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앤 제리
- 감독
- 최진성
- 제작년도
- 2008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는 ‘현장’에서 탄생했다. 얄라셩, 노동자뉴스제작단, 푸른영상, 바리터 등이 제작한 초기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는 민중, 노동, 농촌, 학생, 여성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의 현장을 촬영하고, 기록하고, 전파했다. 이 흐름은 4대강 사업, 강정해군기지, 세월호 참사, 밀양 송전탑 등의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한편으로, 90년대 중순 비디오 캠코더의 보급으로 강화된 기동성에 힘입어 보다 다양한 주제의 다큐멘터리가 등장했다. 빌 니콜스의 분류에 따라 ‘수행적 다큐멘터리’ 라 부를 수 있는 최진성, 이마리오, 경순 등의 작품들, 혹은 다큐-픽션이라 명명할 수 있을 윤성호 등의 작품들이 등장했다. 이전의 액티비즘 다큐멘터리의 연출자들이 기록자이자 관찰자의 위치를 고수했다면, 이들 작품은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주관적으로 풀어낸다. 김응수의 < 초현실 >(2016)과 < 오, 사랑 >(2016), 이원우의 단편 작업들처럼 에세이영화, 실험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 사이에서 활동한 감독들의 작품 또한 이것의 연장선상에 놓을 수 있다. 디지털이, 더 정확히는 인터넷이 우리의 삶 속으로 깊이 침투한 이후의 현장은 새로이 변화하고 있다. 여전히 물리적인 공간을 요구한 운동이 지속되고 있지만, 모종의 결속력과 행동력을 생산하는 것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다. 팬데믹 이후 전개된 메타버스에 관한 논의 대부분은 이미 사회운동은 물론 소통, 유희, 거래, 창작 등 수많은 활동이 온라인에서 전개되고 있었음을 망각한 채 진행되었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현장은 알록달록한 스킨의 아바타를 매개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다음 카페, DC인사인드, MMORPG 게임, 유튜브, 틱톡, 스카이프 등의 모습으로 이미 존재해왔다. 이 새로운 현장을 어떻게 소화하고 있을까? 물론 박윤진의 < 내언니전지현과 나 >(2020)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겠다. 초등학교 때부터 인터넷을 접해왔고 그곳에서 공동체를 만들어낸 이들의 이야기. 이 영화는 그것을 흥미롭게 그려낸 사례 중 하나다. 다만 <내언니전지현과 나>는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현장을 현실과 등치시키며 엮어내고 있지만, 새로운 현장 자체를 탐구하고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이 글에서는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현장을 탐구하는 두 명의 작가를 다루고자 한다. 먼저 소개하고자 하는 이는 <리얼 서바이벌 가이드 공중도시>(2019)와 < 들랑날랑 혼삿길 >(2021)의 홍민키다. 퍼포먼스와 영상설치 작업을 중심으로 미술계에서 활동하던 홍민키 작가의 작품 중 두 작품은 인디포럼을 비롯해 여러 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 두 작품 모두 전시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었지만, 미술계에서 생산된 여러 작품이 다큐멘터리 혹은 실험영화라는 이름으로 여러 영화제에 유통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영상작업을 여럿 선보여온 홍민키의 작품이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리얼 서바이벌 가이드 공중도시>는 서울 도심 위를 날아다니는 가상의 공중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토론회다. ‘망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된 망원동이 개발되기 이전부터 살아온 주민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홍민키의 얼굴 위에 주민들의 얼굴을 딥페이크 기술로 합성한 뒤 그들의 음성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더불어 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은 망리단길의 지금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인스타그램 타임라인의 이미지를 스튜디오에 둥둥 떠다니게 한다. 