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
- 감독
- 송예진
- 제작년도
- 2012
- 출연
- 이한님, 서지운, 조윤정
할리우드 기획물의 변화하는 한 축을 가늠하고 싶다면 배우 ‘멜리사’들의 행보를 관찰해 봐도 좋겠다. 먼저 멜리사 맥카시. < 내 여자 친구의 결혼식 >(2011)에서 친구 들러리로 활약할 때만 해도 플러스 사이즈 배우가 가진 익숙한 코믹이 적중한 정도라 생각했다. < 스파이 >(2015)에서 마치 본처럼 종횡무진 하는 CIA 요원이 되어 액션을 구가할 때는 그 위력이 점점 실감됐다. 급기야 < 고스트버스터즈 >(2016)에서 여성 헌터로 활약하는 모습에 이르면 이제 이 배우가 가지 못할 길은 어디일까 싶다. 맥카시를 보고 있노라면 플러스 사이즈라고 사이드로 밀려나는 법이 없다. 오히려 때로 귀엽고, 때로 도발적이며, 때로 과격한 맥카시 본연의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기획이 끊이질 않는다. 관객의 반응이 있는 이상, 배우의 영역은 지금보다 더 넓어질 게 확실하다. 멜리사 버글랜드는 그런 의미에서 앞선 멜리사의 전철을 밟는 호주 출신의 배우인데, < 렉시의 행복 레시피 >로 들어가자면, 먼저 버글랜드를 좀 알아가는 것도 좋겠다. 버글랜드는 2011년도부터 방영되어 인기를 얻고 있는 미드 <위너스&루저스>에서 플러스 사이즈의 귀여운 캐릭터 ‘제니 그로스’로 사랑받기 시작했다. 제니처럼 실제로도 플러스 사이즈인 그녀는 “스칼렛 요한슨처럼도, 샤를리즈 테론처럼도 생기지 않았지만, 작품을 통해 이상하고 웃긴 내 모습을 오히려 사랑스럽고 귀엽게 봐주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더 이상 그녀가 배우 활동을 하며 날씬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 업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걸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버글랜드의 인기를 감지한 할리우드 에이전시 ‘언타이틀드 엔터테인먼트’가 발 빠르게 계약을 맺었는데, 이곳은 마돈나, 애쉬튼 커쳐, 힐러리 스웽크, 다니엘 데이 루이스, 나오미 왓츠, 자레드 레토, 페넬로페 크루즈 등이 소속된 전도유망한 곳이기도 하다. < 렉시의 행복 레시피 >는 앞서 말한 버글랜드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코드들을 적극 활용해 만든 로맨틱 코미디다. 이 영화는 캐나다 버전의 < 브리짓 존스의 일기 >라는 수식이 잘 어울린다. B&B를 운영하는 서른 살 렉시 아이비는 성격도 꽤 괜찮고, 요리도 수준급인데 연애가 잘 풀리지 않아 고민 중이다. 여동생 결혼 준비로 집안은 분주하고, 투숙객인 커플은 밤새 섹스를 하느라 삐걱거리는 탓에 외로운 렉시의 밤잠을 설치게 한다. 맞춘 결혼식 드레스는 작아서 수선을 해야 할 판이고, 결혼식에 같이 갈 파트너가 없어서 엄마한테 닦달을 당하는 것도 괴롭다. “백마 탄 왕자님은 그만 좀 기다려”라는 친구의 충고에 “자전거 탄 왕자님이야”라고 정정할 정도로 그녀의 이상형은 자전거 탄 훈남.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자전거를 타고 온 미남자가 도착해 며칠 묵어갈 방을 구한다. 렉시가 사는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담으러 이곳에 온 자유로운 영혼의 사진작가 애드리안(조나단 소우사)이다. 물론 <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속 ‘마크 다아시’같은 완벽하고 친절한 남자가 나타난 판에, 그녀의 속을 사사건건 긁는 ‘다니엘 클레버’가 없으면 심심할 거다. 이 경우에는 물새는 B&B의 지붕을 고쳐주러 온 친구의 친구인 남자 조스(아론 폴, < 브레이킹 배드 >의 그 아론 폴이다)가 얄미운 클레버다. 오랜만에 완벽한 이상형을 두고 핑크빛 멜로를 꿈꾸는 렉시에게 더러운 신발을 신고 마룻바닥을 저벅저벅 밟아 다니고, 땀내 나는 데다 능글맞은 조스는 지붕만 수리만 끝내면 사라져 줘야 할 눈엣가시다. 하지만 영화는 조스가 ‘처한’ 위치를 완벽하게 활용하는데, 연일 계속되는 지붕 수리 도중, 본의 아니게 조스가 렉시의 실수들을 유독 많이 보게 되고, 그녀의 귀여움에 눈을 뜨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령 렉시가 혼자 흥에 겨워 막춤을 추는 것 같은 장면들이나, 애드리안과 겪는 온갖 민망한 순간들을 모두 지켜보는 순간들. 