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란
- 감독
- 송해성
- 제작년도
- 2001
- 출연
- 최민식, 장백지, 손병호, 공형진, 김지영, 민경진, 장유상, 지대한, 손병희, 신철진, 김영선, 성준용, 김해곤, 김경애, 임현주, 한우진, 김재권, 유금, 김광식, 송현영, 공유석, 정대훈, 김민희, 김수현, 우승림, 김홍수, 양영정, 손진호, 김성훈, 장수형, 박우열, 정종현
2003년 | 프리시네마 감독: 박광춘 | 각본: 설준석 | 각색: 박광춘 김은정 | 제작: 서우식 | 촬영: 김영철 | 미술: 오상만 이미지 | 음악: 미하엘 슈타우다허 CAST 강지석: 조인성 | 이희진: 신민아 | 이유정: 강래연 | 홍성혜: 박정아 | 심만호: 김수로 | 준호: 하정우(김성훈) 이른바 ‘스타의 리즈 시절’을 만나는 건 조금은 설레는 일입니다. 그들의 풋풋한 모습 때문이죠. <마들렌>은 조인성과 신민아의 20대 초반 시절을 만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지금은 배우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은 30대 배우가 되었지만, 이 영화를 촬영하던 2002년에 조인성은 22살, 신민아는 19살이었습니다. 그들에겐 모두 두 번째 영화였고요. 말 그대로 ‘풋풋한’ 시절의 로맨스 영화였던 셈이죠. 현장 공개는 2002년 8월, 여름 밤이었습니다. 지석(조인성)과 희진(신민아)이 함께 마들렌을 나눠 먹는 장면이죠. 작가 지망생인 지석은 신문 배달을 하는데요, 연인인 희진은 새벽 길을 동행합니다. 지석이 새벽에 항상 마주치는 사람은 우유 배달을 하는 만호(김수로)입니다. 제빵 기술을 배우는 만호는 매일 자신이 만든 빵을 지석에게 주는데요, 그날엔 우연찮게 희진도 새벽의 ‘시식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죠. 촬영 장소는 이화동이었습니다. 옛 동네의 정취를 담고 있는 이곳은 작은 골목과 집들로 빼곡한 장소죠. 그리고 동숭교라는 소박한 느낌의 다리가 있습니다. 촬영은 바로 그 다리 위에서 이뤄졌습니다. 당돌한 희진은 처음 만난 만호에게, 흰 우유를 딸기 우유로 바꿔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조촐하게 마들렌 파티를 하는데요, 이때 지석은 문학도답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소설은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기억하면서 시작되거든요. 그 기억의 계기가 되는 게 바로 이 ‘마들렌’이에요.” 약간은 문어체 스타일의 대사였는데요, 의외로 소화하기 힘든 대목이었고, 열 번 정도 테이크를 간 후에 OK 사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대사가 끝난 후에, 세 사람은 마들렌을 먹을 수 있었고요. <마들렌>은 < 퇴마록 >(1998)으로 데뷔한 박광춘 감독의 두 번째 영화입니다. 전작과는 너무나 성격이 다른 작품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마들렌>에 삽입된 귀여운 컴퓨터그래픽 장면들은 감독 특유의 비주얼을 보여주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사인을 해 달라며 동네 아이들이 조인성에게 몰려 왔습니다. 조인성은 짬 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모두 사인을 해주었고요. 당시 조인성은 시트콤과 드라마를 통해 각광 받던 ‘라이징 스타’였습니다. 첫 영화는 장혁 과 공연했던 프루트 챈 감독의 < 화장실 어디에요? >(2002)였는데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그에게 <마들렌>은 본격적인 데뷔작 같은 작품이었죠. 지석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조용하면서 자기 심지도 있고, 다른 사람 배려할 줄도 아는”, 매력적이면서도 배울 점이 많은 캐릭터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강렬한 비주얼은 두 배우의 ‘기럭지’였습니다. 조인성은 187센티미터이고, 당시 신민아는 170센티미터 이상이었는데 계속 자라고 있었죠.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싸이더스HQ)의 절친이었는데요, 연기할 때 장단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장점은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소통이 잘 된다는 점이었고요, 단점은 개인적으로 너무 친해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의 설레는 느낌을 표현하는 게 조금은 어색했다는 거죠. 카메라를 잡은 김영철 촬영감독은 < 강원도의 힘 >( 홍상수 , 1998) < 정사 >( 이재용 , 1998) < 파이란 >( 송해성 , 2001)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마들렌>에서 박광춘 감독과 만났습니다(카메라 아래 안경 쓴 사람). 