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아가씨
- 감독
- 박정숙
- 제작년도
- 2006
이 이야기는 베네수엘라 수도인 카라카스에서 시작된다. 1975년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호세안토니오 아브레우는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카라카스의 빈민가는 총격전이 자주 벌어지는 곳으로 하교 길에 아이들이 총에 맞아 숨지기도 한다. 호세안토니오 아브레우는 어느 허름한 차고에서 11명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총 대신 악기를 들게 하고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11명이었던 아이들은 2008년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 26만 명에 이르게 되었다. 베네수엘라 전국에 190여개의 센타가 만들어졌다. 거리의 아이들에게 선물인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바로 엘 시스테마다. 빈민촌에 사는 한 아이는 오전에 학교에 다녀온 다음 집에서 점심을 먹고 연주를 하기 위해 음악센터에 간다. 노래와 악기를 배운 후 6시 반에 집에 돌아온다. 이 아이는 이곳에 가면 소속감이 들고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규칙을 가르쳐줘서 바르게 살게 해줘서 좋다고 한다. 1주일동안 연주를 배우는 아이들은 주말이면 오케스트라 콘서트에 가며 1주일을 음악과 함께 보낸다. 호세안토니오 아브레우는 빈민층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것이 이 일을 하는 이유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마약과 폭력과 포르노 대신 잠재된 예술적 재능을 키워줌으로써 세상의 유혹에서 구하고 싶었다. 그는 30여년 동안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 오케스트라를 지켜왔다. 처음에는 개인이 시작했던 일을 지금은 정부와 민간기업 그리고 각국의 음악인들의 후원으로 무상음악교육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고 희망을 갖게 되었다. 어떤 아이는 가난한 가족을 위해서 트럼펫을 분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음악을 배워가는 과정을 차분히 그리고 즐겁게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은 청소년이 되고 음악이 자기를 지탱해줬던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30여년동안 한 선구자와 아이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서 존경심과 행복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아이들에게 할아버지인 호세안토니오 아브레우는“음악은 아이들의 인격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한 아이는 “남들은 빈민가의 아이가 뭘 알겠냐고 하지만 저에겐 음악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부모들은 아이를 음악센터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온다. 그리고 아이들의 연주회를 보며 행복해한다. 엘 시스테마가 없었다면 악기를 배울 기회조차 없었을 가난한 아이들의 연주회. 부모들은 아이들을 보며 행복해하고 아이들은 그 안에서 가족의 따뜻함을 느낀다. 음악을 통해서 아이들은 행복하고 가족은 이해하고 화합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들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음악의 힘이 아닐까! 이 영화에 나오는 오케스트라는 좀 다르다. 연주자가 춤을 추기도하고 트럼펫을 돌리는 묘기도 보여준다. 연주자들의 파도타기도 볼 수 있다. 남미의 뜨거움인가? 활기차고 힘 있는 연주를 하는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 연주자와 관객이 모두 즐기는 모습이 이 오케스트라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을! 엘 시스테마의 연주에 흠뻑 빠져보시길!!
<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일단 제목부터 내 시선을 끌었다. 뭔가 거침없을 것 같은 느낌. 영화가 시작되고 크라잉넛 한경록의 나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기존의 다큐멘타리에서는 보기 드문 자유로운 말투와 간간이 섞여 나오는 욕. 너무나 자유로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 백승화 는 이 영화에 나오는 인디밴드인 타바코쥬스의 드러머이기도하다. 외부로부터 카메라가 아닌, 내부로부터 찍은 카메라의 느낌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출연자들의 인터뷰를 보자. 보통 생각하는 인터뷰와는 사뭇 다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터뷰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그 공간에 같이 있는 느낌을 준다. 외부로부터 카메라가 들어갔다면 이렇게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오긴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너무 가까워서 거친 면이 없진 않지만 말이다. 친구와 대화하듯 쏟아져 나오는 인터뷰야 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홍대에서 인디밴드활동을 하다 애인의 갑작스런 임신으로 인해 인천으로 내려온 리규영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리규영은 인천의 한 모텔촌 안에 루비살롱이라는 클럽을 만들게 되고 그곳에 홍대에서 활동하던 갤럭시익스프레스와 타바코쥬스와 함께 공연을 시작하게 된다. 카메라는 홍대 인디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두 밴드의 일년의 생활을 따라다닌다. 요즘 <나는 가수다>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서 로큰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영화는 영화속에서 로큰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고 대답한다. 로큰롤이란… 훌륭한 로큰롤이란 와 닿는 것이다. - 1971, 롤링스톤 인터뷰 중 비틀즈 존 레논 로큰롤. 그것은 생명력이다. -2005, Guitar World 인터뷰 중, U2 인디밴드, 그들은 자신들의 꿈을 향해 달려간다. 음악을 하는 순간 그들은 즐겁고 행복하다. 공연이 끝나고 술 한잔을 하면서도 그들은 노래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늘 행복하지만은 않다. 타바코쥬스의 경우 음악을 그만두겠다며 멤버들이 없어지기도 하고 다시 음악을 하기 위해 모여드는 과정들을 겪는다. 그들의 행복한 얼굴과 흩어졌다 모이는 과정들을 보면서 정해진 틀에서 살지 않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볼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감독은 말한다. “당신의 낮보다 우리의 밤은 더 행복하다”고… 남들이 “왜 그러고 다니느냐” “밥은 먹고 다니느냐”는 질문에 감독은 우리는 가난하지도 불쌍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음악을 하는 나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재밌다. 그리고 감동적이다. 그리고 밴드들의 신나는 음악이 있다. 조금은 거칠다. 욕과 술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로큰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다.
