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기자가 말하는 최희진 선고 공판 현장
- 제작년도
- 2010
요즘은 대부분의 콘텐츠가 디지털로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다. 책은 물론이고 만화와 음악, 그리고 영화까지. 이렇게 세상의 모든 콘텐츠는 이미 디지털로 변해있고 소비되고 있지만, 아직도 몇몇 사람들의 생각은 아날로그적 제작방식의 생각에 머무르고 고집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DRM 1) 서비스를 들 수 있겠다. 디지털의 속성 중 하나가 원본의 내용과 동일하게 ‘복제’할 수 있는 기능인데 이 기능을 무시하고 차단하려다 보니 사용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게 되고, 결국 디지털 콘텐츠의 복제를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음악과 영화에서 DRM 서비스는 점진적으로 그 힘을 잃어가게 될 것이다. 이것은 디지털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아직도 디지털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날로그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지배해오던 사람들의 저항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같이 디지털로 변화를 거부하는 아날로그 시대 지배자들의 저항은 앞으로도 수도 없이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이미 세상은 변했고 누구도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변화는 기존 질서에 순응하려는 세력에게는 위기이고 새로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사람들에게는 기회이다. 그렇다면 이 변화된 세상에 빨리 적응해야 할 것 아닌가. 자, 그러면 독립영화와 단편영화는 어떻게 디지털을 이용해야 할 것인가? 디지털과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보고 싶은 영화를 찾고 선택하는 방법이 점점 변하고 있다. 영화와 관객의 접점이 달라지고 있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유행하기 전, 일간지 지면 아래 광고란은 영화의 개봉을 알리던 유일한 공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후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포털서비스의 배너 광고는 개봉되는 영화의 정보를 얻는 주된 공간이었다. 현재도 일부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여전히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엄청난 비용대비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개봉영화 홍보는 페이스북, 트위터로 대변되는 SNS와 블로그에서의 입소문을 장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신문광고에서 인터넷 배너 광고로, 그리고 SNS와 블로그를 통한 입소문으로, 점점 광고비용을 덜 들이고서도 개봉영화를 알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럼 앞으로는? 이런 상상을 해보자. 나는 IPTV에서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 검색을 한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리스트가 보이고 감독이 아닌 제작자로 참여했던 < 미쓰 홍당무 >라는 작품도 함께 보인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한 작품이라니 관심이 간다. 어떤 작품인지 궁금해서 작품 정보를 좀 더 보기 위해 찾아보니 작품의 감독 이름이 '' 이경미 ''라고 나온다. 이경미 감독의 작품 리스트가 옆에 보이고, 그중에는 감독이 학생 시절에 만든 < 잘돼가? 무엇이든 >이라는 단편 영화가 보인다. 어렴풋이 예전에 영화제에서 재미있게 보았던 작품이라는 기억이 떠올라 작품 정보를 더 찾아보니 주연배우인 최희진 , 서영주 가 나온다. 서영주 배우와 연관된 작품으로 최근 개봉한 < 나나나: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에 감독이자 주연이라는 정보가 보이고, 작품 상영정보가 보인다. 배우 서영주와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생긴 나는 이번 주말에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예매를 한다. 작품을 보고 난 후 꽤 만족스러워서 내 블로그에 작품에 대한 리뷰를 남기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내 친구들에게 블로그의 글을 알린다. 내 친구들 중 몇몇은 나의 리뷰를 보고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관람 했다고 한다. 실제 이야기는 아니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현재도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전히 마케팅 비용에 어느 정도 비례해서 흥행이 되는 경향이 있겠지만, 앞으로는 점점 마케팅 비용과 흥행은 무관해지리라고 예상해 본다. 문제는 작품의 퀄리티이고 잘 만들어진 작품은 충분히 인터넷을 통해서, 사람들의 입과 글을 통해서 퍼져 나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영화의 경우는 아니지만 요즘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어떻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터넷을 통한 뮤직비디오의 공개와 SNS를 통한 확산에 있다. (<강남스타일>의 확산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보려면 다음 링크를 참조 - http://blog.muzalive.com/284 ) 비록 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단편영화를 제작해서 유튜브에 공개하고 사람들의 입소문 덕분으로 장편영화의 제작비용을 마련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참조글: ''소통과 주목 두번째 이야기'' - http://www.kmdb.or.kr/indie/board/column_list.asp?seq=21&GotoPage=3 ) 위와 같은 상상이 더욱 빈번하게 벌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잘 구축된 영화 정보에 대한 웹 아카이빙 2) 시스템이다. 여기서 이야기한 ‘잘 구축된’에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세 단어로 줄여서 이야기하자면 검색, 분류, 추천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검색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영화 정보 서비스에서는 잘 구축되어있다고 생각하고, 문제는 분류와 추천 시스템 구축에 있다. 위의 경우에는 박찬욱 감독에서 < 나나나: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로 연결되기까지 “박찬욱- 미쓰 홍당무 - 이경미 - 잘돼가? 