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케키
- 감독
- 여인광
- 제작년도
- 2006
- 출연
- 박지빈, 신애라, 장준영, 진구, 황은정, 김선영, 윤희철, 윤원석, 권병길, 양주호, 강성해, 김진아, 이병현, 박창익, 지혁, 김경란, 임홍석, 이준휘, 오순태, 권이진, 김영선, 고창석, 임형철, 김성원, 김효선, 임광수, 김창섭, 김대훈, 조영철, 한인선, 김지연, 이기인, 서현미, 이준희, 강창환, 이아인, 엄현경, 김태호, 김자영
‘오인용’은 2000년 초반 국내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막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하던 시기에 <돼지> <연예인지옥> < 중년탐정 김정일 > 등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성인용 장르를 확장하려 고군분투하며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이외에는 볼거리가 없는 한국의 문화적 빈곤함 속에서 엽기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에 목말라하는 성인관객들의 유일한 위안이 되었던 대표 창작집단으로 중간에 잠시 활동을 중단하기도 하였지만 오늘날까지 꾸준히 활동하는 유일한 독립 웹 애니메이션 창작자 그룹이다. < 만담강호 >는 오인용 원년멤버 정지혁 , 장석조 감독이 기획, 연출을 맡은 중국무협을 소재로 한 코믹액션 애니메이션으로 오인용의 첫 장편 개봉영화가 되었지만 사실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4편의 <만담강호> 웹 시리즈를 연결하여 한편의 장편으로 개봉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처음부터 장편으로 제작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다면 독립 장편 제작의 전략으로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만담강호 >의 스토리는 고수들이 넘쳐나는 무림의 어느 객주인 ‘풍림객잔’에서 비급을 둘러싼 강호들이 비급을 서로 차지하려고 벌리는 한판의 약육강식과 비정한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에 등장인물 모두가 도덕적 정의와 인격을 내던지고 갖은 술수와 거짓, 사기와 비겁함과 잔인한 폭력성을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오늘날의 현실을 풍자하여 보여주는 듯하다. 무공보다 여자를 탐하는 난봉색남, 미친놈 ‘화화공자’. 강호 포커페이스 계의 절대 강자, 웃는 놈 ‘소소할배’. 깡다구 패거리의 비선실세, 이상한 놈 ‘점룡혈객’ 이들 앞에 운명처럼 전설의 절세무공 비급이 떨어지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숨넘어가는 삐-드립 혈투가 시작된다. 중국무협 하면 쿵푸 같은 전통무술을 겨루는 액션이 주가 되는 것이 상식이지만 여기서는 기대와는 다르게 19금 속사포 삐-드립(B급 욕설과 막말하기)으로 일관하며 직장에서, 학교에서, 부모 앞이라 착한 척만 하던 성인들에게 오랜만에 속 시원한 해방구를 만들어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이 작품을 보며 한 편에선 시대에 뒤떨어졌다거나, 너무 저질이다. 등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는 거로 안다. 성 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인식이 세련되지 못하고 피가 낭자한 후반부의 집단적 살인은 애니메이션이라 그나마 수용 가능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추억어린 오마주와 패러디를 근간으로 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연출, 싱크로율 200%인 속사포의 거침없는 목소리 연기 등은 이 영화만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예산을 수백억씩 들인 고급진 애니메이션을 보자는 것도 아니고 공중파와 멀티플렉스를 찾는 불특정 대중을 상대하지 않는 것이기에 소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웹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대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애니메이션 업체들도 웹 기반의 콘텐츠들을 통해 마케팅함으로써 타깃을 세분화하고 상시적으로 노출을 함으로써 인지도를 높이고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지는 구조의 새로운 소비패턴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 만담강호 >를 서비스하는 웹 채널 ‘좀바라 TV’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최근에 여러 작품들의 서비스를 시도하며 시장을 탐색하고 있다. 이들의 선구적인 노력들은 분명히 마중물이 되어 한국 애니메이션이 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와 창작을 위한 최소한의 재생산 구조를 만드는데 일익 할 것이라 믿는다. 독립영화전용관 등 제한된 스크린에서 상영되어 상업적으로는 분명 아직 한계가 있을 것이지만 새로운 시도인 만큼 실패가 우리 사회의 자산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빨리 성공할 수 있을 것이기에... 15년이 지난 지금 웹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다시 꿈꿔본다. 만담강호 예고편 : https://www.youtube.com/watch?v=YoND2phXTWM 좀바라TV 채널 : https://www.youtube.com/channel/UCyjZzK1rjTWjxBXGYsGORUw
