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팬더
- 감독
- 마크 오스본, 존 스티븐슨
- 제작년도
- 2008
- 출연
- 잭 블랙, 더스틴 호프만, 안젤리나 졸리, 이안 맥세인, 성룡, 세스 로건, 루시 리우, 데이비드 크로스, 랜달 덕 김, 제임스 홍, 마이클 클라크 던칸, 댄 포글러
오늘날 영화관의 주류 모델이 된 기업형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할 영화를 선정하고 스크린과 상영 시간을 배치하는 일은 과거의 영화관들이 했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이 된 듯하다. 지금 멀티플렉스의 프로그램 담당자는 한두 개의 스크린을 운영하며 관객에게 소개할 만하거나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선정하는 (낭만적인) 일을 한다기보다, 서로 다른 좌석수를 가진 여러 개의 스크린에 큰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는 영화들을 배치하고 실제 수익률에 따라 영화의 스크린 수와 좌석 수, 상영 시간대와 연장 상영 여부 등을 조절하는 일을 한다. 어쩌면 이런 일은 투자신탁회사의 펀드매니저의 업무와 비슷하다. 펀드매니저가 하는 일을 설명하자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펀드매니저는 고객이 위탁한 자산을 성공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일을 한다. 기업형 멀티플렉스의 프로그램 담당자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수익을 낼만 한 영화를 골라서 스크린과 상영 시간을 배치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펀드매니저가 성공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골라내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펀드매니저들은 나름대로 기업과 시장을 보는 안목을 갖추고 미래를 예측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판단이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다. 기업형 멀티플렉스의 프로그램 담당자도 마찬가지다. 선택하는 영화가 항상 관객의 관심을 얻는 것도 아니고 구매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위험 요소를 피하면서 투자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마코위츠는 이 질문에 해답을 내놓았다. 마코위츠가 내놓은 해답은 자산을 분산투자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들게 되면 분산투자 전보다 위험을 감수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흔히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로 설명되는 분산투자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오늘날 펀드매니저들은 고객이 위탁한 자산을 한두 기업의 주식에 몰아서 투자하기보다 서로 다른 종류의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며, 주식 외에도 채권이나 다양한 금융상품 등에 분산투자한다. 기업형 멀티플렉스의 프로그램 담당자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이기에 여러 영화를 상영한다기보다, 스크린의 좌석 수나 상영 시간의 선호도에 따라 영화들을 분산 배치하면서 최대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가 분산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분산투자는 위험을 회피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지만 기대만큼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 유명한 투자가인 워렌 버핏은 분산투자가 효율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분산투자는 안전할지는 모르지만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워렌 버핏은 달걀로 닭을 키우려면 가능성 있는 몇 개의 달걀에 집중적으로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워렌 버핏은 집중투자로 큰 수익을 올렸고 그 결과 높은 평판의 투자가가 될 수 있었다. 영화는 뉴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사양 산업으로 대우받는다. 따라서 영화 상영업자에게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분기별로 수익률을 평가받아야 하는 상장기업이라면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확보를 위해 수익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을 회피하는 것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 기업형 멀티플렉스의 프로그램 담당자가 분산투자 방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집중투자 방식으로 영화를 선정하고 배치하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큰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2006년 영화 < 괴물 > 이후 10년간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점이 문제시되었지만 여전히 지속되는 이유는 기업형 멀티플렉스의 영화 선정과 배치 방식이 분산투자가 아니라 집중투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만고만한 여러 편의 영화를 상영하기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높은 수익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영화의 흥행 여부가 단기적으로 결정되며 상영시장에는 매주 새로운 영화들이 공급된다는 특성도 단기적 집중투자를 선택하는 주요한 배경이 되었다. 