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와 씨팍
- 감독
- 조범진
- 제작년도
- 2001
2001년쯤으로 기억된다. 당시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소개하는 국내 최대 행사장에 회사에서 제작 중인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기 위해 기본 부스로 참가하였다. 데모 영상으로 만든 3D 애니메이션 동영상만을 무한 반복하며 틀 수 있는 협소한 공간이었다. 3m×3m의 작은 공간은 콘텐츠의 인기이자 크기를 상징하는 공간이었기에 그저 소수의 관람객들만이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하지만, 앞에 대형 부스를 설치한 콘텐츠는 상황이 달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적극적으로 이벤트에 참여하며 즐거워했다. 무료로 음료를 나눠주기도 하고, 벽면에 설치된 TV를 통해 애니메이션 신작을 볼 수 있게 했고 대중은 즐거워했다. 그 주인공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엽기토끼 ‘마시마로’였다. 인터넷 스타로 혜성처럼 등장한 마시마로는 그 이전까지만 해도 흔히 사용하지 않았던 플래시라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번들프로그램으로 배포된 프로그램으로 사용하기 쉬운 이점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프로그램을 배웠으며, 이후에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도 하여 인터넷에 무료로 상영할 수 있게 한 역할을 하였다. 기존 텔레비전이나 극장에서 봤던 움직임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수많은 작품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졸라맨’, ‘우비소년’, ‘뿌까’, ‘아치와 씨팍’ 시리즈물 등이 있었다. 그렇게 플래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제작한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최고치를 달리고 있었다. 그 이후에는 연예인의 군대입대를 기피하는 것을 풍자하여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는 ‘오인용’의 <신연예인 지옥>도 등장하여, 군대를 제대한 많은 성인남성 팬들의 인기를 얻기도 하였다. 기존에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던 어린이 중심의 TV와 극장을 벗어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인기가 청소년과 성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적이 있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누구나 쉽게 배우고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과 인터넷을 통해 배급할 수 있다는 장점은 콘텐츠 제작에서 중요한 스토리와 완성도의 퀄리티를 떨어뜨렸고, 대중은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결국 인기가 시들해지는 과정에서 창작자 중심의 감독들은 무료로 상영하던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수익구조를 만들지 못하면서 애니메이션 제작을 멈추게 되었다. 이후에는 출판사의 동화책을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데 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으로 바뀌었고, 수익적인 부분에서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플래시 프로그램을 새롭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두 가지 생겼다. 첫째로 지금의 인터넷 환경은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환경이 추가되면서 영상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던 시절 멍청한 짓이라고 비웃던 사람들의 조롱은 사라지고, 유튜브는 최고의 영상 플랫폼이 되었다. 애니메이션 환경 또한 마찬가지다. TV와 극장 중심이었던 환경에서 인터넷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소비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 ‘마시마로’와 같은 인기가 인터넷을 통해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탄탄해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지만, 기존 2D와 3D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 방식으로는 예산이 수익을 따라갈 수 없기에 시도가 미미하다.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편당 1억 5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데, 명확한 수익구조가 없는 인터넷 플랫폼에서는 크나큰 모험이다. 하지만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다르다. 저렴한 예산을 통해 대중들이 순간순간 즐길 수 있는 킬러 영상 콘텐츠를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다.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웹툰의 인기가 가능한 부분 또한 다양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비용발생이 타 콘텐츠보다 저렴한 것을 봤을 때 그리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둘째,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문제점 중에 하나는 <뽀롱뽀롱 뽀로로> 이후 미취학 아동 콘텐츠를 통한 수익구조가 형성되자 대부분의 제작자는 미취학 아동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중점으로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는 부익부 빈익빈만을 양산하고 있다. 즉, <뽀롱뽀롱 뽀로로>의 시장을 빼앗아와야만 내가 만든 애니메이션이 성공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국내에서 제작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성공작이 많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제작사들이 2차 부가시장을 노리고 미취학 아동용 애니메이션만을 만드는 것을 뭐라고 탓할 수만은 없다. 그저 내가 파이를 더 많이 가져가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 해결책 중에 하나는 연령 타겟을 다양화시켜 시장을 확장시켜야 하지만, 영상 판매만으로 제작비를 회수할 수 없는 상황으로는 쉽게 청소년 또는 성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더욱 많이 제작할 필요가 있다. 