이날은 밤샘 촬영이었는데요,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날 현장엔 유독 동네 아이들이 많이 몰려 왔습니다. 카메라에 걸리지 않는 곳에 앉아 현장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신민아는 < 화산고 >( 김태균 , 2001)에 이어 <마들렌>이 두 번째 영화였습니다. <화산고>의 유채이보다 <마들렌>의 희진은, 신민아의 실제 성격이 훨씬 많이 반영된 캐릭터였는데요, 촬영을 마치고 “평생에 단 한 번 쯤은 이렇게 솔직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소감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조인성에게 <마들렌>은 처음으로 현장에서 집중력을 가지고 연기에 대해 고민했던 영화였습니다. “<마들렌>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닮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예요. 슬프거나 박장대소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은근하게 다가오는 영화죠.” 멀리서 본 촬영 장소의 풍경과 부근 동네의 고즈넉한 모습입니다. 이미지 디지털화 지원 NAVER
2003년 | 에그필름 감독: 박찬욱 | 원작: 츠치야 가롱 | 시나리오: 황조윤 임준형 박찬욱 | 제작: 지영준 김동주 | 촬영: 정정훈 | 프로덕션 디자인: 류성희 | 음악: 조영욱 CAST 오대수: 최민식 | 이우진: 유지태 | 미도: 강혜정 치명적인 반전을 지녔기 때문이었을까요? 캐스팅 소식이 돌고 크랭크인 뉴스가 나올 때부터 대중의 관심을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 올드보이 >는 개봉 전에 이렇다 할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여름에 양수리 종합 촬영장에서 현장 공개를 했는데요, 6월에 전설의 장도리 액션 신이, 7월에 펜트하우스 신이 공개되었습니다. 특히 펜트하우스 신은 생각해보면 꽤 치명적인 신이었는데요, 바로 오대수가 이우진의 찾아간 장면이었거든요. 잘 아는 것처럼 <올드보이>는 일본 작가 츠치야 가롱의 만화 『올드보이』가 원작입니다. 영화 <올드보이>는 뛰어난 각색과 비주얼 작업을 통해 원작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으로 태어났고, 2004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미국과 유럽 관객들에게 한국영화를 널리 알리게 되죠. 하지만 현장 공개 당시만 해도, 이 영화가 그렇게 대단한 영화가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그리고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는 이 네 사람 모두에게 뜻 깊은 영화였을 겁니다. 최민식에게 이 영화는 ‘결정타’였습니다. 그는 대기만성형 연기자입니다. 영화계에서 30대 중반 이후에 조명 받기 시작했죠. < 넘버 3 >(1997) < 쉬리 >(1999) < 파이란 >(2001) 그리고 < 취화선 >(2002)으로 강렬한 톤의 캐릭터를 구축하던 그는 <올드보이>로 정점을 찍습니다. 유지태는 <올드보이>로 ‘소년성’을 벗어나 ‘악마성’을 연기하게 되고, 강혜정은 메이저로 도약합니다. 그리고 < 복수는 나의 것 >(2002)으로 흥행에 실패했던 박찬욱 감독은 ‘복수 3부작’의 두 번째 영화인 <올드보이>로 더욱 탄탄한 대중적 지지를 얻게 됩니다. 이 날 현장에서 가장 큰 인상적인 비주얼은 거대한 파도 이미지의 벽이었습니다. 그 앞에서 배우들의 프로모션 컷을 찍었는데요, 표정과 포즈가 다소 어색하네요. 아마도 영화에 대한 첫 공개 자리라 배우들도 조금 낯설었던 모양입니다. 현장 공개에 모인 취재진입니다. 당시 현장 공개의 일반적인 취재진 규모에 비해 약간 많은 편입니다. 100명 정도 되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세트에 취재진이 모두 올라가질 못했어요. 무너질 염려 때문인데요, 조를 나눠서 견학(?)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진의 펜트하우스 창 밖에 있는 도심의 마천루 이미지 배경 사진 앞에서 기자 간담회가 이뤄졌는데요, 영화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기자들의 질문과 방어(?)하려는 감독과 배우들의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마천루 배경으로 또 한 번 프로모션 컷 촬영이 있었는데… 역시 어색하네요… 원래는 대수와 우진이 격돌하는 신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현장 사정상 우진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짧은 장면만 노출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의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은, 그리고 대수가 그 사진 중 하나를 들고 대수 앞에 시위하듯 서 있는 장면은, 이 영화의 중요한 단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결정적인 장면을 공개한 그 대담함(!)에 새삼 놀라기도 했죠. 2000년 이후 르네상스 시기, 한국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게 발전한 부분은 ‘비주얼’입니다. <올드보이>는 그 전형적인 영화인데요, 우진의 펜트하우스는 대표적인 공간이죠. 사진은 공간의 디테일과 소품들로, 류성희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솜씨입니다. 이미지 디지털화 지원 NAVER
