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걸아: 취권의 창시자
- 감독
- 원화평
- 제작년도
- 2010
- 출연
- 조문탁, 주걸륜, 주신, 안지걸, 양자경, 유가휘, 양가인, 데이비드 캐러딘
얼마 전 배우 이영진 과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영화 한 편이 있었다. <데우스 마키나>라는 영화다. 배우 이영진이 2000년대 중반엔 몸이 얼마나 지금보다 더 유연했던가, 액션 배우를 했다면 우마 서먼이 < 킬 빌 >에서 보여줬던 것 같은 뭔가를 보여줄 수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 도중에 나온 제목이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데우스 마키나>가 대체 무슨 영화인가 싶을 거다. 물론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단어를 전 국민의 지적 유행어로 만든 진중권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아, 사실 진중권이 연출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영화가 나온다면 꼭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서울이 일베와 깨시의 전쟁으로 불타오르는 가운데 홀연히 연기를 뚫고 청와대 앞뜰에 착륙한 경비행기 한대. 거기서 진중권이 한 손에 고양이를 안고 라파엘로 그림 속 천사처럼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내리고, 갑자기 신서울시에 출몰한 사도와 대결을 펼치는데…. < 천사몽 >(2001)과 < 성냥팔이 소녀 >(2002) 아,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만, 여하튼. <데우스 마키나>는 지난 2002년 기획에 들어가서 영화의 절반을 촬영해 놓고 갑자기 중단된 미완의 영화다. 이 영화를 ‘삐용삐용B무비’의 마지막에 꺼내놓는 이유? 완성됐더라면 < 천사몽 >이나 < 성냥팔이 소녀 >를 뛰어넘는 한국 B급 SF영화의 계보를 훌륭하게 완성했을 거라는 아쉬움 때문이다. 나는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으로 이어지는 그 무시무시한 SF 블록버스터의 시대가 종종 그립다. 그 시기는 그러니까, 충무로로 쏟아져 들어오던 대기업의 엄청난 눈먼 돈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장렬하게 산화하겠노라는 이글이글한 야심이 베수비오 화산처럼 폭발하던 시기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였고,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만듦새였으며, 하나같이 장르의 기본이 하나도 안 된 영화들이었다. 그런데도 그 시대가 그리운 이유는 정말이지 모두가 영화를 막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대기업이 시나리오 한줄 한줄 빨간 펜으로 검사하던 시절에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괴작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어디로 향하는지 누구도 모르는 영화적 에너지의 시대였다. 맞다. 바로 그 시기 때문에 지금 한국 영화계가 이렇게 된 거다. 그런데도 그 시기가 그립다니 이거 참 사람이 경망스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리운 건 그리운 거다. 하여간 다시 <데우스 마키나>로 돌아가자면 이야기는 이렇다. 무대는 2003년이다. 서울의 한 고층빌딩을 과격한 테러 단체가 점거하는데, 한국 최대의 정보 통신 기업은 이걸 진화하기 위해 비밀 인간병기 조직을 투입한다. 작전을 완료하고 돌아가던 인간병기 조직의 미녀( 김정화 )는 헬기 추락으로 부상당하고, 이를 오토바이 광인 미남( 권상우 )이 집으로 데려가고, 미남과 미녀는 사랑에 빠지고, 그러나 인간병기인 미녀를 되찾기 위해 정보 통신 기업이 찾아오고, 그들을 질기게 쫓는 인간 최종병기는 배우 이영진 이었을 것이다. 