저렴한 제작비와 신속한 제작을 중심으로 청소년과 성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협소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확장 시킬 수 있다.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10년 이상의 정부 지원을 중심으로 젊은 창작자들이 영입되며 경쟁력 있는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조금씩 결과물을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이 활발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매년 쏟아지는 관련 전공학생들을 흡수 할 수 있는 상황 또한 아니다. 시장만 탓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능성 있는 다양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중에 한 방법으로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이다. 현재 <놓지마 정신줄>이라는 웹툰을 원작으로 플래시 프로그램을 활용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어 TV에 방영되고 있으며, 기존 오인용 멤버 중에 한 명인 감독에 의해서 플래시 장편 애니메이션 ‘아빠 어렸을 적에‘라는 작품 또한 제작되었다. 그리고 기존에 플래시를 제작하였던 어느 감독 또한 클라우드 펀드를 통한 제작을 시도해보기도 한 것으로 안다. 기존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현재 사라진 상태이지만, 다양한 기획을 통한 시도는 사라지지 않고 진행 중에 있다. 다만, 개인으로서의 감독 홀로 아니면 소수의 인력으로 진행되었을 때는 수익구조 등으로 인해 적극적인 시도가 이루어질 수 없고, 이전의 결과만을 반복할 뿐이다. 그렇기에 캐릭터 비즈니스가 가능하거나 적극적인 스토리가 중심인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전문적으로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제작사가 함께 할 때 한국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경쟁력과 가능성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그 첫 번째 시도로 기존에 인기를 얻었던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플래시의 재발견‘이라는 상영회를 우선적으로 시도하여 대중들과 소통을 갖고자 한다. 그리고 실제 제작을 진행하여 그 수를 늘려 그 가능성을 현실의 결과물로 옮겨나가려고 한다.
2009년 12월의 어느 날. 인터뷰를 위해 구로의 어느 건물을 찾았다.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모인 곳이었는데, 분위기는 공장에 가까웠다. 전기료를 아끼려 듬성듬성 켜진 복도의 형광등, 덜컹거리는 엘리베이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곳이라고 보기에는 색감이 전혀 없었다. 그곳에서 < 오디션 >을 제작하고 연출했던 민경조 감독을 만났다. 천계영 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이 작품은 프리프로덕션에 들어갔던 1999년 이후, 10년 만에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개봉관은 남산애니메이션 센터 딱 1곳이었다. 원작만화는 발행 당시 10권의 시리즈로 각각 10만 권씩 팔아치웠던 작품이었다. 음악이란 매개와 오디션이란 무대, 그리고 짙은 상처를 지닌 10대 미소년들의 이야기는 그때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열광의 대상이었다. 장편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불러일으킨 기대는 당연히 컸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투자가 진행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당시로써는 엄청난 뮤지션들이 재활용밴드와 다른 경쟁그룹의 음악을 만드는 계획도 들렸다. 하지만 (언론 시사도 열리지 못해서 스크리너로 보았던) 애니메이션 버전의 < 오디션 >은 거창한 기대와 계획에 비해 빈약했다. 원작에 나타난 기상천외한 그룹들과의 경쟁 에피소드는 아예 삭제됐고 4명의 소년 각자가 가진 상처 또한 묘사되지 않는다. “베레 베레”라는 외계어를 쏟아내던 황보래용이나, 말없이 멋있는 척하다가도 삐끗하는 국철의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없다는 건 큰 아쉬움이었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없는 탓에 이들이 만든 음악도 뜬금없게 들린다. 원작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너무 손쉽게 만난 이들이 연습도 별로 하지 않고 최종오디션에 오르는 과정이 싱거웠다. < 오디션 >이 기획될 당시만 해도 < 마리 이야기 >나 < 원더풀 데이즈 > < 아치와 씨팍 >이 제작에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들 중 흥행한 작품은 없었다. 애니메이션 제작 붐의 막차를 탄 <오디션>에도 투자가 끊겼다. 민경조 감독은 다른 곳에서 투자를 받아내는 한편, 다른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오디션>을 제작했다. “방대하게 시작했지만, 포기할 게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콘서트 장면은 여러 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소스를 찍어서 활용하려 했지만, 역시 자금이 부족했다. 리그전의 에피소드까지 담기에도 돈과 인력이 부족했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지켜가는 선에서 완성은 했지만, 나름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그마저도 걷어내야 했다. “동냥질로 10년 동안 만든 그림을 걷어내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중도하차는 못 하겠더라고요. 어떻게든 일단 완성시키고 싶었어요. 사람들의 평가는 두 번째 문제인 거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흐르자, <오디션>은 고전이 돼버렸다. 2007년 이후 개봉을 타진했지만, 극장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결국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기다릴 수가 없어 단관개봉을 결심했던 것이다. 작품만 놓고 봤을 때, < 오디션 >은 초이스 될 수 없는 애니메이션이다. (IPTV에서 볼 수는 있다.) 다만 나에게 <오디션>은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근황을 궁금케 만드는 작품이다. 천계영의 <오디션>이 회자될 때마다, 그때 찾아간 건물의 황량함이 동시에 떠오른다. 그곳도 원래는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가득한 곳이 아니었을까? 좌절과 낙담이 반복되면서 풍부했던 작품은 살점을 잃어가고, 그들이 일하는 공간도 색감을 잃어간 건 아니었을지. <오디션>은 하나의 쓰라린 사례다. 동시에 모두가 외면했지만, 종종 되돌아봐야 하는 기억이다.