한창 판타지에 빠져든 렉시의 연애가 엉망진창 산산조각이 나는 사건이 전개되는데, 결혼을 앞둔 동생과 푹 빠져버린 애드리안이 눈이 맞았다는 청천벽력이 그 시작이라고 할까. 블루베리 케?이나 크림 뷜레 같이 렉시가 만든 수준급의 요리들이 사건의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윤활유가 되지만 이 영화에 ‘음식=힐링’이라는 공식을 적용하긴 힘들다. 그러니 트렌디한 음식 영화 같은 제목 대신, 이 영화의 원제인 ‘상대적인 행복’이란 뜻을 가진 ‘Relative Happiness’를 끄집어 내보는 게 더 어울리지 싶다. 마치 이영자 와 신동엽 , 컬트멤버들이 나란히 앉아 일반인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토크쇼 <안녕하세요>에나 나올법한 사연처럼, 고상한 엄마, 우아한 언니, 아름다운 동생에게 주눅 들어 살았던 렉시는 모든 게 무너지는 순간, 자신이 이상적으로 바라보던 그 ‘아름다운’ 관계들이 그리 완벽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 렉시의 행복 레시피 >는 전작 <비트 다운>(2012)을 비롯해 코믹 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있는 여성감독 딘느 폴리의 영화로 뭐 그리 별스럽지도 않거니와 다소 뻔해 보이기까지 한 소소한 로맨틱 코미디지만, 앞서 말한 버글랜드의 능청맞고 귀여운 면모가 주는 재미가 크다. 극의 초반, 동생 결혼식용 피로연 드레스 생각에 그래도 살을 좀 빼볼까 TV를 보며 요가를 따라 하던 렉시가, 금새 포기하고 TV를 끄고 먹을 걸 먹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시작은 플러스 사이즈의 미운 오리로 하되 끝은 각고의 노력으로 체중감량을 해 백조가 되는 판타지는 이 영화에는 없다. 렉시가 날씬한 집안 누구와도 다르게 혼자 플러스 사이즈인 것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도 애초 없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렉시의 몸무게는 그대로 유지되며, 그러니 렉시는 가장 코믹한 순간에도, 가장 로맨틱한 순간에도 ‘그녀인 채’로 승부를 볼 뿐이다. 뭣보다 < 브리짓 존스의 일기 >의 르네 젤위거가 브리짓을 연기하기 위해 엄청나게 체중을 불렸다가, 연이어 < 시카고 >(2002)를 찍기 위해 트레이너의 훈련 아래 혹독하게 체중감량을 해야 했던 그 고통을 <렉시의 행복 레시피>의 주연배우는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건 2001년에 시작된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시리즈를 거듭해 <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2016)로 나오기까지 지난 십 수년간 일어난 이 업계의 괄목할 만한 변화다. 그녀가 맥카시와 견주어 얼마나 성장할지 모르겠지만,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머리와 예쁜 프린트가 가미된 귀여운 스타일의 패션을 소화하는 렉시처럼, 버글랜드 역시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배우로 영역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정말 몰랐다. 일 년에 한 번꼴로 쓰는 칼럼에 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이야기를 쓰게 될 줄은. 지난 칼럼들을 돌아보노라니 새삼스럽기도 하다. 2010년 5월 조희문 전 영진위원장이 주도한 ‘독립영화 관련 기관 위탁 및 지원 사업 파행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한 뒤, 이듬해 영진위 직영관 인디플러스가 문을 열 즈음 쓴 칼럼에서도 “연이어 영진위를 언급하게 될 줄을 몰랐다”고 나는 썼다. 