수해를 입었던 기억부터 조만간 사라질 거품으로 느껴진다는 이야기, 동네에 새로 생겨난 ‘힙한’ 카페에서 중년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는 증언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온라인과 SNS라는, 물질적인 현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한 세계는 어떻게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가? 장소성을 지니지 못하는 온라인 공간은 존재하는 장소를 어떻게 뒤바꾸어 놓는가? <리얼 서바이벌 가이드 공중도시>는 ‘망원동’이라는 장소가 ‘망리단길’(을 비롯해 ‘~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전국 곳곳의 공간들)이라는 비(非)장소, 즉 “정체성과 관련되지 않고 관계적이지도 않으며 역사적인 것으로 정의될 수 없는 공간” 이 되어가는 현상의 기록이다. 동시에, 이러한 현상에 그 무엇보다 깊게 관여하고 있는 것이 SNS 타임라인이라는 독특한 비장소를 통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것과 유사한 성질을 지닌 가상의 스튜디오, 토론회, 딥페이크로 합성된 얼굴, 아바타로 만들어진 특파원 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커밍아웃한 게이인 홍민키 감독이 친형의 결혼이라는 상황을 맞이해, 게이인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관해 가족들에게 직접 질문한다는 내용의 <들랑날랑 혼삿길>은 얼핏 이 주제와 관련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는 형, 형수, 아버지, 어머니, 시장어른 등 가족과의 인터뷰, 대중교통을 타고 가며 지인과 영상통화 하는 홍민키, 그리고 집에서 애인과 촬영한 영상 등 세 가지 층위로 구성된다. 이 중 가족들의 인터뷰는 각자의 방에서 줌(ZOON)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한 것만 같다. 하지만 인터뷰의 내용에 따라 통신이 불안정해 화면이 끊긴다거나, 액자가 넘어진다거나 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난다. 자세히 보면 이 화면은 실제 공간이 아니라 가상화면이다. 홍민키와 지인의 영상통화는 세일러문과 보라돌이 캐릭터를 각자의 얼굴에 덧씌운 채 진행된다. 전자의 공간은 온전히 ‘집’인 것처럼 보이는 가상의 공간이며, 후자의 공간은 완전히 개방된 공공의 공간인 것 같지만 퀴어인 두 사람은 얼굴을 감추어야 한다. 홍민키가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은 어떠한 후가공도 없는, 집에서 애인과 촬영한 영상뿐이다. 세 가지 층위는 한국의 가족제도 내에서 퀴어의 존재가 가지는 지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령 가족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은 그것이 지닌 물리적 거리감을, 가상공간의 디자인은 그럼에도 존재하는 모종의 친밀감을 형상화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원하는 캐릭터의 얼굴을 쓰고 영상통화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온라인 공간은 얼핏 모두에게 자신이 될 수 있는 공간인 것만 같다. 하지만 영화는 동일한 화면 위로 살포되는 동성애 혐오적인 온라인 삐라를 보여준다. 온라인이라는 가상은 정체성의 표현을 열어주었으며,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퀴어와 호모포비아 모두 동일하다. <들랑날랑 혼삿길>은 이성애를 전제하는 가족제도 내에서 퀴어의 위치에 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각자의 정체성이 표출되며 복잡한 지형도를 그리고 있는 온라인 공간에 관한 스케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점에서 홍민키의 두 작품은 온라인과 현실이 상호적으로 주고받는 영향의 복잡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홍민키가 온라인 공간의 특징들을 그래픽과 딥페이크 등으로 재현했다면, 정여름의 두 작품은 직접 그 속으로 들어간다. <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 >(2020)은 증강현실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2016)에서 출발한다. 해방촌에 사는 감독은 게임을 플레이하던 중 용산 미군기지 내의 포켓스탑을 발견한다. 포켓스탑은 아이템을 보급받을 수 있는 게임 내 장소로, 이는 실제 세계의 공공시설, 역사적 장소, 기념비 등을 기반으로 위치 지어지며 다수의 플레이어가 선택한 장소가 지정된다. 게임 내에서 포켓스탑을 터치하면 실제 장소의 사진이 등장한다. 감독은 이를 통해 한국인 대부분이 출입할 수 없는 용산 미군기지 내부를 탐색한다. <그라이아이>는 그렇게 발견한 용산 미군기지 내의 제국주의, 전쟁, 자본주의, 미국과 관련된 기념비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온라인에서 발견한 연관된 푸티지들과 엮어낸다. 이는 [포켓몬 고]라는 게임이 현실의 지리학 위에 게임의 지리학을 세워 놓는 특징을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다. 