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 감독
- 오성윤
- 제작년도
- 2011
- 출연
-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 김상현, 전숙경, 엄상현, 사성웅, 한신정, 김지혜, 홍범기, 서승원, 김민주, 김선경, 김아림, 박고운, 유용, 이자명, 이지희, 허미동, 홍승철, 홍윤정, 김미정
독립애니메이션 최대의 축제인 인디애니페스트(9.20~9.25)가 올해도 인상적인 작품들에게 상을 안겨주면서 축제의 시간을 끝냈다. KIAFA 특별상 독립애니메이션 협회의 집행위원들이 주는 이 상은 다른 부분이 보편적이지 않더라도 하나의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작품에게 수여된다. 수상작은 김왕걸 감독의 < 집 >. 이 작품은 연필 드로잉으로만 그려진 페이퍼 애니메이션이다. 감독은 다른 것을 신경쓰지 않고 한국사회에 집이 주는 계급 구조만을 집중 조명하였다. 치솟는 전세와 작아지는 사람들의 여유와 마음. 대한민국은 집의 공화국이며 집이 계급이다. 주제에 집중하는 능력은 단연최고였고 현실적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 작품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초록이상 < 마당을 나온 암탉 >의 오성윤 감독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상이다. 그래서 상이름도 주인공의 이름을 딴 초록이 상. 초록이 상 수상자는 < 연인의 방 >의 전용석 감독이다. 이 작품은 스탑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한정된 장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집이 기울어지는 아이디어는 새롭지는 않다. 유명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벨런스>와 박지연 감독의 <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 >에도 이미 나오는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균형이 주제라기 보다 기울어가는 남자의 마음을 기울어가는 집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한 현실적인 연애정서를 스탑모션으로 그것도 현실적이고 재미있는 대사로 표현한 것은 이 작품의 강점이다. 영화아카데미 실습작품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짧은 시간 안에 좋은 컨셉으로 승부하는 감독의 재능을 보여준다. 새벽비행상 성혜진 감독의 < 너 때문에 >에는 어떤 의미에서 예스러운 작품이다. 작품에 묻어나는 정서도 지금의 삼사십대가 기억하는 풍경, 그리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던 남매의 감정을 잘 잡아내고 있다. 그런데 감독이 여고생 같은 모습이기 때문에 더 놀라웠다. 손으로 일일이 문질러서 만들어낸 부드러운 아트웍은 흡사 페인트온 글라스와 같이 자연스러운 장면 변화의 느낌을 준다. 오랜만에 나타난 전통의 강호 계원 조형예술대학교의 작품이다. 심사위원 특별상 < 수영장의 고양이들 >. 이 작품은 작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졸업 작품들 중 가장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단색이지만 섬세하게 배열된 색의 조화와 캐릭터의 디자인들이 인상적이다. 델리 스파이스의 노래 ‘고양이와 새의 관한 진실’과 같이 죽의 고양이에게서 죽음과 삶에 대한 철학적 심상을 표현하였다. 독립보행상 < 연애 놀이 > 정유미 . 전작 < 나의 작의 인형 상자 >, < 먼지 아이 >로 이미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정유미 감독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감독 중의 한명이다. 그녀의 특징은 포스트 모던 하다는 것. 작화와 컷아웃 형식이 결합된 움직임은 분절되고, 절제된 사운드는 효과음을 빼고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내용 또한 일반적인 영화의 스토리 텔링과 전혀 다르다. 영화는 다큐를 보듯, 현상을 관찰하듯 감독이 관찰자처럼 인물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전작과 같이 각 장면들은 반복와 차이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드러낸다. 흑백의 극사실주의 묘사가 결합된 이 작품은 연애를 ‘서로의 반응을 통해 일어나는 놀이’로 보고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인디의 별 인디의 별은 < 오목어 >의 김진만 감독. 이 작품으로 김진만 감독은 관객상과 대상을 동시에 수상하였다. 전작에 비해 눈에 띄게 작품이 재미있어 졌다. 톡특한 목소리연기를 한 연기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물어 보았더니 모든 연기는 본인이 했다고 한다. 김진만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장인정신을 유지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혼자서 오랜기간 촬영을 거쳐서 완성된다. 스탑 모션은 중간 움직임을 수정할 수 없고 한 컷이 잘못되면 그 컷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노동의 산물. 이렇게 섬세하고 꾸준하게 좋은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감독이 있다는 것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행운이다. 게다가 점점 재미있어서져서 웃기기까지 하다. 그의 대상 수상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독립 작가들, 특히 10년이 전부터 작품을 만들던 박현경, 김준기 감독의 신작은 반갑고 그리고 꾸준히 작품을 만드는 정민영, 오수형, 양선우 감독 그리고 김예영, 김영근, 강민지 감독 등의 작품을 보면 다양한 형태로 작업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의 폭이 조금씩이지만 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다행이다. 초창기 인디애니 페스트는 실사 영화제에서 소외된 애니메이션 작가들의 공동체를 만들고자 노력하였고 또한 아시아의 작가들과의 교류도 점차 늘어가게 되었다. 이런 역량을 유지하면서 점차 관객을 늘리는 형태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는 두 개의 축으로 재도약 한다는 점이 이전의 경향과 크게 변별점을 가진다. 우선 가장 일반적인 접근 방식으로 사업적인 성공을 목표로 대중적 오락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기를 다 잡으려는 30억 이상의 장편 애니메이션과 작품성과 특정 매니아 층을 겨냥한 10억 이내의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구분될 수 있겠다. 