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4
- 감독
- 조시 쿨리
- 제작년도
- 2019
- 출연
- 톰 행크스, 팀 알렌, 애니 파츠, 토니 핼, 조안 쿠삭, 키아누 리브스, 마이클 키튼, 보니 헌트, 키건 마이클 키
※ 본 게재글은 17-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 프로그램 '2021 청소년을 위한 영화 글쓰기 키트'의 최종 선정작입니다. 디즈니와 픽사 스튜디오는 < 인사이드 아웃 >에서 이미 한차례 우리의 머릿속 세상을 비춘 바 있다. < 주먹왕 랄프 >를 통해 게임 속 세상은 물론 <토이 스토리> 시리즈로 우리가 알 수 없는 장난감들의 세계를 엿보는 기회까지 제공해온 그들의 시선은 이번에는 생전 세계를 향했다. 뉴욕 거리에서 맨홀을 타고 한순간 우주로 떨어진 주인공, `조`의 여정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고도 비슷한 세계로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영화는 한 중학교의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밴드부 교실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조`는 "음악은 내 운명"을 외치지만, 현실은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해할 마음도 없는 학생들을 데리고 애를 쓰는 음악 교사다. 그런 조에게 어느 날 유명한 뮤지션 도로테아 윌리엄스의 밴드에 합류하게 되는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꿈에 다가선 그 날, 누구 보다 살아있다고 느낀 바로 그날, 조의 삶은 막을 내린다. 한순간에 떨어진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조는 영혼 `22`를 만난다. 22는 몇 천억 번째 영혼이 태어나는 지금까지도 지구로 가기를 거부하고 있는 영혼이다. 열정 가득한 조와 냉소로 똘똘 뭉친 22. 영혼들이 지구로 가는 데 필요한 `지구 통행증`의 마지막 조건, `불꽃`을 찾아야 지구로 갈 수 있지만 22는 모든 것에 심드렁하기만 하다. 그렇게 살고 싶어 하는 영혼과 살고 싶지 않은 영혼의 동행은 시작된다. 누구도 상상해본 적 없는 세상 `태어나기 전 세상`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보다는 묘하게 단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심오하다. 해맑게 굴러다니고, 깔깔거리며 장난을 치는 어린 영혼들은 지구에서와는 달리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다. 그들은 경계 없는 흐릿한 형태를 가졌다.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은 맑고 깨끗한 영혼들이기 때문에, 무지개를 닮은 은은한 색으로 스스로 빛을 낸다. 반대로, 관리자인 제리와 테리는 오직 경계로만 존재한다. 그들이 표정을 짓고, 몸의 방향을 틀어도 경계를 짓는 선은 단지 구부러지면서 모양을 바꿀 뿐이다. 길을 잃은 영혼들이 모이는 영적 세계도 흥미롭다. 어두운 색의 반짝이는 모래로 뒤덮여 있는 세계에서 배는 모래 위를 항해하면서 영혼들을 구제한다. 지금까지 사후 세계를 그린 영화는 꽤 있었다. 웹툰 원작의 <신과 함께> 시리즈, 그리고 제작진의 전작인 < 코코 >. 하지만 < 소울 >은 그보다 훨씬 전,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사후 세계도 탄생하기 전의 생전 세계를 그려낸다. 영화는 스크린을 빛으로 가득 채우고 107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인간의 상상력 너머의 세계로 초대한다.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주인공 조는 디즈니 픽사 영화의 최초의 흑인 주인공이다. 영화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그의 현대 뉴욕에서의 삶을 그린다. 감독 켐프 파워스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구성된 픽사 문화 자문 위원회는 영화 제작 내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조라는 캐릭터의 깊이 있는 설정은 물론 그가 속해있는 사회까지 사실적으로 스크린에 담아냈다. <소울>에 담긴 다양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조가 `머나먼 저세상`에서 허둥지둥 도망치다 부딪힌 한 영혼은 "내 바지 어디 갔어!"