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
- 감독
- 한혜진
- 제작년도
- 1999
애니메이션 < 생각보다 맑은 >은, 과거 김운기 , 연상호 , 장형윤 감독의 단편을 묶었던 <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 >(2008)와 안재훈 , 한혜진 감독이 만들었던 <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2014) 등과 마찬가지로 단편 애니메이션을 옴니버스 형태로 묶어서 개봉한 작품이다. <럭키미> < 사랑한다 말해 > < 코피루왁 > < 학교 가는 길 > 등 한지원 감독이 만들어온 4편의 단편 작품을 77분 분량으로 묶어 2015년 1월에 개봉했는데, 애니메이션 팬들과 비평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각기 다른 시기에 별도 주제로 만들었던 단편 작품들을 묶어 내놓다 보니, 작화나 그림 스타일에도 차이가 있고 내용면에서도 직접적인 공통점이 많지 않다는 것을 개봉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한지원 감독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즉 어떤 내용상의 공통점보다는 ‘감독(연출자)’을 중심으로 묶어낸 작품이라고 보면 될 텐데,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도 소위 ‘작가주의’라고 칭할 만한 요소를 중시하는 국내 비평 신scene에서는 이 부분이 단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나 타카하타 이사오, 오시이 마모루 그리고 < 아키라 >의 오토모 카츠히로나 <기동전사 건담>의 토미노 요시유키 등 개성 강한 ‘작가’로서의 애니메이션 작품에 대해 비평적 평가가 후하기도 하다. < 별의 목소리 > < 초속 5센티미터 >를 만든 신카이 마코토의 국내 선호도가 높은 이유도 그가 ‘사실상 혼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이유가 클 것이다. (<별의 목소리> 이후의 작품은 더 이상 혼자서는 만들지 않고 스튜디오 시스템을 통해 만들고 있긴 하지만...) 필자는 2001년 그의 데뷔작 <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를 우연히 본 후 호감을 갖게 되어 신카이 마코토와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아마 그로서도 최초의 인터뷰였을텐데, 그 후 <별의 목소리>가 개봉하면서 신카이 마코토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작가의 데뷔작부터 호감을 가진 상태에서 그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험. 한지원 감독의 < 코피루왁 >을 처음 봤을 때부터 2015년 < 생각보다 맑은 >이 개봉되었을 때까지, 필자는 어쩔 수 없이 어떤 기시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가 한지원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것은, 그가 학생 시절이었던 2009년 내내 제작하여 2010년에 개인 DVD를 제작해 판매했던 < 코피루왁 >을 우연히 보았을 때였다. 아마도 2010년 이후였을 텐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렸던 인디애니페스트 영화제 부스의 <코피루왁> DVD를 보고 그 인상적인 그림체에 이끌려 구입하게 되었다. 단편애니메이션 < 코피루왁 >이 수록된 DVD(필자 개인 소장품) 애니메이션 잡지 「애니메이툰」 88호(2010년)에는, 당시 < 코피루왁 >으로 인디애니페스트 영화제에서 대상 수상을 한 한지원 감독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다. 웬만한 단편애니메이션보다 긴 20분의 러닝타임을 1년 내내 완성해냈는데, 그것도 스토리보드 작업 없이, 동화(動畵)를 만들면서 도중에 바로 연출 작업을 하기도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비주얼 적인 면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보다 이야기를 최대한 무리 없이 매끄럽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편집에서 어긋나면 바로 오류가 보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스토리보드가 없는 점은 편집할 때 다소 유연성있게, 장면을 넣고 빼고 할 수 있어 좋았지만 굉장히 힘들었다.” (「애니메이툰」 88호, 2010년) < 코피루왁 >을 통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데뷔한 후 < 천년여우 여우비 >의 이성강 , < 사이비 >의 연상호 , <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의 장형윤 감독 등이 응원과 칭찬을 하며 한지원 감독의 역량을 인정해주었는데, 예를 들어 이런 내용이었다. “정말 혜성 같은 신인이 등장했다. 이게 졸업작품도 아니고 실습작품이라니. 긴 러닝타임을 소화해 내는 저력, 세련된 스타일, 선명한 주제의식. 단연 올해 최고의 작품이다.” ( 장형윤 감독 발언, 네이버캐스트, 2015년) 그리고 5년 후. < 생각보다 맑은 >이 개봉했다. 