수기에 개인의 힘은 미약하다. 그래서 종종 우리 개인들은 절망한다. 그런 절망의 모습을 스카이크롤러는 전쟁과 킬드렌이라는 우화를 동원해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바뀌지 않는 체제에 대한 공포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바꾸려 하는 개인들은 희생되고 또 모든 것이 반복된다. 하지만 스카이 크롤러 에선 이런 절망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반복되는 것 같아 보이는 굴레 속에 조금씩 다른 무언가가 존재한다.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다.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변화의 끝을 알 순 없지만 그런 작은 변화가 체제에 대항하는 개인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조금씩 변화하며 반복되는 하늘을 바라보는 쿠사나기의 마지막 모습이 가슴에 작은 울림을 준다. 쿠사나기가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