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
- 감독
-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 제작년도
- 1997
- 출연
- 테이트 도노반, 제임스 우즈, 대니 드비토, 수잔 에건, 립 톤, 사만다 에가, 조쉬 키튼, 밥 골드두와이트, 매튜 프류어, 바바라 바리에, 할 홀브룩, 로저 바트, 장동건, 서재경, 이승연, 김환진
1979년, 영국 출신의 프로그레시브 록의 거장 그룹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는 반전, 반파시즘, 반 제도교육, 현대사회의 단절과 소외 등 철학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기념비적 더블앨범 「더 월 The Wall」을 발표하였다. 이 음반은 당시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500주 이상 머물렀으며, 영국 앨범차트에서는 무려 911주(17년 이상)동안 머물렀고, 전 세계적으로 2,300만 장 이상 판매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은 1982년 알란 파커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영화 < 핑크 플로이드의 벽 Pink Floyd: The Wall >은 음반 「더 월」의 주요한 컨셉을 가져와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 ‘핑크’의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그리고 실사 영상과 애니메이션의 교차 편집 등 실험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으로 표현하여 수많은 록음악 팬들과 영화 마니아들의 뇌리 속에 잊지 못할 강렬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영화 < 핑크 플로이드의 벽 >은 배우들의 대사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음반에 수록된 곡의 순서대로 전개되는데, 자유로운 상상을 억압하는 획일적 교육과 이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데모, 정육점 고기 분쇄기로 쑤셔 넣어지는 학생들의 모습, 전쟁터로 나가는 힘없는 사람들과 반전 시위대에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 외부와 단절된 ‘핑크’의 의식과 자학적인 행동, 환상 속에서 파시스트 부대의 우두머리가 되는 ‘핑크’의 섬뜩한 모습 등 파격적이면서도 정교하게 짜인 영상기호로 전체주의와 개인 소외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또한 주인공 ‘핑크’의 성년시절을 연기한 가수 밥 겔도프는 이디오피아 난민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 그룹 ‘밴드 에이드’를 조직하여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하였는데, 이로 인해 그는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 특히 < 핑크 플로이드의 벽 >에서 제랄드 스카페(Gerald Scarfe)가 1975년부터 4년여 동안 디자인과 연출을 맡아 만든 4편의 뮤직 비디오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상을 훌쩍 뛰어넘는 강렬하고 섬세한 영상으로 현대사회의 혼돈과 인간소외에 대해 근원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앨범 「더 월」의 주제를 너무나도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디자이너, 무대미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제랄드 스카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 헤라클레스 >의 캐릭터 디자인과 미술을 맡아 작업한 바 있기도 하다. 가정과 학교를 상실한 소년 ‘핑크’에게 더욱 커다란 단절과 소외의 계기가 되는 전쟁의 공포를 표현한 <맑은 하늘이여 안녕 Goodbye Blue Sky>, 꽃으로 은유된 성행위 장면으로 시작해, 모든 것을 파괴하며 질주하는 벽과 현대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단절감을 그린 <텅 빈 공간 Empty Spaces>, 파시스트의 우두머리가 된 ‘핑크’의 정신적 분열과 공황을 ‘해머군단’(그 유명한!)