이 작품의 내용에 대한 시시콜콜한 소개 보다는 필자가 알고 지내는 일본의 한국애니메이션 팬의 코멘트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생각보다 맑은>은 2015년 10월 31일~11월 3일까지 일본에서 개최되고 있는 ‘신치토세공항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新千?空港國際アニメ-ション映畵祭’에서 2회에 걸쳐 상영되었는데, < Clearer Than You Think >라는 영문 제목을 내걸고 ‘한국발, 현대 젊은이들의 싱싱한 이야기’라고 소개되었다. “리듬감, 시선, 빛과 그림자. 말이 아니라 시각을 통해 가슴에 아픔을 느낄 만큼 인물의 심정을 전달해준다. 한지원 감독만큼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인물은 없다.” (닉네임 massando) 일본에는 외국 애니메이션의 팬이 ‘극단적으로’ 적다. 자국 애니메이션이 워낙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보니 외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논의가 거의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그런 와중에 한국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외국 애니메이션 마니아는 나름대로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최근 인디애니페스트 등에 소개되는 한국의 독립 애니메이션이나 여러 작가주의 작품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팬층도 소수이나마 조금씩 증가 추세이다. 위와 같은 감상을 전해준 인물도 그 중 하나다. 한지원 감독 작품을 DVD로는 이미 접했다고 하는데, 이번 신치토세공항 영화제를 통해 직접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하다는 반응이었다. 이처럼 국내외의 한국 애니메이션 신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미이겠다. 한지원 감독은 현재 <피아노 마주보기>라는 웹툰 작품을 연재 중이다. 원래는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로 만들다가 웹툰으로 먼저 발표하게 되었다고 한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인터뷰(2015년 1월 30일)에는 이 작품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계획이 있다는 발언이 실려 있다. 한지원 감독의 차기작이 빨리 나오기를 기대한다.
장난감(Toy), 변신(Transform), 교육(Teaching). 최근 한 메이저급 제작-배급사가 보도자료를 통해 내 놓은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의 주요 키워드이다. 변신하는 로봇이나 캐릭터가 등장하여 교육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수익을 창출해 낸다는, 말하자면 최근 애니메이션 산업의 제작과 수익구조의 수요관계를 정확하게 집어낸 것이다. 투자, 제작, 방영 및 노출, 그리고 수익으로 이어지는 애니메이션의 산업적 과정 내부가 워낙 하이리스크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적어도 예의 키워드는 흔한 말로 안전빵(?)과 같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국의 성공한 애니메이션들은 “교육적인 변신 장난감이 주인공”이었다는 것. 부분적으로는 동의하는 바가 있다. 하지만 이 어색한 문장의 내부를 천천히 살펴보면 동의하는 지점 너머에 불쾌한 무언가가 있다. 먼저, 변신(Transform). 변신이라는 말은 애니메이션의 오래된 특성이자 강력한 무기 중의 하나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하나의 점, 선, 면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플라즈마 같은 속성으로 “이것으로부터 저것으로 옮겨가는” 이미지의 특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에이젠슈타인과 발터 밴야민과 같은 이들이 애니메이션에 호감을 가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의 속성은 신체와 신체, 신체와 사물 등으로의 이행, 즉 ‘~이 되기’가 익숙한 어린아이들에게는 상당히 주요한 커뮤니케이션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가면을 사용하여 신체를 변화시키거나, 신체와 결합하거나, 아니면 성장의 시간을 압축시켜 사건을 전개하는 방식 - < 요술공주 밍키 >와 같은 변신물 - 의 경우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수많은 설화들을 기반으로 하는 이러한 변신은 다양한 이야기소로 변형/재가공 되면서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며, 서사를 풍부하게 만들어낸다. 하지만 예상했다시피, 여기 (3T)에서의 변신은 그런 것이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변신하는 기계 또는 로봇이다. 