더 나아가 이 영화에는 감독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부재한다. 오로지 게임을 녹화한 화면과 온라인에서 발견한 푸티지들만이 이 영화를 구성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정여름은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설계된, 반대로 내부에서는 그곳이 ‘용산’이 아니라 ‘미국’처럼 보이게끔 설계된 용산 미군기지라는 곳을 탐험한다. 보이지 않게끔 은폐된 가상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용산 미군기지를, 더욱 가상의 공간인 온라인을 통해 그곳을 가리고 있던 유무형의 장막을 걷어내는 작업인 셈이다. 정여름의 두 번째 영화인 <긴 복도>(2021)은 직접 미군기지 안으로 들어간다. 국내에 반환된 미군기지 중 하나인 원주의 캠프 롱(Camp Long)에서 직접 촬영된 이미지가 이 영화의 절반을 차지한다. 다른 절반은 과거 캠프 롱의 PX에서 일했던 한 인물의 일기와 사진, 그리고 구글맵 이미지 등이다. 흥미롭게도 미군이 철수한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구글맵에 남아 있는 여러 흔적, 이를테면 ATM이나 PX의 위치가 찍혀 있는 지도는 <긴 복도>의 주인공인 탐정을 혼란스럽게 한다. 현실의 공간에는 미군이 철수하고 남은 폐허 상태의 건물만이 남아있지만, 온라인 상의 지도에는 여전히 기지가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오로지 탐정이 온라인 지도를 들여다볼 때에만 존재하는 기지는 그 자체로 탐정 앞에 현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지도라는 매체를 통해 유사-현전(pseudo-presence)할 뿐이다. 우리는 온라인 상의 정보들이 우리의 앞에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은 그것은 매체를 통해 현전할 뿐인 정보, 텍스트, 이미지들이다. 즉 멀리 있는 대상이 실제로 가까이에 현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매체를 통해 그렇게 느낄 뿐이다. <긴 복도>의 탐정은 유사-현전한 미군기지의 좌표를 통해 과거에 그곳에서 일하던 이들을 추적하지만 끝내 실패한다. 대신 그가 찾아낸 것은 마찬가지로 온라인 상의 좌표로써만 현전하는 세계 곳곳의 미군기지들, 미군기지 내의 ATM이나 PX, 은행처럼 자본주의 시스템의 흔적뿐이다.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이 실제 세계 위에 세워진 은폐된 공간을 온라인으로 탐험하는 작업이었다면, <긴 복도>는 오로지 온라인을 통해서만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추적하는 탐정물이다. 두 가지 작업은 얼핏 각자의 방식으로 미군기지라는 대상을 탐색하는 것만 같지만, 그와 동시에 오로지 온라인이라는 가상적 공간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곳을 가시화하려는 작업이다. 때문에 ‘탐정물’의 형식을 차용하는 <긴 복도> 또한, 현재에 비가시화된 과거인 철수한 미군기지를 되짚어보는 다큐멘터리적 기능을 수행한다. 홍민키와 정여름의 작업들은 온라인을 새로운 현장으로 인식하고 그곳을 경유한 사유를 풀어낸다. <리얼 서바이벌 가이드 공중도시>의 인스타그램 타임라인, <들랑날랑 혼삿길>의 화상회의 프로그램,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의 모바일 게임, <긴 복도>의 온라인 지도는, 얼핏 실재하는 현실과 상관없어 보이는 온라인 공간이 현실과 관계 맺는 방식을 보여준다. 홍민키의 두 작업은 그것이 현실과 얽혀 주고받는 영향을, 정여름의 두 작업은 오로지 온라인을 통해서만 발견되는 현실의 여러 가지 지표들을 탐구한다. 이러한 다큐멘터리들이 지금 등장한다는 것은 ‘메타버스’를 비롯한 여러 담론이 작품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들은 생의 대부분에서 온라인을 자신의 생활공간으로, 활동 영역으로 여겨온 이들이 온라인을 새로운 현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 1) 빌 니콜스, 「다큐멘터리 입문」, 이선화 역, 한울아카데미, 2018, p.76 2) 이도훈 평론가는 이러한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경향을 각각 "현장-기반의 다큐멘터리"와 "현장-전유의 다큐멘터리"라 명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이도훈, "현장을 전유하는 다큐멘터리: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가 현장과 결합하는 방식", 「현대영화연구」, 한양대학교 현대영화연구소, 44호, 2021, p.125~150. 을 참고하라. 3) 마르크 오제, 「비장소」, 이상길, 이윤영(역), 아카넷, 2017, p.97. 4) 심혜련, "매체적 현전 시대에서의 공간과 지각의 문제에 관하여", 「계간 시청각 4호」, 서울: 시청각랩, 2019, p.24.
