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 감독
- 장희철
- 제작년도
- 2007
- 출연
- 최웅, 손남숙, 배진만
장희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 미스진은 예쁘다 >는 한적한 동래역에 모여든,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을 제집처럼 생각하는 미스진은 의식주 해결과 TV 시청, 운동과 같은 여가생활까지 역에서 해결한다. 늘 씩씩하고 활기찬 그녀의 주변으로 먹성 좋은 꼬맹이, 알코올 중독자인 동진, 건널목 초소에서 근무하는 과묵한 수동이 모여들면서 이들은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간다. 장희철 감독은 역 광장, 역사 안, 초소를 중심으로 이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공간에서 맺게 되는 관계는 어떤 것인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들은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인데 꼬맹이에게는 보살펴줄 부모가 부재하고, 동진은 이미 사망신고가 되어있을 만큼 가족으로부터 고립된 상태다. 수동에게도 예전에 가족이 있었다는 흔적이 있지만 현재는 침묵에 익숙한 사람이 되어 있다. 이들은 서로 가족이 되어가면서 과거의 상실감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각자의 상처를 보듬게 된다. 미스진은 꼬맹이에게 밥을 먹이고 씻기고 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되고, 자상한 수동은 집으로 이들을 초대해서 함께 저녁을 먹음으로 인해 액자 속의 가족사진과 유사한 형태를 잠시라도 누리게 된다. 동진은 꼬맹이의 친구처럼 개구지게 행동하고 미스진과 수동에게 의지함으로써 자신을 배제시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잊어간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재미나게 놀 수 있는’ 공동체가 와해되는 지점은 각별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이들을 지켜보거나 인물에게로 다가가는 카메라 움직임이 지배적인 이 영화에서 뒷걸음질 치는 카메라는 더 이상 인물의 슬픔과 상실, 이별에 다가갈 수 없다는 감독의 마음이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는 동진이 만취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 그의 신세 한탄을 넘어서는 짙은 패배감이 배어 있다. 두 번째는 꼬맹이를 아동보호 시설에 맡기기 직전의 여행에서 등장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던 중 미스진이 사라진다. 꼬맹이가 ‘춤추고 나오면 살려 준다’를 목 놓아 외칠 때 카메라는 이들의 표정을 대면하기 힘겨운 것처럼 멀어진다. 이 장면은 행복한 공동체가 똑같은 놀이를 하면서 환하게 웃었던 시간과 맞물리기 때문에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는 가족공동체에 대한 탄식마저 자아내게 한다. 장희철 감독이 가난하고, 주변으로 밀려난 사람들에 가지는 애정과 온기는 마냥 이들을 세상에 대한 고민 없이 행복한 존재로 옹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깊은 속내에 숨겨진 부재에 대한 슬픔과 늘 웃음으로 감싸고 서로의 먹을 것을 나눌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기반이 되는 사회에 대한 염원까지 드러내고 있다. 이런 지점은 역이라는 장소를 차지하는 인물에 의해서도 드러나는데, 역사 내부는 미스진과 꼬맹이가 기본적인 삶을 이어가는 곳이다. 역의 광장은 이들이 모여서 밥을 먹고 한담을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을 이어가는 곳이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동의 초소도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홀로 커피를 마시고 추위를 달래던 혼자만의 공간에 동진과 꼬맹이, 미스진이 모이면서 광장의 한기를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된다. 광장과 초소에서 건네지는 먹을 것을 통해 그들의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고, 이들을 이어주던 근본적인 끈이 함께 밥을 나누어 먹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함께 먹음으로 가족이 되고,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을 보듬을 수 있다. 부산역과 같이 분주하거나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한적한 동래역 주변의 일상과 청명하지만 차가운 겨울 하늘, 기차를 처음 탄 꼬맹이와 함께 가는 바다여행 후에 다시 봄이 찾아온다. 꼬맹이는 학교를 다니고 동진은 음식점 배달을 하고 있다. 수동은 동진이 선물한 외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쇼트인 초소 가는 골목을 가득 메운 종이 코끼리와 수동의 외발자전거는 삶의 굴곡과 실패의 쓰라림을 망각하기보다, 서로를 용납하고 더불어 살아가며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제스처가 된다.