독립영화전용관 위탁사업 주체를 인디스페이스에서 시네마루로 변경한 과정은 물론, 수행평가 결과가 ‘미흡’했던 시네마루 운영에 대한 어떤 평가도 없이, 당시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이었던 유인촌 씨 말 한마디에, 영진위 직영으로 급작스럽게 프로그래머도 없이 개관한 인디플러스가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2011년 4월에 쓴 글에서 인디플러스 출범에 우려 섞인 기대를 표했지만, 기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구경꾼 심정이었다. 나는 독립영화를 만드는 이도 배급활동가도 아닌 관객일 뿐이니, 직영관이 정 마음에 안 들면 영화제에서 부지런히 챙겨보면 되려니 여겼다. 기대와는 달리(?) 인디플러스는 제법 잘해 나갔다. 개관 뒤 부임한 허경 프로그래머는, 시네마루를 보이코트했던 독립영화인들 사이에 팽배했던 영진위를 향한 불신을 녹이려 열심히 뛰었고, 스태프들과 함께 정성스레 기획전과 상영회를 꾸렸다. 개관한 지 일 년 남짓 지나자 스태프들이 노력한 결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독립영화 공동 지대였던 서울 강남권에 인디플러스를 중심에 둔 관객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또, 예산 걱정을 덜 해도 되는 운영 안정성 덕에, 비대중적인 문제작들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2012년 5월에는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도 돌아왔다. 예산 일부를 영진위에서 지원받는 성북문화재단 아리랑 시네센터까지 제 몸에 맞는 옷을 찾듯, 지역 공동체와 관객을 위한 독립영화전용관 역할을 발견하는 실험을 따로 또 같이 해나갔다. 독립영화 특별전 프로그램을 상영하는 한국영상자료원이 개봉작을 주로 거는 세 극장을 보완해 주었다.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 운영위원으로 2011년 6월부터 인디플러스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며 겪은 첫 시련은 2011년 12월 개봉한 < 잼 다큐 강정 > 인디플러스 상영불허 사건이었다. 영등위 심의를 문제없이 통과하고 영진위 소위원회에서 예술영화로 인정받은 작품을 ‘정책적 고려’ 때문에 직영관 인디플러스에서만 틀 수 없다는 것이, 운영위원회 상영 의결 실행에 제동을 건 영진위의 입장이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무거운 사례로 안팎의 비난이 거세지자, 영진위는 “인디플러스 상영을 불허한 적은 없고 미루었을 뿐”이라고 말을 바꾸며 뒤늦게 상영불허를 철회했다. 두 번째 고개는 결국 넘을 수 없었다. 인디플러스 2주년이 다가오면서, 모두 계약직이던 스태프들의 고용 문제가 불거졌다. ‘공기관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새 정부 시책에 걸맞게 전원 무기 계약직 전환을 요구했지만, 부산 이전을 앞두고 있던 영진위는 서울에 잔여 인력을 많이 남길 수 없어 인디플러스를 또다시 민간 위탁할 예정이며 ‘인사, 예산 및 경영평가 등 경영상의 이유’ 때문에라도 인디플러스 스태프들을 더 이상 직접고용할 수 없다 했다. 영진위는 계약 해지를 빌미로 허경 프로그래머를 해고(법률 비전문가인 내가 알아본 바로는, 귀책사유가 없는 노동자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고 계약 만료 때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하는 것을 불법으로 보는 판례가 많았다)했고, 나머지 스태프들을 파견직으로 전환하고 2~3개월씩 근로 계약을 기형적으로 연장하며 2013년 극장 운영을 파행으로 몰고 갔다. 이토록 불안한 노동조건을 조성하는 핑곗거리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적용 외에도, 2013년 하반기 중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 재설립, 배급지원센터 주체에 인디플러스 사업을 위탁하겠다는 독립영화전용관 사업변경안을 들고 나왔다. 조직 운영과 정원?