독립애니메이션의 현재, 그리고 나아갈 길 - 인디애니페스트 영화제 상영작을 중심으로 얼마전 독립애니메이션 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가 막을 내렸다. 영화제 경쟁부문에 해당하는 독립보행/새벽비행을 통해 소개된 작품 40편과 초청부문 상영작을 모두 합쳐 100여편에 이르는 작품이 상영되었다. 한 해동안 제작된 독립애니메이션을 결산하는 자리이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모이는 만남의 자리였다. 다양해진 상영작의 스펙트럼 9회를 맞은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상영된 작품은 어느 해보다 다양했다. 동 영화제의 단골로 단편작가로써 꾸준히 자신의 작업을 하고 있는 강민지 , 박재옥 , 한지원 감독 등의 작품과 오랜만에 단편으로 돌아온 이성강 감독의 작품이 상영되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장편애니메이션의 뮤직비디오 형식인 <맞춤희곡>(최진성)이 상영되었으며, 동물자유연대에서 제작한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김준)이 상영되었다. 국내에서 제작된 작품이 중심이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유독 해외에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많았는데, < 나무의 시간 >( 정다희 ), < 너무 소중했던, 당신 >(백미영)은 프랑스에서, (원애린), <마음나무>(박희영)는 미국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온 ( 김학현 ), <나의 액자>(김예원) 두 작품이 상영되는 등 해외에 있는 작가의 작품들이 있었다. 내러티브 중심의 단편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고병준)와 같은 비서사적 형태의 실험애니메이션 작품도 찾아 볼 수 있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은 다양한 색깔로 굴절한다 ‘영화제’는 프리즘이다. 작품들이 한 곳에 모이는 축제이자, 앞으로의 애니메이션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보여주는 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작품들이 기법적?내용적?공간적?형식적으로 다양해졌다는 이야기는 다시 말하면,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가능성은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우선, 애니메이션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스타일과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작가로서의 가능성이다. 강민지, 김준, 오수형 감독은 꾸준히 단편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로, 거의 매해 쉬지 않고 작품을 영화제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서 이러한 작가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문화적,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둘째로 단편에서 장편애니메이션 제작으로 나아가는 흐름이다. 올해 상영작인 <맞춤희곡>이 그렇다. 화제작인 < 돼지의 왕 >, < 사이비 >를 만든 연상호 감독이나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를 만든 장형윤 감독도 오랫동안 단편을 작업해왔다. 이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의 씨앗이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셋째로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가능성이다. 캠페인의 성격을 띠고 있는 작품이나, 전시와 결합하여 제작된 작품은 이미지를 통해 함축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특성과 프레임 단위로 이루어지는 작업과정이 전시형태로 보여질 수 있다는 특성을 살린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독립애니메이션은 내부의 실험과 고민을 거쳐 다양한 가능성과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이번 영화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정책적 프리즘이 필요한 때 얼마 전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 사이비 > 상영후 한 관객이 묻는 ‘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냐’는 질문에 연상호 감독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애니메이션은 다양하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렇다. 애니메이션은 다양하다. 애니메이션이 어린이용이 아닌 것처럼, 독립애니메이션이 단편애니메이션의 다른 말이 아닌 것처럼, 애니메이션은 형식과 내용에서 다양할 수 있다. 90년대부터 서서히 싹을 틔우기 시작한 독립애니메이션이 이제는 양적?질적 성장을 거쳐 다양한 색깔로 세상을 향해 그 빛을 드러내고 있다. 그 빛이 더 멀리 더 강하게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단편 작가들에 대한 지원, 극장용 독립장편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원, 그리고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한 자리에 모여 꿈틀대기 시작한 독립애니메이션이 다양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할 것이다.