을 통해 보여주는 <벌레들을 기다리며 Waiting For The Worms>, 재판에 회부되어 유죄판결을 받는 소년 ‘핑크’를 상징하는 인형과 기괴한 이미지의 판사와 교사가 등장하여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듯한 <재판 The Trial> 등 영화 < 핑크 플로이드의 벽 >에 담겨있는 4편의 애니메이션은 연출자이자 아트 디렉터인 제랄드 스카페 특유의 미술적 왜곡과 과장, 그로테스크와 정교함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 4편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시각적 기호들은 영화 <핑크 플로이드의 벽>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각종 포스터와 여러 가지 매체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더 월」라이브 음반 「더 월」은 엄청난 규모의 벽을 실제로 쌓아서 무너뜨리는 공연으로 더욱 유명한데, 특히 팀이 해체되고 독일이 통일된 직후 로저 워터스(Roger Waters)를 주축으로 베를린 광장에서 공연된 「더 월」 라이브는 록 음악 공연사상 가장 웅장하고 충격적인 무대로 기억되고 있다. 이 공연은 ‘The Wall - Live in Berlin’이라는 DVD 타이틀로 출시되어 있으며, 올해로 72세를 맞이하는 핑크 플로이드 출신의 로저 워터스는 여전히 왕성하게 「더 월」의 공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빌보드 차트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 콘서트 투어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수익(1600억 원)을 올린 뮤지션이 바로 로저 워터스였으며, 매 공연마다 예외 없이 < 핑크 플로이드의 벽 >의 애니메이션들은 공연 무대와 거대한 ‘벽면’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김정용이라는 분이 계시다. 그는 많은 권격 영화를 연출해 이름을 알렸다. 6~70년대 스크린을 수놓던 수많은 액션 배우들이 그의 지시 아래 주먹을 지르고 발을 휘둘렀다. 그 명성은 무술영화의 본산인 홍콩까지 알려져 비록 공동감독이었지만 당시 최고의 스타 홍금보와 함께 < 귀타귀 2 >를 만들었다. 또 죽은 이소룡의 영상을 편집해 집어넣어 팬들의 공분을 사기도 한 한중합작영화 < 사망탑 >에 각본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며 걸작을 만드는 데 보다는, 당대에 유행하는 트렌드를 흡수하여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인기를 끄는 타입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짝퉁’이겠고 좀 더 좋게 말하면 ‘재해석’이라 말할 수 있다. 소림사를 무대로 하는 영화들이 인기를 끌자 < 소림사 주방장 >을 만들어 크게 히트를 쳤고, < 취권 >이 인기를 끌자 그는 황비홍(성룡)이 아니라 소화자(원소전)의 캐릭터를 가져와 < 무림걸식도사 >를 만들어 팬들의 뇌리에 큰 인상을 남겼다.(여담이지만, 이 영화에는 80~90년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책임졌던 왕룡 감독이 배우로 출연하고 있다. 그는 감독 이전에 액션 배우였다.) 특히 그의 페르소나라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작품을 함께한 정진화 는 앞서 말한 작품들은 물론 < 복권 >, < 무림사부대행 > 등으로 ‘짝퉁 성룡’이 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물론 짝퉁 성룡 뿐 아니라, 짝퉁 이소룡들의 큰 형님뻘 되는 거룡, 당룡도 그를 거쳐 갔다. (이 영화들은 그나마 그의 작품들 중에서 나은 편이고, 괴작들을 찾는 팬 사이에서 더욱 유명세가 높다. 인디아나 존스와 소림 무술의 기괴한 만남 < 아라한 >, 한국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악명이 높은 강시 무협 < 소화성 장의사 >, 얼마 되지도 않는 한국 괴수물의 재앙 < 비천괴수 > 등 대부분은 자료가 없어 볼 수 없는 ‘구전 괴작’들이다.) 오늘 소개할 < 소림십대여걸 > 역시 그런 종류의 영화다. 소림xx제자, 소림xx방 같은 영화들이 유행하자 우리의 김정용 감독은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어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에 소림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조선 여인들이 청나라에 ‘공물’로 바쳐지던, 아마도 병자호란 직후의 어느 즈음. 