인사 관리에 관한 사항들을 영진위가 임의로 정할 수 없고, 기획재정부가 정한 경영지침에 따라야 한다지만, 공공기관의 조직 및 인력 운영에 대한 경영지침은 직영 결정 전인 2007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원승환, 「한국영화 블랙박스-2년 전 약속은 공수표였나」, 씨네21 905호). ‘독립영화의 안정적 상영 및 활성화 기여’를 목적으로 조직 및 인력이 허용하지 않지만 (아무도 바라지 않던) 직영에 나섰고, 2년 동안 당면한 고용 문제를 해결할 노력은 전혀 않고 때가 오자 스태프들을 영진위에서 내친 뒤, 부산에 이사하게 되었으니 귀찮은 혹 떼어 내듯 극장 사업도 정리하겠다는 속내로만 비쳤다. “더 이상 직영 의지도 능력도 없는 영진위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아 동료 운영위원들과 사퇴의 변을 발표하고 인디플러스 운영위원회를 그만두었다. 극장에서 자주 뵙던 관객들과 스태프들께 죄송스러웠지만, 법적 지위가 보장된 영진위 소위원회가 아니라 자문기구에 불과한 전용관 운영위원회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 사업명은 ‘유통지원센터’로 바뀌었고, 2013년 7월 4일 영진위는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 설립 제안 공청회’를 주최했다. 한데, 9월 예정이라던 위탁 전환이 진행되는 기미가 영 없었다. 11월에야 소식을 들으니, 2013년 중 인디플러스 사업 민간 위탁 전환 및 유통지원센터 설립 자체가 취소되었단다. 뿐만 아니라, 2014년 영화발전기금에도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고, 독립영화전용관 사업 예산도 동결되었다 했다. 9월에 전임 위원들의 임기가 끝난 영화문화다양성소위원회는 11월까지도 신임위원을 임명하지 않고 방치된 상태였다. 독립영화단체, 영화제들이 지원받는 민간단체역량강화지원 사업도 ‘일몰제’ 적용으로 해마다 예산이 줄고 있는 형편이다(이 와중에 부산시가 설립한다는 아시아영화학교 국비 예산 25억 원을 내년도 영화발전기금에 편성하며 기획재정부가 정부예산 예비심사를 완료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갈팡질팡하며 주먹구구식으로 버티는 영진위 사업을 2년쯤 나름대로 가까이서 지켜본 나는, ‘독립영화 진흥정책’이 과연 실존하는지 심각히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 설립 논의에 참여했던 독립영화협의회, 영화공동체,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인디포럼 작가회의,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독립영화단체들도 유통지원센터 예산 미반영 등을 우려하며, 지난 11월 20일, 2014년 독립영화정책계획 질의서를 영진위에 발송한 뒤 김의석 위원장을 만났다. 이에 영진위는 2014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와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 사업 계획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인디플러스 프로그램 부분과 시설운영부분(영사, 매표)을 분리하여, 시설운영부분은 지금 인디플러스가 세 들어있는 롯데브로드웨이시네마에 위탁하”겠단다. 이미 프로그래머 해고 뒤 인디플러스 프로그램 부분을 별도 위탁하며 파행 운영 중인데, 멀티플렉스인 롯데브로드웨이시네마에 영사·매표를 찢어서 위탁한다면 극장은 어찌 될까? DCP 디지털 영사로 일원화된 멀티플렉스 상영과 다양한 상영포맷을 지닌 독립영화 상영이 다른 만큼, 독립영화전용관 상영에 매진하는 영사팀은 지금처럼 따로 있어야 마땅하다. 또, 독립영화 관객 커뮤니티를 공들여 성장시킨 인디플러스 운영팀이 멀티플렉스 서비스 매뉴얼로 운영되는 브로드웨이시네마에 흡수된다면, 독립영화 관객을 위해 특화된 서비스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독립영화단체들은 12월 5일 배포한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정책 설정 방향에 대한 독립영화인 공개의견서’를 통해,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분리 위탁 운영안이 올해 계속된 독립영화전용관 운영 파행과 유통지원센터 사업 불발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독립영화인과 관객을 만족시키고 독립영화 문화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는 운영안과 종합적인 해결책을 다시 요구했다. 2013년 한국 영화관객 2억 명을 돌파하게 한 큰 동력이 영진위 직원들의 오랜 헌신과 열정임을 그래도 나는 여전히 믿는다. 