10여년 전 오토바이를 만드는 공장에서 촬영을 한 적이 있었다. 주물공장에서 하루 동안 촬영을 했었는데, 공장안은 먼지로 가득했다. 그 뒷날 아침 내 목은 부어있었고, 서울로 올라온 나는 이비인후과에 가야했다. ‘단 하루 그곳에 있어도 이 정도인데, 그곳에서 일년내내 일하는 사람들은 아프지 않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보라 >는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과 작업환경을 측정하는 모습 그리고 의사와 노동자들이 상담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특히 앞부분에 나오는 제조업공장 모습은 영상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쇳물을 쏟는 용광로, 엄청난 크기의 기계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 마네킹을 만드는 유리섬유, 마스크를 쓰고 피아노에 유기용제를 뿌리는 모습은 보는 것 만으로도 일하는 저들이 온전할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작업환경측정은 사업주가 노동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제도이다. 회사와 노동조합이 함께 측정기관을 정하고 현장 점검과 노동자들의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예전에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많아서 검진결과가 양호하다고 나왔지만 몇 달 안에 암으로 죽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 보라 >의 영상들은 노동자들의 삶을 천천히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어떤 설명도 없지만 지켜보고 있는 동안 그들의 노동을 느끼게 해준다. 아프지 않을 수 없겠구나... 석면작업 후유증으로 앉아서 말하기도 힘든 한 노동자를 마주 했을 때, 그 절망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노동의 최후는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검진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약 드시는 거 없으세요?”라는 의사의 질문에 “그니까 소주두병 이요”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웃을 일이 아니다. 마음이 아프다. 소음이 심한 공장에서 일하는 그는 난청이다.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 인 것이다. < 보라 >는 직접적이진 않지만 굉장히 자극적이다. 노동자들의 상황을 너무도 가깝게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노동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끓임 없이 일해야 살 수 있는 사회, 잔업이 늘어나 면 월급은 올라가지만 몸은 그만큼 더 아프고 고통스러워진다. 영화가 시작한지 70분쯤 지났을까 딸기를 따는 두아주머니가 등장한다. 순간 깜짝 놀랬다. 감독이 무엇을 보여 주려고 하는 거지? 노동현장을 보여 주려고 했던 거 아닌가? 영화가 뒤로 갈수록 감독은 농사일, 인터넷 서버관리자, 하드복구 수리자를 등장시킨다. 제조업노동자에 그치지 않고 감독은 끊임없이 노동에 대한 질문을 해댄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감독은 영화 뒷부분에서 사진 찍는 동호회 사람들을 비춰준다. 돈을 벌기 위한 노동과 대비된다. 어떤 이는 사진을 찍으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를 한다. 짧게 스치는 그림들, 청량한 날씨에 야구하는 학생들, 수영하는 사람들..노동의 대가인가? 그 짧은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 그 험한 노동을 감수해야하는가? 노동현장에서 위험한 사고와 유해물질에 노출돼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에 대해서 둔감해져있는 사회다. < 보라 >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기 힘든 그들의 고통을 136분이라는 시간동안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영화가 136분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너무 길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금도 좀 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충분히 길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성이 깃들 여진 한 컷의 영상은 일터의 깊은 곳을 보여주기에 충분하고, 보는 이를 압도하는 화면은 노동자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힘 있게 끌고 가는 감독의 에너지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