압록강 인근 어딘가에 위치하는 ‘성도사’라는 절에 자매가 비구니가 되기 위해 수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자신의 일가를 몰락시킨 ‘이귀’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한다. 이귀는 피도 눈물도 없는 청나라의 부자. 일종의 인신매매범으로 조선 여인들을 납치하여 팔아먹고, 그 과정에서 잔악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는 악당이다. 이귀는 문화재 절도에도 관심이 많아 그의 아들인 흑풍을 시켜 성도사의 보물인 ‘황금약사여래상’을 약탈한다. 절의 주지 삼장법사는 청나라에 잡혀간 여인들 중 무예가 뛰어난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 열을 모아 함께 복수하라고 일러준다. 미후, 미사는 열 명의 여인을 모아 황금약사여래상을 되찾고 이귀에서 복수를 해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 헤라클레스 ’적 고난보다는, 동료를 모으고 그들이 각기 다른 스킬을 가져 도와가며 펼치는 ‘ 반지의 제왕 ’ 같은 모험담을 좋아한다. < 소림십대여걸 > 역시 그런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 꽤 재미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이 영화가 관심은 어떻게 재미있는 그림의 다찌마리를 만들 것인가에 더 치중되어 있다. 영화의 배경을 ‘화냥년’의 배경이 된 시대로 설정하고 여자들에게 무술을 하게 만들었지만 그뿐이다. 남성과는 다르게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한 점으로 무공을 펼친다든가 하는 것도 없다. 그냥 맞짱이다. 영화의 오프닝에서는 분명 10명의 여걸이 각기 다른 무공을 펼치는 것 같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본 영화에서는 그냥 살이 쪘거나, 도둑질을 하거나, 좀 남자 같거나... 하는 식의 특징만 주어졌을 뿐 그다지 특별난 무공들은 없다. 사실 마지막 전투까지 진행하면서 그들은 하나씩 몸빵을 하고 퇴장하고 마는 정말이지 으악새. 그러다보니 이게 또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미후 역을 맡은 당시 미녀 권격 배우로 유명했던 김명아 선생이 이 영화의 반을 책임지고 있는데, 아무리 남성과 다를 바 없는 무술이라 하더라도 선천적으로 여성이 가지고 태어난 곡선이 거칠기만 한 격투 장면을 좀 더 우아하게 보이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걸 즐길 새도 없이 여기저기 실소가 터지는 장면들에서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싸우기로 하고 모인 처자들이 힘들다고 도망을 가려 하자 장광설을 늘어놓는 장면 같은 게 그렇다. 심각한 얼굴을 한 미후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우린 여자라고 방관만 해야 옳은가요. 나라가 약한 결과입니다. 나 하나만 편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의 결과입니다. 죄송합니다. 제 넋두리였어요... 편히 쉬세요....” 라며 설득인지 뭔지 모를 이상한 대사를 치기도 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시대 배경을 그렇게 하고 보니, 뭔가 이야기는 만들어 넣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껴서 였을까? 어차피 도둑맞은 여래상 찾고 이귀한테 복수만 하면 되는데, 중간에 이야기가 많다. 삼장법사가 죽고, 백년사의 송월법사를 찾아가고, 이귀는 백년사의 사천왕상을 훔치려 하고, 그 와중에 여걸들 중에 스파이가 있는데다가 또 다른 여걸은 잃어버렸던 서방님을 찾기도 하고... 스토리 진행해야지 다찌마리는 채워 넣어야지 게다가 이 영화의 카피가 ‘82년은 여성 코믹 액션의 해!’ 였으니 코미디도 해야 하고... 제대로 굴러가기 참 힘든 상황은 맞는 거 같다. 그래도 권격 영화의 황금기를 보냈던 사람들인 만큼 액션은 상당히 멋진데, 김명아 와 정진화 그리고 이귀(배우 이름을 찾지 못했다)의 3인 격투장면은 상당하다. 특히 싸움의 초반에는 이귀가 자신은 장애인이라며(이런 설정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조금 수세에 몰리니 벌떡 일어나 발차기를 한다) 의자에 앉아 초식을 펼치는 장면이 있는데 박력이 대단하다. 물론, 이런 이귀의 사망이 있는 줄도 몰랐던(언급도 없었다) 함정에 빠져 죽는 허탈한 것이긴 하지만. 이귀가 죽자마자 ‘감사합니다’가 떠오르며 가슴을 두 번 때리는 야속한 우성프로덕숀.. < 소림십대여걸 >은 무협영화가 조금씩 그 힘을 잃어 갈 때쯤 행해진 여러 시도 중에 하나였다.