여기에는 이후에 도달하는 다른 키워드 ‘장난감(Toy)과 결부’되는 지점이 있는데, 이는 형상의 변화와 다양성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 변신로봇이라는 고정된 캐릭터를 의식하는 것이다. 그냥 냉정하게 변신 로봇이라 말하자. 두 번째, 장난감(Toy). 엄밀하게 말하자면 5세 이하 (남자)아이들을 위한 완구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한 표현이다. 가장 폭발적인 소비시장으로 자리 잡은 이들의 구매력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적절한 상품미학이 결합된 로봇 완구는 높은 구매 충성도까지 형성하며 재구매의 효과까지 가지고 있다. 문제는 완구의 타겟 특성상 노출과 소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완구가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와 결합한다. 애니메이션은 홍보와 노출이라는 마케팅의 요소가 되고, 제품은 완구로 대체된다. 그러다 보니 작품의 이야기나 캐릭터들의 디자인은 완구를 위한 디자인으로 고착된다. 예컨대, 캐릭터의 팔과 다리는 가늘어서는 안 되고, 완구로 만들어졌을 때 안정적으로 바닥에 고정될 수 있어야 하며, 변형이나 가동의 방식이 복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캐릭터라는 것이 작품의 이야기라는 내부에서 설정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인물의 성격이나 외연에서 구성되는 이미지는 배제되고 만다. 이러한 설정 내부에서 인간이라는 캐릭터가 남아있기/끼어들기는 상당히 어렵다. 그 덕에 작품에는 이야기가 구축되기보다는 이야기가 끼어드는 형국이 되기 쉽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육(Teaching). 예의 두 키워드가 장난감(Toy)으로 귀결되고 마는 상황에서 교육은 서사에 대한 일반적인 키워드가 될 수가 있다. 이야기의 기본적인 설정은 미취학 아동들에게 필요한 인성 교육 등이 될 터인데, 우정, 협동, 배려심 등의 것들일 것이다. 분명 캐릭터들의 구축 방식을 따르자면 작품의 성격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교육이 끼어든 것에는 서브 타겟으로 볼 수 있는 부모세대에 대한 어필이라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모순적 양식이 발생한다. 변신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엔터테인먼트의 성격에 교육적 요소를 심어야 하는 부담감이다. 그러니 모두 협동이 필요한 ‘구조대’다. 선악의 관계망에서 번민하거나 갈등하지 않으면서도 변신하는 로봇의 액션이 필요하니 당연히 구조대 만큼 좋은 요소는 없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의 화두들이 ‘힐링’과 ‘안전’이라는 표제 아래에 줄 서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같은 바람도 이해가 가능하다. 어쩌면 3T는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현황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발전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주요한 키워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키워드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장담해 줄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함정에 가깝다. 상업적 성공만을 위한 애니메이션의 기획이 여전히 이러한 안전빵 내에 머물려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 키워드라는 것이 그냥 문득 툭툭 뱉어진 듯 구성된 허술하거나, 모순적인 형국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키워드를 언급하였던 예의 보도자료를 뿌렸던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스스로 안전하다는 주문을 거는 듯한 모습이라 간혹 실소를 짓게 한다. 냉정하게, 아주 냉정하게 5세 이하 미취학 아동들의 완구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에서는 박수를 보내 주겠다. 그러면서도 그곳이 아주 통 크게 다양한 우리 애니메이션도 배급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에겐 정다희 감독의 < 의자 위의 남자 >, 정유미 감독의 < 연애놀이 >도 있고, 장형윤 감독의 <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 안재훈 , 한혜진 감독의 작품들도 있으며, 연상호 감독의 작품들도 있다. 여전히 건재한 이성강 감독의 작품들도 있으며, 홍덕표 감독의 < 발광하는 현대사 >나, 단편 문학을 그려낸 <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도 있었고, 그리고 한지원 감독의 < 생각보다 맑은 >(등)도 있다.