라고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외친다. 22의 아지트 벽에 가득 붙어있는 멘토들의 이름표는 중국어, 아랍어, 힌디어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언어로 적혀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스크린에 담기 위한, 디즈니 픽사의 더 큰 세상을 위한 발걸음은 <소울>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다. 그들이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 디즈니 픽사의 영화의 주인공들은 사실 아주 흔한 존재들이다. 제작진의 전작 <업>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부인을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 <코코>에서는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는 딸,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사춘기에 접어든 10대 소녀가 주인공이다. 그들의 영화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을 빌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무거운 질문의 답을 풀어낸다. <소울>은 깊은 영화다. 존재의 시작과 삶의 목적에 대한 답이 없는 질문을 탐구하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엄청난 진리를 이해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삶 속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영혼들이 지구에서의 삶을 시작하기 위해 찾아야 하는 `불꽃`은 사실 별거 아니다. 그저 `살 준비`가 되었다는 증표일 뿐이다. 조가 그의 인생 최고의 공연을 끝마친 뒤 자신이 상상했던 기분과 조금 다르다고 말하자, 도로테아 윌리엄스는 대답 대신 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젊은 물고기가 나이 든 물고기에게 헤엄쳐가 물었지. 바다라고 하는 걸 찾는데요.” 나이 든 물고기의 대답은, “여기가 바다야” 라는 한 마디. 젊은 물고기는 그 말을 믿지 못한다. 조는 인생 내내 자신의 ‘불꽃’은 음악이고, 그게 자신이 태어난 이유이자 삶에서 이뤄야 할 유일한 목표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뤄낸 후의 알 수 없는 감정은 뭘까. 그 순간 조의 깨달음은, 화려한 공연장 대신 단풍나무 씨앗과 먹다 남은 베이글, 막대사탕처럼 아주 일상적인 것에서 온다. 추상적인 꿈을 좇으면서도, 주어진 인생 속의 작은 순간을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 그 두 가지가 통합되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중요한 뭔가를 깨닫게 된다. 디즈니 픽사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진 후, 삶 속에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삶의 목적만 따라가며 살기에는, 우리의 일상 속에도 너무나 중요한 메시지가 가득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프리퀄 영혼들이 불꽃을 찾기 위해 모이는, 불꽃을 꽃피우기 위한 모든 체험이 모여있는 `모든 것의 전당`. 그곳에서 가장 첫 번째로 조가 22에게 권한 건 바로 제빵사다. 피자를 건네지만 아무 냄새도, 맛도 느낄 수 없는 22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모순적이게도, 피자는 22가 지구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가장 첫 번째 요소이다. 아무 감각도 느낄 수 없던 생전 세계와 반대로, 모든 것들이 매 순간 풍부하게 느껴지는 세상. 모든 감각으로 몰려드는 세상의 자극에 22는 수백 명의 위대한 멘토도 찾아주지 못했던 자신의 불꽃이 바로 이곳, 지구에 있음을 느끼며 말한다. "내 불꽃은 하늘 보기나 걷기 일지도 몰라."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하고 싶은 건 뭘까, 잘하는 건 또 뭘까.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가진 고민이다. “사람은 뭔가를 할 운명을 타고난다는데 그게 뭔지 어떻게 알아? 만약 잘못 고르면? 그게 다른 사람의 운명이라면?” 22가 조의 몸속에 들어가 지구에서 고백하는 속마음은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대변한다. 유별나 보였던 22는 사실 가장 일반적인 캐릭터다. 재능을 찾지 못할까 봐, 자신의 삶의 목적이 아무것도 아닐까 봐 무섭다는 22의 솔직한 고백은 알 수 없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위로를 건넨다. 