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야니스카시
- 감독
- 갓프레이 레지오
- 제작년도
- 1982
‘도시 전설(Urban Legend)’이란 게 있다. 근거는 없지만 사실처럼 떠도는 이야기들. 얼마 전 인터넷에선 모 우유 회사의 어느 감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그의 이름이 찍힌 우유가 다른 감수자들의 우유 맛보다 조금 진하다는 것. 이에 한 매체가 취재한 기사에 따르면 전혀 근거 없는 낭설로 밝혀졌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언제든지 주변을 떠돈다. 그게 조금 무서운 이야기라면 더더욱 흥미를 자아내고 인기를 얻는다. 한국 폐가로서는 이례적으로 CNN 뉴스까지 탔던 곤지암 정신병원을 비롯해, 자유로를 달리다 보면 만날 수 있다는 소복 입은 여자 괴담이라든지, 엘리베이터 한층 밑에서 내려 칼을 들고 계단을 뛰어오르는 아저씨에 대한 괴소문 등과 같은. 진위나 타당성 따윈 상관없이 오로지 관심과 재미로만 소비되는 이 구전 신화는 대중의 호기심과 확증적 편향에 따른 결과물로 알게 모르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 캔디맨 > 역시 이런 야담과 실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그리고 이를 굉장히 잘 활용한 호러영화다. 유명한 호러작가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한 클라이브 바커의 단편 「The Forbidden」을 원작으로 삼은 이 영화는 도시 전설을 다룬 영화답게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도 제법 성공했다. 캔디맨 도시 전설을 연구하는 헬렌. 그녀가 관심을 가진 건 거울 앞에서 ‘캔디맨’을 소리 내 다섯 번 부르면 등 뒤에서 갈고리를 찬 흑인이 나타나 배를 갈라 죽인다는 소문이었다. 실제 사건이 일어났다는 장소를 찾아 탐문하던 그녀는 이 이야기가 1890년 남북전쟁 후 부를 축적한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난 남자의 죽음에 기원을 두고 있음을 알게 된다. 노예 출신이었지만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상류사회에서 성장한 다니엘은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따랐는데, 이것이 인연이 되어 부유층의 초상화를 그리며 명성을 얻었다. 그러던 중 어느 부유한 지주의 부탁을 받아 딸의 초상화를 그리다 그녀와 금지된 사랑에 빠져 임신시키고 만다. 이에 격분한 지주는 그의 죽음을 사주했고, 다니엘은 곧 붙잡혀 오른손을 잘리고 온몸에 꿀이 발린 채 벌에 쏘여 죽게 된다. 그 시체는 불태워져 카브리나 그린 지역에 뿌려졌는데, 지금까지도 그 원한을 잊지 못한 그가 나타나 보복을 하고 있다는 것. 헬렌 역시 그런 캔디맨과 조우하게 되는데, 그와 동시에 그녀 주변에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현대인의 소외와 도시의 공허함, 사랑과 운명을 잿빛 톤으로 담아낸 버나드 로즈의 연출은 현대음악의 거장인 필립 글래스의 스코어와 만나며 더욱 명징하고 강렬하게 꾸며졌다. 스티브 라이히와 라 몬트 영, 테리 라일리 등과 함께 미니멀리즘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필립 글래스는 1937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태어난 현대음악가로, 시카고 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하였으나 무조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며 뉴욕의 줄리어드 음대에서 본격적으로 작곡을 공부했다. 그러나 조각나고 무질서한 우연의 음악과 복잡한 불협화음의 모더니즘에 싫증을 느낀 그는 유럽에서 ‘음악가의 음악가’라 불리는 나디아 불랑제에게서 화성학과 대위법을 배우고, 인도의 시타르 연주자인 라비 샹카르와 타악기 연주자 알라 라카 등을 만나면서 자신의 방향성에 대해 깨우치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멜로디와 화음, 리듬에 있어서 놀랄 만치 진보적이라 말할 수 있는 단순함(minimal)이었다. 그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1960년대 말부터. 20세기 중엽 고전음악의 화성과 음조의 특징적인 복잡성을 배제하고, 하나의 코드, 짧은 모티프 등 최소한의 소재에 집착하며 단조롭게 반복되지만 조금씩 변주되는 형태의 협주곡들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작고 단순한 리듬과 멜로디가 끊임없이 반복되며 변화를 수없이 거듭해 급기야 트랜스 상태까지 이끌어내는 이 일련의 종교적이고 초월적인 느낌의 조화로운 소리들은 전후 예술사조 전반에 불었던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 즉 본질만을 표현했을 때 현실과 작품과의 괴리가 최소화되어 진정한 리얼리티가 달성된다는 믿음’과 맞아떨어지며 각광받기 시작한다. 