오성윤 감독의 < 마당을 나온 암탉 >과, 100만을 넘긴 3D CG애니메이션 영화인 < 점박이 >가 첫 번째의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둘 다 나름 한국의 척박한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성공한 모델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오랜 제작경험을 가진 스튜디오와 영화제작사와 투자배급사의 안정적인 결합으로 제작 및 마케팅비를 마련하고 100개관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하며 관객몰이를 하는 전형적인 메이저 영화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다 갖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얘기가 아니다. 무엇 보다 검증 안 된 감독의 첫 번째 장편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작년은 우리에게 저예산 장편의 가능성과 함께 한계도 명확히 깨닳게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한혜진 , 안재훈 감독의 < 소중한 날의 꿈 >과 연상호 감독의 < 돼지의 왕 >이 극명하게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 돼지의 왕 >은 부산국제영화제의 3관왕 수상과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관으로 초청되며 언론의 집중조명과 호의적 국내외 여론형성으로 차기작 < 사이비 >의 투자결정과 일련의 과정이 지금까지의 한국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분위기와 현상들은 메이저급 장편애니메이션이 펼쳐온 전략과 분명 차별화된 것으로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최근 개봉한 이대희 감독의 첫 번째 장편 < 파닥 파닥 >과 아카데미 제작연구과정의 김선아 , 박세희 감독의 < 은실이 >는 이러한 면에서 다시 곱씹어볼 만한 작품들이다. 이대희 감독의 <파닥 파닥>은 < 돼지의 왕 >에 비하면 7억이라는 상대적으로 큰 제작비와 영화진흥위원회 프로모션 지원사업을 받아 개봉한 3D애니메이션으로 아마도 3D장편 중에는 가장 저렴한? 제작비로 완성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횟집의 어항에 갇힌 고등어인 ‘파닥 파닥’의 탈출을 둘러싼 어항 속 물고기 캐릭터들의 이해관계를 통해 인간의 세상사를 비판적이고 풍자적으로 그려낸 이야기로 다소 무거운 현실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 다른 독립, 저예산 장편애니메이션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영화아카데미 장편 제작연구과정 작으로 올 겨울 개봉한 장편애니메이션 < 은실이 > 또한 한 마을의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소녀를 둘러싼 성적 폭력성을 방관자와 가해자의 입장에서 우리사회의 약자에 대한 태도의 양면성을 그려낸 작품으로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집단적 성도덕성의 추락을 꼬집고 있다.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이 이러한 사회문제화 된 소재의 선택과 감독의 연출에 있어 좀 더 자유로운 건 메이저 영화들이 가져갈 수 없는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편이라는 도전과 제작경험이라는 값진 이득 이면에는 많은 부분 잃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즉, 감독이 추구하는 작품세계와는 별개로 무언가 안 어울리는 제작시스템과 배급환경에 지배를 받고 있는 것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제작비 규모의 문제만이 아니라 제작에 상당부분을 외부인력으로 아웃소싱 할 수밖에 없는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현실에서 제작 스탭의 공감과 참여방식의 문제, 컨트롤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문제이다. 제작인력의 안정적인 확보만큼이나 적절한 노동력의 활용과 시스템의 지원에 대한 문제는 특히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에 새롭게 부각될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배급에 관련해서는 자본의 논리에 지배 받을 수밖에 없는 거대한 배급시스템에 표류하는 저예산 영화들의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현실적인 벽이다. 그나마 < 파닥 파닥 >이 CGV무비꼴라주상과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이 없었다면 개봉조차 어려웠을 것을 생각하면 다양성 영화에 정부지원은 제작 및 마케팅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 파닥 파닥 >은 50개관 상영 첫 주 5천명 정도의 저조한 성적에 그쳤지만 이는 여름성수기를 맞아 쏟아진 국내외 대작에 밀린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무엇보다 어려운 제작현실에서도 끈기와 열정을 잃지 않고 견뎌낸 감독과 제작진에 큰 격려를 보내고 싶다. 긍정적인 평가로는 저예산에서 감히 디즈니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뮤지컬 장면으로 연출을 시도했고 영화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3D와 2D의 적절한 제작방식의 활용 등 새로운 도전도 눈에 띄었다. 마지막으로 저예산 애니메이션들이 해마다 한 두 편 개봉하는 것은 감독이 커나가고 시장을 다양화 하는 면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도 한국의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은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작품으로서의 완성도와 함께 관객에 대한 재미를 다 줄 수 있는 작품이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상업영화의 기본 생존법칙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지만 관객이 외면하는 저예산,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은 존재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재미란 단순한 오락은 아닐 것이다. 메이저 작품이 잃어버린 독창적인 매력이라고 할까? 해답은 작품을 만드는 감독과 이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관객에게 있을 것이다.
