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세요
- 감독
- 원풍연
- 제작년도
- 2013
- 출연
- 문창길, 손희순
원신연 감독, 공유 주연 < 용의자 >는 왕년의 ‘레전드’ 스턴트맨들이 총집결하여 반가웠다. 최태환 무술감독과 원신연 감독의 동생인 배우 원풍연 , 그리고 성룡이 이끄는 무술팀 ‘성가반’에서 이충지, 박현진 등과 함께 맹활약한 한국인 이인섭 도 눈에 띄었다. 최태환 감독이 소속된 무술팀 ‘트리플A’(All About Action)는 이인섭이 < 러시아워3 >(2007)를 끝내고 돌아와 오세영 무술감독과 함께 < 왕의 남자 >(2005)에 참여하기 직전 공동대표로 꾸린 팀이다. 가장 반가웠던 인물은 바로 원진 이었다. 영화 속 청량리역에서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얼핏 왜소해 보이는 남자가 지동철(공유)과 싸우며 그야말로 날렵하고 화려한 발차기를 자랑했다. 가끔이라도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스턴트맨들 중 정두홍 무술감독의 몇 안 되는 선배이자, 그가 머리 숙여 실력을 인정한 진짜 레전드가 바로 원진이다. 그들 대부분은 ‘밥풀데기’ 개그맨 김정식이 몸담기도 했던 ‘오뚜기 무술단’ 동료들이었다. 최태환 , 원풍연 , 이인섭 물론 그는 < 조폭마누라 >(2001), < 청풍명월 >(2003), < 낭만자객 >(2003), < 청춘만화 >(2006) 등의 무술감독이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실력자라 종종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무명 시절에도 왜소한 체격 탓인지 주연 여배우 대역을 하는 일이 많았는데, <조폭마누라>에서 신은경 대역을 한 것도 역시 그다. 다소 중국스러운 이름 때문에 중국 액션배우로 아는 사람도 많았고, 실제로 홍콩 골든하베스트사의 초청으로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미지는 바로 < 가자왕 >(1992)에서 길게 머리를 늘어트리고, 다리를 뒤편 위로 치켜 올려 전갈 권법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그 자세에서 자유자재로 구사한 ‘공중 돌려 가위차기’는 홍콩 스턴트맨들도 한없이 부러워했다. 원진 을 포함해 역시 오뚜기 무술단 스턴트맨 출신의 원신연 감독이 옛 동료들을 불러 모아 완성한 < 용의자 >는 그야말로 훈훈한 ‘우정의 무대’라고나 할까. 여기서 떠오르는 한 편의 영화가 있다. 비록 전체적인 완성도는 미흡하지만 당대 ‘무술인’들의 ‘십시일반’ 정신으로 완성한 김춘식 감독의 < 고수 >(1997)다. 역시 스턴트맨 출신의 김춘식과 당시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던 원진 이 동료들을 규합해 ‘진짜 우리들만의 제대로 된 액션영화를 만들어보자’고 품앗이하듯 의기투합한 것. 비록 스타급 배우는 없고 제작비는 넉넉하지 못 했지만 스턴트맨들끼리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거기에는 ‘액션을 영화의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주재료로 써보자’, ‘우리도 남들 대역만 하지 말고 진짜 배우가 되어 보자’는 생각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배경은 1930년대 일제치하, 친일파인 기봉( 장정국 )은 딸 승희( 김지은 )를 일본의 실력자 노무라( 최성 )의 아들에게 시집보내려 한다. 이에 승희는 연인 형철( 우승봉 )과 함께 돈을 훔쳐 달아난다. 전국을 떠돌던 그들은 우연히 차례로 변소동( 오동영 ), 조달구(김춘식)를 만나 도움을 얻게 된다. 기봉이 보낸 조직 ‘야수파’ 등에 맞서 승희와 형철을 도와주는 그들은 물론 돈 때문이다. 한편, 한 손에 갈고리를 하고 다니는 정체불명의 고수(원진)는 조달구를 쫓는다. < 고수 > 출연자들 아쉬운 점은 역시 어설픈 유머가 난무하는, 물론 보다 보면 귀엽기도 한 이야기의 완성도다. 승희와 형철을 추적하는 조직의 이름이 야수파인 이유는 그들의 별명이 하나같이 멍멍이, 풍뎅이, 메뚜기, 반달곰, 올빼미 등 ‘야수’ 혹은 ‘동물’들이기 때문이다. 개의 귀 모양을 한 모자를 쓴 멍멍이를 연기한 배우가 바로 이인섭 이며, 승희와 형철을 쫓는 또 다른 3인조 중 핑크색 옷을 입은 남자가 바로 오세영 무술감독이다. 또한 ‘홀쭉이와 뚱뚱이’처럼 반목하는 변소동과 조달구는 서로의 이름으로 장난을 친다. 자신을 ‘조달구’라고 소개하자 변소동이 “좆 안 달고 태어나는 남자도 있당가?”라고 놀리고, 이에 질세라 조달구는 ‘변소똥’이라 부르며 달려든다. 이들이 등장해서 완성한 추격의 로드무비가 B스러운 것은, 바로 등장인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동료들을 규합해 영화를 찍고자 합의는 하였으나, 이 사람도 눈에 밟히고 저 친구도 눈에 밟히니 그저 엇비슷한 분량으로 몽땅 출연시킨 느낌이다. 그래서 친일파 기봉은 딸을 잡아들이기 위해 아무런 원칙도 없이 야수파도 보내고, 혼성 3인조도 보내고, 다시 남성 2인조까지 보낸다. 게다가 서로 각자의 실력을 자랑해야 하니 의욕에 넘쳐 그야말로 영화 내내 묘기 대행진이다. 별것 아닌 동작도 굳이 날아오르거나 몇 번 굴러서 ‘짠’ 하고 잡아내는 식이다. 당연히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한 덤블링 하는’ 스턴트맨들이다. 단지 한 사람을 잡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킬러를 보낸 인해전술의 추격극이 과연 있었던가. 원진 그래도 역시 실질적인 주인공은 가장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는 원진 이다. < 가자왕 >을 연상시키는 돌려차기에다 쉴 새 없이 ‘날고 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분명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지만 적어도 액션에 있어서만큼은 대역도 속임수도 없는 진짜 퀄리티 높은 액션영화인 것. 원진의 또 다른 추천할만한 한국 액션영화로는 < 용호취 >(1988)와 < 밥풀떼기 형사와 쌍라이트 >(1989)가 있다. 코흘리개 신인 정두홍이 참여한 <밥풀떼기 형사와 쌍라이트>는 그가 실력을 인정하는 두 선배 류창국 과 원진의 대결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랬던 그들이 이른바 ‘아동용 영화’의 긴 암흑기를 지나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게 된 건 무척 뿌듯한 일이다. 한동안 소식을 들을 수 없었던 김춘식 감독은 작년 조주현 , 전세홍 주연의 ‘리얼 액션영화’를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진짜 완성됐는지 어땠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 아는 여자 >의 패러디인지 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어쨌건 제목은 < 패는 여자 >였다. 오동영 김지은 감독: 김춘식 각본: 이무섭 개봉극장: 바다, 파고다4관(서울) 관람인원: 1,300(서울)명