1. 먼저 고백부터 해야겠다. 부산독립영화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부닥치는 문제는 얼마나 어려운 형편에서 제작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자면 부산독립영화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되기도 하지만, 간혹 반사 신경과 맞먹는 자기암시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곁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함께 읽어보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거치고 실제 촬영을 해야 하는 기간,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한두 번씩 영화를 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친한 감독의 경우뿐 아니라 얼굴만 알고 지내는 감독의 영화를 만날 때도 비슷한 감정이 생겨난다. 한 편의 영화가 우리에게 도착하기까지의 노고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해 부산독립영화협회에서 부산독립영화에 대한 비평집을 만들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각 영화에 대한 지지만이 해답일까, 라는 점이다.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최초의 비평문을 만나게 되는 셈이라서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조금 더 따끔한 질책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더욱 자세한 분석을 통해 이 영화가 놓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 한 편의 영화가 생산되기 이전부터의 시간을 알고 있다는 것 때문에 영화가 성취한 지점에만 우리의 눈이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반성을 하곤 하지만 결과는 해마다 비슷한 수준에 머무른다. 작년은 『인디크리틱』 이 10년을 맞은 해였기 때문에 전 편집장과 감독, 필자들이 모여서 대담을 가졌다. 영화가 바뀌고 달라지는 것에 비해 우리의 글은 나아지고 있는가. 글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일종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나의 고민과 유사한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부산’과 ‘독립영화’, ‘비평’을 나란히 놓고 생각할 때의 잠정적인 결론은 최선을 다해 영화를 보고 서로 용기를 나누자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비평에 대한 최초의 독자이자 영화를 제작한 감독과 그 영화에 대한 고마움을 되돌려줄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 것이 두 번째 고백이다. 2. 부산의 독립영화가 지나온 시간과 현재 진행 중인 길을 짚어볼 때 확실히 염정석, 전수일, 조성봉으로 대표되던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알려진 이들을 제외하고 현재 후반 작업을 하고 있는 몇몇 감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들은 2000년대 중반에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디지털 포맷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극영화를 만들고 있는 최용석 , 박준범 , 장희철 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김지곤 , 오민욱 의 영화는 현재 부산에서 가장 단단한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다. 영화제에 상영되거나 극장에서 개봉했다는 결실의 문제를 넘어서서 이 젊은 감독들은 자신만의 관심사와 테마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표현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와 그들의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될까에 대해 고민한다. 최용석 의 <그와 동행>(2004), < 제외될 수 없는 >(2007), < 이방인들 >(2012)은 부재로 인한 고통과 상실, 슬픔이 애도로 이어지거나 실패하는 과정 그 자체를 다룬다. < 도다리 >(2007)에서 20대 중반의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었던 박준범 은 작년에 < 디렉터스 컷 >을 완성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영화와 사람들 간의 관계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다. < 미스 진은 예쁘다 >(2013)를 통해 소박한 공동체의 복구를 염원했던 장희철 도 새로운 작품인 < 눈이라도 내렸으면 >을 올해 1월에 촬영을 끝내고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장희철이 꿈꾸고 함께 하기를 제안하는 만남을 통한 사람됨의 회복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기대된다. 김지곤 은 < 할매 > 연작을 통해 산복도로라는 장소와 할머니 개인의 삶, 사적인 기억과 공적으로 진행되는 개발에 대해 세심하게 관찰하고 조심스럽게 사회적 배우의 삶을 들여다본다. 현재는 전직 악사라는 신선하고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 악사들 >의 믹싱 작업중이다. 부산에서 가장 과감하게 형식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오민욱 은 < 상 >(2012), < 재 >(2013)를 통해 ‘부산학’적인 실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 하야리야 부대 자리에 시민 공원이 들어서면서 철거된 주변부의 장소를 통해 시간에 대해 사유한다. 그는 현재 <초원>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80년대 중반부터 제작되기 시작한 부산독립영화의 지도가 이젠 꽤나 풍성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편집실과 사무실 책상에서 작업하고 있을 새로운 시선, 새로운 태도로서의 영화를 기다리기 때문에 해마다 11월이면 설렘만큼의 고민으로 만들어진 책이 고맙다는 사실이 세 번째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