지구로 간 22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소울>은 우리 모두의 프리퀄이다.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으로 열정을 불태울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태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기억하지 못해도, 우리는 모두 `살 준비`를 마치고 `지구 통행증`을 받은 어린 영혼들이었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숨을 필요도 없다. 삶이 무의미해 보이고 갈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 때. 22처럼 "나 잘 걷잖아." 씩씩하게 한 마디를 내뱉고 털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벌써 12년 전이다. < 몬스터 주식회사 >를 보면서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대기업 ’몬스터 주식회사‘는 참 깜찍한 설정을 지녔었다. 괴물들이 인간 아이들에게 겁을 주고, 그 아이들의 비명을 밤새 수집해 에너지를 만드는 비명 발전소였으니까. 그 와중에 최고 엘리트 사원인 털 뭉치 ’설리‘와 파트너 ’마이크‘, 인간 꼬마 부의 뭉클한 교감은 더없이 사랑스러웠고, 몬스터 주식회사 직원들의 과도한 실적경쟁은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12년 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과열 경쟁 속에서 픽사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 < 몬스터 대학교 >를 내놓았다. 마치 일에 찌든 직장인들이 풋풋했던 대학 시절을 그리워하듯. < 몬스터 대학교 >의 핵심은 먼 훗날 ‘고수’가 될 설리와 마이크, 그들도 한때는 대학생이었고, 겁주기를 배웠다는 얘기다. 몬스터들의 대학 생활을 아이비리그 캠퍼스 생활에 적용시켜 캐릭터들의 배경을 쌓아가는 솜씨가 맛깔스럽다. 누구보다 열심히 겁주기 공부를 하지만 웃기게 생겨서 문제인 외눈박이 공부벌레 ‘마이크’. 겁주기로 뼈대 굵은 가문 출신에다가 생긴 것도 무서워서 별 노력을 않고도 주목받는 ‘설리’. 극과 극의 두 괴물이 4년제 명문 사립대학 ‘몬스터 대학교’(이하 ‘몬대’)의 신입생이 되어, 겁주기 전공 수업에서 처음 만난다. 훗날 명콤비가 될 두 라이벌이 만나기만 하면 싸우면서 드러나는 ‘몬대’ 생활의 면면은 재치가 넘친다. 몬대의 캠퍼스, 강의실, 운동장, 도서관, 남녀 클럽 등등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물론, `몬스터 리그‘의 라이벌 대학 공포공대와의 신경전, 그리고 학내에서 벌어지는 ’겁주기 대회‘까지. 대학 생활의 모든 것이 몬스터 세계에 적용되는 것이다. `몬대’의 전반적인 모습은 미국 동부 대학인 하버드와 MIT, 스탠포드, UC버클리의 캠퍼스 모습이 바탕이 됐다. 드림웍스나 블루 스카이 등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도 물론 이런 치밀한 자료 조사와 노력을 한다. 다만, 현실 세계의 리얼리티를 애니메이션 속 세계에 세세하게 적용하는 부분에서 픽사 애니메이션이 지니는 독특한 정서가 있다. 바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 지나가 버린 것 대한 그리움’이다. 그리고 그 정서야말로 픽사 애니메이션의 정수다. 장난감과 놀던 유년 시절(< 토이 스토리 >,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던 삶(< 월.E. >), 되찾아야 하는 부자 관계(< 니모를 찾아서 >)처럼. < 몬스터 주식회사 > 직원들이 겁주기 초과근무까지 하느라 잃어버린 대학생활의 낭만은 신선하고 즐겁다. 신입생 때부터 겁주기 스펙을 쌓아야 하는 몬대생들의 고충이 현실의 대학생들 못지 않지만, 그래서 더 유쾌하고 뭉클하다. 대학생활에서 사회생활까지 이어지는 타고난 능력과 노력의 차이, ‘겁주기’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서 대학 졸업장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논란, 몬스터도 대학을 다녀야 인정받는 사회의 허세도 곰곰이 되짚게 된다. 12년이 지났어도 늙지 않은 ‘설리’ 역 존 굿맨과 ‘마이크’ 역 빌리 크리스탈의 목소리 또한 한몫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픽사 스토리의 탄력성이랄까. 마이크와 설리가 어떤 사회생활을 하는지 아는 입장에서도 < 몬스터 대학교 >의 스토리는 매력적이다.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에 리얼리티와 상상을 결합해 새롭고도 팽팽하게 끌어가기 때문이다. ‘설리’를 포함한 괴물들의 털이 얼마나 부드럽고 생생한가 하는, 기술의 완성도는 부럽지 않다. 역시 부러운 건 스토리를 만드는 상상력이다.