글래스는 이에 멈추지 않고 행위예술과 발레, 오페라 그리고 영화와 영상음악 등 다양한 영역에 손대며 최근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필립 글래스 필립 글라스는 이 영화를 위해 파이프 오르간과 합창단을 대동한 고딕 스코어를 완성해냈다. 그러나 호러영화에서 자주 들리는 음향과도 같은 전위적인 사운드나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던지는 스케일의 압박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단출하지만 아름다운 피아노와 영혼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코러스의 위력이 만만치 않다. 우중충하고 몰개성적인 도시의 획일적인 풍광에 그의 장중하고 거룩한 선율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미니멀리즘의 반복되는 단순한 멜로디 라인은 도심의 비슷한 외형에서 오는 고독과 공허, 소외감에 밀접하게 맞닿아있고, 그 속에서 조금씩 섬세하게 변주되는 과정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모습들을 상징한다. 점층적이고 고조되는 리듬의 진행은 드라마를 야기하고 서사를 부여하며 새로운 도시의 신화를 창조해간다. 글래스는 이미 이전의 고드프리 레지오 감독의 < 코야니스카시 >와 < 포와카시 >를 통해 현대인의 다양한 초상과 사회에 대해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경이와 감동을 표현한 바 있기에, 이 기시감을 통해 전혀 다른 전율과 감정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현재의 헬렌은 거울을 통해 과거의 다니엘과 운명적인 조우를 하게 되는데, 그들의 대칭적인 위치와 배경(백인과 흑인, 여성과 남성, 글을 쓰는 대학원생과 그림 그리는 화가, 배우자의 불륜과 강제로 헤어진 안타까운 사랑)에 대한 균형감을 잡는데 글래스의 반복과 변형은 커다란 중추로 작용한다. 일반적인 영화음악처럼 미키마우징이나 언더스코어 역할에 그치지 않고, 미니멀리즘이란 형식 자체가 영화의 주제에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다. 그래서 영화의 완성본을 처음 본 필립 글래스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애초 버나드 로즈가 음악을 부탁하며 건넸던 창조적인 함의의 스크립트와 달리, 예산의 한계로 인해 엉성하게 만들어진 뻔하디뻔한 할리우드 호러/슬래셔 영화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편에 실망했음에도 스튜디오에서 기획한 속편을 위해 그는 4개의 큐들을 새로 작업했고, 원 스코어를 편곡해 전편과 이어지면서도 독자적인 매력을 갖춘 사운드를 완성해냈다. 그의 스코어는 속편에서도 여전히 고딕적이고 장엄하며, 아름다우면서도 소름 끼치는 선율을 들려주었다. 1편의 ‘헬렌의 테마’에서 피아노와 합창을 통해 숭고하면서 비장한 슬픔이 묻어났다면, 2편의 ‘애니의 테마’에선 피아노와 솔로 소프라노로 처연한 아름다움과 운명론적인 굴레를 보여주었다. 글래스의 스코어는 단순히 싸구려 호러로 전락할 수 있는 영상에 진중한 주제의식과 무게감을 부여했고, 굴곡진 역사의 아픔 속에서 산화되었다가 20세기말 핏속에서 부활한 캔디맨에게 어울리는 오라토리오를 선사했다. 그의 <캔디맨> 스코어는 < 싸이코 >의 ‘The Murder’나 < 오멘 >의 ‘Ave Satani’, < 엑소시스트 >의 ‘Tubular Bells’이 가진 전위와 공포감과 또 다른 무시무시한 마력을 전달한 스코어로 기억될 것이다. 이후 글래스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의뢰를 받아 토드 브라우닝의 1931년 걸작 공포영화 <드라큘라>의 새로운 스코어를 작곡하며 자신의 호러적인(?) 역량을 다시 한 번 과시했고, 영화음악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와 요청에 못 이겨 2001년 그간 미발매 상태였던 <캔디맨> 1, 2편의 음악을 함께 담은 사운드트랙을 발매했다. 사실 필립 글래스의 우려와 달리 <캔디맨>은 평범한 할리우드 슬래셔 호러로 전락하지 않았다. 비디오용으로 출시된 3편의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버나드 로즈의 뒤를 이어 속편을 완성한 빌 콘돈의 2편 역시 캔디맨의 근원에 대해 장르적으로 접근하는 독특한 질감과 분위기를 가진 호러가 되었다. 원작이 가진 캐릭터의 힘이나 감독들의 연출력보다는 필립 글래스가 걸어놓은 압도적인 주술의, 완벽한 저주와도 같은 음악 덕분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본다. 미묘하게 변해가는 단순한 선율을 통해 세상의 이치와 가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그의 부단한 노력은 캔디맨처럼 영생을 얻었다. 그 사랑과 고통의 찬가는 달콤하고 짜릿하다. (사운드트랙은 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F-0751)에서도 접할 수 있다.) ‘The Murder’ by Bernard Herrmann Track List 1. Music Box CANDYMAN SUITE 2. Cabrini Green 3. Helen's Theme 4. Face to Razor 5. Floating Candyman 6. Return to Cabrini 7. It Was Always You, Helen FROM CANDYMAN II 8. Daniel's Flashback 9. The Slave Quarters 10. Annie's Theme 11. All Falls Apart 12. The Demise of Candyman 13. Reverend's Walk