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끼얹은 팩션의 형태를 취해보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오늘도 실패다. 전반적으로 허탈한 이야기와 뜬금없는 애국심 그리고 약간의 괜찮은 다찌마리로 대충 빚어진 영화다. 감독 본인이야 안타깝겠지만(필모그라피를 봐서는 그닥 안타까울 것은 없을 듯하나) 이런 영화의 깨알 같은 재미를 찾는 나 같은 관객도 있는 법이니,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는 충분한 것일지도. 김정용 감독은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이어오다가 2001년 < 우먼 파트너 놀자 >라는 기묘한 제목의 영화를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김명아 김해은 방희정 감독: 김정용 각본: 윤석훈 개봉극장: 아세아(서울) 관람인원: 37,288명
얼굴에 피를 가득 묻힌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다 부서져가는 오두막에서 겨우 빠져나온다. 을씨년스러운 하늘에선 점점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낙엽이 가득 쌓인 숲 어디선가 무언가가 부유하듯, 그러나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시점 샷으로 강렬한 질주감을 드러낸 그것은 숲을 지나 오두막으로 들어가 각 방을 지나쳐 끝내 문을 부수고 마당에 무방비로 서있는 남자에게 그대로 달려든다. 카메라를 돌아보며 절규하듯 비명을 내지르는 남자. 으아아아! 그 입으로 빠르게 들어가 페이드아웃이 되면, 엔딩 크레딧이 뜨고 이제까지 영화를 지배하던 공포와 스릴감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유쾌하고 발랄한, 서커스나 놀이동산에서 쉽게 들을법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1920년대 유행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전통적인 찰스턴 댄스는 지난 85분간의 악몽을 깨우는 훌륭한 주문이다. 이 모든 건 환영이고, 영화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이 음악은(사실 중간에도 한번 슬쩍 나온다. 바로 핏빛 ‘영사기’가 돌아갈 때!) 관객들을 순식간에 정신 차리게 만든다. 마치 최면술사가 ‘이제 하나 둘 셋을 말하고 박수를 치면 깨어납니다.’를 말하듯 자연스럽게. 감독 샘 레이미는 누구보다 그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즐긴다. 피칠갑 < 이블데드 >는 당시 가장 강력한 호러영화였다. 37만불이란 저예산에 배우도 5명이 전부인 작은 규모였지만, 악마주의 오컬트 요소에 막강한 신체훼손 및 절단 신공을 발휘해 온 사방을 피범벅으로 만들며 허셀 고든 루이스 이후 가장 솜씨 좋고 인기 많은 스플래터 중 하나가 되었다. 점차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샘 레이미는 충실히 자기배양에 성공하고 영리하게 장르를 교배시켰지만, 언제나 이 무자비한 학살(희)극의 장송곡을 주조하는 건 조셉 로두카의 몫이었다. 조셉 로두카는 사실 전도유망한 재즈 뮤지션이었다. 유럽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해 공연을 이어갈 만큼 실력도 인정받았다. 단지 감독 친구를 두었다는 이유로 애꿎게(?) 직업 배우가 된 브루스 캠벨이나 제작자로 나선 로버트 타퍼트처럼 그 역시 어느새 에미상을 2번이나 받은 솜씨 좋은 (호러)영화음악가가 되어버렸다. 레이미와는 <이블데드>시리즈가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지만, 그가 제작한 다른 유수의 호러영화들과 TV시리즈의 음악을 책임지며 레이미 월드의 핵심 인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메신저>나 < 부기맨 >같은 고스트하우스 픽쳐스의 극영화들이나 장수 판타지 시리즈로 이름 높은 <헤라클레스>와 <스콜피온 퀸>으로 알려진 ‘제나’를 비롯해, 피와 살이 분리되고 몸과 몸이 뜨겁게 만난 <스파르타쿠스> 등이 바로 샘 레이미 제작의 시리즈들이자 그의 대표작들이다. 저예산의 한계로 인해 <이블데드>는 버나드 허만이나 제리 골드스미스처럼 오케스트라나 보이스를 활용한 전통적인 방식의 메이저 호러 스코어를 구현할 순 없었다. 대신 로두카는 소규모 스트링 편성에 기타, 피아노와 신디, 놀랄 만큼 다양한 퍼커션 등을 사용해 철저하게 테마를 배제하고 분위기를 자아내는 방식의 언더스코어를 만들어냈다. 