한 소년이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 있을 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자가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이렇게 외친다. ‘나까무라의 비밀’을 알아냈다고 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웃음을 띠고 차도에서 춤을 추듯 환호한다. 그렇게 절정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순간 남자는 차에 치여 죽음을 맞이한다. 이를 지켜본 소년은 남자의 죽음보다는 그가 죽기 전에 환호하며 외쳤던 그 말에 관심을 갖는다. 과연 뭘까? 집에 돌아온 소년은 식사 중에 아버지에게 ‘나까무라의 비밀’을 물어보지만 이에 놀란 아버지의 반응은 폭력으로 다가온다. 무언가 공포감에 아들의 질문은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였던 것일까? 아버지와 엄마는 공포에 떨었던 것이다. 이 일로 소년의 인생에서 줄줄이 불행은 시작된다. 질문을 받은 사람들 모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아버지와 엄마,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학교 친구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에 소년은 더 이상 이 질문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집에서 홀로 은둔생활을 이어간다. 세월은 흘러 소년에서 성인이 된 주인공은 세상에 나온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원하는 미모를 갖고 있지 않은 한 여자와 결혼을 한다. 그리고 첫날 밤,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은 여자가 귀찮게 굴자 싫은 마음에 그녀의 죽음을 예상하며 ’나까무라의 비밀‘을 물어본다. 그런데, 의외로 여자는 그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이다. 과연 ‘나까무라의 비밀’은 무엇일까? 본 작품은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정지혁 감독이 연출한 졸업 작품이다. 간단히 감독 소개를 하자면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많은 인기를 누린 오인용이라는 팀의 멤버이며, 그 중에 신연예인지옥이라는 작품에서 정지혁병장으로 목소리 연기를 한 감독이다. < 나까무라의 비밀 >은 거친 애니메이션 움직임, 나란히 줄을 선 듯이 똑같은 사각형 얼굴의 등장인물, 어딘가 미완성인 듯 한 비주얼을 갖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졸업 작품으로 제작된 본 단편은 스토리 전개의 아이디어에 좀 더 집중하여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성공한 애니메이션이다. 또한 감독은 본 작품을 통해서 인간소외의 극한점을 호기심이라는 주제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열린 해석이 통용된다면 ‘나까무라의 비밀’은 사회가 국민들의 입을 막기 위한 금기어 또는 사회에서 질문을 해서는 안 되는 금기어는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니라면 소년의 데스노트일까? ‘나까무라의 비밀’을 누군가에 묻기만 하면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기 시작하기에 원치 않은 데스노트를 갖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질문은 무언가 답을 듣기 원해서 던져진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라는 시스템은 이미 정해진 답변을 만들어 놓고 그 답변을 위한 질문을 하는 법을 학습해야 하는데, 이에 벗어난 질문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 것을 비판적 시선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감독만의 상상력이 아닌 지극히 주관적으로 관객으로서 호기심을 발휘해본다. 우리가 교육받는 모든 것은 어떻게 보면 학습을 통해 개인의 상상력을 상승시키기 보다는 획일화된 사회, 학교, 삶을 위한 질문을 배워나가고 정해진 답변을 했을 때 칭찬받고 환영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교육이다. 금기어로 정해진 질문은 환영받지 못하고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아버지는 아들의 질문에 죽음을 선택하고 학교 선생님들도 답변을 하지 못하고 죽음으로서 자신이 받을 고통을 피해간다. 그들은 획일화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지도 않고 벗어날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며 자신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없다. 물론 감독의 의도와는 벗어난 해석일 수 있지만, 단편 애니메이션의 힘은 만들어진 완성도나 비주얼보다는 충분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소통하는 것이기에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임을 강조하며 ‘나까무라의 비밀’을 풀어보려고 한다. 취향의 문제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은 아닐지 몰라도 흥미롭게 호기심을 유발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며, 다시 한번 ‘나까무라의 비밀’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