내년 시행 예정이라는 독립영화 전문펀드 부문을 제외하면, 영진위 사업예산에서 1할 남짓을 차지할 뿐인 독립영화 진흥사업의 묵은 숙제들을 풀기 위해 부산에서 많은 분들이 고민 중이시리라. + 이 글은 2013년 12월 23일자로 작성되었다. 그 뒤 국회가 최종확정해 통과시킨 2014년 정부예산안에는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 사업예산이 역시 반영되지 않았고, 영진위 9인위원회는 인디플러스 프로그램/시설 운영 분리위탁안을 승인했다. 분리위탁은 운영 분야 스태프들의 기존 계약이 끝나는 5월 이후 시행된다.
타이틀이 뜨기 전의 짧은 인터뷰 컷들. 슈퍼히어로들 저마다의 고충이 이어진다. 악과 맞서 싸우며 세상을 지키고 평화를 수호하는 그들이 한번쯤 느꼈을법한 사소하고도 중요한 불만과 아쉬움들이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사고의 뒤치다꺼리를 하다보면 아이를 돌보는 가정부가 된 것 같다는 푸념부터 남성들만 히어로 대접 받는 걸 들러리로 지켜볼 수 없다는 헤로인의 항변이나 이중생활로 인해 불편한 연애관이나 결혼관까지 털어놓는 속내가 제법 진솔하게 들린다. 거기에 자신의 힘을 물려받은 2세들의 정체성 문제나 성장통까지 포함되면 사태는 조금 심각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일반인들의 줄 고소가 이어지고 정부의 제반시설 복구에 대한 재정적 부담감까지 더해져 결국 더 이상 슈퍼히어로로서 삶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순간, 그들은 일반인보다 더욱 피곤한 삶을 살게 되는데... 픽사의 6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 인크레더블 >은 바로 이 지점부터 시작하는 유쾌하고 독특한 슈퍼히어로물이다. 그간 장난감이나 곤충, 동물에 국한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던 픽사에서 최초로 사람들의 세계를 다룬 작품으로 종전의 모든 기록을 모조리 깨부수고 제목 그대로 ‘인크레더블’한 비평적 · 흥행적 성과를 거뒀다. 슈퍼히어로 가족 < 아이언 자이언트 >로 휴머니즘 가득하고 복고 지향적인 애니메이션을 선보인 바 있는 브래드 버드 감독은 자신이 좋아했던 60년대 스타일의 만화책들과 스파이 영화들에서 힌트를 얻어 슈퍼히어로 이야기를 떠올렸는데, 여기에 자신의 유년시절과 애니메이터로 회사에서 근무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뒤섞어 일반적인 영웅담과는 조금 다른 재미와 감수성을 드러냈다. 슈퍼히어로의 액션과 로망에 주안점을 두기보다 일과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여러 세대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이다. 애초 이 작품은 워너브라더스에서 셀 애니메이션으로 준비 중이었으나, <아이언 자인언트>가 재앙급 흥행 참패를 당해 입지가 좁아지자 자리를 옮겨 칼아츠 시절 자신의 친한 동기이자 픽사의 수장이 된 존 래스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픽사에서 완성되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선 보기 드물게 악당이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며(극중에서 에드나가 그렇게 망토 반대를 외친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픽사에선 유래 없이 사상 최초로 외부 감독이 영입돼 단독 각본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란 기록을 남겼다. 