‘인간쓰레기’가 주인공인 영화는 많다. 웃기는 영화로는 빌리 밥 손톤 주연의 <나쁜 산타 Bad Santa>(2003)가 떠오르기도 하고 좀 심각한 영화로는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 레슬러 The Wrestler >(2008)가 생각난다. 한심한 주인공이 연민을 획득하는 과정을 다룬 전형적인 우리 영화로는 < 파이란 >(2001)이 있는데, 전통적으로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극장가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도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IPTV에 진출한 영화 < 돔 헤밍웨이 Dom Hemingway >(2013)는 전형적인 ‘인간쓰레기의 분투기’다. <리플리>(1999)의 주드 로 영화가 시작되면 탈모 진행 중인 중년 남성이 감방에서 지내는 모습부터 나온다. 주인공은 주드 로다. 나같이 주드 로를 <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1999)에서 처음 봤던 관객이라면, 그리고 언제나 그 모습이 오버랩되는 관객이라면 충격에 빠질지도 모른다. 몇 년 전부터 주드 로의 탈모와 역변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금씩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긴 했지만 여기서는 이루 말할 수도 없이 망가진 중년이 되어 등장한다. 하여튼 주드 로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있다 다시 하기로 하고, 어쨌든 이 아저씨는, 참, 이름이 돔 헤밍웨이다. 돔은 12년 전에 뭔가 큰 죄를 짓고 감방에 와서 별로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살고 있다. 보통 이 정도 장기수라면 사회에 나갈 때 뭔가 주눅이 들어있거나 겁을 먹을 법도 한데, 그런 거 없다. 신나게 나와서 자신을 찾아온 옛 동료와 함께 여자들을 만나 질펀하고 추잡하게 놀고는 옛 보스를 찾아간다. 척 보기에 이미 거대 범죄조직의 수장인 보스 앞에서 돔은 술에 취해 온갖 욕설을 늘어놓는 데다 보스의 여자까지 달라고 한다. 이러다가 쟤가 보스의 총에 맞아 죽으면 영화가 15분 만에 끝날 텐데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는데, 다행히도 보스가 대인배라서 그냥 살려줌은 물론 50만 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9억 원 가까이 되는 돈까지 선물로 준다. 12년 전에 보스의 이름을 끝까지 경찰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서 ‘총대를 멘’ 대가다. 12년간 감방에서 희희낙락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어쨌든 신이 난 돔은 친구, 보스, 보스의 여자와 마약을 하고 샴페인을 진탕 마신 후에 보스의 클래식 오픈카를 타고 광란의 질주를 펼친다. 보통 이런 영화에선 이런 타이밍에 사고가 난다. 보스는 죽고, 돔은 친구와 함께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긴 했는데, 보스의 여자가 보이지 않는다. 사고가 난 틈을 타서 주드 로가 받은 돈을 챙겨 달아난 것이다. 이 한심한 인간은 12년간 감방에서 썩은 대가를 그렇게 하루아침에 날리고는 누군가를 찾아가는데, 바로 자신의 딸이다. 딸은 아버지를 보자마자 보통 아버지에게는 절대로 날리지 않는 욕설을 바로 날려 준다. 당연하게도 이 아버지는 딸을 제대로 돌본 적이 없을뿐더러 엄마도 방치해 결국 일찍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다. 그런 자격 없는 애비가 만신창이가 되어 자신의 집 벨을 눌렀으니. 이 정도 스토리 요약을 읽으면 앞으로 ‘인간쓰레기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증오했던 딸의 화해 스토리’가 눈물 나고 파란만장하게 펼쳐질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이 영화 < 돔 헤밍웨이 >가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딸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나 손을 씻고 새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그가 살던 방식 그대로 살면서 딸에게 잘 보여 가족 관계의 회복을 하겠다는, 어마어마하게 한심한 방법론을 택한다. 