< 빵과 우유 >는 2003년 제작된 원신연 감독의 단편극영화이다. 이 영화는 그 해와 이듬해 거의 대부분의 영화제에 초청되거나 상을 독식하다시피 한 단편영화의 걸작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이 놀라운 작품은 아직 제작한지 불과 7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고전이 된 듯 한 느낌이 드는 것은 최근의 영화트랜드가 너무 빨리 변하기도 하고 이제는 단편영화들이 예전만큼 강한 여운을 남기거나 생명력이 길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무척 간단하지만 러닝타임은 단편치고는 꽤나 긴 30분에 가깝다. 그러나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 주인공이자 출연자 단 한 명과 커다란 바위 하나가 화면의 대부분이며 원경이라고 해 봐야 철로와 산밖에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 해직 통고서를 받은 철도청 소속 선로보수 노동자가 늘 지급되는 빵과 우유를 가방에 넣고 마지막 근무에 나서게 되고,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낀 그가 자살을 결심하고 철길에 누워 열차가 오길 기다린다. 그 순간 커다란 낙석 하나가 철길 위로 떨어지고 선로에 누워있던 노동자는 달려오는 열차와 커다란 낙석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사투를 벌이는 것이 내용의 전부다. 어떻게 보면 자살하려는 노동자가 겪는 해프닝을 그린 것이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미덕은 단출한 영화적 형식보다는 블랙유머 뒤에 감추어진 우리 사회의 폐부를 건드린 것에 있다. 대기업 위주의 고용 없는 성장과 그로 인한 끊임없는 삶의 무게와 위협들에 고스란히 노출된 서민과 노동자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에 맞닥뜨린 우리들의 모습을 블랙코메디로 그려냈기에 그 진정성과 영화적 감동이 함께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부인의 잔소리라는 일상과 그의 앞에 놓인 커다란 바위는 삶의 절망이자 어쩌면 그가 살아가야할 이유일지도 모른다. 죽고 싶었던 그가 살아가게 된 것은 바위로 인한 본능적인 노동자의 이타적 행위 일 뿐만 아니라 남겨질지도 모를 가족과 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상징인 빵과 우유가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짙은 사회성으로 노동의 건강함과 노동자의 위대함을 그린 영화들은 많이 있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의 접근 방식은 매우 진지한 편이다. < 빵과 우유 >의 장점은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하면서도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영화라는 데 있다. 독립영화가 그 강한 주제의식에 비해 형식적 재미와 감동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고 그로 인해 재미없다는불필요한 오해와 평가절하 속에 놓였던 것이 지난 수년간의 일이었기에 이 영화는 더더욱 반가운 영화였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정겨운 독립영화가 되었다. 감독의 친동생인 원풍연 씨가 연기한 노동자는 충분한 공감을 일으킬만하고 동시에 단 한 명의 출연자이지만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2004년 그를 정동진영화제에서 보았는데 영화에서 바위를 치우느라 너무 힘을 쓴 나머지 인대가 늘어나 아직 팔이 불편하다고 하니 하나의 단편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 것이 결국 좋은 작품으로 이어졌다는 평범한 진리에 새삼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이었다. 우스갯소리로 감독의 동생이니 노개런티로 출연했을 것이고 초췌한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빵과 우유만 주고 연기를 시키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았는데, 그는 애써 부인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 후에 안 일이지만 < 빵과 우유 >의 제작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특수 제작된 바위였다니 내가 한 우스갯소리가 결국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원신연 감독은 단 한 컷으로 이루어진 단편 < 자장가 >를 통해 영화적 실험과 실력을 선보인 이후 < 빵과 우유 >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보였다. 그후 < 가발 >을 필두로 대단한 반향을 일으킨 < 구타유발자들 >을 거쳐 흥행작인 < 세븐 데이즈 >에 이르러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가 가진 강점인 대중성과 무술감독, 연기자 등 다양한 경력과 재능들이 맛깔스럽게 들어간 좋은 영화들이 양산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