특히나 스트링의 다양한 주법(피치카토나 글리산도, 보잉 등)으로 날카롭고 소름 돋는 공포감을 탁월하게 조성하는데, 결코 듣기 좋은 음악이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음향이지만 영화의 불안하고 불길하며 불편한 상황을 더없이 증폭한다. 또 단출한 악기들 사이에 존재하는 여백들이 더 큰 공명감과 음장감을 내포해 무시무시한 긴장과 공포를 배가시켰다. 열악한 환경이 의도치 않게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재즈에 정통했던 레스 박스터나 < 13일의 금요일 >시리즈로 유명해졌지만 역시 재즈뮤지션이었던 해리 맨프레디니가 호러 스코어를 잘 구사하고 그 매력에 빠졌던 건 그 장르가 가진 자유로운 즉흥성과 불협화음에서 생기는 강렬한 음들의 충돌, 그리고 싱커페이션과 프레이징으로 다져진 긴장과 완급 조율 등을 효과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로두카 역시 프리 재즈가 가진 야수성과 추상성에서 힌트를 얻어 파편적이지만 음울하고 그로테스크한 사운드를 완성해냈다. 조셉 로두카 여기에 존 카펜터의 < 할로윈 > 이후 결코 호러영화 스코어에선 빠질 수 없는 신디의 첨가가 저예산의 약점을 가려주었다. 어색한 특수효과나 편집상 튀는 부분도 무리 없게 이어주는 건 아교처럼 빈곳을 채워주고 붙여주는 신디의 다채로운 사운드 덕분이었다. 화성이나 멜로디 연주에 주력하기보단 불길한 음향효과처럼 슬며시 다가와 화면 밖을 가득 메워놓는데, 악마가 본격적으로 깨어나 오두막 주변 숲을 자유롭게 활강하거나 인물에게 빙의돼 다른 인물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할 때 어김없이 등장해 모골이 송연한 기분을 선사한다. 종종 이런 전자음향의 큐들과 아날로그 악기들로 이뤄진 큐들이 충돌을 일으키며 전체적인 통일감을 깨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자유로운 파격과 일탈적인 사운드들의 총합이 기괴한 조악함을 만들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후 시리즈가 거듭되며 슬랩스틱 코미디와 고딕 판타지, 레이 해리하우젠에 대한 오마주까지 끼어들고 예산이 늘어남에 따라 로두카의 스코어는 놀랄 만치 고전스러워지고 거대해졌으며 대서사시로 확장되었다. 그런 면에서 초기의 날선 음악들과 더 이상 마주칠 수 없단 사실이 조금 슬프고 아쉽다. 로두카의 첫 스코어였다는 점에서 <이블데드>의 음악은 분명 많은 약점과 단점을 갖고 있지만, 이 모든 걸 극복하고 자신만의 발칙한 사운드를 조성해 가장 무서운 호러에 기여했다는 공로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호러 영화음악은 기능적이고 장치적이다. 화면에 철저히 종속된 채 무형의 감정과 긴장 그리고 공포를 청각적으로 치환하는 동기화 작업은 반복적이고 지루하기까지 하다. 다른 어떤 장르에 비해 도식적이고 수동적인 한계에서 헤어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뻔한 공식 속에서 다양한 관용도와 공감각적인 표현을 찾아 영화가 가진 강도를 극대화시켜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이끌어내는 건 호러 영화음악만이 가진 원초적인 매력과 카타르시스다. 조셉 로두카의 <이블데드>는 그 치열한 시도와 고민, 한계와 극복을 동시에 담아낸 기록이자 뛰어난 호러 스코어의 좋은 예이다. Hail He... - End Titles Track List 1. Introduction 2. Eye Games/Charm 3. Bridge Out 4. Rape Of The Vines 5. Ascent/Inflection 6. Automatic Writing 7. Skin 8. Give Her The Ax 9. Love Never Dies 10. Kandanian Dagger/Book Burning 11. Panic 12. Not The Shower Curtain 13. Check On You 14. Pencil It In 15. Get The Lantern/Book Of The Dead 16. Dawn/Incantation 17. Shotgun 18. Games 19. The Cabin/Wounded Melody 20. Behemoth 21. Hus Lil' Baby/Pee Wee Hard 22. The Book Of Evil 23. Ash's Dream/Dancing Game/Dance Of The Dead 24. Fresh Panic/The Other Side Of Your Dream 25. The Putrified Forest/Under Her Skin 26. The Evil Begins Anew/Sunrise/Ash Attacks 27. Hand And Mouse/Love Transforms/Mirror, Mirror/Bad Fingers 28. Hail He.../End Tit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