원래 금고털이였던 돔은 자신에게 일거리를 줄 보스가 이미 지옥행 특급열차를 탔으므로 새로운 물주를 찾는다. 12년 전, 다른 어느 보스의 아들이었던 새파랗게 어린 조직 보스를 찾아가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돔은 리버 블로우로 한 대 쳐 맞는다. 돔이 감방에 가기 전 이 어린 보스가 소년이었을 때, 소년의 고양이를 죽인 것이었다. 실수로 죽인 것도 아니고 일부러 죽였다. 돔의 인간쓰레기성이 거의 극대화 되고 어린 보스의 시건방짐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 온다. 어쨌든 돔은 자신이 아직도 금고털이의 귀재라며 자신을 테스트해 보라고 말한다. 어린 보스는 자신이 설치한 금고를 시간 안에 털면 일을 시켜 주고, 못 털면 남성의 중요한 부분을 절단하는 조건으로 테스트를 실행한다. 이쯤 됐으면 감독이 주드 로를 캐스팅한 이유가 나오겠지, 주드 로의 날카로운 눈빛만은 살아 있으니까 온갖 정밀 공구들을 동원해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정교하게 금고를 터는 장면이 나와 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것 없다. 상상을 초월하기는 하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이없는 방법으로 금고를 연다. 아마도 영화 역사상 ‘금고를 강간하는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는 돔 헤밍웨이가 유일할 것이다. 그렇게 한심하게 영화는 진행된다. 인간쓰레기 주인공의 딸에 대한 애정, 아버지를 죽도록 미워하는 딸의 마음이 누그러지는 스토리는 그런 한심함을 유지하며 서서히 진행된다. 관객들에게 감동을 강요하는 장면을 일부러 모두 뺀 듯 감독 리처드 쉐퍼드는 어이없는 사건들을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늘어놓는다. 망가진 주드 로 < 돔 헤밍웨이 >는 주드 로가 ‘제대로 망가지는’ 재미를 지닌 영화다. 주드 로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 무려 13킬로그램이나 체중을 늘였다. 뭐, 고무줄 체중으로 승부하는 연기자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대충 흔한 것처럼 보이는데, 어쨌든 주드 로 같은 고소득 스타라면 탄수화물 보충제를 먹어가며 식이요법으로 안전하게 체중을 증가시켰을 법도 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하루에 코카콜라를 10병씩 먹으며 살을 찌웠단다. 사실 영화 속 캐릭터의 퀄리티를 보면, 그렇게 고급스러운 방법으로 체중을 증가시키지 않은 것이 영화의 톤앤매너에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언젠가 < 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2013)을 보다가 아무 것도 아닌 화면에 폴 매카트니의 노래 ‘Live And Let Die’를 까니 엄청난 명장면같이 보이는 효과를 발견하고는 영미권 감독들은 자기네 흘러간 옛 가요만 깔아도 저절로 영화가 만들어지니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팝 명곡들을 깔아서 영화를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건 바로 영미권 감독들의 ‘종특’인데 이 영화라고 그냥 넘어갔을 리 없다. 일단 주드 로가 술을 먹고 미친 듯이 차를 모는 예의 광란의 질주 장면에 모터헤드의 ‘Ace Of Spade’가 뜩 하고 등장한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유치한 화면 구성이 나오는 장면인데, 그냥 BGM 하나 제대로 깔아서 날로 먹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프라이멀 스크림의 ‘Rocks’, 픽시스의 절대 명곡 ‘Debaser’ 등이 아름답게 출몰하는데 아무래도 이 영화의 음악 수퍼바이저는 록 음악의 팬임이 틀림없다. ‘Debaser’ 이야기가 나왔으니 영화와 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이 노래 이야기를 좀 풀어 보자면 이 노래 가사는 루이 뷔니엘의 < 안달루시아의 개 >에 대한 이야기다. ‘눈알을 자른다’ 뭐 그런 가사가 나오는 곡이다. 하여튼 이런 초절정의 명곡들을 함부로 아무 장면에나 깔 수 있는 영미권 감독들의 작업 환경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함부로 사는 인간의 이야기를 함부로 쓴 시나리오에 함부로 찍은 영상으로 담아냈고 음악까지 함부로 깔았다. 영화광이라면 적당히 비웃기도 하고 적당히 박장대소도 하며 끝까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PS: 아 참, 딸 역이 에밀리아 클라크다. 이제 그 이름 외에 다른 설명이 필요 없게 됐지. 리처드 E. 그랜트에 갱스터 전문 배우 데미안 비쉬어까지 나온다. 나름 호화캐스팅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