< 마당을 나온 암탉 >이란 작품 그 자체에 대해서는, 최근 개봉작인데다 또 다른 이들이 많이 논할 것이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자세히 다룰 생각은 없다. 필자는 스스로를 ‘평론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 공적인 자리에서는 운운할 생각도 없다. 그런 글은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간단하게 발표하는 정도로 하고, 이 글에서는 좀 더 다른 방향에서 <마당을 나온 암탉>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 개인적인 소회 < 마당을 나온 암탉 >의 시사회장에서 우연히 한 언론사 기자와 만났다. 벌써 10년 전에, 대한민국 만화대상의 심사위원으로 같이 반나절 내내 심사를 하면서 처음 만난 분인데 그 인연으로 간간히 취재를 당하기도(?) 하고 가끔은 내 쪽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하는 사이다. 그 분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고 어땠냐고, 꽤 괜찮지 않냐고 물어왔다. 작품을 보면서 상당히 만족하고 있던 나는, 조금 과장해서 지난 10년간 본 국산 극장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가장 만족스럽게 본 것 같다고 답했다. 작품을 본 직후였기에, 특별히 어떤 이유를 찾기 보다는 그냥 바로 떠오른 답이 그것이었다. 그런데 그 코멘트가 기사화되었다. “근 10년 동안 발표된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 중에도 최고”라고 평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약간 설명을 덧붙여야 할 것 같아, 이 기회를 빌어 글을 써본다. 1967년 < 홍길동 > 이후 한국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는 벌써 44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아직 작품수가 적겠지만, 사실은 한국만큼 오랜 기간 많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 나라도 달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반면에 1980년대까지의 고전적 작품들 이후 한동안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개봉이 멈춘 적도 있었다. 1994년 < 슈퍼 차일드 >와 < 블루 시걸 >의 개봉으로 다시금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개봉이 시작된 시점에는, <블루 시걸> < 붉은매 > < 헝그리 베스트 5 > < 아마게돈 > 등 기존의 ‘어린이용’이라기보다는 ‘청소년용’(<블루시걸>은 성인용이었지만)에 가까운 작품이 이어진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2011년 현재까지 17년간 여러 작품이 개봉되었다. ■ 미션 임파서블 하지만 90년대 PC통신, 2000년대 블로그나 트위터 등 인터넷에서 모이는 ‘애니메이션 마니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TV애니메이션 중에서는, 대중성에서는 물론 매니아들에게도 평가가 나쁘지 않은 작품이 있었다. 당장 필자만 해도 작년에 이 자리에 썼던 < 달려라 하니 >(1988)와 같은 작품은 매우 재미있게 보았다. 최근에도 마니아들이 개별적으로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작품은 그래도 꽤 존재한다. 그에 반해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애니메이션 팬들의 평가가 전반적으로 높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TV를 틀기만 하면 무료로 방영되는 TV애니메이션’과 달리,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어 극장까지 달려가서 티켓을 구입하여 보아야 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당연히 그에 따르는 ‘기대치’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의 경우 최근에는 아무 극장에서나 다 개봉하는 것도 아니고, 소위 ‘퐁당퐁당 상영’으로 상영시간에 맞추기도 쉽지 않다.) 웬만큼 잘 만들었더라도, 연출이나 캐릭터, 혹은 성우 연기 등의 몇몇 부분에서 미숙한 점이 보이면 바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조건인 것이 바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세계다. 그런 상황에서는 그림도 최신 외국 애니메이션 못지 않게 잘 그려야하고, 카메라워크나 액션 연출도 제대로 해야 하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개발하고 성우 연기에도 신경써야 하며 동시에 흥행성 있는 내용과 매니아들의 기대치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몇십 년간 수십 작품 꾸준히 개봉한 실적을 가진 감독이나 제작사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적 현실에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만이, 해외 작품을 통해 눈이 높아진 애니메이션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 점들은 아무래도 꾸준히 수십 년간의 제작 실적과 경험을 가져야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인데,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실패함으로써 다음 작품을 연이어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는 이유로 실적과 경험을 쌓기 곤란해진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 일종의 ‘불가능 미션(Mission: Impossible)’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 취향의 세계 하지만 그래도, 일부 몇몇 작품에 대해서는 호평을 해주는 팬이 생긴 작품들도 있었다. 