무엇이든 - 서영주 -나나나: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이렇게 총 6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개인화 된 추천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있고 정교화된다면 2-3단계 만으로도 충분히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웹 아카이빙에서 필수 요소인 분류와 추천 시스템이 독립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태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상업영화와 경쟁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하고 그 대안 중 하나가 디지털과 인터넷의 활용이라고 생각한다. 홍보와 광고에 큰 비용을 들일 수 없는 독립영화의 경우 포털 등의 배너광고를 통해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직접적인 선택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2-3단계를 거친 후 추천 방식을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예에서 보는 것 처럼 인터넷 서비스의 강점 중 하나가 오프라인에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롱테일 효과’ 아니던가. 물론 독립영화에서도 대박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꾸준히 관객에게 선택되어서 소비될 수 있는 장수 작품을 만드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독립영화 제작은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 선택은 여러분에게 달려있다. 몸은 이미 디지털로 변해있지만, 머리는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괴물이 될것인가, 아니면 몸과 머리 모두 디지털화 되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여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1) DRM 출판자 또는 저작권자가 그들이 배포한 디지털 자료나 하드웨어의 사용을 제어하고 이를 의도한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기술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는 종종 복사방지, 기술 보호 장치와 혼동하기도 한다. 앞의 두 용어는 디지털 권한 관리 설계의 일부로, 이런 기술이 설치된 전자장치 상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사용을 제어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지칭한다.(출처: 위키피디아) 2)아카이브 기록 보관소, 기록물 보관소, 기록보존소, 공문서관은 역사적 기록물을 모아둔 곳을 가리키며, 이와 같은 뜻인 아카이브(archive)는 역사적 기록물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기록 보관소는 개인이나 단체가 생존하고 있던 기간 동안 쌓아 온 1차적인 자료물을 보관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날이 밝기 전의 어두운 새벽.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가 진주 남강휴게소에서 멈춰선다. 그리고 고속도로 위에서 갑자기 후진을 한다. 위험천만해 보이는 장면 위에 '101일째 되는 날'이라는 자막이 뜬다. 그리고 빛이라고는 모니터 화면 밖에 없는 공간처럼 푸르른 빛이 퍼지는 공간에서 인물들이 배회한다. 영화는 이렇게 위태로워 보이는 사람들이 남강 휴게소로 모여들면서 시작된다. 가출한 동생을 찾으러 온 경. 컴퓨터 하나 들고 방랑하는 직장잃은 만화가 창. 떠날 계획을 세우고 휴게소에서 일하는 온아와 사진을 찍어대는 취재기자 김박. 이들은 정착하지 못하고 외롭게 부유하는 단독자들이다. 그들은 주변과 관련없이 스스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대화하지 않지만 컴퓨터와 카메라, 메신저 등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휴게소는 일상의 공간이 아니다. 잠시 쉬었다가 떠나가는 곳이다. 사이버 공간 역시 잠시 로그인했다 로그아웃하는 공간이다. 로그인하지 않으면 존재를 증명할 수도 찾을 수 없다. 그들의 존재는 현실 세계보다 디지털 세계에서 더욱 확연해진다. 경은 동생 후경의 문자를 통해 그녀가 남해 부근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동생의 아이디를 통해 행방을 쫓는다. 동생이 발견된 경남 지방은 돌아가신지 100일이 지난 어머니의 고향이며 흔적이다. 여배우였지만 말년엔 불우한 삶을 살았던 경의 어머니. 경은 동생을 찾으러 왔지만,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을 환기한다. 동생을 찾고 있는 경의 여정 위에 경과 후경 그리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그림자가 겹쳐진다. 각기 다르지만 미묘하게 겹쳐지는 세 여성. 엇갈리듯 겹쳐지는 그들의 관계. 서로 엇갈리는 경과 후경의 이야기는 어떤 것이 진실일까? < 경 >은 이렇게 여러 얼개로 언니와 동생의 경험과 이야기가 포개지며 빗겨나가는 구성을 통해 여성의 경험과 상처 그리고 모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한다. 그러나 그것은 영화 전체적인 줄기의 한 부분이다. Viewfinder라는 영어제목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컴퓨터 윈도우 화면과 카메라 뷰파인더 등을 통해 일상을 영위한다. 그것은 존재하지만 새벽 안개처럼 잡히지 않은 가상의 공간이다. 인물들은 마치 유령처럼 주위를 맴돌다가 언젠가 휴게소를 떠날 것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로그아웃하는 것이다. 취재기자의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창은 로그아웃하듯 사라진다. 창은 디지털 메신저를 자처하며 경에게 후경의 행방을 알려주고, 함께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대화가 아니다. 댓글 놀이를 하듯 서로 다른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자신의 존재만을 계속 확인할 뿐이다. 경과 창보다 젊은 세대인 온아와 후경은 몽상가들처럼 보이지만, 좀더 구체적이며 현실적이다. 이들이 현실 세계에서 더욱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다. 꿈을 갖고 휴게소에서 일하던 온아는 먼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기록한다. 언니 때문에 갑작스럽게 남자친구를 잃어버린 후경은 온아의 자리에 돌아와 새롭게 휴게소 일을 시작한다. 그들은 사라지거나 로그아웃하지 않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 영화평론가 출신인 김정 감독은 어머니와 동생을 찾는 여정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경의 모습과 디지털 세계에서 부유하면서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현실과 가상 공간을 중첩시키는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는 단조롭지만,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새로운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하게 느낄 필요는 없다.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과 뒷모습, 자동차의 움직임을 따라다가 보면 흔들리는 인물들의 내면을 불현듯 만날 수 있다. 독립영화에서 이름을 알린 양은용, 최희진 등 배우들의 모습도 더없이 반갑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