이번 주에 집중 투자한 영화가 실패하더라도 곧 개봉할 다음 영화로 투자 대상을 바꾸면 된다. 다음 영화가 성공한다면 지금의 실패는 곧바로 만회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영화보다 이미 성공한 영화에 보다 집중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을 가져온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중요한 성과였다. 매년 1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성공한 영화에 더욱 ‘몰빵’하는 전략의 결과다. 매년 성장한 박스오피스 통계는 이런 집중투자 전략이 꽤나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집중투자가 짧은 시기에 반복적으로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위협이다. 분기별로 최소한 서너 편 이상의 성공작이 나와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시장이 받는 충격은 엄청나다. 하지만 집중투자라는 성공 방식의 레일에 올랐고 이미 가속도가 붙은 이상 여기서 내려서는 것은 쉽지 않다. 단기적으로 실패한다고 해도 갑자기 레일에서 내려설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흥행 성공작을 ‘인위적으로라도’ 만들어야 한다. 2016년 초 CGV가 아이맥스에 < 쿵푸팬더 3 >를 예매한 관객에게 ‘극장 사정’으로 인해 상영이 어렵다며 취소를 종용하고 곧 같은 시간에 < 검사외전 >을 배치해 상영하는 무리수를 둔 것은, 보다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영화에 더욱 ‘몰빵’해야 하는 상황에 이미 내몰렸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상영영화를 교체하는 소동을 일으킨 CGV는, 2015년 4분기 관객이 2014년에 비해 줄었고 이에 따라 티켓매출과 매점매출도 모두 하락했다. 2016년 1분기에 이를 만회하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2016년 1월 관객 수는 전년 대비 25%나 감소했다. 설 연휴가 있는 2월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감소한 수익을 만회해야 했다. 계열사인 CJ E&M이 배급하는 작품이며 같은 시기 흥행 2위 작품이었던 < 쿵푸팬더 3 >의 상영 스크린까지 빼서 1위 작품인 < 검사외전 >에 ‘몰빵’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이런 것이었다. 스크린을 ‘몰빵’한 <검사외전>의 최다 스크린 수는 1,812개였다. 이는 2015년에 각각 1천3백여만 명과 1천2백여만 명을 동원한 < 베테랑 >(1,115개)과 < 암살 >(1,519개)의 최다 스크린 수보다 많았고, 경쟁 영화 없이 독점 상영된 <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의 최다 스크린 수 1,843개에 필적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하지만 <검사외전>의 최종 관객수는 9백7십여만 명으로 1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2016년 상반기 기대작들의 반복적인 흥행 실패와 전년 대비 감소한 관객 수와 매출액은 스크린 독점현상을 보다 가속화시키고 있다(2016년 1월~4월까지 누적 관객 수와 매출액은 전년 대비 6% 가량 감소했다). 흥행 영화의 가뭄 속에서 큰 기대를 받았던 <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은 1,708개 스크린에서 독점 상영되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이 실패는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의 기록적인 스크린 독점(최다 1,990개)으로 이어졌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흥행이 잠잠해지자 스크린들은 곧바로 < 곡성 >으로 몰려갔다. 1,122개 스크린에서 개봉된 <곡성>의 스크린은 1,481개까지 늘어났다. 스크린 독점 현상이 단기간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의 저조한 흥행실적은 하반기에 보다 큰 성공으로 만회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며, 흥행 성공 영화에 대한 스크린 ‘몰빵’은 보다 거대해질 것이다. CGV, 롯데, 중앙일보(메가박스) 3개 대기업이 수요독점하고 있는 현재의 상영시장의 환경은 인위적으로 시장 독점 상황을 만들어내는 든든한 배경이다. 사실상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CGV 혼자의 힘으로도 특정 영화의 시장 독점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 2016년 여름, 우리는 스크린 독점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목도하게 될 것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집중투자 전략을 쓰는 것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집중투자 방식이 항상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망각해선 곤란하다. 반복적인 집중투자는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다. 