만약 이 영화가 끝까지 만들어졌다면 그랬을 거라는 소리다. <데우스 마키나>를 만들다가 무릎을 꿇고 결국 사라진 감독은 이현하 다. 당시 영화잡지의 인터뷰들에 따르면 그는 프랑스 유학파고, 구로사와 아키라에 관한 석사논문을 쓴 적이 있고, 프랑스영화자유학교(CLCF)에서 영화 실무를 공부했다. 나로서는 그의 경력으로는 도무지 이 영화를 가늠할 수 없다. 다만 몇몇 인터뷰들을 통해 대충 <데우스 마키나>가 어떤 영화가 됐을지 짐작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 총몽 >, < 공각기동대 >, < 아키라 > 등을 적극 차용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건 사실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나온 SF영화 중에서 이 세 작품을 적극 차용하지 않은 영화는 거의 없으니까. 형식적인 면에서 이 감독은 “< 와호장룡 >이나 < 매트릭스 >와는 달리 원심력과 중력이 느껴지며, 움직임과 기하성을 조화시키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건 더더욱 모르겠다. 흠. 아마도 원화평의 안무와는 다른 안무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아니다. 나는 지금 <데우스 마키나>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꿈을 능욕하려는 게 아니다. 정말로 나는 중간에 엎어져서 영원히 스크린에 걸릴 기회를 박탈당한, 만약 만들어졌다면 정말이지 끝내주게 삐용삐용한 B무비가 됐을 이 영화의 운명을 슬퍼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거의 100억대의 제작비를 투여한 <데우스 마키나>의 시나리오에는 민병천 의 < 내츄럴 시티 >를 연상시킬 만큼 순결한 나이브함이 깃들어 있으며, 만약 만들어졌다면 적어도 <내츄럴 시티>와 함께 ‘한국 영화가 가장 도전적이었던 시절’을 기념하는 유물로 남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잊혀진 <데우스 마키나>의 이야기를 꺼낸 김에, 나는 몇 편의, 여러분에게 보여질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사라진 몇 편의 장편과 단편을 거론하며 이 글을 마치고 싶다. <도살자>( 김진원 , 2007) 먼저 김진원 감독의 2007년 작인 <도살자>다. 부천영화제에서 상영한 뒤 사라진 이 장편 고문 호러영화는 돼지머리를 가진 괴물을 주인공으로 스너프영화를 찍는 도살업자에 대한 이야기로, 한국 영화에서는 익히 볼 수 없었던 피와 배설물, 내장의 스펙터클이 카메라 바깥으로 진동을 한다. 돼지 발정제를 먹은 (가히 < 텍사스 전기톱 대살륙 >의 악마를 닮은) 괴물이 남자 희생자를 강간하는 장면에서 당신이 만약 B급 고어영화의 팬이라면 흐뭇해 했을 지도 모른다. 동시에 김진원 감독은 스산한 서울 교외의 배경을 통해 어떤 서정성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도 성공한다. 나는 김진원 감독이 꼭 다시 호러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 < 편대단편 >( 지민호 , 2005) 또 언급할 영화는 지민호 감독의 2005년 작 < 편대단편 >이다. 350만 원으로 10년에 걸쳐 완성된 이 영화는 당시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꽤 화제를 모았다. 혼자 연출, 제작, 각본, 편집, CG를 다 해내는 지민호 감독의 이 보기 드문 SF 단편은 일종의 ‘안티 < 스타워즈 >’로, 강제로 군에 징집된 뒤 기억을 삭제당한 식민지 행성의 젊은이들 이야기다. 물론이다. <편대단편>은 꽤나 허술하고, 종종 (이 분야의 오덕들이 만드는 영화가 대게 그렇듯이) 지나치게 진지하다. 하지만 지민호 감독이 좀 더 많은 투자를 받아 장편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이 생각을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 불청객 >( 이응일 , 2010) 마지막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언급해야 할 영화는 2010년에 나온 초저예산 SF영화 < 불청객 >이다. 