이미 다섯 편의 성공적인 CG 애니로 기술력을 쌓은 픽사의 모든 노하우가 발휘된 작품으로 부드럽고 자연스런 인간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스피디한 추격전, 상상한 그 이상의 액션 스케일 등이 어우러져 개봉 전에 돌았던 기우를 말끔히 날려버리며 첫 주말 3일 동안에 7,047만불을 쓸어 담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상을 비롯해 제 32회 애니 어워드 7부문을 독식하며 2004년 최고 애니메이션으로 우뚝 섰다. 브래드 버드의 <인크레더블>에 대한 음악적 아이디어는 확고했다. 자신이 스토리를 떠올리며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5-60년대 수사물이나 스파이 뮤직 스타일을 원했던 것. 50년대 말 헨리 맨시니의 <피터 건>을 필두로 < 핑크 팬더 > 시리즈나 6-70년대를 풍미한 존 배리의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그리고 랄로 쉬프린의 <미션 임파서블>과 제리 골드스미스의 < 0011 나폴레옹 솔로 > 같은 TV 첩보시리즈 테마가 그 대표적인 예로, 재즈 사운드의 경쾌한 스윙감과 긴장감 넘치는 그루브함이 무엇보다 이 코믹하고 신나는 활극에 잘 어울릴 거란 판단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그의 첫 선택은 당연하게도 스파이 뮤직의 대가, 007 사운드의 아버지 존 배리였는데, 그는 자신의 초기 스타일을 반복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몇 곡의 데모 작업만 진행하다 결국 하차하고 만다. 만약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배리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을 텐데, 그랬다면 그의 경력 중 시작과 끝을 완벽하게 잇는 결과물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쉽게도 협업은 불발되었고 그 기회는 버드와 <아이언 자이언트>로 만났던 마이클 케이먼에게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 또한 스코어 진행 중 케이먼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게 되며 중지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이제 막 꽃 피우기 시작한 신예 마이클 지아키노가 그 임무를 물려받게 된다. 그 당시 인기 TV시리즈 < 앨리어스 >로 첩보물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던 터라 그의 스타일이 눈에 띈 점도 한몫했다. 마이클 지아키노 60년대의 강렬한 빅밴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원했던 브래드 버드 감독을 위해 마이클 지아키노는 멀티 채널의 최신 디지털 레코딩을 포기하고, 그 당시 녹음하던 방식 그대로 아날로그 레코딩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그 시절의 분위기를 담아보고자 했다. 그런 각고의 노력 덕분인지 <인크레더블>의 레트로한 사운드는 놀랍기 그지없다. 브라스 섹션의 힘찬 팡파르와 울부짖는 와와 사운드는 물론, 리드미컬하고 이국적인 퍼쿠션과 비브라폰의 명징한 긴장감, 그리고 스케일의 위용을 드러내는 압도적인 스트링이 한데 어우러진 스코어는 가히 존 배리의 재림이라 불려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다. 이미 < 쥬라기 공원 >의 게임과 <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의 게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메달 오브 아너>를 통해 존 윌리엄스 사운드를 자기 방식대로 해석한 바 있는 지아키노였기에 <인크레더블>에서 존 배리식의 변주는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게임계의 존 윌리엄스라는 평가를 들었던 지아키노지만 사실 이 작업이 당시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기회였기에 긴장했을 법도 한데, 그는 50년 경력의 노련한 베테랑 작곡가처럼 숙성된 재즈 사운드로 감독과 관객들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인크레더블>의 음악은 닐 헤프티의 <배트맨> 테마처럼 날렵하고, 존 배리의 < 007 여왕폐하 대작전 >처럼 우아하다. 