필자만 해도 < 아치와 씨팍 >(2006)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평가를 해왔다. 물론 그런 호평을 받는 작품에도 약점은 존재한다.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맘에 드느냐, 아니면 약점들 탓에 맘에 안든다고 말하게 되느냐는 결국 취향의 차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필자의 경우엔 <아치와 씨팍>이 취향에 맞았던 것이고, 또한 올해 초 이 자리에 소개했던 < 마법천자문 -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 >의 경우에도, 몇몇 단점도 보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호평을 내리고 싶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겐 다른 몇몇 작품들이 취향에 맞았던 것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 마당을 나온 암탉 >에 대한 필자의 호평도, 단순히 필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이었다고 해버리면 그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 마법천자문 >과 < 소중한 날의 꿈 >을 볼 때에도 몇몇 아쉬운 점은 있었으나 그래도 전체적으로 한국의 극장 애니메이션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던 필자로서는 이번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하나의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서와 같이 약간의 과장을 섞어, 오랜만에 만난 기자에게 감상을 말했던 것이다. 개봉 후 지금까지 『마당을 나온 암탉』에 대해서 나온 기사나 감상을 보면 여전히 몇몇 분들에겐 불만스러운 점이 존재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것은 일정 부분 그들의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감상일 수도 있다. (필자도 한 명의 관객 입장에서 지금까지 그런 식의 비판을 해왔으니 그런 식의 감상을 반대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렇다면 과연 이 작품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취향’을 만족시켰는가?”라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 < 마당을 나온 암탉 >에 대한 초기 반응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11년 7월 27일, 개봉 첫 날에만 관객수가 이미 51207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28일까지의 2일간 기록이 벌써 10만 6207명이다. 아직 개봉 첫 주말도 지나지 않았으니, 이번 주가 지나면 이보다 훨씬 높은 수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올해 개봉된 장편 애니메이션 < 소중한 날의 꿈 >은 7월 27일 기준으로 44088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나온다. < 마당을 나온 암탉 >은 이미 하루 기록만으로 『소중한 날의 꿈』의 관객수를 돌파한 것이며, 2010년도에 개봉된 『 마법천자문 -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 』의 관객수인 12만 2021명을 넘길 것도 확실시된다. 오리지널 첫 개봉 작품으로서는 국산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기록을 갖고 있는 < 천년여우 여우비 >(2007년)의 47만 1412명도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재개봉작으로서 현재까지 한국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대의 관객동원수를 기록한 < 로보트 태권V 디지털복원판 >(2007년)의 66만 2344명 기록마저 넘을 수 있을지, 이어질 흥행의 추이에 계속해서 주목하고 싶다. (이 글이 「애니DB」 사이트에 업데이트될 시점에는 이미 그 결과가 나와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이 올라오면 필자의 블로그에 그 결과를 써보려고 생각한다.) 아무튼 길게 적었지만,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을 단 한 가지로 압축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극장에 가서 각자 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물론 각각의 개별적인 취향에는 안 맞는 작품일 수도 있겠으나, 한국 애니메이션이 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쳐 2010년대에 다다른 지점을 확인하는 의미에서라도. 또한 < 마당을 나온 암탉 >은 기본적으로 가족용 작품(반드시 아동용 작품은 아니라고 느꼈다)이었으니, 오랜만에 가족을 데리고 함께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글:선정우 (출판기획사 코믹팝 대표, 만화&애니메이션 아카이브 사이트 [미르기닷컴] 운영) http://miru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