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 귀신이 산다
- 감독
- 답내초등학교
- 제작년도
- 2008
유튜브는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의 일상 풍경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내가 태어났을 때 KBS와 MBC가 이미 있었던 것처럼, 1991년 개국한 SBS가 원래부터 있던 것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유튜브도 이미 그런 느낌이다. 레거시 미디어의 전형성을 타파하는 어쩌구 그런 분석들도, 초등학생 장래희망의 상위권에 ‘유튜버’가 자리하는 것도 이제는 다 원래 그랬던 것 같다.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카페에서도 사람들은 유튜브를 본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취향이 달라 열성적으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사람이라도 ‘유명 유튜버’라는 사람을 전혀 모를 수 있고, 해외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라 구독차 천만명이 넘어도 국내에서는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다. 누구든, 어떤 취향을 가졌든 재미를 느낄만한 크리에이터가 무조건 하나는 있는 플랫폼. 현재로선 그게 유튜브가 가지는 소비재로써의 긍정적인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한 유튜버의 이야기기다. 유망한 아역 배우로 시작해 < 올드보이 >의 어린 오대수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으나 지금은 별 볼일 없는 전직 배우 오태경. 재기를 꿈꾸며 시작한 유튜브는 리틀 오대수 TV! (줄여서 리오) ‘구독자의 노예’를 자칭하며 일종의 해결사 혹은 대신맨 컨텐츠를 진행한다. 우리 학교 일진 혼내주세요, 폐가에 가주세요, 치과 치료 받고 아픈지 얘기해주세요 같은 것들로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을 때 ‘광화문에 1인 시위 중인 피켓남의 사연을 알아봐주세요’라는 주문을 받게 된다. 다소 시시하다는 생각으로 패스하려던 찰나 구독자는 10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걸게 되고 태경은 피켓남을 만나러가게 된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해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 피켓남.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던 끝에, 우연히 여동생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시위의 이유를 듣게 되는데, 성추행 무고로 억울하게 유죄를 받은 피해자라는 것.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리틀 오대수TV는 떡상하게 되고 피켓남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는 과정은 모두 유튜브를 통해 중계 되면서 정의의 사도가 된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점점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사이버 렉카’라는 말이 있다. 사건이 터지면 누구보다 빠르게 가지고 와서 자극적인 컨텐츠로 가공해 업로드하고 조회수를 확보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일종의 멸칭이다. 왜 멸칭이냐. 이들은 자신들이 다루는 사건들의 진위여부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남들보다 빨리 영상 만들고 조회수를 먹어야 유튜브의 무한경쟁시스템에서 관심을 얻을 수 있다. 이 세계에서 관심은 곧 돈이다. 사건을 파악하고, 다른 뉴스나 정황을 통해 진실을 검토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사이버 렉카들에게 이건 알바가 아니다. 그 시간에 하나 더 만들어 올리는게 남는 장사다. 이 시장에 진출하는 인간들이 그렇게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님 말고’. 만약 자신이 다룬 사건이 거짓이거나 잘못 알려진 것이라면 본인이 그 뉴스를 접한 창구를 핑계 대며 슬쩍 빠져나가거나, 만약 생각보다 일이 커진다면 검은 화면에 하얀 글씨로 ‘죄송합니다.’ 라고 쓴 썸네일이 달린 사과 영상을 올리고 몇 달 푹 쉬다가 돌아오면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이렇게 편한 돈벌이가 있나? 이 정도만 되어도 최악까지는 아니다. 더한 경우는 의도적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좌표를 찍으며 구독자들을 선동한다. 이 분야의 이 바닥의 레전드들은 최악의 ‘혐오의 엔터테이너’로써 굵직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확실한 증거와 공들인 취재로 지금 바닥까지 신뢰도가 떨어진 기존 언론을 대체하려는, 책임감 있는 렉카들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유튜브의 ‘인기 동영상’ 같은데서 뉴스를 접한다면, 아마 그것은 아주 높은 확률로 거짓일 것이라고 확신에 가깝게 말할 수 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내용에 대해 길게 말은 하지 못했지만, < 좋.댓.구 >는 대 유튜브 시대에 반드시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할 부분을 생각보다 따끔하게 꼬집고 있다. 스크린라이프(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에서 구현되는 화면으로만 영화를 구성하는) 형식을 취하는 영화들이 제법 선보였다. 생각나는 것만 나열하면 < 서치 >, <언프렌디드>, < 라방 > 등이 있겠다. 그때마다 호불호는 늘 갈렸다. 내러티브와 착 붙어 아주 잘 활용 된 경우도 있었고 괜히 정신만 없어져서 이야기를 파악하기 되려 더 어렵게 만들기만 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도 있었다. <좋.댓.구>는 전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정신없음이나 답답함이 없다. 