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Fleischer: Fresh Vegetable Mystery
- 제작년도
- 1939
한 해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게 되는 애니메이션은 얼마나 될까? 몇몇 페스티벌들의 경우만 살펴보더라도 출품작 수가 천 편을 훌쩍 넘고, 최종 상영작만 해도 수 백 편에 달한다. 물론 개중에는 중복되는 작품들도 있겠지만, 그 비율이 30%를 넘지 않는다. 이러니 어림짐작으로 세어 봐도 아마 수천 편에 다다르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렇게 숫자로 풀어보면 페스티벌의 최종 상영작들은 그야말로 치열한 경합을 뚫고 선택되어 어렵사리 관객들과 조우하게 되는 셈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열리는 수많은 페스티벌은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 위에 저마다의 색을 입혀 소통과 축제의 장을 펼쳐나간다. 이곳에서는 극장 또는 TV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결을 보여주는 실험과 시도들이 가득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때로는 예술성과 상업성의 조화 혹은 줄타기 속에서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제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실험성 강한 작품들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관객들에게 색다름을 선사하기도 한다. 페스티벌이 준비한 다채로운 성찬 속에서 때때로 숨은 진주를 발견하는 호사도 누릴 수 있는데, 바로 이 때문에 나는 페스티벌을 찾는다. <루프 섹스 Roof Sex>(2002) https://youtu.be/1aodpb3vFU0 2002년 프랑스 앙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쟁쟁했던 경쟁작들 중에 유난히 눈에 띈 작품이 있었다. 2분 남짓한 짧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한 편이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PES의 <루프 섹스 Roof Sex>(2002)라는 작품으로 감독의 엉뚱한 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만나 기막힌 반전을 그려낸 단편이었다. 당시 신예였던 PES는 이 작품으로 ‘Jean-Luc Xiberras’라는 신인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게 된다. 이후 감독은 일상의 재료를 활용하여 톡톡 튀는 시각적 상상력으로 작품 세계를 펼쳐나가고 있으며, <신선한 구아카몰리 Fresh Guacamole>로 2013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르게 되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 애프터눈 클래스 Afternoon Class >(2015) https://vimeo.com/215498188 시그래프 아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컴퓨터 그래픽스 축제인 미국 시그래프의 아시아 버전 격이다. 2008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해마다 아시아 국가를 순회하며 개최되는 행사로서 첫 회부터 매우 가까이서 페스티벌의 성장을 지켜봐 왔다. 시그래프 아시아는 디지털 매체 환경과 기술에 주목하며 최신 연구 성과와 솔루션을 공유하는 장으로 특히 컴퓨터 기술의 시각적 현란함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작품들이 컴퓨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통해 소개된다. 그간 한국 작품들이 종종 본선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수상과는 다소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2015년 제8회 행사에서 드디어 한국 작품이 일을 냈다. 오서로 감독의 < 애프터눈 클래스 After Class >(2015)가 한국 작품으로는 최초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작품의 내용은 의외로 심플하다. 수업 도중 졸음과 싸우며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음직 한 일상적인 모습을 희극의 고전 양식인 러닝 개그 장치와 영리하게 접목시켜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연출한 것이 다국적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런 심사위원단의 마음이 통한 것일까?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작품이 상영될 때마다 폭소로 화답했다. 개인마다 취향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즐거움의 당위는 역시 화려한 테크닉과 기술적 우위 보다는 감성의 전이와 공감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아버지의 방 My Father’s Room >(2015) 여러 영화제들 중에서도 특히 이를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열정 때문에 빠져드는 영화제가 있다.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영화제의 가치와 철학을 위해 노력하는 열의와 도전에 동참하고 또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년 9월 남산에서 열리는 인디애니페스트는 여러모로 나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영화제들 중 하나이다. 2005년 독립 애니메이션 창작자들에게 상영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장으로써 그 첫발을 내디뎠던 것이 벌써 올해로 열세 번째 여정을 맞게 되었다. 초기 영화제를 찾았던 관객들은 어느덧 창작자로 성장하여 자신의 작품을 들고 다시 영화제를 찾기도 한다. 근래에 들어와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해외 유수의 영화제들에서도 대거 수상하면서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 위상이 어느 때보다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바로 얼마 전 막을 내린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2017)’에서 장나리 감독의 < 아버지의 방 My Father’s Room >이 학생 경쟁 부문 특별상(Special Mention)의 영예를 안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버지의 방>은 한 여성이 겪은 가족 내 폭력의 깊은 상처를 그려낸 단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공포와 증오가 성장 후 연민과 뒤섞이면서 펼쳐지는 복잡한 심경의 층위를 시각적인 상상력으로 변주하고 있으며, 유려하고 절제된 드로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미 지난해 인디애니페스트2016에서 대상 ‘인디의 별’을 수상하며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열렬한 지지와 찬사를 받은 바 있으며, 벨기에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도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하면서 올해 가장 주목받는 한국 단편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유튜브 시대가 열리기 이전과 지금의 영상플랫폼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보고 싶은 작품들을 위해 발품을 팔아가며 하루 종일 영화제 이곳 저곳을 바쁘게 누비며 돌아다녔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 간편하게 키보드 클릭 하나로 원하는 영상을 휴대폰으로 쉽게 찾아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급변하는 영상 매체 환경을 온몸으로 거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귀찮게 페스티벌을 찾느냐고 물으신다면, 그곳에 가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 답하겠다. 감독을 직접 만나 알게 되는 내밀한 작품의 세계와 창작의 자극, 관객과 감독 간의 보이지 않는 끈끈한 유대감, 그리고 무엇보다 페스티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의 현존감 등이 아직은 내 휴대폰 스크린을 통해 들여다보는 세상보다 더 치명적인 유혹으로 다가온다.