올해 개봉된 2편의 장편 애니메이션, 안재훈 한혜진 감독의 < 소중한 날의 꿈 >과 오성윤 감독의 < 마당을 나온 암탉 >이 우리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짐작케 하는 쾌거를 보여주어 무엇보다 흐뭇한 한 해이다. 우선 200만 관객이 넘은 < 마당을 나온 암탉 >은 황선미 원작 동화를 바탕으로 하였지만 시나리오 작가의 각색을 거쳐 이야기의 재미를 첨가하였고, 전문적인 영화기획을 통하여 나온 작품이다. 이러한 성공 사례에 있어 다른 여타의 노력(배급과 마케팅)도 매우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원작의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매력적인 각색이 있었기에 관객들이 선택하였다고 본다. 전통적으로 애니메이션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일본을 제외하고)고 하는 청소년 층과 어른 층을 타깃으로 한 안재훈 한혜진 감독의 < 소중한 날의 꿈 >은 순수 애니메이션 창작품으로 탁월한 이야기구조를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물론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외국 블랙버스트 작품으로 인해 극장에서 흥행에 관계없이 내려야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꾸준히 상영이 이어져 왔다. 일단 흥행은 여러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야기의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매우 성공적이다. < 소중한 날의 꿈 >은 주인공 성장형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데, 주인공 이랑이 마음 속 불안과 좌절을 두 친구의 만남을 통해 극복하고 성장한다는 이야기 구조이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어서 자칫 교훈적으로 빠지는 뻔한 이야기거나 지루할 이야기 소재를 학창시절의 디테일들을 살려 재미로 충족시켜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관객들은 1970년대 추억물로 받아들였고, 영화의 분위기 창조와 디테일은 그런 부분에서 성공적으로 미장센 되기도 했다. < 소중한 날의 꿈 >은 두 부부 감독의 10년이 넘는 끈기와 투자로 어렵게 제작하여 개봉한 창작 작품으로 오랜 시간 작업하다보면 생기는 그림체의 변화라던지, 감독의 고집으로 인해 이야기의 보편성을 잃기 쉬운 부분을 극복하고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었다. 무엇보다 흉내 내지 않은 자신만의 감수성과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이 우리 애니메이션계의 올해의 수확으로 보여진다. < 소중한 날의 꿈 >처럼 주인공 성장형 스토리텔링의 경우, 등장인물과 플롯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여기서 주인공은 소심하거나, 평범한, 그러면서 내적 결점들을 가진 인물이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되고, 그 체험을 통해 자신의 ‘위크포인트’, 즉 ‘결점’을 극복하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브리의 여주인공들이 대표적인데,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의 경우 주인공은 시큰둥한 생활을 하다 부모와 함께 이상한 유원지를 우연히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신들의 세계를 체험하게 되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스스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과 자신의 맡은 일을 어떡하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걸 이해하고 성장하여 세상에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강인하고 꿋꿋한 여주인공들의 특징이다. < 원령공주 >, < 청공의 성 라퓨타 >,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등의 여주인공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상당히 흡입력이 강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스토리를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어려운 난관들도 존재한다. 이런 스토리에서는 인물의 배경과 욕망을 치밀하게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물과 배경이 추구하는 사상도 나름대로 깊이와 완결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경우 캐릭터 집중도가 뛰어난 대신 주인공이 단수로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이 내적으로 성장하면 이야기는 바로 끝나야 하는 것처럼 사건의 패턴이 단순할 수 있다. 그래서 TV시리즈보다는 극장용에서 선호되는 스토리이다. 그렇다면, 다음 회로 연결시키는 요소를 두는 tv용 애니메이션과 완결판을 보여줘야 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플롯 구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두 스토리텔링의 선호하는 패턴은 있어도 다르지는 않다. 다만 TV용 애니메이션도 매회 사건을 해결하는 완결형과 하나의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매회 같은 안타고니스트와 대결하는 두 가지 형태가 있겠다. 이를 위해 지연과 반복의 전략을 구사한다. 예를 들어 <날아라 슈퍼보드>처럼 여행을 하며 갈등을 해결해가는 이야기에는 안타고니스트, 악당만 바뀔 뿐이지 같은 대결구조가 반복한다. 다음에는 TV시리즈의 지연과 반복이 어떻게 구사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