한 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장편 작품을 보고 있었다. 피와 폭력, 욕설 등 표현의 수위가 제법 높은 작품이었는데 두 그룹의 가족 관객이 눈에 띄었다. 감독이 상영 전 가벼운 경고(?)를 했지만 작품이 중반에 이르도록 요지부동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쪽의 아이들은 잠시 극장을 나간 듯했으나 이내 다시 돌아왔고, 다른 가족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두 가족 모두 상영의 중간에 자리를 떠나긴 했지만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른이 보기에도 자극적인 내용이 담긴 작품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들의 입장을 제지하지 않은 주최 측이나 한참 동안 아이들과 영화를 감상한 부모들이 너무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나 보는 움직이는 그림이 잔인해 봤자 얼마나 잔인할까 싶었던 걸까. 이것이 현재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한 예가 아닐까 싶다. 애니메이션은 자유로운 소재와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영상의 한 장르로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TV, 극장에서 상영되는 애니메이션만 봐도 대부분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더군다나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할리우드 유명 스튜디오의 작품이 아니고서는 오후 시간에 보기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정작 해외에서는 다양한 장르, 타깃층을 대상으로 한 한국 작가들의 장, 단편 애니메이션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 단편은 이미 2000년대부터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이 주목을 받아 왔다. 올해만 해도 세계 5대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과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정다희 감독의 < 의자 위의 남자 >와 정유미 감독의 < 연애놀이 >가 각각 대상을 수상하며 독창적 예술성을 지닌 작품으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장편 역시 이성강 감독의 < 마리 이야기 >와 성백엽 감독의 < 오세암 >이 안시에서 2002년, 2004년 대상을 거머쥔 바 있다. 최근에는 연상호 감독의 < 돼지의 왕 >, 안재훈 , 한혜진 감독의 < 소중한 날의 꿈 >, 이대희 감독의 < 파닥파닥 >, 장형윤 감독의 <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 등이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꾸준하게 그리고 묵묵히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편은 영화제라는 특정한 공간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고 장편은 < 블루시걸 > < 아마게돈 > < 원더풀 데이즈 > 등 과거의 예에서 알 수 있듯 화제성에 비해 부진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철저히 상업 논리에 따르는 국내 거대 배급사들이 아동을 타깃 삼지 않은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 돼지의 왕 >은 첫선을 보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극장 확보의 한계에 부딪히며 손익 분기점을 넘지 못했고, <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는 청소년, 여성 타깃의 감성적인 작품임에도 흥행을 위해 국내 시장의 애니메이션 주요 수요층인 가족 관객 중심의 홍보를 선택해야 했다.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해외 애니메이션들도 픽사나 드림웍스, 디즈니 등의 작품 외에는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장르를 자랑하는 일본 애니메이션도 수요가 일부 마니아에 국한돼 있는 형편이다. 반면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들은 <겨울왕국> 처럼 막대한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가족 관객을 타깃으로 한 뛰어난 퀄리티의 영상과 어른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키며 전 세계 관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물론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디즈니, 픽사의 작품 퀄리티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전형성을 지닌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더욱 폭넓은 관객층이 즐길 수 있는 힘 있는 스토리와 개성으로 자신만의 매력과 울림을 가지고 있는 국산 창작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즐기고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 앞에서 편견의 벽은 높기만 하다. 오히려 낮은 퀄리티와 비슷비슷한 내용의 아동 타깃의 애니메이션이 쏟아지고 있는 극장가에서 동급으로 취급되기에 십상이다. 이러한 현실에서도 국내 감독들은 변화를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홍덕표 감독의 성인을 위한 국내 최초의 VOD 전용 애니메이션 < 발광하는 현대사 >, 현대 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오롯이 옮겨낸 안재훈 감독의 <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 등 최근 선보이고 있는 작품을 통해 본 한국 애니메이션은 작품들의 실패를 딛고 다양성을 만들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