얼굴에 피를 가득 묻힌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다 부서져가는 오두막에서 겨우 빠져나온다. 을씨년스러운 하늘에선 점점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낙엽이 가득 쌓인 숲 어디선가 무언가가 부유하듯, 그러나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시점 샷으로 강렬한 질주감을 드러낸 그것은 숲을 지나 오두막으로 들어가 각 방을 지나쳐 끝내 문을 부수고 마당에 무방비로 서있는 남자에게 그대로 달려든다. 카메라를 돌아보며 절규하듯 비명을 내지르는 남자. 으아아아! 그 입으로 빠르게 들어가 페이드아웃이 되면, 엔딩 크레딧이 뜨고 이제까지 영화를 지배하던 공포와 스릴감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유쾌하고 발랄한, 서커스나 놀이동산에서 쉽게 들을법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1920년대 유행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전통적인 찰스턴 댄스는 지난 85분간의 악몽을 깨우는 훌륭한 주문이다. 이 모든 건 환영이고, 영화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이 음악은(사실 중간에도 한번 슬쩍 나온다. 바로 핏빛 ‘영사기’가 돌아갈 때!) 관객들을 순식간에 정신 차리게 만든다. 마치 최면술사가 ‘이제 하나 둘 셋을 말하고 박수를 치면 깨어납니다.’를 말하듯 자연스럽게. 감독 샘 레이미는 누구보다 그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즐긴다. 피칠갑 < 이블데드 >는 당시 가장 강력한 호러영화였다. 37만불이란 저예산에 배우도 5명이 전부인 작은 규모였지만, 악마주의 오컬트 요소에 막강한 신체훼손 및 절단 신공을 발휘해 온 사방을 피범벅으로 만들며 허셀 고든 루이스 이후 가장 솜씨 좋고 인기 많은 스플래터 중 하나가 되었다. 점차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샘 레이미는 충실히 자기배양에 성공하고 영리하게 장르를 교배시켰지만, 언제나 이 무자비한 학살(희)극의 장송곡을 주조하는 건 조셉 로두카의 몫이었다. 조셉 로두카는 사실 전도유망한 재즈 뮤지션이었다. 유럽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해 공연을 이어갈 만큼 실력도 인정받았다. 단지 감독 친구를 두었다는 이유로 애꿎게(?) 직업 배우가 된 브루스 캠벨이나 제작자로 나선 로버트 타퍼트처럼 그 역시 어느새 에미상을 2번이나 받은 솜씨 좋은 (호러)영화음악가가 되어버렸다. 레이미와는 <이블데드>시리즈가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지만, 그가 제작한 다른 유수의 호러영화들과 TV시리즈의 음악을 책임지며 레이미 월드의 핵심 인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메신저>나 < 부기맨 >같은 고스트하우스 픽쳐스의 극영화들이나 장수 판타지 시리즈로 이름 높은 <헤라클레스>와 <스콜피온 퀸>으로 알려진 ‘제나’를 비롯해, 피와 살이 분리되고 몸과 몸이 뜨겁게 만난 <스파르타쿠스> 등이 바로 샘 레이미 제작의 시리즈들이자 그의 대표작들이다. 저예산의 한계로 인해 <이블데드>는 버나드 허만이나 제리 골드스미스처럼 오케스트라나 보이스를 활용한 전통적인 방식의 메이저 호러 스코어를 구현할 순 없었다. 대신 로두카는 소규모 스트링 편성에 기타, 피아노와 신디, 놀랄 만큼 다양한 퍼커션 등을 사용해 철저하게 테마를 배제하고 분위기를 자아내는 방식의 언더스코어를 만들어냈다. 특히나 스트링의 다양한 주법(피치카토나 글리산도, 보잉 등)으로 날카롭고 소름 돋는 공포감을 탁월하게 조성하는데, 결코 듣기 좋은 음악이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음향이지만 영화의 불안하고 불길하며 불편한 상황을 더없이 증폭한다. 또 단출한 악기들 사이에 존재하는 여백들이 더 큰 공명감과 음장감을 내포해 무시무시한 긴장과 공포를 배가시켰다. 