만년 고시생과 백수들이 택배 상자에서 튀어나온 외계인을 만나는데, 알고 보니 이 외계인은 루저들의 생명을 적립해 늙은 거부들의 수명을 연장해주는 일종의 고리대금업자로, 주인공들이 계약을 거부하자 자취방이 통째로 우주로 날아가버린다. 이건 한마디로 말하자면 ‘88만원 세대의 SF 어드벤처’로, <이나중 탁구부> 시절 후루야 미노루를 연상시키는 정말 기가 막히게 엇나가는 풍자 코미디로 가득하다. 아니, 나는 <불청객>보다 더 웃기는 영화를 2010년 이후로 한국 영화계에서 본 적이 없다. <불청객>이 소규모 개봉관에서 약간의 화제를 모은 뒤 이응일 감독은 애니메이션 회사에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 지구를 지켜라 !> 이후 가장 발칙한 데뷔작이었던 <불청객>의 감독이 아직도 메가폰을 잡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슬플 따름이다. 자, ‘삐용삐용B무비’를 마치며 내가 바라는 소원은 두 가지다. <데우스 마키나>의 묻혀있는 필름만이라도 다시 발굴해서 단관에서라도 상영을 하는 것, 그리고 이응일 , 김진원 , 지민호 에게 어떤 독지가나 어떤 진취적인 제작자라도 나타나서 제작비를 좀 지원해주는 것. 내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한국 B무비의 역사가 바뀔….리는 만무하지만, 적어도 기념할 만한 B무비들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견자단의 전성기는 뒤늦게 찾아왔다. 이연걸과 동년배이고, 유덕화나 양조위, 주성치보다 한두 살 정도 어린 편이니, 그들이 90년대 초부터 정상에 있었던 걸 감안해보면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데뷔가 늦었던 건 아니다. 원화평 눈에 띄어 1984년 <소태극>으로 데뷔한 그는 < 특경도룡 >이나 < 철마류 >같은 자신만의 인지도를 쌓은 작품도 만났다. 조연이든 악역이든 마다하지 않고 출연했으며, < 황비홍 2 >에서 이연걸과 마지막 액션을 장식한 것도, < 신용문객잔 >의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도 바로 그였다. 무도가 집안에서 태어나 정통 무예를 익힌 배우 출신답게 자연스레 여러 격투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 노호광 >, < 영춘권 >의 무술감독은 물론 < 전랑전설 >에선 감독 데뷔에, < 블레이드 2 >, < 상하이 나이츠 > 등으로 할리우드까지 진출해 착실히 자신만의 경력을 쌓아나갔다. 대중에게 그렇게 조금씩 친숙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갔을 무렵 바야흐로 시대가 변했다. 성룡과 홍금보는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고, 이연걸 또한 액션보단 연기를 원했다. 지금도 쌩쌩하니 주먹과 발차기를 현란하게 구사하며 몸을 아끼지 않고 마샬아트를 시연할 배우는 견자단 말고 없었다. 그의 전성기는 그렇게 도래했다. 견자단 그 중 엽위신 감독과 함께한 2000년대 중후반 일련의 액션영화들은 전설의 핵심이었다. < 살파랑 >과 < 용호문 >, < 도화선 > 삼부작은 견자단을 정점에 올려놓은 작품들로 스피디하고 강렬한 액션과 화려한 연출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다양한 격투기의 향연에, 뛰어난 아이디어가 결합된 이 무술백화점 같은 영화들은 단순하지만 폭발적이었고, 견자단 스타일의 완성을 만천하에 공인시켰다. 더욱 강하고 더없이 빠른 영화가 이어질 거라 예상했지만, 그러나 그들의 차기작은 조금 다른 선택이었다. 실존 인물 ‘엽문’에 관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영춘권의 대가이자 이소룡의 스승이기도 했던 엽문은 생애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게다가 이미 왕가위와 양조위가 < 일대종사 >라는 같은 ‘엽문’ 영화를 준비 중에 있었다.