기업형 멀티플렉스가 한 편의 영화에 단기적으로 ‘몰빵’하는 사이, 영화흥행은 위험한 폭탄 돌리기로 바뀌어가고 있다. 흥행작이 2분기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전략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영화는 선호의 사이클이 짧은 상품의 성격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문화이며 예술 작품이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건강한 문화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요하다.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취향의 소비자가 존재할 때,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유통되며 시장이 안정적이고도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영화시장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부 영화(예를 들어 < 명량 >)가 자연스럽게 독점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특정 사업자가 인위적인 독점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독점과 다르다. 독점사업자가 인위적으로 특정 영화의 독점을 조장하며, 배급사 간의 경쟁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영화들을 지나치게 차별 편성하는 것은 시장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업자들은 한 영화에 집중하는 도박 같은 상영전략 외에 다른 전략을 만들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현재와 미래의 건강한 시장을 위해 독점에 대한 규제 방안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마땅하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때는 < 무림토끼 >란 제목으로 소개됐다. 원제는 <토협전기 兎俠傳奇>. 중국이 만든 첫 3D애니메이션이고, 3년 동안 150억 원의 제작비를 들였다. 제작진은 제목을 ‘쿵푸토끼’로 짓고 싶었겠지만, 왠지 자존심이 상해 다른 제목을 떠올렸을 거라 생각했다. 무술을 하는 토끼라는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레전드 오브 래빗>은 < 쿵푸팬더 >를 본 중국인들의 화답이다. 주인공인 ‘투’는 호떡을 잘 만드는 요리사다. 무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적어도 그가 호떡을 만드는 기술은 이미 쿵푸의 경지에 올라있다. 어느 날, 전국의 무림 지존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원숭이 대사부가 한때 제자였던 판다 슬래시에게 배신을 당한다. 간신히 붙은 목숨으로 도망쳐 나온 대사부는 우연히 투를 만나고, 그에게 자신이 가진 신공의 기운을 전해준다. 그리고는 어릴 적 자신의 품을 떠난 딸 피오나를 찾아달라고 말한다. 도심으로 향한 투는 우연히 슬래시의 도장에서 일하게 되고, 피오니란 이름의 쿵푸 고수를 만난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슬래시의 야욕을 막으려 노력하고, 투는 점점 자신 안에 내재된 쿵푸의 기운을 감지하기 시작한다. 중국의 애니메이터들은 < 쿵푸팬더 >에 얼마나 약이 올랐을까. <쿵푸팬더>는 아시아 문화마저 완벽에 가깝게 모사하는 할리우드의 흡수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호권, 사권, 학권등 실제 동물들이 재현하는 쿵푸 동작부터 시푸가 포의 식탐을 이용해 훈련을 시키는 시퀀스까지, 중국이 만들었고 전 세계가 즐겼던 쿵푸영화의 잔재미들을 모조리 포함시켰다. 자국의 상징인 동물을 데려다, 역시 자국의 국기인 쿵푸를 소재로 삼은 할리우드에 대한 중국의 미움은 판다를 아예 악역으로 설정한 부분에서 나타난다. < 레전드 오브 래빗 > 속의 판다는 <쿵푸 팬더>의 판다보다 훨씬 큰 덩치에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다. 당연히 게으른 캐릭터가 아닌 그가 귀여워 보일 리도 없다. 심지어 이런 말도 듣는다. “눈에 마스카라만 칠하면 다 쿵푸팬더냐?”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리뷰 룸에서 이 영화를 보다가 마음 한 구석이 짠해졌다. 형형색색의 미감으로 담은 배경과 현란한 액션, 무엇보다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는 < 쿵푸팬더 >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의 감흥은 <쿵푸팬더>에 미치지 못한다. 분명 <쿵푸팬더>를 먼저 보고 자란 아이들은 안타깝게도 < 레전드 오브 래빗 >을 <쿵푸팬더>의 아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중국이 ‘짝퉁의 왕국’이라고 해도 제작진이 그걸 몰랐을까? 할리우드가 쿵푸영화의 관습을 연구해 창조한 결과물을 역수입할 때, 그들의 자존심은 더 상처받을 게 분명하다. <레전드 오브 래빗>은 어쩔 수 없는 딜레마에 관한 애니메이션이다. <쿵푸팬더>의 아류를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쿵푸팬더>를 능가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데, 결국에는 다시 중국이 무협의 지존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 그래서 결국 자신들이 그토록 사랑했던 동물을 저주해야 하는 딜레마라니.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산업을 통틀어서 볼 때도 흔치않은 사례 일 거다.