열악한 환경이 의도치 않게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재즈에 정통했던 레스 박스터나 < 13일의 금요일 >시리즈로 유명해졌지만 역시 재즈뮤지션이었던 해리 맨프레디니가 호러 스코어를 잘 구사하고 그 매력에 빠졌던 건 그 장르가 가진 자유로운 즉흥성과 불협화음에서 생기는 강렬한 음들의 충돌, 그리고 싱커페이션과 프레이징으로 다져진 긴장과 완급 조율 등을 효과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로두카 역시 프리 재즈가 가진 야수성과 추상성에서 힌트를 얻어 파편적이지만 음울하고 그로테스크한 사운드를 완성해냈다. 조셉 로두카 여기에 존 카펜터의 < 할로윈 > 이후 결코 호러영화 스코어에선 빠질 수 없는 신디의 첨가가 저예산의 약점을 가려주었다. 어색한 특수효과나 편집상 튀는 부분도 무리 없게 이어주는 건 아교처럼 빈곳을 채워주고 붙여주는 신디의 다채로운 사운드 덕분이었다. 화성이나 멜로디 연주에 주력하기보단 불길한 음향효과처럼 슬며시 다가와 화면 밖을 가득 메워놓는데, 악마가 본격적으로 깨어나 오두막 주변 숲을 자유롭게 활강하거나 인물에게 빙의돼 다른 인물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할 때 어김없이 등장해 모골이 송연한 기분을 선사한다. 종종 이런 전자음향의 큐들과 아날로그 악기들로 이뤄진 큐들이 충돌을 일으키며 전체적인 통일감을 깨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자유로운 파격과 일탈적인 사운드들의 총합이 기괴한 조악함을 만들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후 시리즈가 거듭되며 슬랩스틱 코미디와 고딕 판타지, 레이 해리하우젠에 대한 오마주까지 끼어들고 예산이 늘어남에 따라 로두카의 스코어는 놀랄 만치 고전스러워지고 거대해졌으며 대서사시로 확장되었다. 그런 면에서 초기의 날선 음악들과 더 이상 마주칠 수 없단 사실이 조금 슬프고 아쉽다. 로두카의 첫 스코어였다는 점에서 <이블데드>의 음악은 분명 많은 약점과 단점을 갖고 있지만, 이 모든 걸 극복하고 자신만의 발칙한 사운드를 조성해 가장 무서운 호러에 기여했다는 공로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호러 영화음악은 기능적이고 장치적이다. 화면에 철저히 종속된 채 무형의 감정과 긴장 그리고 공포를 청각적으로 치환하는 동기화 작업은 반복적이고 지루하기까지 하다. 다른 어떤 장르에 비해 도식적이고 수동적인 한계에서 헤어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뻔한 공식 속에서 다양한 관용도와 공감각적인 표현을 찾아 영화가 가진 강도를 극대화시켜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이끌어내는 건 호러 영화음악만이 가진 원초적인 매력과 카타르시스다. 조셉 로두카의 <이블데드>는 그 치열한 시도와 고민, 한계와 극복을 동시에 담아낸 기록이자 뛰어난 호러 스코어의 좋은 예이다. Hail He... - End Titles Track List 1. Introduction 2. Eye Games/Charm 3. Bridge Out 4. Rape Of The Vines 5. Ascent/Inflection 6. Automatic Writing 7. Skin 8. Give Her The Ax 9. Love Never Dies 10. Kandanian Dagger/Book Burning 11. Panic 12. Not The Shower Curtain 13. Check On You 14. Pencil It In 15. Get The Lantern/Book Of The Dead 16. Dawn/Incantation 17. Shotgun 18. Games 19. The Cabin/Wounded Melody 20. Behemoth 21. Hus Lil' Baby/Pee Wee Hard 22. The Book Of Evil 23. Ash's Dream/Dancing Game/Dance Of The Dead 24. Fresh Panic/The Other Side Of Your Dream 25. The Putrified Forest/Under Her Skin 26. The Evil Begins Anew/Sunrise/Ash Attacks 27. Hand And Mouse/Love Transforms/Mirror, Mirror/Bad Fingers 28. Hail He.../End Tit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