‘바라카’는 아랍어로 축복을 뜻하는 단어이자 이슬람교에서 신의 힘이 깃든 거룩한 상태, 혹은 영적인 선물이나 삶의 본질을 일컫는다. 모슬렘들은 알라가 선택한 자에게 바라카를 부여하고, 바라카를 받은 사람이 스쳐 지나간 곳이나 그가 만진 물건, 그의 자손 등에도 바라카가 깃든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도 그 바라카를 받기 위해 이를 많이 지닌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제목이 가진 의미처럼 론 프릭크 감독의 다큐멘터리 < 바라카 >는 거룩하고 장엄한 삶의 선물이자 성스러운 체험이다. 14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5명의 스태프들이 오대륙 24개국 152개의 장소를 돌며 촬영한 영상은 일상적이지만 동시에 일탈적이고 경외감을 갖다 못해 숭고하기까지 하다. 어떠한 편견이나 계몽적인 설명 없이 담백한 시선으로 세상의 본질과 생의 근원에 대해 탐구하고 성찰하려 한다. 거기에는 단 하나의 내레이션이나 그 흔한 자막도 없다. 그저 유려한 영상과 음악만으로 지구 상에 살고 있는 인간과 환경에 대해 스케치한다. 때론 경이롭고, 때론 무서우며, 때론 아름답고 잔인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교차하고 비교하고 대조하며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 자연과 문명에 대해 깊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Koyaanisqatsi <바라카>는 사실 고드프리 레지오 감독의 혁신적인 다큐멘터리 < 코야니스카시 >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론 프릭크 감독이 <코야니스콰시>의 촬영감독이자 공동편집자 겸 공동작가 출신이고, 또 대사나 설명, 내러티브와 캐릭터 없이 오로지 영상과 음악의 힘으로만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한다는 형식적인 부분이 <코야니스콰시>와 닮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아방가르드한 실험영화들에서 흔히 보았던 특징이지만, <코야니스콰시>는 뚜렷한 메시지에 정신적 자극과 시각적 교란, 청각적 매력의 삼박자를 완벽하게 조화시키며 대중들에게 높은 호응과 폭넓은 교감을 얻어냈다. 론 프릭크는 선동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콰시’ 시리즈에서 벗어나 보다 자연스럽고 순수한 세상을 담아보고자 했는데, 촬영감독 출신이란 이점을 살려 기술적인 극대화도 함께 꿈꾸었다. <바라카>는 그런 욕구가 200% 반영된 자연 다큐멘터리의 역작으로, 압도적인 영상을 위해 <라스트 밸리> 이후 20년간 촬영된 적이 없는 70mm Todd AO 필름으로 촬영되었으며, 8K 고해상도로 스캔 받은 결과물로 후반 작업을 진행해 더없이 맑고 깨끗한 극강의 화질을 자랑하고 있다. 거기에 <코야니스콰시>에서 일부 사용되었던 슬로우 모션이나 타임랩스 기법도 본격적으로 사용하며 흔히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해냈다. Baraka 물론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전적으로 음악의 몫이다. 그 어떤 설명이나 정보가 없기에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제시되는 언더스코어는 가장 쉬운 힌트이자 핵심 메시지가 된다. 그러나 <코야니스콰시>에서 미니멀하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필립 글래스와 달리 마이클 스턴스가 맡은 음악은 필요 이상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대부분 정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에 집중하며 때론 음향 효과와 비슷한 역할에 만족하고 있다. 뉴에이지와 (엠비언트 음악의 한 갈래인) 스페이스 뮤직에서 활약한 바 있는 스턴스는 이런 색다른 공간감과 철학, 사유, 명상 등이 어우러지는 사운드스케이프에 최적화되어 있기에 흔히들 명상음악이라고 하는 고고하고 평안한 상태를 충실하게 구현해낸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자연 세계의 원음들을 이용해 코스믹사운드를 창작했던 그는 자연에 동화된 고요와 평정을 통해 론 프릭크 감독이 의도했던 순수함에 가까이 다가간다. 