2012년 겨울방학에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할리우드 대작 < 장화신은 고양이 >가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선사했다면 2011년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던 < 파리의 고양이 >는 2D 애니메이션의 예술적인 완성도와 대중적인 재미를 통해 관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다. 제목을 통해 추축해 볼 수 있듯이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는 프랑스 작품으로 파리를 주 무대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파리의 고양이 스토리 자체는 그렇게 대단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상당히 완성도 높고 깔끔하게 만들어진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다. 그 중에 몇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시작과 함께 선한 도둑으로 등장하는 니코가 두 명의 경비원을 농락하며 원하는 보물을 훔치기 위해 이동하면서 보여준 캐릭터의 움직임을 재미있게 풀어나갔다. 애니메이션적인 움직임에 충실하면서도 체조선수와 같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3D보다는 2D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적인 움직임이었다. 이러한 캐릭터의 움직임은 시각적인 즐거움뿐만이 아닌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을 주면서 니코라는 도둑 캐릭터의 신비한 매력을 느껴볼 수 있었다. 도둑이지만 왠지 악당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장치로 설명할 수도 있을 듯 하다. 또한 일러스트적인 아트웍은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예술로서 존중받는 프랑스 작품이라 그런지 미술적인 아트웍의 완성도가 높았다. 공동감독 중에 한명인 장-루브 펠리시올리(Jean-Loup Felicioli)가 2003년 제작에 참여하였던 < 개구리의 예언 >이라는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미술을 담당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추축을 해본다. 마치 동화책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고, 나름대로의 전형적인 패턴을 갖고 있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성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프랑스 애니메이션에 익숙하지 않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다른 느낌으로 낯설어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 본다. 그리고 < 파리의 고양이 >에서 뛰어났던 것 중에 하나는 70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의 장편 애니메이션이지만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이끌었던 음악의 완성도가 높았다. 음악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여 구체적인 설명은 쉽지 않지만, 이야기의 전개 안에서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치로서의 음악의 완성도가 높았다. 관객을 철저하게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정말 재미있게 봤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평소에 할리우드 메이저 작품만 봐왔던 관객이라면 새로운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독은 스토리 안에서 대비되는 설정을 통해 긴장감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였다. 선한도둑과 악랄한 갱단을 대비시켜 선악구조를 명확히 하여 악당과의 대립을 통해 관객들이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하였고, 악당 중에서도 같은 편끼리의 캐릭터성도 충돌하게 설정하였다. 갱단 두목의 악랄함에 비해서 부하들은 영리하지 못하고 어딘가 어수룩한 모습의 캐릭터로 설정한 것이다. 한 예로 갱단 두목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부하들에게 명령을 하지만, 부하들은 이를 실행하기 보다는 문제해결을 방해하는 존재로 보이면서 웃음을 주는 장치를 마련하였다. 그 외에도 담벼락 위에 있는 고양이 디노가 부러운지 아니면 낯선 존재를 발견한 자신을 알아달라고 열심히 짖는 강아지를 보여줌으로써 웃음과 함께 영리한 고양이의 모습과 조금은 모자란 듯한 개를 대비시켰다. < 파리의 고양이 >는 국내에서 아직까지 정식 개봉한 작품이 아니다. 올해 4월에 개봉한다는 기사를 확인한 바 있어 조만간 일반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국내 개봉명은 <파리의 도둑고양이>이다. 개인적으로는 좀더 많은 관객들이 본 애니메이션을 접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분야이던지 다양한 작품이 관객들과 만날 때 어떤 방식으로든지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편식이 너무 심한 국내 관객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소식으로는 2012년 미국에서 개최되는 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 부분에 정식으로 노미네이트 되었다. 경쟁작으로는 장화신은 고양이, 랭고, 쿵푸팬더 2와 치코와 리타가 있는데 어떤 결과를 이룰지 예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치코와 리타 또는 파리의 고양이가 수상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고양이가 꼭 장화를 신지 않아도 재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