애니메이션 DB에 있는 지난 칼럼들을 읽어보니 문득 고래관광이 떠올랐다. 고래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우리들은 고래관광코스에서 한국의 고래를 보기 위해 크루즈에 탔다. 그리고 선상에서 고래를 보며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바다에 고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야기는 해야 되니까 누구는 미국 고래이야기를, 또 어떤 사람은 일본 고래이야기를, 또 어떤 사람은 예전에 이 근방에서 살았다던 고래를, 또 어떤 사람은 고래의 미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실제로는 볼 수 없었던 고래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형이상학적이다. 꼭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같다. 어째든 오늘은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운 향유고래의 이야기는 그만하고 학교 앞바다에서 볼수 있는 작은 학생 고래와 깊은 바다에서 지원제도만 먹고 산다는 독립 고래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010년 한국 독립, 단편 애니메이션 나만의 결산. 두둥! ☆2010 최고의 신인 < 코피루왁 >의 한지원 감독 정말 혜성 같은 신인이 등장했다. 이게 졸업 작품도 아니고 실습작품이라니. 긴 러닝타임을 소화해 내는 저력, 세련된 스타일, 선명한 주제의식. 단연 올해의 최고의 작품이다. 이 스물 두 살의 젊은 감독의 장편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일본애니메이션 스타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게 어때서? 우리는 영향을 받을 한국애니메이션을 본 것이 너무 오래 되었지 않나. 감독 인터뷰를 보니, 만화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는데 그러지 말고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들었으면 좋겠다. ☆2010 최고의 작화 < 하트 >의 오수형 감독 오수형 은 질리지도 않고 농밀한 움직임을 가진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작 도 부드럽기 그지없는 애니메이팅을 보여주지만 이번 작품 또한 충격적이다. 상당히 입체감을 가진 이미지여서 어떤 사람은 3D를 사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하지만 감독에게 확인해 보니, 100% 2D라고 한다. ☆2010년 상복 < 고양이 입속으로 뛰어들다 >의 최진성 감독 단편이지만 극장용에 가까운 놀라운 퀄리티를 보여준다. 하지만 대사가 별로 없어서 좀 길게 느껴진다. 2010콘텐츠 어워드, 서울 창작애니메이션 대상을 수상했다. < 레일 > 명배영 감독 아쉽게 아직 못 봤다. 부천 환타스틱 영화제, 서울 창작애니메이션 대상, 아시아그라프 등에서 수상했다. ☆2010 신작을 내 놓은 주목할 만한 작가들 < 일상적인 삶 >의 김준 감독 <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공간감 >에 이어 섬세한 일상에 대한 표현, 사색과 관찰하기,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의 공간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 깡통 > 정민지 감독 이 작품이야말로 < 아빠하고 나하고 >와 이어지는 계원 스타일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계승하고 있는 작품. < 동물 농장 >에 이어 한국사회의 여성의 상품화라는 주제의식과 같은 미술 스타일을 보여준다. < 맘 >의 장욱상 감독 <인더포레스트>와 < 토이 아티스트 >로 끊임없이 좋은 단편을 만들고 있는 장욱상 감독. 이번에는 미니어쳐와 3D가 합쳐진 Mom을 만들었다. 결합은 성공. < 묘아 >의 강민지 감독 전작은 화면이 분할되며 접히는 놀라운 페이퍼 애니메이션 <종이 한장>. 