노골적인 클리셰와 컨벤션 덩어리지만, 그 유희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이기에 즐겁게 다가온다. 존 모리스가 멜 브룩스 영화에서 시도했던 일련의 재기발랄함보다 더 세련되고 영리하다. 포문을 여는 ‘The Glory Days’부터 그 명확한 색채를 드러낸다. 웅장한 팡파르 뒤로 펼쳐지는 올드 패션의 스파이 뮤직은 익숙하면서도 능청스럽다. 과잉의 빅밴드 사운드로 애니메이션 특유의 위트와 과장된 미키마우징을 소화하며 자칫 존 배리 스타일에 함몰될 수 있는 요소들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Mr. Huph will see you now’와 ‘New and Improved’, ‘Kronos Unveiled’, ‘Lithe or Death’ 등은 제임스 본드 음악에 대한 훌륭한 지아키노식의 번안으로 단순한 스타일의 모방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테마를 덧입혀 솜씨 좋게 변형 가공하고 있으며, ‘Road Trip’과 ‘Marital Rescue’에서는 존 배리의 < 007 위기일발 >에서 흐르던 ‘007 Takes the Lektor’란 곡의 컨셉을 의도적으로 차용해 장르에 대해, 스타일에 대해 오마쥬하고 있다. 다시 슈퍼히어로로서 일을 하며 활기를 찾는 몽타주 씬에 흐르던 ‘Life’s Incredible Again’이나 ‘Lava in the Afternoon’, ‘Off to Work’는 부드러운 라운지 사운드로 낭만적인 모험담의 여유와 극적인 이완감을 선사하고 있으며, ‘Bob vs. the Omnidroid’나 ‘Saving Metroville’은 강력한 파워와 묵직한 긴장감을 오롯이 간직한 액션 스코어로 손색이 없다. 찬탄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찔한 질주감을 던져주는 ‘100 Mile Dash’에선 비브라폰과 뮤트 트럼펫의 현란한 대쉬와 스트링의 숨 막힐 듯한 보잉을 맛볼 수 있으며, 대망의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The Incredits’는 그간 등장한 모든 테마의 총합이자 스타일의 과시로 지아키노가 들려줄 수 있는 최상급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인크레더블> 이후의 영화음악들 이후 그는 이 아이디어를 공유한 실사판 슈퍼히어로 영화 < 스카이 하이 >의 음악을 담당하며 본격적인 영웅담 팡파르에 도전했고, 60년대 첩보 시리즈를 블록버스터로 바꾼 < 미션 임파서블> 3 , 4편의 음악을 내리 맡으며 랄로 쉬프린의 테마를 재해석한 첩보물 사운드를 완성했다. 어디 그뿐인가. 브래드 버드와 다시 함께 손을 잡은 < 라따뚜이 >로 아카데미 음악상에 첫 지명됐으며, <업!>으로 대망의 아카데미를 비롯해 십여 개의 상을 휩쓸었다. <존 카터> 와 <슈퍼 에이트> 는 그에게 드디어 (‘게임계의’라는 한계를 떼고) 차세대 존 윌리엄스가 될 것이란 찬사를 붙여주었다. 그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영화음악가다. 이 모든 게 바로 <인크레더블>의 사운드트랙에서 시작되었단 사실. Track List 1. The Glory Days 2. Mr. Huph Will See You Now 3. Adventure Calling 4. Bob vs. The Omnidroid 5. Lava in the Afternoon 6. Life's Incredible Again 7. Off to Work 8. New and Improved 9. Kronos Unveiled 10. Marital Rescue 11. Missile Lock 12. Lithe or Death 13. 100 Mile Dash 14. A Whole Family of Supers 15. Escaping Nomanisan 16. Road Trip! 17. Saving Metroville 18. The New Babysitter 19. The Incredi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