현재 북미 애니메이션 업계는 지각변동 중이다. 잘 나가던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3강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중소 스튜디오들의 뚜렷한 성장세가 눈에 띈다. 소니 픽쳐스는 < 하늘에서 음식이 내리면 >와 < 몬스터호텔 >을 흥행시키며 입지를 다졌고, 명실상부한 업계 3인자 블루스카이스튜디오는 신작 < 에픽 >을 선보이며 나름 순조로운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최고의 한해를 맞이한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창립작 < 슈퍼 배드 >로 전미 박스오피스 9위라는 기염을 토했던 이 신인답지 않은 제작사는 올해 < 슈퍼 배드 2 >로 픽사의 야심작 < 몬스터 대학교 >마저 누르며 명실상부한 승자로 등극했다. 반면 기존 3강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가장 위기에 봉착한 건 드림웍스인데 < 가디언즈 >의 흥행 참패 후 오랫동안 함께 했던 파라마운트와 결별했다. 다행히 폭스와 손을 잡으며 재기를 노렸던 <크루즈 패밀리>가 전 세계 5억불을 넘어서며 평균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지만, 이어진 < 터보 >의 참패로(전 세계 1억 3천만불) 여전히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는 <드래곤 길들이기 2>에 남은 기대를 걸어 본들 이미 애니메이터를 대량으로 해고해야 할 만큼 자존심을 구긴 지 오래다. 디즈니와 픽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하지만 < 카2 >, < 메리다와 마법의 숲 > 등 왕년의 왕자의 명성에 다소 못 미치는 작품들로 아쉬움을 더한다. 2006년 디즈니와 픽사의 합병 이후 승승장구 할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서로의 장점을 갈아먹는 쪽으로 결합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일은 디즈니와 픽사가 합쳐진 시점부터 업계 전반의 평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단 점이다. < 토이 스토리 >로 일대 혁신을 일으키며 단번에 부상했던 픽사는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혁신에 가치를 두고 있었다. 디즈니의 셸 애니메이션에 대항하여 3D 애니메이션으로 시장 흐름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 보수적인 동화를 고집하던 디즈니 클래식을 넘어서는 젊고 유쾌한 감각으로 포스트 디즈니 시대, 즉 3강 시대를 열었다. 디즈니를 뛰어넘으려는 픽사의 도전정신, 디즈니에 저항하며 반대의 길을 걸으려는 드림웍스의 반골정신, 그리고 시대에 발 맞춰 무거운 엉덩이를 들며 변화를 꾀한 디즈니의 아성은 2000년 초중반 북미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패러다임이었다. 3사의 작품들은 각각 나름의 개성이 뚜렷했고 관객들은 작품만큼 이들 제작사의 브랜드를 중요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3사의 뚜렷한 개성이 점점 희미해지며 이 같은 3자 구도 역시 함께 무너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신생 제작사들에겐 좋은 기회였다. 신생이라고는 하지만 디즈니가 애니메이터들을 전부 독점 관리하고 있을 때와는 업계 환경이 달랐다. 애니메이터의 개별적인 역량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 셸 애니메이션에 비해 3D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환경은 이미 어느 정도 평준화 되어있었다. 3D라는 기술이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실상 디즈니 바깥에서 생겨난 흐름이기 때문이었다. 3D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애니메이터들 간의 이동도 예전에 비해 자유로워졌고 축적된 기술력이 고스란히 다른 제작사로 이동하기도 한다. 투자자본 역시 이에 맞춰 유동적으로 지원 중인데 현재는 크게 디즈니와 폭스가 경쟁하고 있는 구도다. 덕분에 이젠 제작사가 달라도 관객들이 작품의 질적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엇비슷한 수준까지 평준화되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애니메이션이 전체 시장을 두고 작품 별로 여러 프로젝트 그룹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지금 북미 애니메이션 업계는 현재 역사의 분기에 서 있다. 디즈니 절대 왕정이 끝나고 들어선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의 삼국 시대가 저물고 여러 제작사들이 겨루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제작사간 구분이 큰 의미 없고 개별 작품의 완성도로 평가받는, 절대 강자 없는 난세다. 혼란스런 시대는 영웅을 부르는 법. 픽사가 3D 애니메이션 시대를 연 것처럼 새로운 영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매 작품 긴장을 늦을 수 없는 스튜디오들은 괴롭겠지만 관객 입장에선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