그냥 유튜브를 생각하면 된다. 당신이 유튜브를 자주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편안할 것인데 감독은 그 점을 고려해 UI부터 구독자의 닉네임, 댓글 내용까지 실제같이 보일 수 있도록 하나하나 구성하느라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이런 부분이 일반적인 극영화에서는 어색할 수 있는 전환을 부드럽게 만들고 이야기와는 상관없는 재미들을 투입시키기에 적절했다. 아마도 영화의 시점에 해당하는 사람은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중간 중간 다양한 광고가 등장하는데, 엥 여기에 저 사람이 왜 나와? 싶은 사람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등장해 툭 툭 지나가며 재미를 준다. 문소리, 박현빈, 신동엽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무엇보다 박찬욱 감독의 등장이 감동을 준다.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오태경 배우가 특별출연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받아주었다고 하는데 오래전 함께 일했으나 이제는 위치가 달라진 상황에서, 말하는 사람은 어려워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고 받아주는 사람은 반갑기도 하고 약간은 안쓰럽지도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잘된 쪽이 오죽 잘됐어야지...) 괜히 코를 한 번 훔치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올드보이>의 복도 장도리 씬을 패러디 한 중학교에서의 복도 뿅망치 씬을 보며 많이 웃었는데 오태경이 오태경을 연기했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자 재미였다. 평생을 <올드보이>의 그늘 안에 있었는데 가장 유명한 장면은 정작 자신이 나오지 않았으니 이렇게나마 원을 풀지 않았을까? <좋.댓.구>는 < 곤지암 >에 공동각본으로 참여했던 박상민 감독의 데뷔작이다. 2023년 7월 12일 개봉작이니 (글 작성일 8월 8일 기준) 공개된지 한 달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KOBIS를 뒤져보니 개봉 당일 전국 146개 스크린에서 186회를 상영했는데, 딱 열흘째되는 21일에는 전국 10개의 스크린에서 10회 상영을 했다고 한다. 당연히 많은 관객이 봤을 리가 없는데, 총 관객수는 13,195명으로 마무리 된 듯 하다. (게시일 기준 전국 누적관객수는 13,376명)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영화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스크린라이프 형식으로 만들어진 본 작품은 특히 유튜브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유튜브 컨텐츠들에 대한 풍자 혹은 경고 그것도 아니면 넝~담~을 펼쳐 내는데, 이게 썩 그럴싸하고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네이버 별점이나 영화를 본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평들이 상당히 준수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식이라면 역주행도 노려봄직 한데, 극장에서 볼 방법이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크다. 네이버, 웨이브, 티빙 등에서 볼 수 있지만 아직 추가 요금을 결제해야 한다. 영화가 괜찮은만큼, 조만간 더 편하게 OTT로 보게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영상자료원에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지난 추천 애니메이션에 이어 애니메이션 칼럼을 의뢰한다는 내용이었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려는 생각으로 그 제안을 수락하고, 원고를 정리하려고 책상에 앉았다. 물론 원고가 아닌 노트북을 펼치고... 여러 가지 글을 써 보았지만 칼럼은 처음이라 우선 글을 쓰기에 앞서 ‘칼럼’이라는 형식에 대해 사전을 빌어 정리하여 보았다. ‘칼럼(column)’이라 함은 신문·잡지 등에서, 시사 문제· 사회 풍속 등을 짧게 평하는 특별기고. 또는 그 기고란으로 ‘기고란’, ‘시사평론’, ‘시평’으로 순화되었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지난 추천 애니메이션에 이어 좀 더 깊이 있고 무게 있는 의견을 정리하려고 ‘내용과 형식’을 좀 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하며 주제를 정리하다가, 실마리가 풀리지 않아 나름대로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조금은 부담을 덜고 자유롭게 정리하는 수필 형식을 덧대어 쓰는 것이 글을 쓰는 필자에게도, 그리고 글을 읽어 주실 독자들에게도 좀 더 여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 있는 우리 아들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우리 가족은 모두 4명이다. 필자, 그리고 아내, 첫째인 아들과 막내인 딸이다. 아들은 중학교 2학년, 막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아들은 지난주에 중간고사가 끝났고 필자가 허락한 일주일간의 자유 시간을 가지고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서 쉬는 시간에는 온라인 게임을 하고 주말에는 텔레비전의 오락프로그램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월, 수, 금요일에는 영어 학원을 다녀야 하고, 화, 목요일은 수학 과외를 해야 한다. 최근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대도시의 많은 초등학생들이 4~5학년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월 수 금요일 반과, 화 목 토요일 반, 주 6일간 영어와 수학과목을 번갈아 가면서, 학교 공부와는 별도로 학원에서 3시간 정도의 추가공부를 하고 있다. 숙제도 많다. 