자신이 작곡한 곡들 외에 다양한 뮤지션들의 연주와 직접 채집한 제 3세계의 민속 소리를 결합시켜 월드뮤직의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필립 글래스가 중독적이고 주술적인 음악으로 적극적으로 메시지에 관여한 것과 달리 마이클 스턴스는 한발 뒤로 물러나 자유롭고 넓은 어울림을 통해 종교적인 체험과 영적인 기시감을 전달하는데 주력한다. 음악이 주는 카리스마는 고드프리 레지오의 다큐들에 비해 덜하지만 자연주의적인 색채의 사운드가 던지는 경건함과 심오한 스펙트럼은 론 프릭크의 초월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와 잘 부합하고 있다. 더욱이 여러 아티스트의 참여로 조율된 탄탄하고 압도적인 위용은 스펙터클한 영상의 묵직한 울림과 맞먹는다. 호주 출신의 다크웨이브 듀오 ‘데드 캔 댄스’뿐만 아니라 일본의 현대음악가 사토 소메이와 존경받는 사쿠하치 연주자 미야타 코하치로, 안데스 전통 음악을 들려주는 그룹 ‘인쿠요’와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전통 남성합창 ‘케챠’, 인도의 유명한 카르나틱 음악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L. 수브라마니암, 그리고 독일 출신의 샤머니즘 음악 연주자 ‘아누가마’ 등 전 세계를 어우르는 그들은 각각 뚜렷한 색채감으로 풍성하고 강렬한 지장을 남긴다. 영화상에선 하나의 흐름처럼 음악이 쓰이고 있지만, 사실 <바라카>의 트랙 구분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곡들에 따라 소주제가 생성되고, 몽타주를 이루며, 느슨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잡아내기 때문이다. 사운드트랙은 곡이 순서대로 실리지 않아 트랙별로 나눠진 영상의 챕터를 구분할 수 있으며, 이를 유념해 살펴보면 좀 더 <바라카>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Baraka 히말라야 설산의 아찔한 절경을 사쿠하치로 그려내는 ‘Opening/Nepal Morning’을 필두로 가난과 빈곤에 대한 몽타주 위로 그 특유의 처연한 음색으로 노래하는 리사 제라드의 ‘The Host of Seraphim’과 환경파괴와 전쟁터, 아우슈비츠와 킬링필드의 만행 등 인간의 이기적이고 무신경하며 잔인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일 때 쓰인 ‘Broken Vows/A Prayer Of Kala Rupa/An Daorach Bheac’, 중국 진시황의 무덤과 이집트의 피라미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 갠지스 강의 화장터로 이어지며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서글픈 구음의 ‘Rainbow Voice’ 등 탁월한 선곡과 배치는 영상이 가진 힘을 더욱 증폭시킨다. 특히나 100~200명이 대여섯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져서 각각 다른 리듬을 제창하는 남성합창 ‘Kecak’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박력 넘치는 울림을 선사하는데, 지휘자는 없지만 한 명이 ‘슈룰루 푼 푼 푼’ 4박자를 치면서 속도나 강약을 통제하는 게 가히 일품이다. 본래는 역병 평유를 기원하는 주술적인 춤의 반주로 입신상태의 춤추는 자를 둘러싸면서 몸을 좌우로 흔들고 반 망아 상태로 절규하는 몸짓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 외 도심지의 일상과 대량생산 과정 등을 타임랩스 기법으로 촬영해 현란하고 아찔한 영상을 보여주는 ‘African Journey’가 백미로 스피디하고 규칙적인 영상이 토속적이고 전위적인 리듬과 만나 무아지경에 빠져들게 만든다. Samsara 이후 론 프릭크 감독은 2012년 같은 제작진을 모아 20년 만에 <바라카>의 속편 <삼사라>를 내놓았다. 역시 오대륙 25개국을 돌아다니며 3대의 70mm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은 압도적인 황홀경과 경건하지만 의미심장한 체험을 안겨준다. 그 속에선 여전히 동물과 인간, 불교와 기독교, 이슬람과 유대교, 문명과 원시, 도시와 자연, 시간과 공간 등이 싸우고 충돌하며, 역사와 정신, 의미와 감정이 교차하며 영원과 근원에 대한 하나의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해 묻는다. 그에 대한 답이 될 순 없지만 마이클 스턴스의 치유와 공감의 음악은 새로운 빛이자 구원의 팡파르가 될 것이다. Opening/Nepal Morning Track List 1. Opening/Nepal Morning 2. Organics 3. Kecak 4. Wipala 5. The Host of Seraphim 6. Village Dance 7. Varanasi Sunrise 8. African Journey 9. Rainbow Voice 10. Monk with Bell 11. Broken Vow/A Prayer of Kala Rupa/An Daorach Bheac 12. Finale 13. End Credi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