(결국 이 작품은 세 편의 엽문 영화가 나오고 나서야 개봉되었다!) 하지만 엽위신과 견자단은 그 도전과 모험을 기꺼이 감수했고, 홍콩 박스오피스와 금상장영화제을 뒤흔든 < 엽문 >은 그들의 가장 성공한 영화이자 대표작이 되었다. 스피디하고 파워풀한 액션은 여전하지만 기존의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의 ‘열혈’ 견자단 대신, 방어적이고 내면적인 ‘고수’ 견자단의 품격이 묻어난 작품이었다. 그 품격을 더욱 고양시키는 건 바로 웅장하고 숭고한 음악의 몫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중화민족의 색채가 강하게 묻어난 선율을 매만진 건 일본인 작곡가 카와이 켄지였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 ‘귀여운’ 이름의 작곡가 카와이 켄지는 오시이 마모루의 음악적 파트너로도 더 잘 알려져 있는데, 1957년 동경 태생으로 토카이 대학 원자력 공학부에 다니다 마즈다 대학 사운드 페스티벌에서 우승한 걸 계기로 미련 없이 학업을 포기하고 전업음악가의 길로 들어섰다. 밴드활동 및 CM 음악을 담당하다 유명 성우이자 배우인 마츠야 유지의 연극 음악을 맡게 된 걸 계기로 각종 사운드트랙에 참여하게 된다. 초기에 맡은 애니메이션 <메존일각>의 놀라운 성공과 <붉은 안경>으로 인연을 맺게 된 오시이 마모루와의 협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이후 <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의 모든 시리즈와 <란마 1/2>, <무책임함장 테일러>, < 공각기동대 > 등 90년대 히트작 애니메이션 음악들을 담당하며 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와 동시에 세기말 나카다 히데오와 손을 잡은 <링> 의 폭발적인 히트로 상업영화로 분야를 넓혔으며, 2005년엔 임필성 감독의 < 남극일기 >를 필두로 중국의 < 묵공 >, 프랑스의 TV다큐 <아포칼립스, 제 2차 세계대전> 등의 음악을 맡아 무대를 세계로 확장했다. 카와이 켄지의 장점이라면 매체나 장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각적으로 시도하고 모험하는 확장성과 놀라울 정도의 꾸준한 생산력인데, 애니, 게임, TV, 영화, 다큐멘터리, 대중음악은 물론 호러, 드라마, 코미디, SF와 판타지, 시대극에 이르기까지 편식 없이 모든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는 그의 사운드에서 사실 한계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시간과 조건만 맞으면 어떤 작품이라도 한다는 프로페셔널한 자세로, 아티스트란 생각을 배제한 채 자신의 음악관을 고수하기보단 철저히 감독이 요구하는 대로 작업한다는 방식이 오히려 카와이 켄지만의 고유 스타일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 카와이 켄지와 그의 작품들 <엽문>은 그의 프로의식과 실력을 유감없이 접할 수 있는 사운드트랙으로, 이미 <용호문>에서 한번 호흡을 맞췄던 엽위신, 견자단 콤비와 함께 박진감 넘치는 액션 스코어의 진수를 선사한다. 빠르고 강력한 타격기를 갖춘 견자단의 액션 스타일에 맞춰 카와이 켄지는 약동하는 퍼커션을 전면에 배치해 청각적인 액션 쾌감을 노리고 있는데, 거기에 한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는 탁월한 테마(‘一代宗师 Maestro’)를 얹어 듣는 순간 영화의 숙명적인 분위기를 짐작케 만든다.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국적불명의 판타지스러웠던 <용호문>이 기존에 카와이 켄지가 작업했던 여타 유수의 일본 아니메 사운드트랙들을 떠올리게 했다면, 얼후와 코러스를 사용해 예의 멋스러운 중국색이 강하게 묻어나는 <엽문>의 스코어는 고전적이고, 위엄에 가득 차있다. 특히나 엽문이 구사하는 영춘권 자체가 여성에 의해 만들어진 권법인 만큼 부드럽고 우아한 품격이 느껴져야 하는데, 카와이 켄지는 얼후의 나긋나긋한 음색과 강렬한 타악의 대비로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잡았다. 