그래서 중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기도 하고, 미술과 체육시간에 자율 학습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이 상황이 물론 우리나라 모든 학교와 학생들에게서 벌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도시의 많은 학교와 학생, 그리고 학생들이 있는 가족들이 겪는 일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와 수학에 대한 학업의 스트레스가 많은 탓인지 독서보다는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많고, 자연 친구들과 교류 및 야외 활동이 적다보니 운동량도 적다. 그래서인지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시간이 되면 많은 텔레비전을 벗 삼아 어눌한 언행과 단순한 몸 개그 등으로 치장된 오락성 방송들을 자주 보고 있다. 최근 감각적인 화면구성과 편집, 빠른 화면전환 기법과 반복적인 효과 음향 등으로 시청자들이 내용의 진행 속도에 쉽게 끌려가도록 구성된 방송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여러 오락성 방송들은 문학이나 영화가 갖는 ‘독자나 관객의 스스로 이야기 만들기(연상법)’가 무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로 상상력과 연상에 대한 최소한의 두뇌 활동도 거부하고 영어 수학으로 가득 찬 머릿속을 슬랩스틱 코미디로 대신 채워 그것을 감내하려는 반작용으로 이해되어진다. 10여 년 전, 다섯 살이던 우리 아들을 위해 동화책을 한 권 살까 해서 서울의 교보문고를 들렀다가 흥미로운 동화책을 한 권 구입한 일이 있다. 이은홍 작가의 ‘글자 없는 그림책’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에 눈길이 쏠려 책 내용까지 찬찬히 살펴보았다. 말과 글 없이도 그 뜻이 충분히 전해졌고, 그림만으로도 독자들이 나름대로의 상상과 연상을 할 수 있도록 한 창작의 발상이 참 좋았다.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동화책 작가로 잘 알려진 영국의 레이몬드 브릭스(Raymond Briggs)의 작품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어린이들의 연상을 위해 ‘그림만으로 된 어린이책’을 여러 권 창작하였다.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레이먼드 브릭스의 원작 동화 《꿈과 사랑이 담긴 나라로의 초대》는 1982년 영국의 런던 TVC에서 다이안 잭슨(Dianne Jackson)감독에 의해 대사 없는 단편애니메이션《 스노우 맨(The Snowman )》으로도 제작되어 우리나라 어린이들과 부모들에게도 이미 익숙한 작품이 되어 있다. 글자 없는 그림책을 구입한 지 10여 년이 지나고, 작가 이은홍선생과 우연히 한 달 전 연락이 닿아 우리 학교에서 특강을 할 기회를 가졌다. ‘술꾼’이라는 만화책으로, 그리고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 알려진 만화가이자 동화일러스트레이터인 이은홍 작가는 충북 제천 시골의 대안학교 학생들에게 만화를 지도하면서 ‘만화를 어떻게 그리는가’에 대해 3가지로 요약해서 지도한다고 하였다. ‘첫째, 마음대로 그려라, 둘째, 멋대로 그려라, 셋째, 정성껏 그려라’이다. 이 내용은 뻔한 내용 같지만 함축적인 뜻을 가지고 있는데, 찬찬히 풀이해보면 참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마음대로’라는 내용은 생각 없이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그리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그리라는 뜻이고, ‘멋대로’라는 내용은 자신의 색깔과 예술적 품격을 나타내라는 뜻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정성껏’이라는 내용은 그림을 그릴 때 최선을 다해 그리면 만화가 제대로 그려진다는 뜻이라고 한다. 특강이 끝나고 질문시간이 되었지만 질문이 없어 몇 학생에게 질문을 유도했다. “산골에서 아들 때문에 작업이 어렵지는 않은지요?” 작가의 대답은 이러했다.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 아들이 우는 소리, 마을 사람들 모두가 삶이고 작업거리이지요. 작업할 것이 너무 많아 고민입니다. 하하하...”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과정이 어렵다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본인의 생활이고 즐거움이고 기쁨이면서 이를 토대로 작품들을 만들다보면, 만들어진 작품들은 그러한 배경과 분위기와 역량과 느낌들이 녹아있기 때문에 독자와 관객들에게 보다 분명하고, 깊숙이 파고드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은홍 작가는 부인, 아들과 함께 충북 제천 산골에 와서 7년 전부터 살고 있다고 한다. 마을에는 7가구가 있고 아들은 가나안 대안학교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음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들과 가족들의 ‘바램’대로 행복하고 만족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아들의 장래희망은 요리사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꿈은 만화가와 애니메이션 작가이다. 모두가 창의적인 직업들이다. 그러나 정해진 학원 공부시간이나 주어진 과제 외에 나름대로의 자율적 생각하기에는 조금 인색하다. 좀 더 여유 있는 생활과 생각 속에 창의적인 발상과 창작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바라는 살기 좋은 세상, 최고의 인생이 오직 영어와 수학전문가들이 넘쳐나는 천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인적인 교육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영어와 수학 공부달인들에 의해 이루어질 20년 후의 대한민국이 염려되는, 정신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이 아쉬운 시대이다. 오랜만에 천천히 흘러가는 스노우 맨의 주제가 'Walking in the air'를 향긋한 녹차 한 잔을 마시며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