이번에는 고양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올해 나온 페이퍼 애니메이션으로 최고 작품. < 수달이야기 >의 권미정 감독 동물들이 귀엽다. 하지만 제목은 너무 무난한게 아닐까? 권미정 감독은 수많은 외주들을 해나가며 지속가능한 삶, 환경. 생태계 파괴를 경고하는 작품을 계속 만들에 내고 있다. < 도시 >의 김예영, 김영근 감독 작년 < 산책가 >로 바쁜 한해를 보냈던, 만나보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두 감독. 이번에는 메트로폴리스에서의 분절된 개인을 보여주었다. 단편 작업 외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데 건투를 빈다. 의 황은정 감독 2001년 < 절망의 아침식사 >라는 특별한 단편을 만든 그녀, 10년 만에 돌아왔다. 여전히 키치적이며 실험적인 자신의 특색을 지키면서. 아마 감독은 그 10년 사이 유학을 갔다온 듯 하다. < Birthday Party >의 조주상 감독 양성평등이라는 짧고 경쾌한 애니메이션 각종 페스티발을 휘쓸었던 조주상 감독. 2008년 < 픽토그램 스토리 >에 이어 올해는 3D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의 박재영 감독 < 창조기 >라는 독특한 애니메이션 만들었던 시골에서 상경한 박재영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애니메이션 제작과 서울 생활 적응 모두 잘하기를. ☆2010 장편과 OVA < 돼지의 왕 >의 연상호 감독 1억 2천만원의 예산으로 5개월 만에 장편을 만들고 있는 괴물 같은 생산력. 2011년 2월에 완성된다고 한다. 아카데미 제작 연구과정 장편 개봉되어 많은 관객이 보는 로망은 없었지만. 짧은 기간과 적은 예산을 생각하면 꽤 사랑스러운 작품이 나왔다. 보다보면 재미있다. 정말이다. SICAF에서의 수상은 당연한 결과. < 소중한 날의 꿈 > 부산 영화제 상영 매진사례로 못 봤다. 너무 궁금하다. 어서 개봉하기를. < 파닥 파닥 >의 이대희 감독의 고난의 행군. 단편 ‘ 페이퍼 보이 ’를 만들었던 이대희 감독의 독립장편인 < 파닥 파닥 >이 저예산 제작으로 인한 막판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꼭 완성되어 개봉했으면 좋겠다. < 고스트 메신저 > 스튜디오 애니멀의 야심작. 벌써부터 엄청난 팬을 거느린 애니멀의 야심작. OVA를 겨냥하고 만들고 있다고 한다. 조경훈 대표, 구봉회 감독의 야심이 이제 슬슬 본격적인 작품으로 성과 낼 때가 되었다. 많은 팬들의 기대가 있는 작품이니까 상업적인 성과도 냈으면 좋겠다. <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 <지금이 아니면 안돼>의 장편 제작 스튜디오 <지금이 아니면 안돼>의 장형윤 감독의 장편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가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의 제작 지원으로 4억 5천만원의 예산으로 제작에 돌입하였다. 뭐니 뭐니 해도 올해의 최고의 소식이었다. 하하. 열심히 하겠습니다. ☆2010년 우울한 소식들 ‘인디애니페스트 문화부 지원 중단’ 유일한 국내 작품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인디애니페스트’가 촛불 집회 참여 단체라는 이유로 예산이 삭감되었다. ‘한국컨텐츠진흥원 단편애니메이션 지원사업 중단’ 내년부터는 단편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이 중단 될 듯하다. 이 제작지원은 서울 애니메이션의 센터의 제작지원과 함께 한국 단편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이 사업이 사라지게 되면서 단편 작가들은 앞으로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될 것만 같다. 단편이 그 특징상 영화제 수상 외에 수출실적이 안나오는 것은 알지만 한국 단편의 놀라운 성장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 사업인 만큼 꼭 되살렸으면 좋겠다. 이렇게 2010년 한해도 마무리 되었다. 개인적으로 올해를 돌아보면 이기호 소설집의 제목이 생각난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