거기에 밑받침되는 두터운 보이스와 스트링의 조화는 휴머니즘을 극대화시키는데, 액션 스코어가 놓치기 쉬운 감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이전에 <란마 1/2>을 작업하며 의도적인(다분히 희극적인) 중화풍의 컨벤셔널한 사운드를 들려준 바 있지만, <엽문>에선 전통적인 색채에 집착하지 않고 일렉트릭 사운드를 병행하며 상처 입은 시대상의 암울한 분위기를 엄숙하고 장중하게 담아낸다. 전체적으로 곡들은 그리 길지 않다. 1분 미만의 짧은 큐도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꼼꼼히 영화의 순서대로 30트랙에 걸쳐 모두 담아낸 <엽문> 사운드트랙은 그야말로 완벽하다. 보통은 빠질법한 예고편용으로 작곡된 음악까지 맨 마지막 트랙에 포함돼있다. 아쉬운 건 홍콩 워너에서 발매된 이 앨범이 너무나도 빠르게 절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는 것, 그리고 다른 판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호쾌하고 장렬한 사운드의 쾌감은 이전의 <용호문>에 비해 덜 할 수 있지만, 심장 박동처럼 시종일관 두근거리는 퍼커션과 일본점령하의 불안하고 참담한 기운을 간직한 스트링, 불길하고 비애감 넘치는 신디가 직조해내는 선율의 깊은 울림은 기존의 단순하고 명료한 액션 스코어와는 차별화된 질감을 가지고 있다. 료사부의 죽음에 열 받아 무도장에서 엽문이 일본군을 상대로 1:10의 싸움을 벌일 때 흐르던 ‘死而後已 Dic For It’나 마지막 일본인 장교 미우라와 대결하던 장면에 깔린 대곡 ‘仁义之战 Battle For Righteousness’이 그렇다. 개인으로선 누구보다 강하지만 총과 군대를 가진 국가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고수의 암담한 심정을 오롯이 토해내는 건 카와이 켄지의 이 두근거리는, 두 주먹 불끈 쥐게 만드는 음악 덕분이다. 이미 수많은 아니메와 영화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액션 큐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운드를 선사하는 장인답게 그는 액션에 감성을 실었고, 능숙하게 퍼커션의 강약과 속도를 조율하며 극의 흐름을 고조시킨다. 딱히 장면에 맞춘 미키마우징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솜씨가 놀랍다. 마지막 결투 카와이 켄지는 2010년 엽위신과 견자단이 다시 한 번 뭉친 < 엽문 2 >에서도 여전히 음악을 맡아 속편의 법칙에 충실하게 더 빨라지고 더 강력하며 더욱 애잔하고 장엄한 스코어를 만들어냈다. 여전히 그 중심에는 ‘一代宗师 Maestro’ 테마가 자리 잡아 심금을 울린다. 마치 어느 인터뷰에서 예술가보단 장인이 되고 싶다고 밝힌 카와이 켄지 자신에게 바치는 사운드트랙 같기도 하다. Track List 01. 一代宗师 Maestro 02. 融乐 Harmony 03. 切磋 Wanna To Fight 04. 嚣 Arrogance 05. 傲 Insolence 06. 泰然自若 Take Thing Easy 07. 悲城 City Of Sadness 08. 惘然 At A Loss 09. 徒然 In Vain 10. 腐 Decayed 11. 困 Stuck In A Moment 12. 代价 Pay For It 13. 战 Fight 14. 死而後已 Dic For It 15. 叶问 Ip Man 16. 涅盘 "Nirvana" 17. 亡命之徒 Desperado 18. 小念头 "Siu Lim Tau" 19. 纠缠 Entanglement 20. 无惧 Fearless 21. 赴汤蹈火 Going Under 22. 本觉 "Rigpa" 23. 危境 In Danger 24. 沉 Sinking 25. 剑拔弩张 Ready To Fight 26. 仁义之战 Battle For Righteousness 27. 岁月 Remembrance 28. 断 "Harakiri" 29. 圆 Completion 30. 一代宗师—贰 Maestro II 31. 预告 The Tra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